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팩, 잊혀진 어금니 (31)

벨리에나 2018-04-19 0

 베를린지부, 밤.


 검은양-늑대개 팀에게 사태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지하 실험실을 빠져나간 김도윤, 빅터, 그리고 흑지수. 볼프강과 미스틱은 깨어난 김재리에게도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김재리는 코드를 볼프강에게 알려준 자기가 문제라며 자신을 비난했지만 에릭은 지난 일을 후회해봤자 의미 없다며 현재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김재리는 에릭의 말에 명심했다.


 "에릭 씨. 혹시 코드를 제작한 연구원들이 도울 수 있지 않을까요?"

 "불가능할 겁니다. 코드를 다시 만지기 위해선 요원들의 머리를 해체 수준까지 뜯어내야 합니다. 아무리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해도 원래 있던 뇌를 재구축하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자신의 말을 되새겨보는 에릭. 경쾌하게 손가락을 튕기며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맥스 요원님이 가지신 힘은 2분대 요원님들의 머리를 뜯지 않고 코드를 해제할 수 있는 힘입니다. 맥스 요원님을 대처할 힘이 있습니다. 그분이 사용하시던 기계 의수, 그리고 지하에 계실 때 계속해서 추출하던 위상력. 맥스 요원님이 가지신 힘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하겠지만 현재 베를린지부의 기술력으로 증폭시킨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습니다."

 "연구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당신밖에 없어요, 에릭."


 에릭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볼프강을 바라보았다.


 "볼프강 요원."


 볼프강은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그래."

 "아이들을 구합시다. 반드시."

 "...... 고마워. 꼭 성공하길 빌게."


 에릭은 미스틱에게 코드가 활성화된 2분대 요원들의 육체를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마취약을 넘겨준 뒤 지하 실험실을 떠났다.



 루나는 어떤 공간에 홀로 서있었다.


 그녀에게는 방패가 없었다. 그저 요원복을 입고 있는 자신, 하얀 공간, 울먹이고 있는 안나. 루나는 안나를 발견하자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 안나!"


 안나의 어깨를 잡으려고 한 루나의 손이 안나의 몸을 통과한다. 자연스럽게 루나는 안나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무슨 일이 발생한 건지 이해하지 못한 루나는 급하게 뒤돌았다.


 울먹이는 안나가 사라지고 있었다.


 "안나......?"

 "힘을 제어할 수 없어...... . 이게 코드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알려준 건데...... . 오히려 사람들을 다치게 했어...... ."

 "코드? 그게 무슨 소리야?"
 "...... 미안해, 루나. 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정말 미안해...... ."


 안나의 몸이 완전히 사라지려고 했다. 루나는 안나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의미 없는 일이었다. 루나는 안나가 사라진 자리에 무릎 꿇고 절망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무슨 일이긴, 너의 사명을 다하는 거지."


 안나의 목소리. 하지만 안나가 아닌 것을 직감한 루나. 온 몸에 소름이 끼치는 목소리에 루나는 뒤로 자빠졌다. 나타난 안나의 모습에 경악하는 루나. 그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반차원종화. 흑지수의 몸에서 발생했던 그것이었다. 안나의 몸은 기괴하게 변화했다. 목이 강제로 꺾여있었고,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안나의 아름다운 원피스는 옷의 기능을 상실했다. 대신 그곳에는 차원종의 검은 갑피가 덮혀있었다. 루나는 눈 앞에 다가온 안나에게서 도망칠 수 없었다.


 "기쁘지 않니, 루나? 너의 상태가 지속된다면...... 우린 영원히 함께야."


 반차원종화가 진행되는 안나가 루나를 껴안았다.


 

 소마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미소 짓는 안나가 사라지고, 대신 반차원종화가 진행되는 안나가 나타났다. 다만 소마의 반응이 이상했다. 반차원종화가 진행되던 흑지수의 경우, 소마는 흑지수라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 흑지수를 구해내려고 했다. 코드가 활성화된 탓일까. 소마는 어떠한 차원종도 허용하지 않게 되었다.


