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1 쓰레기섬 8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DianBurned 2021-03-09 1
24년 개정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10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11화 이름(상)
10화
"아.....아아....."
"진정해, 아라야. 섬의 주인이라니.... 그딴 게 정말 있을 리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떨고 있는 아라를 진정시키던 중, 곁에 다가온 한기남이 레이더를 보여주며 말했다.
"실제로 레이더에 고위상력이 감지됐습니다. 뭔가 터무니없는 차원종이 눈을 뜬 거 같습니다."
"주민들이 탈출하려는 걸 관리자가 눈치채서 뭔가 수를 쓴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가시게.... 일단 아라부터 저쪽에 보내야겠어."
"안 그래도 반금련 씨가 서둘러 차에 시동을 걸러 갔습니다. 문제는 왔던 길목이 다시 차원종에 막혀있을 겁니다. 그것 부터 우선으로 처리해주시겠습니까?"
"일단 그럴게요.. 근데 아재는요? 여기 남아 있을거예요?"
"저는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일단....섬의 주인은 저쪽의 위상능력자분들께 맡겨야 할 거 같습니다."
"만약에 저희까지 섬의 주인에 집중한다면 관리자는 그 틈을 노려 주민들에게 해를 가할 겁니다. 그러니 저희는 관리자를 견제해야죠."
"알았어. 그 전에 차원종들, 그건 여기서 해결할 수도 있을거에요. 아재, 혹시 섬 지도 같은거 있어요? 전부까진 아니더라도 저 차 다니는 길목 간략하게 적은 거라도."
"있기는 합니다. 잠시만요........ 네, 여기 있습니다."
한기남이 짐들 속에서 꾸깃한 종이를 꺼내 건내주었다.
"길목에 누구 나와있는 사람 없죠?"
"네. 저쪽에 계신 주민분들과 위상능력자 분들도 섬을 나갈 준비로 분주하시니, 차원종들 외엔 없을 겁니다."
"좋아요. 헷갈릴 일은 없어서 다행이네요."
묵묵히 지도와 길목 상황을 확인하곤, 허리띠에 걸려있던 탈을 풀어 착용하기 시작했다.
"뭘... 하시려는 겁니까? 게다가 갑자기 탈은 왜 쓰십니까?"
"이래야 집중력을 한계까지 높일 수 있거든요...매핑 시작."
싸륵..... 슈르르륵------
자온의 발 밑으로 붉은 실이 마치 거미줄을 치듯 촘촘하고 얇게 길목을 향해 뻗으며 깔리기 시작하자, 그 방향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이건....?"
비단같이 하늘거리던 자온의 붉은 빛의 위상력이 활시위로 모여들어 응집되는 순간, 활시위를 놓았다.
"....결전기 : 두번째 활, 후회"
투웅---------
....
끼에에엑!!!!
샤악!!!!
끄에에엑!!
끼이이이익익!!!!
응집된 빛이 세 개의 화살이 되어 쏘아졌다. 마치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처럼 유연하게 굽이치는 화살이 길목을 향해 날아가더니, 이내 길목에서 차원종들의 단달마가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궤도를 미리 입력시켜 상대를 추적하는 그 화살들은 한 단말마가 끝나면 이어서 다른 단말마를 일으켰고, 그 단말마가 끝나면 또 다른 비명만이 울려퍼트리며 길목의 모든 차원종을 처치했다..
몇분 되었을까, 길목 쪽에서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걸 확인한 자온 탈을 풀어헤쳤다.
"후우우..... 됐다."
극도로 집중한 탓인지 탈을 벗은 얼굴에서 구슬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땀을 슬쩍 훔쳐내며 말했다.
"좀 강한 개체들이 남긴 했는데, 못 움직일 정도로 짓이겨 놨으니까 저쪽까지 가는 동안 문제 없을 꺼예요."
"길목에 있던 차원종을 모두 처리하셨다고요? 아, 아니. 방금 그 기술은 뭡니까? 제자리에서 상대만을 정확히 추적하는 기술이라니.... 그런 건 처음 봤습니다."
"자동으로 추적하는게 아니예요. 미리 계산해둔 궤도를 화살에 입력시켜서 쏘는 기술이죠."
"상대의 위치랑 움직임을 예측하고 계산해야 쓸만하지만... 이 정도 짧은 거리는 이렇게 펼쳐둔 실로 위치만 파악하면 저격 가능하죠. 게다가....여기 차원종들은 다 독에 중독된 탓에 움직임 예측이 쉬웠고요...... 어라?"
갑자기 휘청거리며 쓰러질 뻔한 자온을 한기남이 급히 받쳐주었다.
"어이쿠, 괜찮으십니까?"
"고, 고마워요, 아재. 탈을 오랜만에 쓴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어지럽지....?"
"그 탈이 무슨 특별한 장비 같은 겁니까?"
"...별거는 아니예요. 그저 집중을 극대화 시켜주는 루틴 같은 거라서요. 일단은... 아라부터 보내주시겠어요? 이거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그러죠. 아라부터 보내주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사정이 있음을 어렴풋이 눈치채곤 한기남은 반금련의 차에 다가가 아라를 보낼 준비를 했다.
"계속 어지럽네.... 잠깐만 쉴까."
어지럼증이 계속되자 자온은 비틀비틀 걸어가 은하와 루시가 쉬고 있는 천막에 들어갔다.
"여어. 둘 다 좀 괜찮아?"
"뭐래, 시간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이게 형씨 눈에 괜찮아 보여요?"
"타박할 힘 있는 거 보니까 괜찮은가 보네."
"...이거 다 나으면 꼭 형씨한테 칼침 놔 버릴 거예요."
