플레인게이트의 붕괴, 그리고 사명의 종착역 - 미스틸테인

세하야이리와나쁜형아아냐 2015-05-05 1

찬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건물 옥상. 도시의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세하의 표정이 어둡다.

넌 그랬어야만 했던건가.


미스틸테인, 사명의 아이. 차원종의 사냥꾼


그리고, 단 하나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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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의 거대한 흐름 앞에 육체와 정신이 무너져내리는 와중에도, 단 한 순간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최후의 결계를 쳐내고 쓰러진 아이.


"미스틸테인! 쓰러지지 마! 같이 갈 수 있어!"

"아, 아니에요! 다들 빨리 도망쳐야해요! 여기는 제가 맡을 수 있어요. 차원종을 없애는 건... 제 사명이란 말이에요!"

"그까짓 사명에 네 소중한 목숨을 바치지 마! 다른 사람들은 어찌됐던 넌 끝까지 그 사명만 바라봐야하는거야? 왜?!"

"......"

"미스틸!"

"세하 형, 그동안 고마웠어요. 전 지금까지 차원종들을 사냥하면서 사람들을 지켜온 순간들이 너무 행복했어요. 제 사명을 지켜왔다구요! 이제 와서 다른 사람들을 버리고 제가 여길 도망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위험해질걸 미스틸은 알고 있어요! 전 마지막까지 싸울거에요. 차원종을 남김없이 사냥해서 사람들을 지켜낼거라구요!"

"미스틸! 그건 네가 돌아와서도 우리가 힘을 합쳐서 해낼 수 있는 일이야! 지금은...!!"

"이세하, 그만 둬."

"아저씨! 저 아일 왜 저렇게 내버려둬야하는데요?! 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요!"


'퍽', 제이의 가슴팍을 강하게 내리치는 세하다. 지하 연구소 플레인게이트, 차원의 간극이 무너져내린 공간. 그리고, 사명의 끝에 닿은 한 소년의 행복한 목소리가 울리는, 잔인한 운명의 종착지.


"나도... 정말... 받아들이고... 싶지 않단 말이다 이세하!!!"


'퍽', 이번엔 제이가 세하를 벽으로 밀쳐낸다. 이 광경을 보고 있는 슬비와 유리는 얼어붙은 채 그저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슬비는 미스틸의 방향을 쳐다**도 못한 채 경기를 일으키며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잘 들어, 지금 이 차원의 간극이 무너지는 순간, 이 연구소와 건물, 신서울은 물론이고 세상이 무너져! 나라고 저 꼬맹이가 저러고 있는 걸 방치하고 싶은 줄 아는거냐?!"

"그러면 왜요! 왜 저 아이여야만 하는건데요!"

"...저 아이일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왜요! 왜 미스틸이 저렇게 돼야만 하는거에요!!"

"...지금은 받아들여줘. 나도 미칠 것 같단 말이야! 네가 18년 전의 그 날을 알지 못한다면! 제발 그만! 그만 좀 애처럼 굴고 제발 좀 받아들여달란 말이야!!"


제이가 무릎을 꿇는다. 버틸 수 없는 아픔이 가슴팍을 찌르고 들어온다. 이 아픔, 평생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그 아픔이 다시금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세하가 벽에 기대 쓰러지듯 서서 미스틸을 쳐다본다. 이미 미스틸의 몸은 천천히 분해되듯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몸 속에 잠자고 있던 가공할 힘이 차원의 간극을 서서히 메워가고 있었다.

한 아이의 무너짐이, 세상의 기둥이 되었다. 그리고, 아이는 웃었다. 세상 어느 누구도 지을 수 없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최후는 다시 미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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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정신이 아찔해진 세하가 비틀거린다. 갑작스럽게 쓰러지려던 찰나


"이세하."


느닷없는 부름에 놀라 엉거주춤 자세를 바로잡은 세하의 뒤엔... 세상 모든 걸 잃어버리고 마지막만을 기다리는 듯한 얼굴의... 제이가 있었다.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와."


부름에 이끌리듯 이세하의 발걸음이 움직였다. 그리고 잠시, 다리에 힘이 풀린 세하가 풀썩 쓰러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고통에 가득찬 절규가 하늘에 울렸다. 성창의 밝은 빛이 꺼지던 그 순간이 기억을 헤집고, 거역할 수 없는 아픔으로 세하의 가슴팍에 꽂혔다.


제이는 하늘을 봤다. 석양의 끝에, 밝고 찬란한 눈망울들이 가득했을 뿐이었다.




플레인게이트의 붕괴, 그리고 사명의 종착역 - 미스틸테인

2024-10-24 22:26:3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