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C.U.B.E -Epilogue
건삼군 2018-10-28 2
---------------------------------------------------------------------
[C.U.B.E 사건으로 부터 1개월 후.]
----------------------------------------------------------------------
"망할 유니온."
만약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것을 고르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것이다. 나는 유니온이 싫다. 매번 더러운 술수를 부리는것과 사람을 부려먹는것을 보면 있던 정도 다 떨어진다. 게다가 항상 휴가를 빼앗아 가며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 윗***들을 보면 굳이 내가 아니라도 모두 유니온을 향해 이를 바득바득 갈것이다.
그래. 바로 지금의 나처럼 말이지.
내 이름은 볼프강 슈나이더. 직업은 클로저... 지만 금방 떄려치울 예정인 20대의 삐딱한 독일 청년되시겠다.
“아니 그러니까 왜 내가 가야하는 거냐고. 이번에 겨우 1일치 휴가를 얻었단 말이야...”
“어쩔수 없습니다 요원님. 사념에 관련된 문제는 해결하는데는 요원님이 엑스퍼트니까요.”
볼맨소리로 일부러 삐딱하게 말하며 불평을 하자 무전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일침하듯이 들려왔다. 여성의 이름은 앨리스 와이즈맨. 항상 내 휴가를 악마같이 빼앗아가는 내 팀의 여성 오퍼레이터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휴가를 빼앗아 가는것은 그녀가 아니라 망할 윗*** 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휴가가 짤렸다는 소식을 그녀를 통해 전해듣기 떄문에 꼭 휴가가 짤렸다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원망한다.
“망할 유니온. 확 그냥 노동법 위반으로 고소할까 보다.”
하루 24시간 임무가 내려지면 언제든지 불려나가야 하고 퇴근시간 이후에 불려지면 추가수당을 받긴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랴. 돈을 쓸 시간도 없는데 말이다. 확 그냥 보이콧이라도 할까보다.
“그럴거면 도와드릴게요. 저도 최근에 야근하느라 피부가 많이 나빠졌거든요.”
“됐어. 어차피 고소해봤자 씨알도 안먹힐 텐데. 그것보다, 이번에는 대체 무슨일로 이런 이상한 연구실에 대려온거야?”
“지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요원님. 현재 최근에 개발된 C.U.B.E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프로토타입의 가상현실에 들어갔던 엔지니어들이 수차례 괴현상을 겪었습니다.”
C.U.B.E 프로그램. 얼마전에 들은적이 있다. 분명 오작동으로 안에 사람이 같혀버려서 서지수 선배 아들이 소속된 클로저 팀이 구출작전을 위해 투입되었다고 들었다. 내가 들은 바로는 작전은 실패했고 한명의 희생자를 내며 기적적으로 귀환했다고 한다.
“아니, 1달 전에 그 난리가 있었는데도 폐기처분을 안했어?”
“전에도 말했다싶이 뭘 개발하는데는 돈이 많이 들어가서요.”
“...역시 유니온은 매번 사람은 참신하게 만든다니까... 그래서, 그렇다면 그냥 안에 들어가서 문제를 찾고 해결하면 되지?”
“네. 그러면 일단 시스템에 접속해주세요.”
마음같아선 그냥 콱 무시하고 1일밖에 안되는 소중한 휴가를 만끽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시말서 작성에다가 휴가가 깎이는것이 안봐도 비디오다. 그냥 조용히 따라야지.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기계장치에 누운 나는 희미하게 들리는 카운트다운을 기다리며 눈을 감았다.
-5, 4, 3, 2, 1. 접속.
카운트 다운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눈을 떴다. 빨리 해결하고 퇴근하자는 마음이 앞서서 최대한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며 귀를 귀울였지만 아무곳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거쎈 바람소리와 부유감이 내 몸을 덮치고 있었다.
“우와, 우와오아ㅗ아오아ㅗㅇ!!”
순간 엄첨나게 패닉하여 팔 다리를 퍼드득 거리며 당황한 나는 속으로 온갖 욕설들을 내뱉었다.
야, **, 이 망할 유니온 기술자들 같으니라고. 윗***들이 휴가를 깎는것도 짜증나 죽겠는데 이제는 기술자들 까지 내 목숨을 깎을려고 하네. 참 대단하다.