"해보던가. 얌전히 맞아줄지는 모르겠지만."
"으, 은하 씨.그만 하세요. 좀 무서워요. 자온 씨, 당신도 그만하시고요."
서로 놀리다가 싸울 기색으로 변질되자, 루시가 서둘러 두 사람을 만류했다.
"그나저나, 너 괜찮아? 아까 전만 해도 비틀거리더니, 갑자기 힘이 넘치질 않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 얘기는 말하긴 좀 곤란하지만 이건 말할 수 있어요. 지금은 이상 없이 멀쩡해요."
".....그래. 억지로 묻진 않을테니까 말하고 싶은 때 말해."
"....그럴게요."
"근데 아까까지 지진 나고 나서 밖이 소란스럽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간단하게 설명한다."
지진과 함께 갑작스레 출현한 섬의 주인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행보 등을 간략히 설명했다.
"......대충 여기까지 인데, 질문 있는 사람."
"그, 저쪽의 심부름꾼들.. 믿을 수 있을까요?"
"너, 그 김철수인가, 그 사람 때문이지? 네 소중한 걸 앗아간 사람이라고 했지?"
"네. 기억을 잃고 아이들에게 친절히 대한다 하지만 그래도..."
"나가면, 그 때 만나보자고. 네가 만나고 판단해. 불편할지라도 직접 만나보는 게 나을테니까."
"그럼 그 문젠 나중으로 미루고, 그 빚쟁이 놈 어떻게 할 거예요? 눈만 마주쳐도 환각에 걸리는데."
"나는 나대로 대처해 볼 거지만 한데 완벽하진 않아서 걱정인데...."
"하핫, 그래서 제가 생각해 놓은 게 있죠."
아라를 보내고 돌아온 한기남이 대화를 들었는지 끼어들었다.
"아재." "한기남씨!" "아저씨."
"제가 주민들을 위해 만들던 것이 있습니다. 그거면 관리자한테도 먹힐 겁니다."
"뭔데 그래요?"
"하핫. 곧 알게 될 겁니다. 마지막 미세 조정에 시간이 좀 걸리니 잠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해볼까요?"
"굳이 지금?"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마감 작업이 아직 안 끝났습니다. 노심의 안정성 체크에 대충 10분 정도는 걸릴 겁니다. 그때까진 기다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저나 노심이 차원종에게 공격 당하면 큰일 아닙니까? 그러니 잠깐 저를 지켜주시는 김에 잠깐 잡담이나 나누시죠."
나무 상자에 걸터 앉으며 가볍게 웃는 한기남의 모습은, 어딘가 후련해 보이는 듯 밝아보였다.
".....아재. 뭔가 처음 봤을 때보다 밝아진거 같은데?"
"맞아요. 처음 뵙을 때 보다 밝아지셨어요!"
"아저씨 원래 그런 성격이였어요?"
"하핫, 그런 셈이죠. 생각해보니 이렇게 밑바닥에 떨어졌던게 한두 번이 아니였는데 너무 침울해져 있던 거 같습니다."
한기남이 얘기를 이어갔다.
"특경대에서 눈을 다쳐 나오고, 다시 바득바득 기어올라 장사꾼이자 기술자로 제 2의 인생을 살다 밑바닥으로 굴러 떨어졌고요."
"그러고 보니 빚이 있다고 했나? 장사하다 망한거예요?"
"기업에 있다 독립하고 1년만에 망한 셈이죠. 예전에 몸 담던 기업이 각종 비리와 모략에 연루되어 그 곳에 몸 담는 것이 싫어졌었죠."
"다른 사원들은 문제가 아니였습니다. 오히려 그 사람들은 그런 회사를 바꾸려 노력해서 지금은 나아졌다고 합니다."
"어쨌든 그 때의 저는 좀 엉뚱한 이상주의를 가졌던 탓인지 처음부터 모든 게 투명한 기업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불가능하단 걸 알면서도요."
"결국, 일이 어려워지자 더러운 일에 손 대게 됐죠. 빚을 지고 이 섬에 들어오게 됐고요."
"힘들어서 도망치고 최후를 맞이하려 이 섬에 오긴했지만 탈출하려는 사람들과 살려고 하는 희망이를 보니...."
"저는, 뒤늦게 마나 이 섬의 사람들을 구해주고 싶어서 온 거였습니다. 이걸 깨닫는 것도 늦어서 오랜 시간을 허비했지만..."
"이런걸 깨닫게 해준 것은 은하씨, 그리고 루시양. 이 두 분 덕이 컸죠. 정말로...고맙습니다."
"나는...?"
자신만 쏙 빠져서 약간 서운했던 걸까, 애잔함과 약간의 원망이 섞인 눈빛으로 한기남을 쳐다봤다.
"....풋."
"자, 자온 씨는 따로 감사드려야죠. 우연히 이곳에 온 건데도 저희를 도와주셨으니까요."
"흠흠. 어쨌든 저는 섬의 사람들을 탈출시키는 일에 협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사람들과 함께 이 섬을 나가겠습니다."
"괜찮겠어요? 나가면 사채업자들이 아저씨 쫓아다닐 거라면서요?"
"그렇겠죠. 하지만..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 지옥 같은 섬을 만들고 사람들을 집어넣은 종교 단체... 그들을 찾아내는 일을요."
"어차피 죽으려던 목숨. 섬 사람들을 위해 쓸 겁니다. 이런 곳이 다시는 존재하지 않도록 그들을 행보를 쫓을겁니다."
"....아재. 혹시 그럴거면 혹시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나, 종교단체에 볼 일이 상당히 많이 있거든요."
