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Remake) (1부 18화) - 여행에서 생긴 일 (4)

버스비는1200원입니다 2018-01-0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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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 우주에서 인류와 교류를 하는 종족들은 총 11개의 종족이 있다. 그리고 <사도>란, 인류를 포함해서 각 종족들 중에서 우두머리 격의 위치에 존재하는 자, 혹은 가장 강한 자를 한 명씩 선별하여 메테우스가 직접 임명한 직책이었다. 각 종족들 중에서 한 명씩 선별한 것이니 <사도>는 모두 합하여 12명이 있었으며, 서열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고 전원이 동급의 힘을 가졌다고는 단정지을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그들 하나하나가 혼자서 한 종족 전체와 맞먹거나 혹은 그 이상의 전력을 가진 존재들이라는 것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비상시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한 종족 전체의 전력을 독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 또한 가지고 있었다. 

지금 카르간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크루가람'이라는 겐카르만이 바로 그 <사도>들 중에서 한 명이었으며, 모든 겐카르만들의 정점에 서 있는 자였다. 


"대체 어떻게 여기에...!'

"잊었나? 여긴 옛날부터 너와 내가 자주 대련을 하던 장소가 아니었느냐.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곳이지."

"그런 시시껄렁한 것을 묻는 게 아니야!"

"... 리루캄을 만났다. 너한테 공격당해 죽어가고 있던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리루캄에게서 너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필시 여기에 있을 거라 생각하고 온 거다."

"리루캄? 칫... 확실히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살아있었나..."


카르간이 잠깐 자리를 비웠던 것은 리루캄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인류를 몰아낸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카르간에게 있어서 인류와 계속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리루캄은 눈엣가시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후일 자신에게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리루캄에게 해를 가한 것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크루가람이 카르간에게 공격당해 죽어가는 리루캄을 발견하고 그 덕에 리루캄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크루가람은 리루캄에게서 카르간에 대한 것을 듣고 이 장소로 찾아온 것이었다.


"카르간... 왜 리루캄에게 그런 짓을 한 것이냐? 리루캄은 너를 친형처럼 따랐었고, 너 또한 리루캄을 친동생처럼 여기며 지내지 않았나? 그런데..."

"친동생이 됐든 뭐가 됐든간에 인류의 편을 드는 자들은 모두 나의 적이다. 물론, 당신도 예외는 아니야."

"이제와서 왜 이런 짓을 벌이려고 하는 것이냐? 만약 네가 정말로 그런 일을 벌이게 된다면 나를 포함한 사도들이 네가 하는 짓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입 다물어! 당신이 뭘 안다고 잘난척 나불거리는 거지? 난 잊지 않았어! 그때의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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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3년 전의 일이었다. 인류와 마주하기 전의 우리 겐카르만들은 피가 끓는 싸움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불평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싸움이야말로 전투민족 겐카르만인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었으며, 그 싸움을 통해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는 것이 곧 긍지였기 때문이다.


"크루가람 씨, 이제 종족 전체를 통일할 일도 얼마 남지 않았군요."


그런 겐카르만들 중에서도 가장 강했던 사람이 바로 크루가람이었다. 크루가람은 그 강함을 이용해 자신의 영토를 확장해갔으며, 그 영토는 행성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만큼 그를 따르는 세력 또한 많았으며 그의 존재는 모든 겐카르만들에게 있어서 경외의 대상이었다.

나 카르간은 그 강함에 반하여 크루가람의 휘하로 들어간 자들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나는 2인자의 위치에서 평생 그를 보좌하며 뒤를 따라가겠노라고 맹세하였다.


"전원, 돌격하라!"


세력과 세력의 충돌, 이번 전투가 행성 전체를 통일시키는 전투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가득 굳힌 채 전투가 시작되었다. 수는 아군쪽이 많았다. 하지만 전황은 막상막하였다. 우리쪽은 세력이 많긴 하였으나 그런 만큼 전투력이 낮은 자들이 상당수 섞여있었고, 반면에 적군들은 이때까지 우리 세력에 흡수되지 않고 버텨온 자들이었던 만큼 하나하나의 전투력이 상당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크루가람이다!"

"오오오!!"


그 막상막하였던 전황을 유지하던 전장에 크루가람이 모습을 드러내고 전세는 단숨에 아군쪽으로 기울어졌다. 크루가람의 힘은 문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그의 힘 앞에 상당한 실력을 가진 적들조차 맥을 추리지 못하고 쓰러져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투가 종료되었다. 승리는 크라가람의 세력, 아군의 승리였다.

전투에서 이기고 이로써 크루가람이 모든 세력을 흡수하는 것으로 행성 전체가 통일이 된 것이었다. 


"드디어 목표를 달성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너희들이 나를 따라와준 덕분이다."

"과찬이십니다. 그런데, 여전히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만... 크루가람 씨는 왜 종족 전체를 통일하려고 한 것이었습니까? 저희들은 아직 그 이유를 듣지 못했습니다."

"그건... 우선 행성 전체를 안정시킨다. 이유는 그 다음에 설명해주마."


하지만, 그 이유를 듣게 될 날은 찾아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바로 그 다음날... 인류가 우리 행성에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통일 전투가 끝나고 다음날, 크루가람의 지시에 따라 나는 동료들과 함께 행성 전체의 안정에 힘을 쏟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우리들이 있던 자리에 커다란 크림자가 조금씩 드리워지고 있었다. 그것은 하늘을 나는 정체불명의 커다란 물체, '우주선'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그 장소에서 지켜보고 있던 모든 겐카르만들은 처음 보는 우주선의 출현에 당황하여 우왕좌왕하였다. 곧 우주선이 천천히 땅에 내려오고, 입구 하나가 열리더니 그 입구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오는 것이었다.


