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파이] 얼음에 잠긴 초신성[中 Part 3]
PlaylMaker 2020-04-05 3
*주의: 15세 미만의 분들이 읽기에 부적절한 내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몽환 세계 어딘가
검은양의 문양을 가지고 있는 한 쌍의 남녀가 잔잔하게 사랑의 속삭임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자신의 감정, 마음을 서로에게 확인받고 있었고 또, 교류했다.
그리고 이를 본 나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 솟구치게 되었다.
이 사람들은 왜 이러고 있는 걸까? 이런 행동이 의미가 있는 걸까?
드라마에서나 잠깐 봤던 장면이 막상 내 앞에서 일어나니까 심란해졌고 그 감정의 근원을 찾기로 하였다. 그렇게 호기심으로 시작한 고민은 3일 내내 계속되었고 어렵사리 그것은 질투라는 해답을 얻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사람이 사랑을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질투하게 된 걸까?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자연스러운 본연의 모습일 터.
마음을 달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던 중 자연스럽게 사검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머릿속에서 과거의 한 인물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렇다. 이 기분은 처음 느껴본 것이 아니다.
슈에 윈체스터.
나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압도적인 재능의 소유자.
분명 나는 내 사랑스러운 동생을 질투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내가 바라고, 원하고, 그리고 선망하던 모습이 슈에였기 때문.
나는 사랑하기를 원하는 걸까? 그렇다면 누구와?
"흐음... 역시 인간은 흥미로운 생물이군! 타 생물에게는 거의 남아있지 않은 재미있는 감정들이 있지."
D백작.
몽환 세계의 관리자. 테스크포스를 결성하는 데 있어 계기를 제공해준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그가 여전히 껄끄럽게 느껴진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으면서도 신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내려보고 있는 듯한 어투를 구사하고 있으니까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혹시 사랑하고 싶은 게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도와주겠네!"
"필요 없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네놈의 도움이 필요할 일은 없어."
아니... 아니야. 내가 저 소년을 향해 연모의 감정을 품는다고? 그럴 리 없다. 그렇지만 저 위상력에서 느껴지는 포근함과 따스함... 어쩌면 내 마음속의 공허함을 달래줄지도 모를 유일한...
어디에서 온 지 모를 위화감을 떨쳐내기 위해 사검을 뽑아들어 칼날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그 안에는 평소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담겨있다.
"이건... 뭐야?"
"이런, 제군을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는데 벌써 들켜버렸군. 뭐 괜찮겠지. 부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까마귀처럼 짙던 흑발의 머리카락은 이미 본연의 색을 잃고 약간 어둠을 머금은 새치처럼 변해버렸다. 그리고 눈동자 또한 차원종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어두운 색채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사소한 문제이다. 진짜 문제는 의식의 흐름이 점차 옅어진다는 것.
내 안에 있는 부정의 영혼이 자신을 필사적으로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
"이놈! 무슨 해괴망측한 짓을 꾸미고 있는 것이냐. 나를 원래대로 돌려놓지 못할까!"
"역시.. 나부터 의심하는 건가? 나는 제군에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네. 그저 진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을 뿐."
"말장난하고 싶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심연의 의식은 벌써 내 마음 코앞까지 도달해 있다. 최대한 떨쳐내고 D백작을 향해 일격을 가하기 위한 도약을 한다.
3m 이내의 거리, 상대의 위상력과 무관하게 간결하고 재빠른 검무를 춘다면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조건이다. D백작의 싸우는 모습을 직접 바라본 적은 없지만 결국 사람의 형상을 취하고 있는 존재. 취할 수 있는 움직임은 상정안이다.
왼쪽 아랫배부터 오른쪽 어깨 위까지 커다란 상흔을 남긴다. 직접 긋는 걸 ** 못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지만, 손에 마찰은 남아있다. 이걸로...
"아무리 급해도 검을 놓고 가면 안 되지. 자! 사검은 여기 있네!"
"??!"
나의 손에 쥐어있었을 사검은 D백작의 손에 쥐어있었다. 그보다... 이 말을 듣기 전까지 이에 대해 아무런 자각을 하지 못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조금 전에 일격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군. 좋아! 특별히 알려주겠네. 인간의 감정, 오감, 사고는 그저 뇌 속에서 전기신호와 함께 이루어지는 일련의 결과일 뿐이네. 몽환 세계는 이것을 조정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환경이지."