"지, 진심입니까? 종교 단체의 관련자들은 관리자만큼 위험할 지도 모릅니다! 죽을 지도 몰라요!"
"그 놈들이랑 싸우러 온 건데요 뭘. 나는 물론이고 아재 하나 충분히 지킬 수 있을 힘은 있으니까 걱정 말고요. 그 놈들의 마지막 뿌리 한 가닥마저 뽑을 때까지, 같이 가요."
"그리고.....여기 온 지 얼마 안 되서 이것 저것 알려줄 사람도 필요하니까.... 길 안내 좀 부탁할게요, 아재."
"뭐...아저씨 괴롭히는 사채업자들은 나랑 같이 다니면 들 괴롭힐 거니까.... 나도 같이 해요. 그 사업."
"저도 같이 가요! 제 본체를 되찾아야 하는 건 물론이고, 나쁜 사람들을 처단하고 각자 바라는 것을 위해!"
교단을 쫓기 위한 의지에 세 사람이 동조하며 합류 의사를 밝혔다.
"자온 씨, 은하 씨, 루시 양..."
"핫핫....알겠습니다. 만일 이 섬에서 빠져나가면...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세 분."
삐빅 삐빅
".....어이쿠, 체크가 끝났군요. 보자....이 정도면 가능할 것 같군요. 좋습니다. 이제 실제 적용만이 남았군요."
최종 체크가 끝난 기기에서 노심을 따로 빼내며 말했다.
"이제 공터에 있는 그것에, 이 노심을 설치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 일도 시간이 좀 걸립니다. 제가 준비 좀 할 테니, 저를 지켜주십시오."
"걱정마요, 아재. 차원종 발끝도 못 보게 될 테니. 야, 은하, 루시. 너흰 좀 더 쉬어. 내가 지키고 있을게."
"각자가 넓게 지키는 게 좋지 않을까요? 어디서 뭐가 접근해 올지 모르잖아요"
"걱정 마. 전에 널 지켜줬던 그 칼날을 쓸 거니까...와라, 두번째 칼날, 영역. 최대 범위 전개."
구현된 원형의 칼날이 빠르게 공전하더니 산들바람과 함께 펼쳐졌다. 칼날을 펼치던 자온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한다.
"....기분 탓이 아니였나. 최대치가 겨우 이거라니. 이 쪽으로 오면서 제한이 생겼나."
"무슨 문제 있어요, 형씨? 표정이 썩어가는데."
"좀 있네... 그래도 아재 지키는덴 큰 지장은 없어."
"뭐. 문제 없으면 말고요."
"그럼 저는 한기남씨 근처에서 있을게요. 혹시 모르니까요."
"그러면 차라리 아재 옆에 딱 붙어서 쉬고 있어. 내가 뚫리면 네가 막으면 되고, 문제 없으면 그대로 쉬면 되니까."
"네. 알겠어요."
방침이 결정되자 루시와 자온이 한기남을 호위하며 섬의 공터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힘의 방출량이 너무 낮아. 기분 탓이 아닌 거 같은데..."
"진정해, 아라야. 섬의 주인이라니.... 그딴 게 정말 있을 리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떨고 있는 아라를 진정시키던 중, 곁에 다가온 한기남이 레이더를 보여주며 말했다.
"실제로 레이더에 고위상력이 감지됐습니다. 뭔가 터무니없는 차원종이 눈을 뜬 거 같습니다."
"주민들이 탈출하려는 걸 관리자가 눈치채서 뭔가 수를 쓴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가시게.... 일단 아라부터 저쪽에 보내야겠어."
"안 그래도 반금련 씨가 서둘러 차에 시동을 걸러 갔습니다. 문제는 왔던 길목이 다시 차원종에 막혀있을 겁니다. 그것 부터 우선으로 처리해주시겠습니까?"
"일단 그럴게요.. 근데 아재는요? 여기 남아 있을거예요?"
"저는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일단....섬의 주인은 저쪽의 위상능력자분들께 맡겨야 할 거 같습니다."
"만약에 저희까지 섬의 주인에 집중한다면 관리자는 그 틈을 노려 주민들에게 해를 가할 겁니다. 그러니 저희는 관리자를 견제해야죠."
"알았어. 그 전에 차원종들, 그건 여기서 해결할 수도 있을거에요. 아재, 혹시 섬 지도 같은거 있어요? 전부까진 아니더라도 저 차 다니는 길목 간략하게 적은 거라도."
"있기는 합니다. 잠시만요........ 네, 여기 있습니다."
한기남이 짐들 속에서 꾸깃한 종이를 꺼내 건내주었다.
"길목에 누구 나와있는 사람 없죠?"
"네. 저쪽에 계신 주민분들과 위상능력자 분들도 섬을 나갈 준비로 분주하시니, 차원종들 외엔 없을 겁니다."
"좋아요. 헷갈릴 일은 없어서 다행이네요."
묵묵히 지도와 길목 상황을 확인하곤, 허리띠에 걸려있던 탈을 풀어 착용하기 시작했다.
"뭘... 하시려는 겁니까? 게다가 갑자기 탈은 왜 쓰십니까?"
"이래야 집중력을 한계까지 높일 수 있거든요...매핑 시작."
싸륵..... 슈르르륵------
자온의 발 밑으로 붉은 실이 마치 거미줄을 치듯 촘촘하고 얇게 길목을 향해 뻗으며 깔리기 시작하자, 그 방향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이건....?"
비단같이 하늘거리던 자온의 붉은 빛의 위상력이 활시위로 모여들어 응집되는 순간, 활시위를 놓았다.
"....결전기 : 두번째 활, 후회"
투웅---------
....
