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55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7-20 2

"정말로 혼자 갈 생각인가?"

"그래. 이번 일은 애들이 가는 것보다는 어른인 내가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해. 형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데이비드는 혼자서 떠맡으려는 예전 동생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에는 뛰어난 베테랑 요원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몸 건강도 별로 좋지 않는 몸일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은 그에게 맡길 수가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물론 이 결정은 그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지만.


"이봐, 제이. 자네는 몸도 별로 좋지 않는 편이야. 거기다가 재벌 그룹을 수사하는 것은 위상력을 가진 클로저들도 쉽지 않는 일일 수도 있어. 재벌 그룹 각 회장들이 위상력 능력자인 경호원들을 데리고 다닌다고 하니까."

"알고 있어. 형. 그래도 해야할 건 해야 되는 일이지. 이번 일은 반드시 내 손으로 끝내야 돼. 조세훈 박사의 아들 조재현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재벌그룹이 바로 전광그룹이잖아."


 지부장의 요청으로 검찰총장이 수사를 실시해 배후를 찾기 시작했었지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소환에 응하지 않는 유일한 재벌그룹 하나가 있었기에 유니온 측에서는 그 재벌 하나를 의심하는 상황이었다. 데이비드는 클로저들을 파견하라는 지부장의 지시를 받았지만 미성년자들을 보내는 것을 망설이던 중에 제이가 집무실로 찾아와 직접 말하는 것을 보고 이마에 손을 댔다.


"소환에 응하지 않는다는 거 자체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증명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형. 그러니 이번에는 내가 나설 거야. 김태형 국장님을 통해 출동 허가까지 받은 상황이야."

"잠깐 기다리게. 만약 가겠다고 한다면, 혼자서 가지 말아주게. 사적인 감정으로 일을 그르칠 수가 있으니까."

"걱정 말라고 형. 이번 일은 나 혼자서 해결해야 되니까. 다른 사람들이 나서면 안 돼. 재벌 그룹을 상대하려면 소수인원으로 가는 게 더 안전해."


 재벌 그룹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제이였다. 유니온 중에서도 재벌그룹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기 때문에 데이비드도 물러서지는 않았다.


"제이, 지부장님께서는 반드시 둘 이상 가라고 하셨다네. 다른 복귀 클로저들은 가지 않겠다고 한 건가?"
"맞아. 형. 재벌 그룹의 위상능력자 경호원들도 만만치 않는 실력을 가졌거든. 그 중에는 전직 클로저 출신들이 대부분이야."


 안경을 끌어올리면서 현실을 지적했다. 유니온에 복귀하지 않는 클로저들은 대부분 재벌그룹의 경호원으로 고용이 된다. 그들이 다른 경호원보다 더 쓸만한 실력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다른 복귀 클로저들도 대부분 가는 것을 꺼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이는 혼자서라도 가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지부장님께서는 절대로 허락하지 않으실 걸세."

"그래도 혼자서는 절대로 가면 안 돼네. 자네가 혼자서 가려고 하겠다면 밑에 있는 클로저들을 동원해서 막을 것이네."

"아니, 형. 애들을 그런 식으로 쓴다는 거야?"

"조건을 하나 걸도록 하지. 이세하 요원과 같이 가게. 그러면 지부장님에게는 내가 잘 말해주지."

"뭐? 그 알파퀸 누님의 아들을 말이야? 미안하지만 그건 사양하겠어."

"그럼 나 역시도 어쩔 수 없다네."


 데이비드는 두 눈을 반쯤 감은 채로 노려보았다. 제이는 두 주먹을 쥐면서 도끼눈을 하고 있다가 끝내 고개를 숙이면서 한발 양보했다.


"알았어. 하지만 왜 그 녀석이지?"

"지금의 너에게는 예전같은 모습이 보이지 않아. 지금 가는 곳이 어디인지 아는 이상, 네 감정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그걸 막아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이네."


 제이는 이번 일을 아이들에게 넘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복귀 클로저들은 재벌들과 관련이 되기 싫어하고, 다른 현직 클로저들도 마찬가지였다. 미성년자 클로저에게는 더더욱 감당하기 어려운 거라고 판단했기에 제이는 혼자서 가겠다고 말했지만 지부장의 명령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데이비드를 찾아와서 잘 말해주라고 했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오히려 미성년자 클로저와 같이 가게 되었으니 골치가 아파질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잘못하다가는 나는 그 누님에게 죽는다고."

