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f Striker-이세하 Ep-CUBE 2. 재와 먼지가 낀 거울

Sehaia 2018-04-21 6

특경대원들과 학교를 정리하던 우리에게 그 통지가 날아온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학교는 이미 폐허에 가까웠다. 그 중에 일부는 우리가 저지른 것도 있고, 강남 지역은 우리 담당이라는 명목 하에 우리도 또한 수리를 담당하게 된 것이었다.

 

커튼을 멋대로 뜯어버린 걸 후회하며 교실 벽면에 다시 커튼을 다는 도중, 회선이 복구된 교내 안내방송으로 유정 누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얘들아. 중대한 얘기가 있으니 좀 모여 주겠니?”

 

또 다시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아 한숨을 쉬었다. 근 몇 달간 중대하네 뭐네 하면서 불러낼 때에는 제대로 된 일들이 없었다. 터벅터벅 걷는 발자국이 울리는 소리가 텅 빈 복도를 자그마하게 울렸다. 유정 누나가 있을 교무실까지의 거리가 너무나도 멀었으면 했다.

그리고 유정 누나가 한 말은 분명 수없이 내쉰 한숨만큼의 값은 톡톡히 치렀다.

 

갑작스럽지만, 승급 공문이 내려왔어. 이번 회의에서 정식요원 승급 대상으로 너희가 결정됐어.”

 

정식 요원. 이제까지 수습으로 취급 받으며 본격적인 전력에서는 제외되었던 우리를 이젠 정식 병력으로 취급하겠다는 얘기다. 수습 요원이라고 불렸던 것 치고는 이상하리만큼 힘든 일이 많았던 것 같기는 하지만, 그 대가라고 한다면 이해할 수 있으려나?

그럴 리가 없잖아.

 

어째서죠? 저흰 수습요원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 이런 시기에 벌써 정식요원이라고요?”

 

내가 말하기 전에 이슬비가 대신 질문을 던졌다. 생각이 조금만 있다면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수습 요원으로서 많은 성과를 올렸다고는 하지만, 실전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사선의 경계를 넘나들며 싸웠다고는 해도, 우연이 여러 번 겹쳐졌기에 해결할 수 있었던 일이 부지기수. 살아남는 것과 행운조차도 실력이라 평가받는 곳이 전장이라고는 하지만, 실력 없이 운으로 쌓아올린 생명은 언젠가 필시 무너진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아직 승급 심사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건 자명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버젓이 승급 공문은 내려왔다.

이 승급, 분명히 무언가가 대가로 걸려있다.

 

유정 씨. 그렇게 우물쭈물하지 말라고. 어차피 그런 거잖아?”

 

제이 아저씨는 다 알고 있다는 투로 느긋했다. 물론 그것이 어이없는 상황에 대한 비꼼이라는 건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별로 눈치 없는 내가 알 수 있을 정도로, 아저씨도 나름 참고 절제하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번에 강남에 일어난 일들은 규모가 너무 커. 수습요원으로서는 맡길 수 있는 임무가 아니야. 그런데 지원을 올 병력은 제한이 되어있지. 애쉬, 더스트, 그리고 칼바크 턱스가 죽여 버린 요원들은 유니온에게는 막대한 피해가 되었겠지. 그들은 우리 같은 수습 따위와는 다르게 어디에든 갖다 붙일 훌륭한 전력이었을 테니까.”

 

과연, 그런 건가.

 

특별할 게 어디 있나? 정식 요원? 까짓 거, 없으면 만들면 되는 거지. 안 그래?”

 

제이 씨. 그렇게 말씀하시면......아니. 맞는 말입니다. 이번 정식요원 승급은 아무래도 이상한 점이 많아요.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강남에 큰일이 닥치려는 걸, 미연에 승급한 저희를 투입하는 걸로 막으려는 것 같습니다.”

 

그게 뭐야.

우리가 잘한 게 아니라, 그냥 단순히 구색 맞추기 용으로 끼워 넣겠다는 거잖아.

 

하지만 기회라는 건 분명해요. 정식 요원이 된다면 유니온 내에서의 권한 자체는 더 많아져요. 정식 요원이 되는 심사가 보통 클로저가 몇 년을 일해야 얻을 수 있는 기회라는 걸 생각해 보면......”

 

싫어요.”

 

무례하다는 자각은 있다. 한창 말하는 도중에 말을 끊다니.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봇물이 터지듯이 새어나와서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정식 요원 따위, 되지 않을 거예요. 더러운 어른들의 체면 맞춰주기 구실로 제 목숨을 내놓을 생각도 없고요. 업무는 수행할게요. 하지만, 전 여기저기 편리하게 갖다 끼우는 마스터키가 아니에요. 클로저라는 걸 뭐로 보고 있는 겁니까.”

