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팩, 잊혀진 어금니 (11)

벨리에나 2018-01-28 1

 늑대개 팀은 트레이너와 연락이 되지 않는 관계로 대기, 김유정 임시지부장과 연락을 취한 검은양 팀만이 현 사태에 대비하여 차원 균열이 발생한 지역으로 출동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한국의 강원도로 돌아와 미리 도착해있던 김유정을 만날 수 있었다. 함께 있던 송은이 경정은 검은양 팀을 반갑게 맞이했다.


 "애들아! 제이 아저씨! 이쪽이요!"


 검은양 팀은 강원 임시 작전본부에 모인 특경대의 숫자를 보고 놀랐다. 채민우 경정을 포함해 족히 백 명이 넘는 특경대가 모여있었다. 서둘러 달리던 제이는 허리를 붙잡고 고통스러워하다가 아이들의 도움을 받고 함께 김유정 앞까지 갈 수 있었다. 김유정은 한눈에 봐도 서둘러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이 씨! 연락은 받았어요. 그리고 벌쳐스의 김 사장님에게도 연락을 받았고요. 대체 어떻게 아신 거죠? 지금 세계 곳곳이...... ."

 "진정하라고, 유정 씨. 동료에게서 들은 말이니까 믿고 연락했지. 상황은 어때?"


 설명은 송은이가 대신했다.


 "진짜 심각해요. 전국 각지에서 차원종이 등장하면서 난리도 아니에요."


 송은이의 부족한 설명은 채민우가 보충했다.


 "...... 현재 차원종들은 무분별한 파괴를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클로저가 나타나더라도 자신들이...... 죽이고 있던 일반인을 계속...... 민간인의 피해가 극심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임시지부장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세계 곳곳에서 차원 균열이 발생한 모양입니다. 국가로만 따지면 약 오십 국가. 이미 오세아니아 쪽은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뭐? 그럼...... 이런, 인원이라도 나눠야할 거 아냐? 여기 다 모여서 왜...... ."

 "뚫을 수가 없습니다. 요원님들께서도 보시지 않았습니까? 이미 서울의 건물은 모조리 박살났습니다."


 검은양 팀은 선우란 요원의 헥사부사를 통해 강원도로 오면서 보았던 서울을 떠올렸다. 복구된 강남은 저번보다 심하게 손상되고 있었으며, 쓰러진 건물들이 모두 길을 막고 있어 선우란의 주행을 방해했던 것. 이세하가 나섰다.


 "유정 누나. 혹시 저희 엄마 소식은 듣지 못했나요?"

 "서지수 요원님? 미국에서 만났다가 헤어졌는데, 플레인게이트에 없으셨니?"

 "...... 네. 물론 엄마가 당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걱정되요. 혹시 연락이 된다면 말씀해주실 수 있어요?"

 "물론이야. 우선 지금은 현 상황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해. 선우란 요원! 가까이 오세요."


 저 멀리서 헥사부사에 앉은 채 하늘만 바라보고 있던 선우란은 귀찮은지 헥사부사의 시동도 걸지 않고 손잡이를 잡은 채 끌고 왔다. 선우란은 자신이 해야할 일을 알고 있었다.


 "...... 태백산맥...... 그곳에 차원 균열이 있어요...... . 넘어올 때 가장 거슬렸거든요...... . 다만 우리가 아는 평범한 건 아니에요...... 하늘이 아니라...... 산맥 내부 같은데요...... ."

 "...... 고마워요, 선우란 요원. 이곳 주변을 정찰 해줘요."

 "...... 네...... ."


 선우란은 아무 말 없이 헥사부사에 올라탄 다음 시동을 걸었다. 그러자 그녀의 눈이 점점 밝아지다 못해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입으로는 기쁨의 고함을 질렀다.


 "꺄하하하핫! 달려보자고, 헥사부사!"


 한 차례의 폭풍이 지나가자 김유정은 검은양 팀에게 빠른 속도로 지시를 내렸다.


 "우선 여기서부터 갈라지는 방법을 선택해야겠어. 세하와 테인이는 특경대가 가장 고전하고 있는 태백산맥 근처로 가주렴. 슬비와 유리는 특경대 대원들과 함께 근처를 돌아다니며 민간인들을 구출하고, 그리고 제이 씨."


 지목 받은 제이는 값비싼 권총을 챙기는 김유정을 보고 불안한 생각을 했다.


 "저, 유정 씨. 유정 씨는 현장에 직접 나서지 않아도...... ."