 소마는 자신의 손으로 반차원종화가 진행되고 있는 안나를 공격하고 있다.


 한 손에는 화염이, 다른 한 손에는 전격이 발생하며 안나의 몸을 부수고 있다. 소마의 강력한 공격이 직격할 때마다 안나의 몸은 크게 깨졌다. 소마의 정신에 있던 안나는 루나와 조금 달랐다. 이미 몸이 너덜너덜한 상태까지 공격 당한 안나였지만, 여전히 소마를 향해 양팔을 내밀고 있었다.


 "소마, 불쌍한 아이...... .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한 거야."


 오른팔을 당기던 소마가 강제로 팔을 멈췄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마. 안나의 갑피에 뚝뚝 떨어지는 눈물. 소마는 울부짖듯 호소했다.


 "이러고 싶지 않아, 이러고 싶지 않은데...... 난 왜 안나를 공격하는 거야? 내가 차원종을 싫어해야하는 이유가 뭐야? 내가...... 왜!"


 소마는 안나의 얼굴 옆으로 주먹을 흘렸다. 소마와 안나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함께 슬퍼했다.



 김도윤, 빅터, 흑지수는 램스키퍼의 빛이 보이는 사냥터지기 성 동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루나가 바닥에 꽂은 안나의 기술이 검은양-늑대개 팀에게 큰 피해를 주었다. 그들은 램스키퍼로 몸을 숨기며 부상 당한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램스키퍼로 향하는 길은 험악했다. 빅터와 흑지수가 없었다면 김도윤은 이미 균열 아래로 떨어졌을 것이다.


 "으아아악!"


 두 존재가 앞장 서서 길을 알려주는데도 김도윤은 항상 발을 헛디뎠다. 결국 빅터는 자신의 등에 김도윤을 태우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고, 고맙군요."

 "지금은 한 사람이라도 중요한 때다. 이 정도는 고마워할 필요 없다."

 "후...... 다시 생각해봐도 이해가 가지 않네요. 방해 전파가 베를린지부 전역에 퍼져있고, 2분대 요원님들의 코드는 해제할 수 없고, 검은양-늑대개 팀들은 사냥터지기 팀을 오해하고 있고...... . 대체 이 싸움을 부추기는 존재들은 무엇을 위해 이러는 걸까요?"

 

 흑지수는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총본부의 이미지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황이야. 총장은 세상이 총본부가 필요하게끔 만들려고 하는 거야. 클로저가 이런 식으로 싸우다가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기 시작하면 세상은 그들을 중재할 수 있는 존재를 필요로 하겠지. 아마도 그때, 코드를 쥐고 있는 총장이 나타나 그들을 중재하는 모습을 보이며 사람들의 신뢰를 다시 살 거야. 그러다가 사냥터지기 팀을 이용해 검은양-늑대개 팀을 없애겠지."

 "하지만 이상하다. 소마는 코드가 발생하기 전에 이미 조종 당하고 있었다.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기 전에 그들 중에 먼저 사상자가 나올 뻔했다."

 "음...... 총장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그들의 의견이 맞지 않는 모양이네. 아무튼 우린 빨리 저쪽으로 가야해."


 어두운 공간, 무너진 바닥, 솟아오른 돌기둥. 서늘한 공기가 뺨을 스쳐간다. 하늘도 현재의 상황이 어두운 것을 아는 걸까. 어떠한 달빛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자신들의 감각을 총동원하여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두 세력에게 이 밤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두 세력의 갈등을 풀어낼 세 존재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지 잘 알고 있었다.


 빅터가 발을 멈췄다. 흑지수 또한 발을 멈췄다. 두 사람이 멈춘 이유를 알 수 없던 김도윤은 의문을 품으며 질문했다.