"무슨... 수작이냐.. 너는... 대체... 무엇을 위해 일을 꾸미고 있지?"
있는 힘을 다해 억지로 짜내어 마지막 말을 토해낸다.
틀렸다. 이미 마음속 깊은 곳까지 잠식한 무언가는 필사적으로 나를 어둠 속으로 끌어내리려 하고 있었고 더는 저항할 기운은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이자의 **를 사냥터지기 팀에 알려야 한다. 유니온에서 최소한의 대비라도 할 수 있도록...
"관찰하고 있네. 인류의 가능성을! 들어보니 인간의 사회에선 이미 연인이 있는 자에게 또 다른 이성이 접근하는 것이 금기시되어있다는 모양이더군."
"?... 뭐라고?"
"사회 규범을 지키기 위해 인간 스스로를 억압하는 시스템이 진화가 더뎌진 원인 중 하나라고 해석했네. 실제로 사고의 경직은 사회의 정체를 불러왔지."
제 정신이 아니다.... 이 자의 궤변을 듣다 보니 왠지 모르게 맥이 풀린다. 이젠... 끝인가. 아지랑이처럼 **가는 의식을 붙잡지 못하고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
"이상하네. 분명 여기 근처에서 위상력이 느껴졌던 거 같은데."
임무를 위해 몽환 세계를 배회하던 이세하는 앨리스 와이즈맨의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사냥터지기의 클로저를 수색하고 있었다.
파이 윈체스터.
볼프강이라는 클로저와 같이 다니던 중국 출신의 여성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세하는 이에 대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애초에 접점 자체가 거의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알파퀸의 자제분 이런 식으로 호칭했던 것 빼고는 기억하고 있는 사항도 없었다.
그리고 이세하의 머릿속에는 온통 이슬비의 생각만이 가득 차 있었다. 그 둘은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이슬비의 생일이 일주일 안으로 다가왔기에 선물에 대해 행복한 고민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귀찮은 임무, 빨리 끝내고 나가야겠다. 그나저나 슬비는 뭘 사주면 좋아할까-"
순간적으로 자신의 뒤에서 엄청난 살기를 느낀 이세하는 건블레이드를 힘차게 휘둘렀다. 그러나 뒤에 있던 존재가 사람의 형태를 한 무언가라는 걸 인지한 후, 빠르게 거두려고 한다.
"더스...트?"
애쉬와 더스트가 만든 새로운 형태의 차원종일까 의문을 가졌으나 주는 위압감이 전혀 다르다는 걸 느낀 이세하는 일단 후퇴해 태세를 정비하려고 했으나 그럴 겨를도 없이 파이는 건블레이드의 날을 오른손으로 쥔 채로 으깨버렸다.
코어가 너무나도 쉽게 파괴되는걸 맨눈으로 지켜본 세하는 경악에 가까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뭐? 말도 안 돼..."
"그대는 저를 사랑하시나요? 아니면..."
"?...."
아무런 맥락 없이 던져진 뜬금없는 질문. 하지만 광기에 물든 눈동자는 질문의 요지가 절대로 가볍지 않음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연분홍의 머리... 그년을 더 사랑하나요?"
`슬비를... 알고 있어?`
이세하는 이 여성을 본 적이 없었다. 적어도 이런 모습으로는.
그렇다면 이슬비는 어디서 이런 괴물과 마주친 걸까. 적어도 자신에게 전파된 내용은 없었다. 다만 적으로 만난다면 분명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확신만이 막연하게 들 뿐이다.
어쨌든 대답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느낀 세하는 적절히 비위를 맞춰주기로 한다. 그런 대화에 익숙하진 않지만.
"당연히... 누나를 더 좋아하죠."
"아하하하! 그렇죠? 그런 주제도 모르고 꼬리 치는 년보다는 제가 더 예쁘니까요."
세하는 이런 대답을 들어도 새삼스럽게 느끼진 않았다. 차원종은 원래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비단 차원종뿐만 아니라 사람조차도 독선에 빠져 왜곡된 사고를 지닌 케이스를 가까이서 바라본 기억이 있었기에.
이런 식으로 시간을 벌면 지원이 온다. 그리고 빠져나가는 걸 최우선으로 한다면... 어떻게든... 라는 기대를 했지만, 다음 말을 듣고서 또다시 벼랑 끝으로 몰리고 만다.
