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5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1-24 1

 엄청난 하루를 보내고 난 뒤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심장이 크게 떨린다. 클로저 곁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에 손을 댔다. 이렇게 엄청난 일은 처음이었다. 학교가 얼마나 평화로운 장소인지 몸소 체험하게 해주었다.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돌아왔으니 그걸로 된 거다. 내일 부터는 아마 위험한 일에 뛰어들 거 같았다. 벌쳐스 처리부대 늑대개 팀, 그들이 향하는 장소에 감시 요원도 함께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

"석봉아. 저녁 먹어라."
"네. 엄마."

 우리 엄마는 평범한 사람이다. 세하의 어머니나 아버지처럼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래도 우리 집안에서 특별하다고 여긴다면 아버지라고 해야겠지. 아버지는 세계 여행을 하시는 탐험가다. 가족을 돌** 않으시고 여행을 가신다는 사실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엄마는 순순히 아버지를 보내주셨다. 지금도 아버지는 우리 가족을 생각하고 계실까?"

"새로운 직장에 들어갔다면서? 어떤 일을 하는 곳이니?"
"버, 벌쳐스 회사에요."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 벌쳐스라는 말에 엄마는 눈이 크게 떠지면서 두 손으로 입을 가리셨다. 놀라실 만도 하지. 대한민국 상위 5%가 들어가기 어렵다는 대기업인데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 엄마는 믿을 수 없다면서 양 손으로 내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지금 뭐라고 했니? 벌쳐스 회사에 들어갔다고?"
"네. 엄마."
"어떻게 들어간 거니? 거기는 들어가기 굉장히 어려운 곳인데 어떤 일을 하는 거니?"
"클로저들을 감시하는 일이에요. 괜찮아요. 엄마. 위험한 일은 아니에요."

 앞으로 위험해질 거라고는 내가 가장 잘 안다. 벌쳐스 처리부대가 가는 곳에는 감시 요원도 따라가야 하니까.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으니까. 

"저, 잠깐 바람 좀 쐬러 다녀올게요."

 평소대로라면 게임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직은 진정이 되지 않았으니까. 클로저와 실제로 함께한다. 그게 세하였다면 좋겠지만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래도 각자 사정은 있는 법이니까.

아버지가 말씀하셨지. 크게 분노하는 사람 안에는 슬픔이 담겨있다고.

 그 말이 올바르다고 할 수는 없다. 사람은 원래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동물이니까. 잠깐 밖에 나가서 산책한다. 어딘가에서 벌쳐스 요원이 틀림없이 날 감시하고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 기밀은 그 사람들 분위기로 봤을 때 절대로 알려지지 말아야 하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분명히 안 좋은 일을 꾸미는 게 분명했으니까.

*  *  *

 하루가 지났다. 평소대로 방과 후에 벌쳐스로 가려고 하는데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확**로 방송이 들림과 동시에 민간인들이 대피하기 시작한다.

-긴급 사태입니다. 현재 신강고등학교 인근에 차원종이 출현했으니 시민 여러분은 대피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시민 여러분은......

 유니온 클로저가 나서서 처리할 거라고 확신했다. 원래대로라면 나도 대피장소로 이동하겠지만 벌쳐스 요원은 절대로 그러지 않는다. 어느 상황이라도 처리부대 요원을 감시할 필요가 있으니까. 곧바로 벌쳐스 회사 쪽으로 달리지만 곧바로 내 앞에 차원문이 열렸다.

"헉! 뭐야!?"

 어제 트레이너 아저씨가 말씀하신 걸 떠올린다. 분명히 조재현이라는 사람이 차원문을 여는 방법을 알고 있고, 그걸 누군가가 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억제기가 있다고 해도 소용없다는 말로 들렸었다.

캬아아!

 어떤 차원종인지는 몰라도 신문에서 많이 나오는 고블린 모습같은 녀석들이었다. 아니,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다. 도망쳐야 한다.

타다닥-

 달리기 하나는 자신있다. 클로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바로 도망칠 때 필요한 달리기였다. 전속력으로 도망치면서 안전한 곳으로 향한다. 고블린같은 차원종들이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나를 쫓아오는 거 같지만 뒤돌아** 않았다. 

"헉! 헉!"

 편의점 알바로 일할 때 하루 일과가 끝나면 밤늦게나마 달리기 연습을 하기도 했었다. 그 때문인지 차원종들이 나를 못 따라오는 듯 했다. 역시 사람은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니까. 내가 아무리 게임을 많이한다해도 달리기를 못하는 건 아니다. 분명히 유니온 클로저들이 있는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그들이 어디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럴 때는 유니온 건물이 있는 방향으로 도망가면 된다. 거기라면 최정예 클로저가 한 명이상은 꼭 존재하니까.

"한석봉 씨, 엎드리세요!"

 누군가의 외침에 난 곧바로 바닥에 슬라이딩을 해서 엎드렸다. 그러자 등 뒤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땅이 잠깐 흔들리는 게 느껴진다. 

끼이이이- 콰쾅! 케에에-

 흔들림이 멈춘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녀의 등을 본다. 대검을 든 여전사의 모습에 나는 감탄했다. 저 무서운 고블린 같은 차원종들을 단번에 쓰러뜨린다. 저게 바로 클로저. 