그렇게 욕설을 퍼부으며 눈을 감은 나는 이내 부유감이 사라진것을 꺠닿고 눈을 떴다.
눈을 떠 확인해보니 내 발은 제대로 땅에 붙어있었고 몸 또한 멀쩡했다. 하지만 사람이란 무언가가 갑작스럽게 바뀌면 멀미를 하는 법이다.
“우읍...”
가뜩이나 멀미에 약한탓에 하마터면 구토를 내뱉을뻔한 나는 간신히 그것을 제지하며 숨을 깊게 들이 마쉬고는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그러자 차가운 공기가 내 폐를 강타했고 나는 그탓에 연속으로 기침을 내뱉었다.
“으 추워죽겠네...”
왜 이렇게 추운걸까 하고 스스로 물어보며 주변을 둘러본 나는 잠깐 할말을 잃고 말았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힌 설원이 끈임없이 이어지고 있었기 떄문이다. 물론 눈을 난생 처음보는것은 아니다. 내가 할말을 잃은 이유는 그 설원에서 느껴지는 허무함 떄문이였다.
“아니, 스위스에있는 알프스 산도 이렇게 텅텅 비어있지는 않다고...”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잠시 설원을 둘러보며 경치를 구경하며 생각했다.
와... 그래도 경치 하나는 절경이네. 그냥 여기서 휴가를 보내는샘 치고 시간좀 죽이다 갈까?
“떙떙이 치시지 마시죠 요원님.”
“떙떙이 안쳤어.”
하지만 그런 불순한 생각은 앨리스가 무전을 통해 잔소리를 하는 바람에 그만둬야 했었고 나는 검은 책을 꺼내들며 마지못해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검은 책은 잠시 조용히 펼쳐지더니 무언가를 감지한듯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기 시작했다.
“빙고. 저기인가?”
페이지들이 흩날리며 한 방향을 향해 날아가자 나는 그 종이들을 따라갔다. 위치가 가까운지 종이들은 날아가다가 이내 얼마가지 않아 바닥에 떨어졌고 나는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발로 치우며 바닥을 수색했다.
바닥을 수색한지 얼마되지않아 나는 작은 직사각형의 카드 하나를 발견했다. 눈으로 뒤덮여있어 뭐라적혀있는지 보이지 않아 나는 눈을 손으로 털어내었다. 그러자 그 카드의 상단에 커다랗게 UNION 이라고 영어로 적혀져 있었다. 나머지 글자들은 아무래도 영어가 아닌 한국어인듯 했다. 물론 한국어는 꽤나 잘하는 편이지만 아직 읽거나 적는것은 매우 서투른 탓에 나는 카드에 적혀져있는 글씨를 읽을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클로저 요원증인것 같은데 말이지...”
아무리 애를써도 글씨를 읽을수 없자 나는 하는수 없이 요원증의 뒷면을 확인하였다. 그러자 거기에는 영어로 Special Agent와 Seha Lee 라고 적혀져있는 글씨와 함께 하나의 증명사진이 붙어있었다.
“세하이? 무슨 이름이 이래?”
적혀져 있는 글씨를 읽자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는 요상한 느낌이 드는 이름이 튀어나와 꽤나 황당해한 나는 이내 한국의 이름은 성이 앞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기억하고는 다시한번 거꾸로 읽어보았다.
“이세하... 이세하? 어라?”
이세하,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가 아니라, 그거 선배가 맨날 자기 아들이라고 자랑하던 이름이잖아?
순간 경악을 금치 못한 나는 이내 겨우 진정하고는 검은 책에 위상력을 주입해 반경내의 사념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마안가 하나의 사념이 멀지않은 곳에서 느껴졌었다. 그리고 나는 바로 사념이 있는곳으로 다가가었다. 그러자 그곳에는...
한 소년이 뒤를 돌아본체 서있었다.
“...앨리스, 임무중 실종됬던 클로저를 구하면 주어지는 보상이 뭐였지?”
“네? 분명 추가수당, 혹은 절대적인 특별휴가 지급... 이였던 것으로 알고있는데요? 갑자기 왜 그걸 물어보시는 거죠?”