 "왜, 왜들 그러시죠?"

 "위상력자다. 그것도 아주 많아."

 "맥스가 불안정한 위상력을 갖고 있었다고 해도 그의 육체는 그것을 견뎌낼만큼 강인했어. 저 위상력자들이 가지고 있는 위상력은 맥스만큼은 아니지만 사람의 몸 하나 정도는 가볍게 붕괴시킬 정도로 불안정해. 그리고 이미 붕괴되고 있는 것 같고."


 흑지수는 베를린지부의 기술로 만들어진 건블레이드를 꺼내들었다. 빅터도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김도윤은 빅터의 등에 몸을 밀착시켰다.


 "...... 잠깐만."

 "왜 그러지?"
 "아이들이야. 아니, 이렇게 많을리가...... ."


 빅터는 흑지수가 보는 것을 볼 수 없었다. 흑지수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루나와 소마의 실패작은 물론, 검은양 팀의 미스틸테인과 실험실에 갇혀있는 의문의 아이의 실패작까지. 그녀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한 것은 실패작들이 입을 열어 그녀를 향해 말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패했어요."

 "우리는 실패했어요."

 "아무런 의미가 없죠."

 "더더욱 발버둥칠 거예요."

 "우리가 남으면 되는 거예요."


 마지막 한 마디는 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남으면, 우리가 성공한 거죠."


 실패작들은 이빨을 드러내며 자신들의 몸을 붕괴시킬 위상력을 뿜어냈다.



 미스틸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실패작을 향해 창을 찔렀다. 미스틸을 닮은 실패작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창대를 붙잡고, 자신의 몸을 점점 미스틸 쪽으로 끌어당긴다. 살이 찢어지는 소리가 미스틸의 귀에 똑똑히 들린다. 눈물 흘리는 실패작이 미스틸을 향해 말했다.


 "살인자."


 트레이너는 혼란스러워하는 미스틸테인을 대신해 실패작의 몸을 날려버렸다. 미스틸은 무릎을 꿇으며 자신의 창에 흐르는 피를 어루만졌다.


 "제가, 저를, 저를, 죽인 건가요?"

 "...... 미스틸테인."
 "뭐죠? 제가 저를 죽인 거잖아요? 저 아이들도 저잖아요? 저는, 저는...... ."

 

 트레이너는 뒤쪽에 빠져있던 제이를 향해 말했다.


 "데려가라. 이 아이는 싸울 수 없다."

 "알겠어. 조금만 견뎌줘."


 트레이너는 싸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질책하지 않았다. 저 실패작들은 사람이나 다름 없었다.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고, 감정을 느끼며, 표현할 줄 안다. 같은 사람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물론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트레이너는 저들이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눈치 챘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렸지만 그들은 오히려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늑대개 팀은 검은양 팀보다는 괜찮아보였다. 트레이너의 곁에서 쿠크리에 묻은 피를 닦는 나타, 늑대개 팀 중에서 유일하게 나서지 않는 레비아, 항상 전투 중에 우아한 말투를 구사하며 아름답게 움직이던 하피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실패작들을 걷어차고 있다. 악령으로 돌아간 느낌이 드는 티나와 검이 아닌 주먹으로 싸우는 바이올렛. 늑대개 팀은 트레이너와 함께 반 강제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제이와 서유리를 제외하곤 나머지 검은양 팀은 모두 램스키퍼 내부에 있었다. 단순한 클론이라고 여겼지만 한 사람의 탄생을 위해 버려진 실패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 검을 들지 못하는 이세하, 리더의 역할보다 감정에 충실해져 주저 앉은 이슬비, 자신과 똑같이 생긴 존재들을 상대하다가 큰 혼란에 빠진 미스틸. 서유리는 의외의 모습을 보이며 앞장 서서 싸우고 있지만 제이가 봤을 때 서유리의 눈은 이미 죽어있었다.