끼에에엑!!!!
샤악!!!!
끄에에엑!!
끼이이이익익!!!!
응집된 빛이 세 개의 화살이 되어 쏘아졌다. 마치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처럼 유연하게 굽이치는 화살이 길목을 향해 날아가더니, 이내 길목에서 차원종들의 단달마가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궤도를 미리 입력시켜 상대를 추적하는 그 화살들은 한 단말마가 끝나면 이어서 다른 단말마를 일으켰고, 그 단말마가 끝나면 또 다른 비명만이 울려퍼트리며 길목의 모든 차원종을 처치했다..
몇분 되었을까, 길목 쪽에서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걸 확인한 자온 탈을 풀어헤쳤다.
"후우우..... 됐다."
극도로 집중한 탓인지 탈을 벗은 얼굴에서 구슬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땀을 슬쩍 훔쳐내며 말했다.
"좀 강한 개체들이 남긴 했는데, 못 움직일 정도로 짓이겨 놨으니까 저쪽까지 가는 동안 문제 없을 꺼예요."
"길목에 있던 차원종을 모두 처리하셨다고요? 아, 아니. 방금 그 기술은 뭡니까? 제자리에서 상대만을 정확히 추적하는 기술이라니.... 그런 건 처음 봤습니다."
"자동으로 추적하는게 아니예요. 미리 계산해둔 궤도를 화살에 입력시켜서 쏘는 기술이죠."
"상대의 위치랑 움직임을 예측하고 계산해야 쓸만하지만... 이 정도 짧은 거리는 이렇게 펼쳐둔 실로 위치만 파악하면 저격 가능하죠. 게다가....여기 차원종들은 다 독에 중독된 탓에 움직임 예측이 쉬웠고요...... 어라?"
갑자기 휘청거리며 쓰러질 뻔한 자온을 한기남이 급히 받쳐주었다.
"어이쿠, 괜찮으십니까?"
"고, 고마워요, 아재. 탈을 오랜만에 쓴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어지럽지....?"
"그 탈이 무슨 특별한 장비 같은 겁니까?"
"...별거는 아니예요. 그저 집중을 극대화 시켜주는 루틴 같은 거라서요. 일단은... 아라부터 보내주시겠어요? 이거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그러죠. 아라부터 보내주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사정이 있음을 어렴풋이 눈치채곤 한기남은 반금련의 차에 다가가 아라를 보낼 준비를 했다.
"계속 어지럽네.... 잠깐만 쉴까."
어지럼증이 계속되자 자온은 비틀비틀 걸어가 은하와 루시가 쉬고 있는 천막에 들어갔다.
"여어. 둘 다 좀 괜찮아?"
"뭐래, 시간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이게 형씨 눈에 괜찮아 보여요?"
"타박할 힘 있는 거 보니까 괜찮은가 보네."
"...이거 다 나으면 꼭 형씨한테 칼침 놔 버릴 거예요."
"해보던가. 얌전히 맞아줄지는 모르겠지만."
"으, 은하 씨.그만 하세요. 좀 무서워요. 자온 씨, 당신도 그만하시고요."
서로 놀리다가 싸울 기색으로 변질되자, 루시가 서둘러 두 사람을 만류했다.
"그나저나, 너 괜찮아? 아까 전만 해도 비틀거리더니, 갑자기 힘이 넘치질 않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 얘기는 말하긴 좀 곤란하지만 이건 말할 수 있어요. 지금은 이상 없이 멀쩡해요."
".....그래. 억지로 묻진 않을테니까 말하고 싶은 때 말해."
"....그럴게요."
"근데 아까까지 지진 나고 나서 밖이 소란스럽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간단하게 설명한다."
지진과 함께 갑작스레 출현한 섬의 주인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행보 등을 간략히 설명했다.
"......대충 여기까지 인데, 질문 있는 사람."
"그, 저쪽의 심부름꾼들.. 믿을 수 있을까요?"
"너, 그 김철수인가, 그 사람 때문이지? 네 소중한 걸 앗아간 사람이라고 했지?"
"네. 기억을 잃고 아이들에게 친절히 대한다 하지만 그래도..."
"나가면, 그 때 만나보자고. 네가 만나고 판단해. 불편할지라도 직접 만나보는 게 나을테니까."
"그럼 그 문젠 나중으로 미루고, 그 빚쟁이 놈 어떻게 할 거예요? 눈만 마주쳐도 환각에 걸리는데."
"나는 나대로 대처해 볼 거지만 한데 완벽하진 않아서 걱정인데...."
"하핫, 그래서 제가 생각해 놓은 게 있죠."
아라를 보내고 돌아온 한기남이 대화를 들었는지 끼어들었다.
"아재." "한기남씨!" "아저씨."
"제가 주민들을 위해 만들던 것이 있습니다. 그거면 관리자한테도 먹힐 겁니다."
"뭔데 그래요?"
"하핫. 곧 알게 될 겁니다. 마지막 미세 조정에 시간이 좀 걸리니 잠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해볼까요?"
"굳이 지금?"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마감 작업이 아직 안 끝났습니다. 노심의 안정성 체크에 대충 10분 정도는 걸릴 겁니다. 그때까진 기다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저나 노심이 차원종에게 공격 당하면 큰일 아닙니까? 그러니 잠깐 저를 지켜주시는 김에 잠깐 잡담이나 나누시죠."
나무 상자에 걸터 앉으며 가볍게 웃는 한기남의 모습은, 어딘가 후련해 보이는 듯 밝아보였다.
".....아재. 뭔가 처음 봤을 때보다 밝아진거 같은데?"
"맞아요. 처음 뵙을 때 보다 밝아지셨어요!"