"그럼... 증명해주실 수도 있겠죠?"
"어?... 어떤 걸?... 큭!"
파이는 세하의 옷깃을 잡더니 자신의 얼굴 쪽으로 끌어당겼다. 입술이 닿을 듯 말 듯한 거리까지 아슬아슬하게 도달하고 나서야 멈춰 선다.
세하는 어깨를 잡고 필사적으로 밀어내어 저항한다.
"그년이랑은 포옹까지 하셨으니 저랑은 진도를 더 나가야겠죠?"
요염하게 빛나는 얼굴, 끈적이는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세하를 대하는 스킨십은 상당히 난폭했다. 마치 물건 다루듯 완전히 자신의 통제 안으로 따르길 원하는 의도가 다분하다.
이세하는 이러한 움직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무려 건블레이드를 분쇄시켜 버릴 정도의 압도적인 악력이니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으...읍!.."
파이는 세하의 구강 안에 혀를 깊숙이 찔러넣었다. 그리고 일말의 배려도 없이 구석구석 헤집어 놓는다.
혀가 엉키고 풀리고, 다시 엉키고 풀리고를 반복하면서 두 사람의 체액이 더욱 더 농후함을 더해갔다.
처음 경험하는 강렬한 자극에 견디지 못한 세하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푸...푸하! 잠깐만...! 이것 좀-"
이를 기다려주지 않고 조금 전에 한 행위를 다시 번복한다. 마치 육식 동물이 초식 동물을 포식하는 장면처럼. 이미 유리한 포지션을 잡은 포식자는 사냥감을 놓치는 법이 없다.
광휘의 인자에 침식된 파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랑을 갈구했다. 그녀가 오랜 공백의 시간 동안 자신의 동생에게 받기를 원했던 것이었기에 겨우 이 정도의 해소로는 메워지기가 만무했다.
세하는 파이의 얼굴을 향해 손을 들이밀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깍지를 껴 대지에 밀착시켰다.
결국, 15분가량의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가까스로 입술을 떼게 되었다.
"하...하아하아.. 저에게 대체 왜 이러시는 거죠?"
"왜라니... 그대는 저를 사랑하니까요. 사랑하는 사이라면 이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닌가요?"
세하의 입에서 새어 나온 침을 달콤한 사탕처럼 핥으면서 검은색 재킷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헤친다. 파이에게서 나는 쌉싸름한 민트향이 패닉 상태에 있는 세하에게 정신을 다잡을 수 있는 매체가 되었다.
"정말 사랑하는 사이라면... 그렇게 이기적으로 애정 표현을 하지 않아요. 누나가 어디서 사랑을 배웠는지 알 수 없지만... 이건 분명히 잘못됐어요."
"어째서.... 어째서 그런 식으로 저를 몰아붙이시나요? 저는... 그대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 줄 준비가 되어 있는데... 그렇지. 또 그년인가요? 그래서?!"
"?!...."
세하는 그저 당하고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그전까지의 용모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뀐 파이에게서 클로저가 다루는 위상력인 제2위상력을 감지하게 되었고 그걸 토대로 이렇게 되기 전에는 위상능력자였을 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사람에게 차원종의 위상력이 덮어 씌워지면 가장 두드러지게 나오는 변화는 정서가 급격히 불안정해진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정상적인 사고로 유도를 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세하는 이러한 일에 익숙한 전문가가 아니다. 차원종의 심리를 해석하는 연구는 이미 여러 차례 진행된 바가 있지만 어린 클로저가 이런 자료를 열람했을 가능성은 없었다.
`제2위상력을 통한 신체강화... 분명 클로저일거야. 그렇다면?`
임무 중 연락이 끊긴 사냥터지기 팀의 일원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게 확신했다.
"죽여야해.. 죽일거야... 내 사랑에게 접근하는 년들은... 빠짐없이... 하하하..하하하"
통상적인 방법으로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파이 윈체스터에게 전혀 위해를 가하지 않는 방안은 더더욱.
더군다나 이렇게 장시간 한 공간에 머물러 있었는데도 연락이 한 번 오지 않았다.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미.
파이가 재킷을 찢어버리고 셔츠의 단추까지 손을 댔을 때, 이세하는 가진 모든 위상력을 다해서 밀쳐내는 데 성공한다.
*****
`이젠 어떻게 하지?`
가까스로 떼어놓긴 했지만 이대로는 다시 제압당할 뿐이다.