“지금 특별휴가가 내 앞에 있거든.”
----------------------------------------------------------------------------------------
CUBE시스템에서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 기적적으로 생환한지 벌써 1개월이 지났다. 어떠한 이유로 인해 시스템의 자동분리절차 프로그램이 고쳐져 제이, 미스틸테인, 서유리, 그리고 이슬비를 포함한 모두가 현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끝까지 시스템에 남아 이슬비를 구한 소년은 수색요원을 보내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몇주일이 지나도 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유니온은 이세하를 MIA, 작전중 실종으로 분류했고 그의 수색을 포기하였다.
CUBE시스템에서의 일들은 검은양팀을 조금 바꿔버렸다. 서로의 관계는 예전보다 왠지 모르게 더욱 좋아져 있었고 그 이후로 서로 싸우는 일들은 단 한번도 없었다. 모두들 다들 예전의 활기찬 느낌을 되찾았지만 이슬비는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팀 내에서는 한가지의 불문율이 생겨났다.
이세하에 대해서 절대로 이야기를 꺼내지 말것.
딱히 누가 정한 룰은 아니였지만 이세하의 이야기가 나올떄마다 전보다 더욱 차가워진 이슬비의 분위기가 절대영도로 얼어붙었기에 그 누구도 이세하에 관한 이야기를 그녀 앞에서 할수 없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처음에는 계속 차가웠던 이슬비도 시간이 흐를수록 다시 조금씩 부드러워졌고 이제는 이세하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도 그저 슬픈 표정을 지을 뿐 딱히 반응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모두가 조금씩 그에 관한것을 받아들이며 적응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또한, 그렇게 모두 현실에 순응하며 제각자 따로 행동하던 날이였다.
제이는 시스템 속에서 한 약속을 언급하며 자신의 관리요원인 김유정을 성인인증이 필요한 영화관에 데리고 나갔고 서유리는 미스틸테인과 같이 핫초코라도 마시기 위해 근처 카페에 나가있었다.
모두들 다 나가있었기에 대기실에는 이슬비 혼자 조용히 앉아서 임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렇게 노트북의 자판을 치는 소리가 텅 빈 대기실에서 울려퍼지며 문장을 만들기 시작한지 몇시간이 지나자 그제서야 이슬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창가에 다가가 커피를 한모금 들이켰다. 오랜 시간동안 노트북 화면을 보고있었던 탓에 쌓였던 피곤함이 커피를 마신것 떄문인지 조금 완화되자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벌써 12월이기에 눈이 오는것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였지만 그런 눈송이들은 왠지모르게 그녀의 마음을 자극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애써 무시하고는 계속해서 창밖을 내다보며 한 소년을 떠올렸다.
-난 겨울이 좋더라.
언젠가 소년이 말했었던 한마디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자 이슬비는 이내 창가에 팔을 기대더니 조용히 투명한 액체를 흘려보냈다. 눈물이 그녀의 눈시울을 적시며 시야를 방해했지만 그녀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저 조용하게 눈을 감았다.
[똑똑]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있던 눈을 감으며 창가에 기대고있던 와중, 노크소리가 들려와 그녀는 허겁지겁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자신이 울었다는 흔적을 지우기 위해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네, 금방 나갈게요!”
최대한 평범한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열은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것은 빨강과 검정색이 섞여있는 새하얀 색깔이였다. 잠시 눈에 비춰진 색깔이 무엇인지 알지못해 가만히 서있던 그녀는 얼마 뒤에야 노크한 상대의 키가 자신보다 크다는 사실을 꺠닿고는 고개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돌아왔어.”
-소녀가 줄곧 그리워하던 소년이 서있었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만큼 더 큰 키. 반듯한 외모, 차분히 내려앉은 머리카락, 그리고 밝게 빛나는 금색 눈동자를 지닌, 다시는 만날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소년이 그곳에 서있었다.
그 순간, 어떠한 감정이 굳은듯한 이슬비의 마음을 궤뚥고 지나가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슬비는 소년을 향해 뛰어들고는 그의 품에 몸을 기댄 채 눈물이 가득한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늦었잖아 바보야."
-----------------------------------------------------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