 "저랑 태백산맥에 가죠."



 한편, 늑대개 팀의 경우 플레인게이트에서 올라와 강남을 어지럽히고 있던 차원종을 정리하고 있었다. 트레이너와의 연락이 안 되는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던 행동은 주변의 차원종을 정리하는 행위였다. 바이올렛을 필두로 정면을 뚫으면서, 나타와 하피는 독자적으로 주변을, 티나는 다른 대원들을 위해 지원 사격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레비아의 경우 힘을 개방해야하기 때문에 홀로 멀리 떨어져 폭주 직전의 상태로 싸우고 있었다.


 촤아악!


 차원종을 주먹으로 날리면서, 동시에 하이드의 지원으로 차원종이 막고 있던 강남의 대로를 뚫던 바이올렛은 쿠크리로 차원종을 찢고 있던 나타를 만났다. 나타는 쿠크리에 묻은 차원종의 살점을 기분 나쁘다는 듯이 털어내며 바이올렛에게 다가왔다.


 "대체 언제까지 여길 뚫어야 되는 거야? 이놈들 끝도 없이 튀어나온다고!"

 

 바이올렛은 나타 같은 사람을 잘 다룰 줄 알았다.


 "왜요? 벌써 지치셨나요?"

 "무, 무슨 소리야, 이 여자가! 넌 여기서 지켜보고 있으라고! 내가 차원종을 썰고 올 테니까!"

 "그럴 순 없죠. 저랑 내기하죠. 저는 이쪽 대로를, 당신은 저쪽 대로를. 괜찮은가요?"
 "헹, 각오하라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

 "가죠, 하이드!"

 

 어디선가 튀어나온 검은 수트의 하이드가 차원종을 향해 발차기를 시작했다.


 "아가씨를 위해!"


 나타는 쿠크리를 휘두르며 고함을 질렀다.


 "야! 그건 반칙이잖아, 이 여자야!"

 "누가 혼자 뚫으라고 했나요?"


 나타는 화를 내다가 바이올렛과 하이드 조합이 대로를 뚫는 속도를 보고 기겁했다. 그때, 나타의 귀에 있던 통신기구를 통해 티나가 통신했다.


 '내가 도와주지, 나타. 가라."

 "헤, 네가 저격할 차원종도 모두 썰어주지."


 하피의 경우 무너진 건물과 건물 틈을 넘어다니며 사람들을 구하고 있었다. 자신의 기술을 적극 활용하며 사람들을 바람으로 흘려보내 강남의 대피 장소인 벌쳐스로 보냈다.


 "쿠오오오!"


 트룹 돌격대장이 거리가 흔들릴 정도로 날뛰고 있었다. 부서지다만 가로등에 착지한 하피는 피식 웃으며 팔을 벌렸다. 그리고 하피는 자리에서 사라졌다.


 결전기 : 이카루스 폴


 하늘에서 수직으로 떨어진 하피는 트룹 돌격대장의 머리를 박살냈다. 돌격대장의 근처에 있던 다른 트룹들은 포효하며 하피에게 달려들었으나 하피는 이카루스 폴의 추가 능력을 활용에 달려들던 트룹들을 날려버였다. 하피는 우아하게 자리에 서며 근처를 둘러보았다.


 "자, 그럼 레비아 요원을 찾아야하는데...... ."


 쿠구구...... 콰과광!


 추가로 건물이 무너지면서 희한한 위상력 형태가 떠오르자, 하피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 저기군요."


 하피가 빠른 속도로 도착한 곳은 강남의 변두리 구역이었다. 엄청난 수의 차원종이 밀집해있었으나, 푹주 직전의 레비아의 힘으로 인해 모두 흔적만 남아있었다. 하피는 숨을 몰아쉬는 레비아를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레비아 씨?"

 "크, 크오오......, 쿠, 쿨럭! 하, 하, 하피 님......?"

 "다행이군요. 이젠 돌아오는 게 빠르네요."

 "...... 아직 잘 모르겠어요. 힘을 일깨울수록 저 자신이 제가 아니게 되는 것 같아요."


 하피는 불안에 떨고 있는 레비아를 위로해주었다.


 "왜요? 전 레비아 씨가 어떤 모습을 하더라도 괜찮은데요? 굳이 감추려고 하지 마세요. 전부, 개방하셔도 되요."

 "...... 고마워요, 하피 님. 어서 다른 대원들과 합류하도록 해요."

 "그럴까요. 그럼......?"