몽환 세계는 불안정하다. 그렇기에 좌표가 수시로 바뀌는 경우가 많고 제대로 된 통신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코어인 건블레이드도 제 위력이 나오지 않는다. 애초에 전력을 다해 싸워도 이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일단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코어를 집었다. 위쪽 날의 2/3가량이 파손되어 대정화작전에서의 위용은 이미 잃었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위상력을 거의 쓰지 않았다는 점. 그렇다고 딱히 위안이 되진 않는다. 그보다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키스는 슬비에게 주고 싶었는데...`
원래부터 그랬지만 게임도 그렇고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일로 인해 가슴 아파하고 괴로워했던 적도 많다.
그렇지만 이번 일은 그 전에 있었던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라고 생각했던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중요한 것만 생각하자. 저 사람의 눈에 슬비가 들어오면 어떻게 될지를. 또, 그렇게 되지 않게 하려면 내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를.
`아직... 미완성이지만 할 수밖에 없나.`
가칭 초신성ex.
동료에게 도움이 되어줄 수 있는 스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내가 연구해낸 결과물.
직접적인 화력이 극단적으로 줄긴 했지만, 그 공백을 더 광범위한 공간에 섬광을 터뜨리는 거로 대체했다.
직격으로 맞으면 실명이 될 수 있어서 실전에서 쓰기는 어렵지만 반대로 이런 상황이 아니면 사용할 기회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그래. 망설이고 있을 시간 따윈 없어. 그다음은 슬비니까.
초신성ex를 빠르게 시전하고 도주하기로 마음먹는다. 다만 한가지 거슬리는 점이 있다면 저 여자가 언제부터 인가 검을 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저건... 사냥터지기 성에서 봤던 형태의 검이잖아.`
파이 윈체스터라는 클로저가 사용하고 있었던 사검의 모형과 유사하다. 당사자인지 아니면 복제한 클론인지 까지는 아직 알 길이 없지만, 전투태세를 취했다는 점에서 확실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바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뒤쪽으로 도약한다. 그리고 수천 개의 작은 위상력 덩어리를 공중에 별처럼 수놓았다.
이것을 점화시켜 버리면 알갱이 하나하나가 무수히 많은 연쇄작용을 하면서 마치 태양과 같은 강렬한 빛이 생성된다.
그리고 빛 자체는 위상력을 활용해서 만든 결과물임으로 무효로 할 수 있는 물리적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 사랑해요. 그대는 저만이.."
의미를 알 수 없는 힘없는 미소를 짓고 있다. 왜 갑자기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개인적으로 포기라는 의미였으면 좋겠지만... 잘모르겠다.
성냥에 불붙이는 것처럼 원형의 모형에 위상력을 주입한다. 이제 공간을 비추는 수천 개의 전구가 되어 나를 가려줄 것이다. 건블레이드는 출력을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파괴되었지만 어쩔 수 없다...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할 수밖에.
"끝이다..."
피식.
불이 켜지는 소리.
하지만 그 뒤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특유의 섬광도, 폭발하는 굉음도 보이지 않는 마술 같은 현상에 묻혀버렸다.
"뭐...뭐지.? 무슨 일이..."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동안 내 손바닥엔 피가 흥건히 묻어있었다. 그리고 언제부터 인지도 모른 채, 누군가가 나를 뒤에서 강하게 껴안고 있었다.
"흐...흐윽. 그대여... 저를 떠나지 말아 주세요."
마치 어린 소녀가 흐느끼는 소리처럼 들려왔다. 그녀가 전달하고 있는 온도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사람이 이렇게 차가울 수 있는 걸까?
위를 바라보자, 위상력 덩어리들이 빛을 채 내뿜지 못하고 정지된 상태에서 얼어있는 광경이 그림처럼 걸려있었다.
마치... 그 공간만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과학의 법칙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일이다.
"하하... 누나는 정말 OP(over powered)네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자포자기,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고? 위상력 자체를 얼릴 수 있는 방법 따윈 없으니까.
신의 섭리조차 무시하는 유일한 해석.
차원 자체를 정지시켜버리는 신의 기적,
그것이 바로 그녀의 진정한 능력이었다.
글쓴이의 말: 망했습니다. 글의 수준이 처참하네요.; 지금 역량으로는 이게 한계인거 같습니다. 이래서야 다음화가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