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Paradox(4)
건삼군 2018-12-20 0
“아니, 왜?!”
“그야 알파... 선배님이 네가 끼니로 라면만 먹지 않게 감시해 달라고 하셨으니까.”
“이 아줌마가 쓸떄없는 짓을...”
당했다듯이 쓴표정을 지으며 절규하는 아빠의 모습과 그런 아빠의 모습을 한심하다듯이 쳐다보며 한숨을 쉬고있는 엄마의 모습이 어쨰서 이렇게 그립게 느껴지는 걸까. 두 사람 다 내 기억보다 어려보여서 그런걸까, 아니면 이런 광경은 보는것이 너무 오랬만이여서 그런걸까. 나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어째서 원망보다 그리움이 더 짙게 느껴지는지....
“그런데... 저 여자애는 누구야...?”
“아... 그... 재는... 어.... 일단 내 친척...? 이야.”
“일단?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 저 여자애가 네 친척이라고? 친척이 아니라 네 숨겨진 쌍둥이 동생 아니야? 너랑 엄청 닮맜는데.”
“그, 그러냐...?”
엄마가 나에대해서 아빠에게 물어보자 아빠는 시선을 애써서 회피하며 간신히 내가 자신의 친척이라고 둘러대었다. 워낙 거짓말하는게 티가 났었기 때문인지 표정을 찡그리며 잠시 의심하는 듯한 눈치를 보였지만 이내 표정을 풀고는 내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안녕? 난 이슬비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네 이름은 뭐니?”
“어... 안녕... 난 이세리라고 하는데...”
“이세리? 뭐야, 이름까지 비슷하네... 정말로 친척 맞아?”
“아니, 사실은 저 사람 ㄸ...”
“야!! 우왁?! 뜨거?!!”
다시한번 친척이 맞냐고 묻는 엄마의 질문에 난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내가 미래에서 온 두사람의 딸이라고 밝히려고 하였지만 순간 때맞게 울려퍼진 아빠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 내 말을 짜르며 내 말을 끊었다. 아무래도 냄비를 만지다가 그만 내 말을 끊으려고 하는 와중에 손을 데인 모양이다.
그렇게 자신의 손을 붙잡고는 고통을 호소하는 아빠의 손을 본 엄마는 한숨을 내쉬며 선반위에 놓여져 있던 구급상자를 손도 대지 않고 열고는 붕대와 약품을 꺼내 아빠의 손에다 감았다.
“가만히 있어. 아무리 위상능력자 라고 해도 일상생활에서는 식칼에 베이거나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까 제떄 응급처치를 해야 상처가 덧나지 않아.”
“아니, 딱히 화상을 입거나 한건 아닌데... 그냥 뜨거운 것 뿐이지. 평소에는 이것보다 더 뜨거운 건 블레이드도 들고다니는데 이정도로 화상을 입지는 않거든?”
“그래? 그럼 내가 지금 이 손을 꼬집어도 멀쩡하겠네?”
“으악?!!?”
뭐야 저거. 바보커플? 왠지는 모르겠지만 눈꼴시려.
서로 아옹다옹하며 염장질 비슷한 짓을 하고있는 나와 동갑인 아빠와 엄마 보고있자니 뭐랄까 엄청 짜증이 난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리움 비슷한 감정이 느껴졌는데 말이지...
“일단 이걸로 응급처치는 했으니까 넌 쉬고있어. 저녁은 내가 차릴게.”
“...그래.”
어쨋든 그렇게 되어서 결국 저녁은 라면이 아닌 엄마의 수제 요리로 결정되었다. 하긴, 지금은 라면보다는 한식이 더 땡기긴 하니까 나야 좋지만. 일단 저녁이 차려질 떄 까지는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할까.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한 나는 여전히 마당처럼 느껴지는 거실에 놓여진 어울리지 않는 소시민적인 낡은 소파에 털썩 앉고는 천장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생각을 정리하였다.
지진에 휘말려 나같지도 않게 어린 아이를 감싸고 어쩌다 보니 과거로 왔다.
참말로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황당한 이야기다. 하지만, 더욱 웃음이 나게도 이 모든건 꿈이 아닌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다.
그렇게 천장을 바라본 채 황당한 사실에 한숨을 내쉬고있던 와중, 아빠가 내 옆에 앉으며 말을 걸어왔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있어?”
“아무것도. 그냥 과거로 왔다는 사실이 너무 황당해서.”
“하긴, 그렇지. 나도 네가 미래에서 온 내 딸이라는, 그것도 나와 슬비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라는 걸 떠올리면 어이가 털릴 지경이니까 말이지.”
“...”
“그런데 너, 적어도 말투를 좀 부드럽게...”
“말했잖아. 지금은 나이가 똑같다고. 그리고 난 당신같은 부모한테 존댓말 쓸 생각 없어.”
“...혹시 미래의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어? 처음 만났을 떄 부터 느낀거지만 나한테 무슨 감정이라도 있는 것 같은데.”
“알고싶어?”
“아니라고는 못하겠네. 그래도 뭐... 혹시나 모르잖아. 일단 들어보면 미래의 내가 바꿀 수 있을지 않을지. 이래봐도 자식한테는 좋은 아빠가 되고싶으니까.”
자식한테는 좋은 아빠가 되고싶다, 그 말을 들은 그 순간, 어쨰서 인지 모를 분노가 내 가슴을 채우며 올라왔다.
좋은 아빠가 되고싶단다. 자식을 내버려두고 떠났던 주제가 잘도 좋은 아빠가 되고싶다고 지껄인다는 것이, 그 사실이 너무나도 화가 났다.
“...웃기시네.”
“뭐?”
정말로 좋은 아빠가 되고싶었다면, 정말로 자식을 소중히 여기고 싶었다면, 어쨰서 딸인 나보다 그 아무것도 아닌 클로저 임무를 더 소중히 여긴건데?
순간 충동적인 분노에 그렇게 말할뻔한 나는 간신히 말을 목구멍에서 붙잡으며 제지하였다.
사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나랑 동갑의 나이의 아빠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도 멍청한 짓이다. 그렇기에 난 그런 멍청한 짓을 하려던 내가 너무나도 꼴사나워서 말을 집어 삼키고는 소파에서 일어나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있는 아빠를 뒤로하고 저녁식사가 차려진 부엌으로 향했다.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기분 나쁜 감정을 뒤로 한 채.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