"아저씨 원래 그런 성격이였어요?"
"하핫, 그런 셈이죠. 생각해보니 이렇게 밑바닥에 떨어졌던게 한두 번이 아니였는데 너무 침울해져 있던 거 같습니다."
한기남이 얘기를 이어갔다.
"특경대에서 눈을 다쳐 나오고, 다시 바득바득 기어올라 장사꾼이자 기술자로 제 2의 인생을 살다 밑바닥으로 굴러 떨어졌고요."
"그러고 보니 빚이 있다고 했나? 장사하다 망한거예요?"
"기업에 있다 독립하고 1년만에 망한 셈이죠. 예전에 몸 담던 기업이 각종 비리와 모략에 연루되어 그 곳에 몸 담는 것이 싫어졌었죠."
"다른 사원들은 문제가 아니였습니다. 오히려 그 사람들은 그런 회사를 바꾸려 노력해서 지금은 나아졌다고 합니다."
"어쨌든 그 때의 저는 좀 엉뚱한 이상주의를 가졌던 탓인지 처음부터 모든 게 투명한 기업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불가능하단 걸 알면서도요."
"결국, 일이 어려워지자 더러운 일에 손 대게 됐죠. 빚을 지고 이 섬에 들어오게 됐고요."
"힘들어서 도망치고 최후를 맞이하려 이 섬에 오긴했지만 탈출하려는 사람들과 살려고 하는 희망이를 보니...."
"저는, 뒤늦게 마나 이 섬의 사람들을 구해주고 싶어서 온 거였습니다. 이걸 깨닫는 것도 늦어서 오랜 시간을 허비했지만..."
"이런걸 깨닫게 해준 것은 은하씨, 그리고 루시양. 이 두 분 덕이 컸죠. 정말로...고맙습니다."
"나는...?"
자신만 쏙 빠져서 약간 서운했던 걸까, 애잔함과 약간의 원망이 섞인 눈빛으로 한기남을 쳐다봤다.
"....풋."
"자, 자온 씨는 따로 감사드려야죠. 우연히 이곳에 온 건데도 저희를 도와주셨으니까요."
"흠흠. 어쨌든 저는 섬의 사람들을 탈출시키는 일에 협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사람들과 함께 이 섬을 나가겠습니다."
"괜찮겠어요? 나가면 사채업자들이 아저씨 쫓아다닐 거라면서요?"
"그렇겠죠. 하지만..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 지옥 같은 섬을 만들고 사람들을 집어넣은 종교 단체... 그들을 찾아내는 일을요."
"어차피 죽으려던 목숨. 섬 사람들을 위해 쓸 겁니다. 이런 곳이 다시는 존재하지 않도록 그들을 행보를 쫓을겁니다."
"....아재. 혹시 그럴거면 혹시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나, 종교단체에 볼 일이 상당히 많이 있거든요."
"지, 진심입니까? 종교 단체의 관련자들은 관리자만큼 위험할 지도 모릅니다! 죽을 지도 몰라요!"
"그 놈들이랑 싸우러 온 건데요 뭘. 나는 물론이고 아재 하나 충분히 지킬 수 있을 힘은 있으니까 걱정 말고요. 그 놈들의 마지막 뿌리 한 가닥마저 뽑을 때까지, 같이 가요."
"그리고.....여기 온 지 얼마 안 되서 이것 저것 알려줄 사람도 필요하니까.... 길 안내 좀 부탁할게요, 아재."
"뭐...아저씨 괴롭히는 사채업자들은 나랑 같이 다니면 들 괴롭힐 거니까.... 나도 같이 해요. 그 사업."
"저도 같이 가요! 제 본체를 되찾아야 하는 건 물론이고, 나쁜 사람들을 처단하고 각자 바라는 것을 위해!"
교단을 쫓기 위한 의지에 세 사람이 동조하며 합류 의사를 밝혔다.
"자온 씨, 은하 씨, 루시 양..."
"핫핫....알겠습니다. 만일 이 섬에서 빠져나가면...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세 분."
삐빅 삐빅
".....어이쿠, 체크가 끝났군요. 보자....이 정도면 가능할 것 같군요. 좋습니다. 이제 실제 적용만이 남았군요."
최종 체크가 끝난 기기에서 노심을 따로 빼내며 말했다.
"이제 공터에 있는 그것에, 이 노심을 설치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 일도 시간이 좀 걸립니다. 제가 준비 좀 할 테니, 저를 지켜주십시오."
"걱정마요, 아재. 차원종 발끝도 못 보게 될 테니. 야, 은하, 루시. 너흰 좀 더 쉬어. 내가 지키고 있을게."
"각자가 넓게 지키는 게 좋지 않을까요? 어디서 뭐가 접근해 올지 모르잖아요"
"걱정 마. 전에 널 지켜줬던 그 칼날을 쓸 거니까...와라, 두번째 칼날, 영역. 최대 범위 전개."
구현된 원형의 칼날이 빠르게 공전하더니 산들바람과 함께 펼쳐졌다. 칼날을 펼치던 자온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한다.
"....기분 탓이 아니였나. 최대치가 겨우 이거라니. 이 쪽으로 오면서 제한이 생겼나."
"무슨 문제 있어요, 형씨? 표정이 썩어가는데."
"좀 있네... 그래도 아재 지키는덴 큰 지장은 없어."
"뭐. 문제 없으면 말고요."
"그럼 저는 한기남씨 근처에서 있을게요. 혹시 모르니까요."
"그러면 차라리 아재 옆에 딱 붙어서 쉬고 있어. 내가 뚫리면 네가 막으면 되고, 문제 없으면 그대로 쉬면 되니까."