 

응어리진 감정을 다 토해내고 나서야 숨을 들이쉴 여유가 생겼다. 자신이 내비친 감정이 어떤 것인지 눈치를 챌 수 있을 즈음, 모두의 씁쓸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에서도 유정 누나는 유독 미안하다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유정 누나가 잘못한 건 아니었는데, 또 난처하게 했다는 미묘한 죄악감이 마음을 죄었다.

 

세하야. 충분히 화나는 거 알아. 하지만, 이번 건은 부디 들어줬으면 좋겠구나. 물론, 내 독단으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야. 만일 정말로 싫다고 한다면, 수습 요원 승급 때와는 다르게 넘길 수도 있어. 개인적으로는 꼭 쳐 줬으면 좋겠지만......다른 사람들은?”

 

석연치 않은 시험이지만, 알겠습니다. 유정 언니의 말대로 이건 기회기도 하니까요.”

 

이거 통과하면 진짜 정식 공무원 되는 걸로 아는데, 그럼 저도 칠게요.”

 

이슬비와 서유리는 이미 넘어간 눈치고, 아저씨와 미스틸도 분위기를 보면 칠 것 같다. 아마 지금 내가 치지 않으면 팀 단위로 수행해야 할 일에서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

.

.......그래, 나쁜 얘기만은 아니다. 정식 요원이 되면 자잘한 잡무에선 벗어날 수도 있을 거고, 월급도 일단 더 많이 들어올 것이다.

이런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정식 요원이 되면 얻는 것이 많다. 한순간의 감정으로 이 기회를 놓치는 건 옳지 않다......

 

알겠......습니다.”

 

휘둘리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면서도, 이미 여러 번 내리깔았던 경험이 있는 묵직한 고개는 이번에도 얌전히 꼬리를 내렸다.

 

그래서, 과제는 뭐죠.”

 

그리 어려운 테스트는 아닐 거야. 구로역에서 정도연 씨와 했던 실험 기억하니? 인격을 기계에다 그대로 복제했던 실험. 이번에 유니온에서 개발한 CUBE는 그것의 완성형이야. 네 인격뿐만 아니라 네가 여태까지 싸워본 적들의 데이터도 전부 추출해서 전투 훈련을 할 수 있게 해 줘.”

 

그러니까 간단히 훈련 프로그램 확장팩이라고 하면 될 것을.

왠지 평소 하던 것과 별로 차이도 없는 간단한 테스트만 하고 정식 요원이 될 것 같아 불안했다. 구로에서 죽어간 정식 요원들의 무게가 가벼워질 것만 같은 치적거리는 감각이 아무래도 사라지질 않았다.

 

그 후는 정말로 특별할 것이 없었다. 평소 보던 훈련 프로그램 옆에 기계를 하나 더 연결한 뒤, 언제나와 같은 훈련용 가상현실 기기를 머리에 썼다. 순식간에 현실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널찍한 트레이닝 룸 하나가 나타났다. 균열이 일어난 공간에서 차원종이 튀어나오는 걸 본 것과 동시에 건블레이드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처음 나타난 것은 스캐빈저. 충격파를 일으켜서 진열을 무너뜨린 후에 각개격파.

두 번째는 말렉. 체력 자체는 낮게 조정되어 있던 것인지, 거리를 떼어놓고 불꽃을 몇 번 쏘아내다 다리를 공격했더니 쓰러져버렸다.

뒤 이어서 나타난 칼바크 턱스도, 엠프레스 코쿤도, 그 때의 압박감을 전혀 재현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TV 상식 퀴즈 프로그램에서 정답을 맞추는 기분이었다. 긴박감도, 흥분감도, 머리를 쓸 필요도,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내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된다고 알려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할 뿐, 단언컨대 내 실력을 측정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었을 것이다.

 

정말 의미 없어.

 

정말 무가치하군.”

 

.......?

 

분명 나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어야 할 공간에 공허한 말 하나가 울렸다. 내가 생각하는 걸 그대로 읽어 들이기라도 한 것 같았다. 내심 숨겨두고 있던 공허함과 분노를 나를 대신해서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아무런 힘조차도 들어가 있지 않은 그 목소리에선 이유 모를 분노가 섞여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뒤를 돌아본 큐브의 한 구석은 시커멓게 물들어 있었다. 그 한 구석에 서 있는 무언가로부터,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시커먼 위상력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마치 애쉬, 더스트와도 같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위상력이었다.