 요원들의 정신은 점점 피폐해지며, 피비린내는 짙어질 뿐이다.


 쇼그는 램스키퍼에 달라붙던 실패작을 돌려보내는데 집중했다. 워낙 숫자가 많고 사방팔방에서 달려들다 보니 쇼그는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없었다. 비전투요원인 오세린과 베로니카는 램스키퍼 안에서 아이들을 위로해주고 있었지만 효과는 없어보였다. 김가면과 김유정은 함께 벌쳐스의 통신 장비와 램스키퍼의 통신 장비를 건들며 바깥과의 연결을 시도했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유정 씨, 괜찮아?"


 미스틸을 데려오면서 잠깐 숨을 돌리던 제이는 김유정에게 다가왔다. 김유정은 골치가 아프다는 모습이었다. 사냥터지기 팀과의 분열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트레이너를 말리면서 독일 지부에 찾아왔다. 그러나 일은 더욱 커지고 말았다. 소마가 잘못한 것은 물론 맞지만 트레이너의 대응도 문제였다. 트레이너의 대응에 분노하며 적개심을 드러낸 미스틱이 대표적이다. 말이 통할 것처럼 보이던 볼프강은 코드를 언급하며 다른 이들의 신뢰를 잃었다. 거기서 루나가 검은양 팀과 늑대개 팀을 공격하면서 김유정도 사냥터지기 팀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 저 사람들을 의심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들은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어요. 이해가 가지 않아요. 왜, 왜 볼프강 요원은 코드를 발동한 거죠? 왜 우리를....... ."

 "유정 씨...... ."


 한창 장비를 만지던 김가면은 통신이 연결된 것을 깨닫고 김유정에게 말했다.


 "지부장님, 연결 됐습니다!"

 

 김유정은 힘겹게 일어나 김가면에게 다가갔다.


 "누구에게 연결 된 거죠?"

 "그, 아직 잡음이 심해서......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김가면은 잡음을 없애기 위해 다시 장비를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연결음이 툭 하고 끊어지고 말았다. 김가면은 입을 쩍 벌리며 고개를 돌렸다.


 "어...... 죄송합니다.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그런가요...... ."


 김유정은 다시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때였다. 확실히 연결이 끊어진 것이 확인된 통신 장비에서 희미하게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여......, 응답...... ."

 "기, 기다려주십시오! 이번에는 반드시......!"


 김가면의 노력을 알아주는 것처럼 이번에는 통신이 희미하게 연결되었다. 다만 이번에는 저쪽에서 연결이 끊기고 말았다. 김가면은 억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연결이 끊긴 것이 확실한 통신 장비에서 다시 한 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긴...... 오퍼...... 레...... 앨리...... ."



 슈타인은 연결이 끊겼음에도 그 미세한 시간만에 자신의 목소리를 위상력에 담아 통신이 연결된 장소, 램스키퍼로 전달했다. 물론 슈타인이 전달하는 장소까진 알아차릴 수 없었지만 내용만큼은 확실했다. 총장은 사냥터지기 팀을 이용해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확립한 다음 요원들을 없애려고 하며, 총장과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메리는 사냥터지기 팀까지 없애려고 한다.


 슈타인은 2층에서 앨리스와 함께 다른 오퍼레이터 실에서 기기를 조작하고 있었다. 처음에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만 도와줬지, 슈타인은 바깥에서 실패작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메리는 자신이 데리고 다니는 실패작, 그리고 지하 소각장에서 폐기 처분을 기다리던 실패작, 총 두 부류의 실패작을 조종하고 있었다. 현재 관리국에 있던 실패작은 전자에 해당한다. 관리국을 떠날 때 총장의 권한으로 소각장에 있던 실패작 중 일부를 데리고 온 것이다. 먼저 데리고 나온 실패작들을 완벽하게 조종하는데 성공하면서 소각장에 있던 엄청난 수의 실패작을 조종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되었다.