"걱정 말게. 자네는 강하니까 잘해낼 거라고 믿네."

"어휴, 빈말이라도 고마워. 형."


 데이비드는 작은 미소를 보였지만 제이는 죽을 맛이었다. 그녀가 아들 바보라는 것 정도는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티어매트 사건 이후로 그녀에게 전화가 왔던 것을 떠올렸다. 잘못하다가 세하가 죽기라도 했으면 당장이라도 폭주할 기세였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  *  *



 푸른색 위상력이 날리고 있는 어느 쉘터 안, 그곳에서 흑백 가면의 사내는 천천히 들어와서 차원종 잔해가 모여있는 창고문을 열었다. 전보다 더 많이 수집했다고 생각했는지 흡족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는 도중에 등 뒤에서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서 뒤를 쳐다보았다.


"어이! 이봐!"


쾅!


 푸른색 불꽃이 날아와서 그의 몸을 부딪쳐서 잔해더미로 날려버렸다. 흑백가면은 자신의 옷에서 타는 연기가 나는 것을 보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푸른색 불꽃이 잠시 옷을 태우다가 금방 사라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건 블레이드를 들고 있는 흰 머리 여성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일로 내 아들이 죽을 뻔 한 거 몰라? 앙!? 진짜로 죽고 싶어서 이러는 거지?"

"진정하십시오. 알파퀸 서지수. 전 당신 아들을 죽이려고 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 장난해!? 티어매트가 어떤 녀석인지 너도 잘 알 거 아니야!! 그걸 알면서 그런 짓을 해!?"


 서지수의 건 블레이드가 발포모드로 전환 되어 푸른색 불꽃탄이 그에게 날아왔고, 흑백가면에 정확히 충돌했고, 가면의 반쪽이 부서지면서 맨 얼굴이 드러났다.


"지금 이건 제 잘못에 대한 대가라고 받아들이겠습니다. 알파퀸 서지수, 당신의 아들이 자꾸 성가시게 내 일에 끼어든다면 원하시는 계획은 절대로 실행하지 못합니다. 제가 말씀 드렸잖습니까? 아드님이 클로저를 그만두게 하시라고요. 무력이라도 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의 말에 서지수는 할 말을 잃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얘기했던 것이었다. 흑백 가면의 사내는 부서진 가면을 벗으면서 맨 얼굴을 드러냈다. 조세훈 박사의 아들 조재현, 올해 20대가 넘은 청년이었다.


"이세진 박사님의 소원을 평생 이루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겁니까? 제가 분명히 충분한 시간을 드렸는데 왜 그러지 못하신 거죠? 도대체 왜!? 일을 그르치려고 하시는 건데요? 설마, 그것도 부모의 감정 때문입니까?"

"크윽, 내가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설득할 거야. 그러니까, 내 아들만은 건드리지 마!"

"제발 그래주십시오. 댁의 아드님이 자꾸 절 방해한다면, 저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 저를 저지하려고 한다면, 무력이라도 써서 없애버릴 거니까요."


 조재현은 리모컨을 꺼내 버튼을 조작하자 안드로이드들이 다가와서 잔해를 들고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그들을 따라서 조재현도 어딘가로 이동했고, 서지수는 건 블레이드를 등 뒤에 있는 고정대에 꽂은 뒤에 손목에 붙어있는 기계장치를 조작했다.


부웅!


 그녀의 몸이 푸른빛을 일으키면서 사라졌고, 조재현은 부서진 가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후우, 회장님께 연락을 해서 아예 꼼짝도 못하게 해야겠군. 박사님을 생각해서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을 정도인데."


 이마에 손을 얹으면서 혼자 중얼거리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검은색 코트 주머니 안에서 사진 한장을 꺼냈다. 아버지인 조세훈 박사와 어렸던 자신이 찍혀있던 사진, 그곳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버지. 반드시 살려낼 거니까요."


To Be Continued......


저번 화 추천 감사드립니다^^

2024-10-24 23:24:0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