이윽고 시커먼 덩어리 하나가 어둠을 집어삼키면서 점점 커지고 있었다.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어째선지 정확하게는 말할 수 없었지만, 이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저딴 것과는 상종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상대방은 그럴 생각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런 것 따위 어차피 망상에 불과한데 말이다. 기억에 있는 적과의 전투?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지? 실질적으로 전투를 하는 것도 안 되는, 단순한 상상에 불과할 뿐이지 않나. 그렇다면, 그런 건 관두자고. 차라리 다른 유익한 행동을 하는 게 좋겠지. 예를 든다면, 자아비판이라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이곳은 내 인격과 기억이 반영되어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지금 말하고 있는 건 AI에 불과한 것이었다.

별 달리 대답할 이유도 없다. 자아비판 같은 자학적인 취미는 없다. 그런 건 부디 나하고는 상관없는 머나먼 나라에서나 존재해주길 바란다.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 건 자아비판 같은 게 아니다. 일방적으로 AI랑 대화하고 있을 뿐인 거였다. AI를 굳이 사람으로 대해 줄 필요는 없다. 대화라는 게 성립하지도 않는 것과 대화를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AI 주제에, 뭘 안다고.”

 

아무것도 모르지.”

 

기대도 하지 않았던 것보다 더 어이가 없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것의 말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만 굳이 따진다면 네놈보다 조금 더 아는 게 있을 수도 있지.”

 

분명 시커먼 덩어리에 불과했던 그것의 형체는 순식간에 녹아내려,

 

네 회한이나,”

 

은발금안의 울고 있는 자그마한 상처투성이 소년에서,

 

눈을 돌리고 싶은 현실,”

 

새치 섞인 검은 머리카락의 검은 오른쪽 눈과, 미처 숨기지 못한 왼쪽 금빛 눈동자를 가진 무기력한 인간으로 그 모습을 바꿔갔다.

그리고 그 마지막은,

 

그도 아니라면 가능성. 혹은 네가 바라는 모습. 그것만은 네놈보다 잘 알고 있겠지.”

 

인간이 아니라는 것쯤은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얼핏 보기엔 아무리 사람의 탈을 쓰더라도 감추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겉모습만 본다면 선명하게 빛나는 자줏빛 눈동자. 숯덩이를 갓 다 태워버린 재와 같은 새하얀 머리카락. 이런 것들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했다.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어도, 내용물은 인간이 아니다.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시커먼 연기는 불길하기 짝이 없는 검은 갑주가 되었다. 축 늘어뜨린 팔에는 당장이라도 피가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검이 들렸다. 검은 연기가 서서히 형체를 갖출수록, 어떻게 형용할 수 없을 불안감이 엄습했다.

누가 보더라도, 오로지 파괴 외에는 존재 가치를 찾아볼 수 없는 흉악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원종......?”

 

부정할 생각도 없어 보이던 그 놈은 머리를 선선히 끄덕였다. 뚫어지게 바라** 않으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조금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긍정의 의미라는 건 두말할 것도 없이 명백했다.

 

어쩌면 애쉬, 더스트에게서 얻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유하나와 같은 번데기 속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르지. 그래, 이건 차원종의 위상력이다. 문제라도 있나?”

 

그게 어쨌다니, 이해할 수 없다. 그런 것 따위, 용납될 리가 없다. 사람이길 포기하고 차원종이 된다니, 그리고 그 말로가 그런 것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걸까?

 

아니......이건 아니야.”

 

내가 바라던 건, 이런 게 아니야.

 

나약하군.”

 

소통하는 것을 거부하는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그것은 시시하다는 듯이 검을 바닥에 꽂아놓고 고개를 숙였다. 잠깐 동안의 정적이 지난 후에야 그것은 나를 밀어내듯이 고개를 들었다.

 

나약해, 나약해, 나약하다. 어리석어. 힘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네놈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싸워온 거지? 잘 생각해 봐라. 네놈이 약하지 않았다면 나와 마주할 일이 있었을까?”

 

종잡을 수 없는 소리다. 엉망진창이었다. 내가 저것과 마주하게 된 건 단지 떠밀려서 승급 심사를 받기 위한 것뿐이었다. 그런 게 내가 약한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내가 무엇을 위해 싸워왔냐니, 그런 걸 굳이 여기서, 하필 저것한테 말할 필요는 없다.

아무런 상관이 없을 터다.