"네. 알겠어요."
방침이 결정되자 루시와 자온이 한기남을 호위하며 섬의 공터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힘의 방출량이 너무 낮아. 기분 탓이 아닌 거 같은데..."
11화 이름(상)
"어라? 너희들 아직 이 섬에 있었네? 하긴. 내가 안 태워줬으니 당연하긴 하겠지만."
노심의 설치가 끝나고 마을로 돌아오니, 어느새 돌아온 반금련이 은화와 대화를 나누다 그들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받아야 할 빚이 있으니까요."
"은하 말대로 할 일이 있으니까요. 그것도 그거지만 길이라던지 지리 아는 게 없어서... 그래서 말인데요.... 여기.... 나가는 길 잘 아시나요?"
"응? 나야 여기에 일 튼지 제법 됐으니 길 정도는 당연히 잘 알지. 멀쩡해 보이는 얘가 이상한 소리를 하네."
"이 형씨, 길 잃어서 왔다잖아요. 우리가 이해해야죠."
"....."
은하가 자신을 보며 비웃었지만, 정작 맞는 말이라 아무 말도 하지 못 한채 얼굴을 붉혔다.
"겉만 멀쩡해 보이는 거였구나. 아. 그나저나, 일이 이상하게 됐어. 모처럼 탈출 계획을 세웠는데 말이야."
무언가 자신을 디스하는 말이 훅 들어와 고개를 들어 반금련을 보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무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섬의 주인인지 뭐니 하는 고위급 차원종이 나왔다면서? 이러다 나까지 말려들어서 당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걱정 마세요. 저희가 지켜드릴 테니까요."
루시가 자신만만하게 나서며 말했다.
"꼬마 주제에 자신만만하게 말하네. 난 됐으니까, 나가있는 녀석들이나 좀 도와주지 그래?"
"섬의 주인이란 녀석이 스카이워크 쪽에 진을 치고 있어서 그 녀석을 어떻게 해보겠다면서, 미래랑 김철수라는 녀석들이 나갔는데 말이야."
"뭐 그러곤 싶었는데 우리는 할 일이 있어서 말이죠. 그죠, 아재?"
"핫핫, 그렇고 말고요."
"너희는? 준비 됐어?"
"뭐, 그럭저럭."
"네! 준비 됐어요!"
"그 전에 잠시만요. 5분만 기다려 주시죠. 장치의 준비가 끝날 테니. 5분 뒤에, 섬의 관리자를 몰아붙여 주세요. 제가 설치한 장치 쪽으로요."
"섬의 다른 그룹은 모든 신경을 섬의 주인에게 쏟고 있으니, 교활한 관리자라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죠. 모든 전력이 빈 무력한 아이들을 인질로 삼으면 모든 게 무산될 테니까요."
"그렇게 안 둘 거예요. 내가 그 빚쟁이 녀석을 막을거니까."
"우리가 막는거지. 그나저나 그 놈 죽이면 안 되겠지?"
"일단 빚 받아내야 하고, 금발은 본체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면 살려는 둬야지 않겠어요?"
"쯧.... 하긴. 그 놈들 박멸하려면 일단 위치부터 알아야겠지... 아깝네."
"자온 씨는 그들에게 무엇을 빼앗기신 건가요? 당신도 저만큼, 때론 그 이상으로 화가 나 보이시거든요."
자온은 잠시 눈을 감더니, 천천히 대답하였다.
"....나의 빛, 나의 태양, 나의 모든 것이였던 분과의 시간. 그 녀석들에게 반절을 빼앗겼어."
"반절이요? 그러면 나머지 반은....?"
"그건 나중에....그래. 나중에....아재, 아직 멀었어요?"
공허하고도 슬픈 눈빛을 고개를 가볍게 저어 흩트려 놓곤 상황 진척을 물었다.
"10초 남았습니다. 타이머는 계속 보고 있었다고요."
"그리고 이제....됐습니다. 정시예요. 그럼 움직여 주세요. 가서 섬의 관리자와 결판을 짓는 겁니다."
"좋아......! 가자고."
"빚을 받으러, 빚을 갚으러 가죠."
"가요. 관리자를 쓰러뜨리고 다 같이 밖으로 나가요!"
한기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 사람이 동시에 일어나 지정한 장소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노심의 설치가 끝나고 마을로 돌아오니, 어느새 돌아온 반금련이 은화와 대화를 나누다 그들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받아야 할 빚이 있으니까요."
"은하 말대로 할 일이 있으니까요. 그것도 그거지만 길이라던지 지리 아는 게 없어서... 그래서 말인데요.... 여기.... 나가는 길 잘 아시나요?"
"응? 나야 여기에 일 튼지 제법 됐으니 길 정도는 당연히 잘 알지. 멀쩡해 보이는 얘가 이상한 소리를 하네."
"이 형씨, 길 잃어서 왔다잖아요. 우리가 이해해야죠."
"....."
은하가 자신을 보며 비웃었지만, 정작 맞는 말이라 아무 말도 하지 못 한채 얼굴을 붉혔다.
"겉만 멀쩡해 보이는 거였구나. 아. 그나저나, 일이 이상하게 됐어. 모처럼 탈출 계획을 세웠는데 말이야."
무언가 자신을 디스하는 말이 훅 들어와 고개를 들어 반금련을 보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무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섬의 주인인지 뭐니 하는 고위급 차원종이 나왔다면서? 이러다 나까지 말려들어서 당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걱정 마세요. 저희가 지켜드릴 테니까요."
루시가 자신만만하게 나서며 말했다.