 슈타인이 실패작을 상대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이코메트리의 능력을 조금 변형하여 실패작들이 뿜어내는 불안정한 위상력에 간섭했다. 바닥을 조종하여 발이 붙어있는 실패작들의 불안정한 위상력을 전신에 퍼뜨린 다음 그들의 육체를 제어하기 시작했다.


 "다들 똑같이 생겨서 건드리기도 애매하군."


 슈타인은 볼을 긁적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광경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메리는 슈타인이 자신의 힘을 이정도로 응용하여 사용할 줄은 몰랐다. 실패작들은 전신이 마비라도 당한 것처럼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3층에 있던 나머지 실패작들은 멀쩡했다. 결국 메리도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펄럭, 펄럭.


 슈타인은 이질적인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 메리, 적당히 좀 해라."


 신체가 변형되어 등에 날개가 생긴 실패작들이 슈타인의 능력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 복도를 날아오고 있었다.


 표정이 어두워지던 슈타인은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사아아악...... .


 오른쪽 벽을 손으로 짚는다. 벽이 순식간에 변형되면서 슈타인의 손에 활과 화살이 하나씩 들려있었다. 슈타인은 여러가지 무기에도 굉장히 능하여 미스틱의 검술이나 볼프강의 검은책에 관한 것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중에서 슈타인이 애용하는 무기는 활이다.  


 활시위를 당기는 그의 팔에 근육이 생기면서 그의 멋진 정장 소매가 찢어졌다. 슈타인의 활은 맥스와 자신 말고는 당길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또한 슈타인의 화살은 단 한 대 뿐이다. 화살에는 파란빛이 감돌면서 슈타인의 힘이 담겼다.


 파아앙!


 화살은 휘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나의 화살은 두 개로, 네 개로, 현재 2층에 있는 모든 실패작의 숫자만큼 갈라지기 시작했다. 별똥별처럼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실패작의 급소만 노리는 위력은 굉장했다. 마치 갈라진 화살 전체가 슈타인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탁.


 하나로 돌아온 화살. 뒤쪽에서 날아온 화살을 한 손으로 붙잡는 슈타인. 2층에 있던 모든 실패작은 머리가 꿰뚫려 쓰러졌다. 슈타인은 팔이 아픈지 조금은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정장의 겉옷을 벗고 셔츠를 민소매로 만들기 위해 어깨 부분 아래를 뜯었다.


 "국장님! 김유정 지부장과 연결 되었습니다! 어머......?"


 항상 슈타인의 정장 차림만 봤던 앨리스는 의외의 모습에 놀랐다. 슈타인은 그녀의 반응을 무시하며 말했다.


 "그쪽은 뭐라고 하지?"

 "어...... 현재 베를린지부에도 실패작이 나타난 모양입니다. 그리고 흑지수 요원님이 램스키퍼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흑지수가?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습니다....... . 요원님들이 걱정됩니다."

 "음, 앨리스. 미니휠 말고 예거도 조종할 수 있지 않았나?"

 "예? 하지만 예거는 단순한 제압 용도입니다. 실패작들처럼 달려드는 자들은...... ."


 슈타인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였다.


 "음, 내가 만들던 게 하나 있다. 크기는 나 정도 될 텐데, 아마도 그거면 병기라고 불릴만 할 거다. 그걸 조종하는 것이다."




 소마 비하인드 스토리에 나오는 인공 생명체의 실패작을 생각해보며 이야기의 갈등 요소로 등장시켜봤습니다.


 총본부가 서지수의 허락을 받지 않고 그녀의 클론을 만드는 곳이고, 독일 지부는 현실에도 말이 많은 인공 생명체를 만드는 곳이니 어느 쪽이든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입니다.


 시즌 3에서 연구원이나 베를린지부의 지부장은 어떤 식으로 자신을 포장하며 등장할지 궁금하네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10-24 23:19:1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