 

이해하지 못했나? 만일 네놈에게 모든 걸 부술 압도적인 힘이 있다면, 굳이 인간들이 하는 말대로 따를 필요가 있었을까? 아니, 그렇지 않아.”

 

차라리, 그들 모두를 부숴버렸겠지.

거치적거리는 모든 건, 부숴버리면 될 일이다.

어른이든, 차원종이든, 유니온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끝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깊은 그 눈은 내가 멈춰놓은 시간과 사고의 톱니바퀴를 다시 굴리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사람을 상처 입혔던 이후로, 다시는 사람을 향해 휘두르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건 무엇을 위해서였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지내는 동안 클로저로서 활동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건 어째서였을까.

언제든 그만두겠다고 생각했던 클로저 일을 계속하고 있는 건 무엇을 위해서였는가.

 

도대체, 무얼 위해.......?

 

, 다른 사람들이 싸우지 않......”

 

아니. 그게 아니야.

난 알고 있다.

그건 내 본심이 아니다. 절대로, 내 본심은 될 수 없다.

 

꺼내려고 했던 가식은 결코 본심은 되지 못한 채,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차마 끝맺지 못한 말을 전부 알고 있다는 듯이,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의 주변을 시커먼 위상력이 휘감았다. 당장이라도 주변의 모든 걸 불태워버리고 싶어 안달이라도 난 마냥, 뜨거운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기분 탓인지 녀석의 몸이 전보다 훨씬 커진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차갑게 가라앉은 말투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이쪽까지 느껴졌다.

 

어딜 감히 가식을. 집어치워. 나와 너, 양쪽이 만족할 대답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타인을 위해? 가당치도 않은 소리. 그렇다면 대답해 봐라. 그 타인에 어른은 포함되어 있느냐?”

 

답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알고 있었다.

 

그럴 리 없지.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 건지, 왜 하고 있는 건지, 아무런 생각조차도 하지 않아. 그런 인간이, 굳이 살아서, 싸워서, 뭘 하겠다는 거지. 그런 시시한 삶을 영위하는 것에 비해 볼 때, 내가 힘을 추구하는 것이 뭐가 잘못이란 거냐?”

 

학교에서 맨날 반복되던 설교라도 듣는 기분이었다. 하다못해 조금만 했다면 조금은 참고 들었을지도 모를 말들이 쉬지도 않고 반복됐다. 이런 걸 얌전히 들어줄 이유도 없었다. 애초에 저것을 쓰러뜨리기만 하면 들을 필요도 없던 말이었다는 것에 생각이 ** 순간, 건블레이드를 휘두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끄러워! 이번 승급 심사는 왜 이 모양이야! 그냥 기억에 있는 놈들과 싸우라면서! 저딴 AI한테 주절거리는 기능은 왜 달아놓은 거야!”

 

어느 순간엔가 제대로 된 시험을 치겠다는 생각은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단지 저 쓸데없는 입을 다물게 하고 모든 소동을 끝내버리고 싶다는 충동만이 남았다.

 

당겨진 불에, 마지막으로 한껏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게 바람이라는 것조차도 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이상의 대화는 무가치하겠군. 하다못해 한마디라도 제대로 되먹은 말을 기대했는데, 결국 자신이 시체라고 하는 것밖에 주장하지 못하는 건가. 그럼 시체는 시체로 돌아가야겠지.”

 

어서 덤벼라. 시간이 아깝다.

 


바닥에서 그것의 검의 끝이 시허연 이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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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Closenea입니다.

어떠셨는지요. 개인적으로 썩 맘에 드는 편은 아니지만, 더 늦어져도 지금 정신으론 더 나은 결과가 나오기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아 올립니다. 새삼 필력이 뚝뚝 떨어진다는 걸 느끼는 요즘입니다. 친구 제의로 수능 끝나면 웹툰 스토리를 한 번 써보기로 했는데, 이렇게 실력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 지 불안불안하네요-_-;;. 나중에 작법이나 이야기 구성법을 좀 더 공부해서 부직업으로 소설가를 해보고 싶다고도 생각했는데 말이죠.


이번 편은 대화 위주가 되겠네요. 솔직히 즐거운 내용은 아닙니다. 세하가 여태까지 싸워온 이유를 정당하게 풀어내는 것이 정식요원 승급 심사에 잘 담겨야 한다고 생각해서 쓰려고 노력해봤습니다. 지금은 여태까지 쌓아놓기만 한 내적갈등을 풀어놓은 것 밖에 안 되니, 이 이후의 내용을 잘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겠죠.


미숙한 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다, 라는 소박한 소망 하나만 남겨봅니다.

2024-10-24 23:19:2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