"꼬마 주제에 자신만만하게 말하네. 난 됐으니까, 나가있는 녀석들이나 좀 도와주지 그래?"
"섬의 주인이란 녀석이 스카이워크 쪽에 진을 치고 있어서 그 녀석을 어떻게 해보겠다면서, 미래랑 김철수라는 녀석들이 나갔는데 말이야."
"뭐 그러곤 싶었는데 우리는 할 일이 있어서 말이죠. 그죠, 아재?"
"핫핫, 그렇고 말고요."
"너희는? 준비 됐어?"
"뭐, 그럭저럭."
"네! 준비 됐어요!"
"그 전에 잠시만요. 5분만 기다려 주시죠. 장치의 준비가 끝날 테니. 5분 뒤에, 섬의 관리자를 몰아붙여 주세요. 제가 설치한 장치 쪽으로요."
"섬의 다른 그룹은 모든 신경을 섬의 주인에게 쏟고 있으니, 교활한 관리자라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죠. 모든 전력이 빈 무력한 아이들을 인질로 삼으면 모든 게 무산될 테니까요."
"그렇게 안 둘 거예요. 내가 그 빚쟁이 녀석을 막을거니까."
"우리가 막는거지. 그나저나 그 놈 죽이면 안 되겠지?"
"일단 빚 받아내야 하고, 금발은 본체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면 살려는 둬야지 않겠어요?"
"쯧.... 하긴. 그 놈들 박멸하려면 일단 위치부터 알아야겠지... 아깝네."
"자온 씨는 그들에게 무엇을 빼앗기신 건가요? 당신도 저만큼, 때론 그 이상으로 화가 나 보이시거든요."
자온은 잠시 눈을 감더니, 천천히 대답하였다.
"....나의 빛, 나의 태양, 나의 모든 것이였던 분과의 시간. 그 녀석들에게 반절을 빼앗겼어."
"반절이요? 그러면 나머지 반은....?"
"그건 나중에....그래. 나중에....아재, 아직 멀었어요?"
공허하고도 슬픈 눈빛을 고개를 가볍게 저어 흩트려 놓곤 상황 진척을 물었다.
"10초 남았습니다. 타이머는 계속 보고 있었다고요."
"그리고 이제....됐습니다. 정시예요. 그럼 움직여 주세요. 가서 섬의 관리자와 결판을 짓는 겁니다."
"좋아......! 가자고."
"빚을 받으러, 빚을 갚으러 가죠."
"가요. 관리자를 쓰러뜨리고 다 같이 밖으로 나가요!"
한기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 사람이 동시에 일어나 지정한 장소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도착하셨습니까? 그럼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우리 추측대로면 관리자는 섬의 일반 주민들을 노릴 겁니다. 위상능력자들이 나가서 텅 빈 지금, 관리자가 나선다면, 그들은 손도 못 쓰고 당하겠죠. 우리가 막아야 합니다. 반드시요."
장치를 설치한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도착하자, 한기남이 통신을 통해 다시 한번 작전을 설명해 주었다.
"그 길목의 차원종을 처리하고 계세요. 섬의 관리자는 반드시 올 겁니다. 저도 숨어서...장치의 발동을 준비하죠."
"그러죠. 그 놈 올 때까진 준비운동 겸으로 뭉게뜨리죠."
자온의 실이 그의 다리를 강화시키기 시작했다.
"후우.... 코팅완료......! 이제부터 살짝 난폭해질 거예요."
은하의 날붙이에는 은은한 노란빛의 위상력이 얇고 세밀히 코팅되어 갔다.
"가죠....!"
몰려드는 차원들에게서 루시가 힘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두근!
"흐윽.....!?"
차원종들의 힘을 순조롭게 흡수하는가 싶더니, 통증을 느낀 루시가 가슴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안 돼, 루시...! 그건 하면 안 되는 거예요... 최대한 마물들로 버텨야 해요....!"
"응? 루시, 무슨 말 했어?"
"아, 아니예요! 얼른 가죠!"
루시는 아픈 기색을 감춰 둘러대며 차원종들을 향해달려나갔다.
"흐음......? 불안한데."
그 미묘한 불안감을 느끼려고 하지만, 차원종들이 계속해서 스물스물 기어나왔다. 독에 중독되어 녹색의 거품을 뱉어내는 채로.
키샤아아아아아악악악!!!!!!!!!
독에 중독되어도 결국 차원종인지라 거친 음색를 짖으며 세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쿠드득!
쿠이이이익??!!!
위상력으로 복제되어 구현된 관들이 루시의 주변에서 회전하며 달려드는 차원종들에게 날려버리며 뭉게뜨린다.
"외모랑 다르게 터프하단 말이지. ....극각!"
우드드드득!
차원종의 몸통으로 강화된 발차기가 깊게 꽂혀졌다.
----------!!
콰득!!!
비명조차 내지 못하며 쓰러지는 차원종. 머리를 밟아 으스러트리며 확인 사살 한 후, 바로 다음 차원종을 향해 달려갔다.
"형씨, 너무 힘 빼지 말죠? 몸빵도 체력이 있어야 쓸만 하잖아요."
"누가 몸빵이야? 이 정도론 지장 안 가. 그리고 너야말로 지난번 다친 것도 제대로 안 나았으면서 누구 걱정이야? 오지랖 말고 네 걱정부터 해."
서로 투닥거리며 집중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날아간 날붙이가 차원종의 머리에 정확히 꿰뚫었으며, 강화된 다리가 착실하게 차원종의 몸을 으스러트렸다.
"헉....헉...헉..."
차원종들이 거의 다 정리될 쯤, 루시의 안색이 처음보다 눈에 띄게 나빠졌다.
