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슬비] 하얀 날개를 가진 아이 (下)
꽃보다소시 2018-04-21 9
(上) -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categorysn=1&n4articlesn=13232
고개를 들어 나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의 얼굴을 확인 했다. 내 눈 앞엔 2년동안 내가 찾아다녔던 이슬비가 서있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을 때 잠시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고 있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잠시 구별도 못한 채.
아무 생각 없이 입에서 내뱉었던 말.
"이..슬비?"
그렇게 말한 직후에야 내 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다.
아직 누군지 확실하게 모르는 사람한테 내가 찾는 사람의 이름을 말하다니.
하지만 내 눈앞에 있는 천사같은 이 여인은 이슬비와 흡사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그녀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야."
"!!"
"세하야."
그녀가 입을 열었을 때 목소리만 듣고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알고 있던 이슬비가 맞다는 것을. 나에게 오랜만이라고 말해준 그 순간 너무 기뻤다.
"정말.. 이슬비야?"
슬비는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2년만에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된 것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 표정의 슬픔을 눈치 못한채.. 나는 기뻐했다. 드디어 만난 슬비와의 재회를.
.
.
.
"어디 갔었었어?"
"..."
"2년을 넘게 기다렸잖아."
그렇다. 내 앞에 있는 이 아이와 헤어져 있던 시간이 2년은 넘은 것 이었다. 그런데 슬비가 이상했다. 내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슬비는 표정을 관리 못하는 듯 곧 눈물이 흘려 나올 것 같았다.
"세하야.."
겨우겨우 눈물을 참으며 나를 부르는 슬비였다.
"왜 그래. 너..?"
"넌.. 소중한 사람들을 이제 영원히 만나지 못하게 된다면 어떡할거야?"
"갑자기 그런..."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참아왔던 눈물들이 쏟아져 흘러 내려왔다.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라.. 나는 그런 걸 생각해 본 적 없다. 아무도 내 곁을 떠나간 적이 없기 때문에.. 영원히 못만나게 된 인연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러는거야?"
슬비가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그런 말을 하는 이유. 난 물어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물어봐서는 안될 걸 물어본 것 같다.
"난 이제 곧 사라져."
"그게 무슨 소리야. 사라진다니?"
"너도 느꼈을거야. 너 주위 사람들이 다 나를 기억 못하는거."
"..."
"너만이 유일하게 나를 기억해줬어."
"이.. 슬비."
"왜 너가 날 기억하고 있는지 알아..?
그 원반한테 빌었던 내 두가지 소원중에 마지막소원이 너를 만나는 거였어."
"..."
"몇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너를 만나고 사라진다해도.. 너한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그게.. 뭔데?"
"원래 그 날에 넌 나를 구해주고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라.
그런 너와 다친 모든 팀원들을 살리고 싶어서 이 세상의 내 모습과 존재를 대가로 너와 팀원들을 살린다고 했어."
"그럼 너는..? 넌 어떻게 되는건데??!"
"난 이제 곧 이 곳에서 사라질거야. 그 땐 너도 이제 기억속에서 나는 지워지겠지."
슬비는 그렇게 말했다. 믿을 수 없었다. 슬비가 사라지는 즉시 나는 슬비라는 우리 검은양팀의 리더. 나와 같이 있던 팀원의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 생각하기 싫었다.
마지막인 것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아니. 난 널 기억할거야. 무슨일이 있어도."
"..."
"꼭 가야해?"
"응. 미안해.. 드디어 만났는데."
그 말을 한 순간 슬비의 모습은 조금씩 옅어졌다.
"안가면.. 안돼?"
"세하야."
"응."
"억지로 막 밀어 붙였던거지만... 검은양팀의 멤버로 들어와줘서 정말.. 고마워."
"..."
"2년 전 그 날 죽어가는 날 구해줘서 고마워.
.
.
.
다음생에도 다시 만나면 좋겠다."
...
다음생에도 다시만나자는 말과 함께 내 눈 앞에 있던 슬비의 모습은 사라졌다.
오늘 만난 슬비의 모습은 옛날의 핑크색 머리와는 완전히 다른 긴 금발 머리에, 등 뒤에 달린 예쁜 천사날개와 그 모습은 다시는 잊을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슬비가 사라진 후 그 자리에서 쓰러졋고 의식을 잃었다. 그 때 내 눈앞은 빛이란 건 하나도 없이 캄캄했다.
나는 그 어둠속에서 잠시나마 발버둥 쳤다. 슬비를 잊고 싶지 않아서.
.
.
.
"... 뭐야 잠 들었었나.."
눈을 떴더니 나는 회의실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꿈속에서 무언가 본 것 같은데 아무 기억이 없다. 뭔가 찝찝하고 끊긴 것 같은 이 기분. 뭐라 설명할 수 없다. 그냥 기분이 오묘했다.
"세하형!"
"미스틸?"
"유정이 누나가 찾고 계세요."
"알았어."
"아, 형.."
"응?"
"그 여자 분 요원증 아직도 가지고 계셨네요?"
그제서야 내 손에 뭔가를 들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집어 들고 있었던 것은 누군가의 요원증. 핑크색 긴 머리에 푸른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예쁜 소녀의 요원증이었다.
하지만 내 기억속에 이런 여자아이는 없었다.
"어.."
"형 그 누나 좋아해요??"
"어.. 어?! 아니..? 그게!"
"히히, 그냥 한 소리에요!"
그렇게 나와 미스틸의 대화는 끝이 났다. 유정이 누나와 볼 일을 마치고 나는 오늘 먼저 퇴근했다. 집에 가는 길에도 내 주머니엔 그 소녀의 요원증이 있었다. 분실물 센터에 가져다 놓으려고 했지만 자꾸 마음에 걸려 가지고 와버렸다.
지갑 한 켠에 집어 넣으려고 지갑을 꺼내 연 순간 또다른 사진 하나를 발견했다. 나와 서유리, 미스틸, 제이 아저씨.. 그리고 요원증의 주인인 그 핑크색 머리 소녀. 이렇게 5명이 찍은 사진이 내 지갑 속에 있었다.
머릿속에서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도대체 누구인가? 나와 무슨 관련이 있는 사람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도중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해줘서 고마워.'
"!!"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여자의 목소리.
매일 들었던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검은양팀에 들어와줘서 고마워.'
나지막이 들리는 어떤 소녀의 목소리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춘 채 눈물을 흘렸다.
왠지 모르게 나타나는 슬픔에.
그리고 눈물을 흘린 순간 나는 기억이 되살아났다.
지금 들려온 이 목소리는 모두를 위해 희생한 그녀의 마지막 목소리라는 것을.
'언제까지나 기억하기로 했는데 잊어버릴 뻔 했잖아.'
듣지도 못할 그녀에게 소리내어 말했다.
"언젠가 다시 만나자.
.
.
.
슬비야."
...
다시는 만나지 못할 그가 날 기억해주기를 바라며 보냈던 간절했던 내 목소리가 전해진 것 같다.
이젠 정말 떠나갈 시간이었다.
그녀도 자신을 다시 기억해준 이세하라는 남자에게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속삭였다.
"잘있어, 세하야."
* "죄송합니다.. 시험기간이랑 실기고사랑 겹치는 바람에 하편이 늦어졌네요..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