 하피는 말을 잇지 못했다. 뒤쪽의 차원 균열에서 걸어나오는 위상력이 너무나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하피와 레비아는 동시에 뒤돌아 차원 균열에서 나온 차원종을 바라보았다. 더 높은 곳, 더 거대한, 주변의 쓰러진 건물을 무너뜨리며 일어나던 메피스토는 입에서 화염을 흘리며 고개를 들었다.


 "...... 내가 깨어났노라."


 하피와 레비아는 순식간에 전투 태세에 들어가며 자신들이 행할 수 있는 최대의 기술을 준비했다. 메피스토는 그 모습을 보고 기뻐하듯이 하늘을 향해 강력한 레이저를 발사했다.


 콰직.


 둔탁한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 하피와 레비아는 힘이 빠지며 자신들의 눈 앞에 나타난 존재를 발견했다. 그녀는 맨손으로 다시 깨어난 메피스토의 머리를 몸과 분리시키면서 열려있던 차원 균열을 건블레이드로 내리찍으며 부셔버렸다. 서지수는 성미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벌쳐스에서 나온 것이다. 서지수는 자신이 아는 얼굴을 만나자 활짝 웃었다.


 "어, 뭐야? 하피? 레비아? 너희가 왜 나와 있는 거야?"

 "저, 저희가 할 말 같은데요? 당신은 왜 여기 있는 거죠?"

 "아, 사정이 생겨서 돌아왔지. 다른 애들은? 검은양 팀도 근처에 있어?"

 "아뇨. 검은양 팀은 먼저 강원도로 출발했어요. 늑대개 팀은 대장님과 연락이 되지 않아서 이곳에 머물러 있었고요."


 서지수는 고민하는 표정으로 하피와 레비아에게 다가왔다. 강원도라. 김유정 요원과 만난 모양인데. 제이까지 있으니 내가 갈 필요는 없겠고, 지금은 현 상황을 극복하는 게 먼저겠지. 그러기 위해선...... .


 "하피 대원, 레비아 대원."

 "네."

 "네, 네!"

 "트레이너가 내게 부탁했어. 너희에겐 아직 알리지 말라고. 근데 말이야...... 너희도 알겠지만 지금 강남이 꽤 심각한 상황이지? 그러니 이곳은 내가 지휘하겠어. 다른 대원들은?"

 "대로에 있을 거예요."

 "좋아. 목표는 강남 탈환. 대원들에게 알리러 가자."


 서지수는 다리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내가 왔다고."



 독일 베를린지부.


 사냥터지기 팀의 활약으로 유럽에는 차원종이 점령한 지역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다만 끝도 없이 쏟아지는 차원종 때문에 지칠대로 지친 사냥터지기 팀 대원들은 본부에 복귀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서, 선생님!"


 먼저 복귀해있던 루나는 터덜터덜 걸어오는 볼프강을 복도에서 만났다. 전투에서 부상은 없었지만 예전 부상이 다시 재발하며 볼프강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루나. 하, 멀쩡해보이는구나."

 "저, 저야 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 괜찮은 건가요?"

 "그럭저럭. 좋다고는 못하겠네. 근데, 소마는?"

 "어...... 아직 현장에 있나봐요. 말려도 오지 않을 거예요."

 "...... 알겠어. 아, 루나. 이거 봐."

 

 볼프강은 루나에게 영상 통신기구를 건넸다. 영상은 이미 멈춰져있었는데, 멈춰진 부분은 차원 균열을 닫는데 성공한 장미숙-맥스 연합이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익숙한 얼굴이 많이 보였다. 유하나, 카밀라. 영상 구석에는 뒤돌아서있던 맥스가 있었다. 루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성공했나보네요. 다음은 어디를 간다고 하던가요?"

 "글쎄. 아시아 지역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우린 일단 쉬자고. 상부에서 '쉬라고' 명령을 내렸으니 말이야."

 "...... 네."


 볼프강은 루나를 데려다주기 위해 함께 복도를 걸었다. 자신의 몸도 불편하나 그렇다고 제자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


 "음?"


 무심결에 창밖을 바라본 루나는 발을 멈췄다. 볼프강은 루나가 보는 방향을 내려다보았고, 놀랍게도 바깥에는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모습, 그리고 특유의 곰을 들고 있던 한 차원종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보이며 급히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볼프강은 창문을 열면서 그 차원종에게 외쳤다.


 "이봐! 그레모리 박사!"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반응한 그레모리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어, 훌륭한 실험체! 그것도 둘이나! 그보다 여기 어디야?"

2024-10-24 23:18:2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