"금발, 괜찮아? 많이 안 좋아보이는데?"
"괘....괜찮아요..."
"루시, 너 진짜 안 괜찮아 보여. 이대로 관리자랑 보면 너부터 노려질걸? 돌아가는 게 좋지 않겠어?"
"아니예요....! 저도 희망 씨랑 아라를 위해 싸울거예요! 그러니...그러니 같이 가요...!"
루시가 완고하게 말하자, 서로 잠시 눈빛으로 생각을 교환한 은하와 자온은 대화했다.
"....형씨. 빚쟁이 놈 만나면 몸빵, 제대로 해줄 수 있죠?"
"쯧.... 그래. 그깟 몸빵, 한 번 해주지."
"저깁니다! 저기 관리자가 있습니다! 시간을 좀 벌어주세요! 장치를 기동시킬테니!"
그 때, 한기남의 통신에 급히 확인하자, 저 멀리서 섬의 관리자 전우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주민들을 인질로 삼으려는지, 그들이 모여있는 마을의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맡겨 둬요. 와라, 첫번째 창, 필살."
자온은 빠르게 언월도와 비슷한 창이 3자루 구현하더니, 한 자루씩 집어 관리자 바로 앞을 향해 던졌다.
캉! 콰각! 칵!
자신의 바로 앞에 창들이 내려 꽂히자, 전우치가 놀라며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바로 그 앞에 세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불쾌함을 전혀 감추지 않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하아.... 또 당신들입니까. 어째서입니까. 우리의 숭고한 교의를 듣고도 느껴지는게 없는 겁니까."
"뭐, 그 불꽃 뭐시기? 하. 불꽃이 아니라 불쏘시개 정도겠지. 그리고 숭고은 무슨. 진짜를 본 적도 없는 놈들이 겨우 그깟 거에 숭고니 고귀니 그딴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원."
"광인, 상당히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는 재주가 있군요."
"사람 잘 놀리는 영감님께 잘 배워서 말이야. 효과 좋네."
자신의 신을 모욕당해 불쾌함을 표출하자, 그에 기분 좋은지 자온이 씩 웃기 시작했다.
"이봐요, 둘이서만 재미보시지 말지? 당신, 잔말 말고 이만 돈 내놓으시죠."
" 배금주의자, 그렇게나 돈이 중요한 건가요?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도 황금의 탐욕에 눈이 멀다니... 실로 한탄스럽네요....응?"
은하의 배금주의에 한탄을 내뱉던 중, 그들의 뒤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루시의 모습을 보았다.
"당신, 많이 힘들어 보이는군요. 아무래도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죠?"
"조용히....하세요. 항복하시면....해치지는 않을게요."
항복을 권유하지만, 힘겹게 호흡하며 버티는 모습을 본 전우치는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
"쿠쿡. 떨리는 목소리로 하는 협박이라니. 듣기에 나쁘지 않군요. 정말로...가소롭군. 이번에야 말로 다시 돌아올 수 없도록 그 남은 불꽃마저 꺼뜨려드리죠."
"야, 오늘 메인은 나거든? 나한테 집중해."
전우치가 총을 꺼내서 장전하자, 자온이 한 걸음 내딛으며 그 앞을 가로막았다.
"하. 광인, 당신에겐 관심 없으니까 제발 좀 사라지시죠."
"너나 사라질 준비 해야 할텐데....."
왼손을 내밀곤 힘을 끌어올리며, 나지막히 말했다.
"침식 발동, 10%."
자신의 바로 앞에 창들이 내려 꽂히자, 전우치가 놀라며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바로 그 앞에 세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불쾌함을 전혀 감추지 않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하아.... 또 당신들입니까. 어째서입니까. 우리의 숭고한 교의를 듣고도 느껴지는게 없는 겁니까."
"뭐, 그 불꽃 뭐시기? 하. 불꽃이 아니라 불쏘시개 정도겠지. 그리고 숭고은 무슨. 진짜를 본 적도 없는 놈들이 겨우 그깟 거에 숭고니 고귀니 그딴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원."
"광인, 상당히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는 재주가 있군요."
"사람 잘 놀리는 영감님께 잘 배워서 말이야. 효과 좋네."
자신의 신을 모욕당해 불쾌함을 표출하자, 그에 기분 좋은지 자온이 씩 웃기 시작했다.
"이봐요, 둘이서만 재미보시지 말지? 당신, 잔말 말고 이만 돈 내놓으시죠."
" 배금주의자, 그렇게나 돈이 중요한 건가요?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도 황금의 탐욕에 눈이 멀다니... 실로 한탄스럽네요....응?"
은하의 배금주의에 한탄을 내뱉던 중, 그들의 뒤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루시의 모습을 보았다.
"당신, 많이 힘들어 보이는군요. 아무래도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죠?"
"조용히....하세요. 항복하시면....해치지는 않을게요."
항복을 권유하지만, 힘겹게 호흡하며 버티는 모습을 본 전우치는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
"쿠쿡. 떨리는 목소리로 하는 협박이라니. 듣기에 나쁘지 않군요. 정말로...가소롭군. 이번에야 말로 다시 돌아올 수 없도록 그 남은 불꽃마저 꺼뜨려드리죠."
"야, 오늘 메인은 나거든? 나한테 집중해."
전우치가 총을 꺼내서 장전하자, 자온이 한 걸음 내딛으며 그 앞을 가로막았다.
"하. 광인, 당신에겐 관심 없으니까 제발 좀 사라지시죠."
"너나 사라질 준비 해야 할텐데....."
왼손을 내밀곤 힘을 끌어올리며, 나지막히 말했다.
"침식 발동,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