"괜찮으신가요? 한석봉 씨?"
"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쳐스 요원만 아니었다면 당신은 이미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군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제가 아버지에게 잘 말할 테니까 우리 회사를 그만두도록 하세요."

 그만 둔다고? 이미 감시관에게 계약서를 제출했고, 내 스스로 결정해서 조직에 들어온 건데 이제 와서 그만둘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아가씨가 사장님에게 말해도 감시관 님께서 강력하게 반발하실 지도 모르니까. 아니, 그보다 내 목적을 이루는 데 더 어려워질 수 있으니 더욱 그만 둘 수는 없었다.

"죄송해요. 저는 그만 둘 수 없어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당신은 차원종에게 죽을 뻔 했잖아요. 그런데도 계속 벌쳐스에 다니고 싶으신 거에요?"

 화가 많이 나신 모양이었다. 바이올렛 아가씨의 말이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나는 정말로 그만둘 수 없었다. 이미 각오한 일이었으니까.

"죄송해요. 전 다 알고 각오한 일이에요. 위험한 시간이 되겠지만 그래도 얻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민간인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차원종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요. 특경대도 마찬가지죠. 위상 관통탄이 있다고 하지만 신체능력은 클로저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는 편이죠. 당신처럼 무모하게 나서다가 죽은 벌쳐스 사람들이 많아요."

 회사는 그저 전쟁터나 다름없다는 거다.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실전 부대에 들어온 거나 다름없기에 위험하다고 말씀드리는 거였다. 그렇게 말씀하실 때 또 차원문이 생성되었다. 아가씨는 대검을 쥔 채로 푸른색 기운을 드러낸다. 저게 바로 말로만 듣던 위상력, 세하도 건 블레이드를 들고 저런 식으로 싸웠겠지? 그러자 이번에는 거대한 녀석이 나타났다. 거대한 망치를 든 흉측한 얼굴의 차원종이다.

"트룹 포레스트, 저건 메카 차원종?"

 메카 차원종이라면 로봇이라는 얘기다. 어떻게 단번에 알아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우선 자리를 비켜주는 게 먼저다. 싸우는 데 걸리적 거리면 안 되니까, 우선 안전한 곳으로 도망간다.

일단 멀리 떨어지자.

타다닥-

"하이드! 한석봉 씨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세요."
"네. 아가씨!"
"어어어!"

 내 발로 도망갈 수 있는데 갑자기 하이드 씨가 내 몸을 붙잡은 채로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헉, 나 고소공포증 있는데 고개를 아래로 떨구니 건물이 작게 보였다. 클로저들은 높게 점프할 수 있다는 데 사실이었구나.

탁!

"헉, 헉."

 죽다 살아났다. 높게 점프했다가 어느 건물 옥상에 착지하니까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그러고는 하이드 씨가 내게 뭔가를 건네주었다.

"이걸 드십시오. 진정제입니다. 여기라면 안전하실 겁니다."
"저, 아가씨는 괜찮은 건가요?"
"괜찮습니다. 그 분은 강하시니까요. 그럼 이만."

 곧바로 아가씨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역시 빠르다. 이게 바로 클로저, 내가 다가가기에는 멀게만 느껴지는 존재,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저멀리 푸른색 불꽃이 일어나면서 폭발을 일으키는 걸 볼 때 내 휴대폰에서 연락이 왔다. 홍시영 감시관 님이다.

-어머, 한석봉 씨, 아직까지 출근 안하시고 뭐하시나요?
"죄송해요. 오는 길에 차원종을 만나서요."
-음, 그렇군요. 현재 위치에 그대로 계세요. 지금 처리부대를 보냈으니까요.
"네."

 GPS추적으로 내 위치로 온다는 얘기다. 감시요원을 지키라는 임무라도 내린 건가? 그나저나 유니온 클로저들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곳에도 차원종이 나타나서 활동하고 있는 건가? 

키에엑- 쿠아아아!

 마치 괴수 영화를 보는 거 같다. 거대한 차원종이 4마리가 고층 건물을 부수면서 다니고 있고, 뒤늦게 도착한 클로저들이 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저 차원종들을 상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도망만 치는 거밖에 없을까? 아니, 다른 방법이 있다. 세하의 아버지가 그랬던 거처럼 다른 방법으로 클로저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아!"

 클로저 다수가 거대한 차원종 한 마리에게 나가떨어지는 게 보였다. 거인으로 보이는 차원종이 혼자 살아남아서 클로저들을 날려버린다.

쿵!

 이곳 건물까지 날아와서 벽에 쳐박혔다. 엄청난 균열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거 같은 벽을 만들 수준이다. 유니온 복장을 하고 있는 클로저 아저씨에게 다가가서 일으켰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쿨럭! 이런 **, 뭐야? 너는? 민간인이 여기 있으면 어떻게 해? 어서 대피해."

 이런 와중에도 나를 데리고 어딘가로 가려고 하신다. 한 손으로 복부를 잡은 걸 보니 거기를 강하게 타격받아서 조금이나마 비틀거리신데 나를 대피시키려고 하시는 걸 보고 감탄이 되었다.

"뭐야? 비실비실한 녀석이 여기서 뭐하는 거야?"

 거친 말투를 하는 소년의 목소리다. 천천히 뒤돌아보자 감시관 님이 말씀하신 처리부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35:1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