"아, 있다 있어."


검은 머리에 눈동자, 2개 뿐인 팔, 우리 겐카르만들과 비교하면 다소 왜소한 체격을 가진 생물이었다. 그 생물은 우리들을 발견하곤 혼자서 무언가를 중얼거리나 싶더니,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아스트랄 씨가 주신 번역기를 들고...'
"저기, 실례합니... 응?"


우리들 모두는 그 정체불명의 생물에게 일제히 덤벼들었다. 만약 그 생물이 외계에서 온 침략자 같은 것이라면 가만히 놔둘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우리 전원이 그 생물에게서 알 수 없는 힘을 느끼고 이를 위험하다 판단하여 덤벼든 것이었다.

이만한 수를 혼자서 당해낼 리가 없다. 그런 생각으로 덤벼든 나와 동료들이었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우리들이 수십, 수백씩 덤벼들어도 그 생물은 힘든 기색은커녕 오히려 아직도 충분히 여유가 있다는 것처럼 상대하며 차례차례 나와 동료들을 제압해간 것이었다.


"크으윽...!"

"깜짝이야... 갑자기 덤벼들다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예상 밖인데."

'말도 안 돼... 전투민족인 우리가 이런 녀석에게 간단히 당해버리다니... 대체 정체가 뭐지?!'

"저기요?"

"!"


그 생물은 지쳐 쓰러져있는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말을 걸어왔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랐지만 나나 다른 동료들은 그 생물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무튼, 그 생물은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이 행성의 지도자를 만나러 왔습니다만, 혹시 있나요? 있다면 잠시 만나고 싶습니다만."

"뭐야...?!"


우리 행성의 지도자를 만나러 왔다는 것이었다. 그 생물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이렇게 강한 생물이 다짜고짜 지도자를 만나러 왔다니... 뭐가 목적인지는 몰랐지만 결코 흘려들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와 동료들은 당연히 이를 거부하고 다시 그 생물에게 덤벼들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냐?"

"! 크루가람 씨...!"


소란스러워진 분위기를 느끼고 크루가람이 온 것이었다. 처음 보는 생물, 그리고 그 생물 주변에 쓰러져있는 동료 겐카르만들, 이를 본 크루가람은 조금씩 눈빛이 날카로워지고 그 생물을 향해 눈빛을 쏘아보내고 있었다. 그걸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그 생물은 태연한 표정으로 크루가람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나와 동료들은 재빨리 이를 막아서려고 했지만, 크루가람은 모두에게 물러서라고 지시하였다.

곧 크루가람과 그 생물은 서로를 마주보고 얘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당신이 이 행성의 지도자인가요?"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네녀석은 대체 누구지?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네녀석이 내 동료들을 공격한 것처럼 보이는데, 목적이 대체 뭐냐?"

"그건 오해입니다. 믿어주실 지는 모르겠지만, 먼저 공격한 건 당신의 동료들입니다. 저는 그저 적당한 선에서 그들을 제압한 것 뿐이고요."

"... 사실이냐?"


그 생물의 말에 크루가람은 사실의 여부를 우리들에게 물었다. 어찌됐건 그 말이 사실인 것은 맞았으니 우리들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그렇다면 미안하게 되었군, 모두를 대표해서 사과하지. 자, 그럼 이제는 내 질문에 대답해줘야겠다. 목적이 뭐냐? 왜 우리의 행성으로 온 거지?"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당신들이 우리 종족과 교류를 맺어주셨으면 합니다."

"뭐라고?"


그 생물이 말하길, 자신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온 '인간'이라는 종족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우리 겐카르만들이 사는 행성 겐카르에 찾아온 이유는 바로 우리 종족과 교류를 맺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우리 종족 외에도 인류는 현재까지 2개의 종족과 교류를 맺은 상태라고 한다. 그러니까 인류는 우리 겐카르만들을 3번째 교류 상대로 정한 것이다.

크루가람은 잠깐 생각을 하는듯 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거절한다."

"어떻게 다시 생각해주실 생각은 없나요?"

"... 좋다, 그렇다면 네녀석이 나와 승부하여 이긴다면 한 번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지."

"정말인가요?"

"그래, 할 수 있다면 말이지. 그럼 시작해볼까. 아, 그러고보니 아직 통성명도 하지 않았군. 나는 크루가람이다. 너는?"

"'이세하'라고 합니다."


바로 이 두 사람의 대결이 나의 맹세를 깨게 만든 원인이 되었으리라곤 이때의 나는 알지 못하였다.
.
.
.

#####


"그때 이세하에게 패배한 당신은 당한 치욕을 되갚아주려는 생각은커녕 인류에게 우리 종족의 모든 것을 갖다바쳤다! 오랫동안 당신과 당신을 따르는 나와 동료들이 쌓아올린 모든 것들을 아무런 주저도 없이 전부!"

"그것은..."

"변명따위는 듣고싶지 않아! 당신은 나는 물론이고 우리 겐카르만 전체의 적이다! 당신처럼 똑같이 인류에게 굴복한 녀석들은 모르겠지만 말이지! ... 그래, 이렇게 만났으니 내가 당신을 없애주마! 그리고 당신, 아니... 네놈이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겠어!"


카르간의 머릿속에는 이세희, 그리고 이천용을 죽이겠다는 생각은 어느샌가 완전히 사라지고 지금 눈앞에 있는 크루가람의 자신의 손으로 없애버리겠다는 생각만이 자리잡았다. 카르간은 분노를 잔뜩 머금고 크루가람에게 덤벼들었다. 겐카르만의 1인자와 2인자의 승부가 시작되었다.


퍼억-! 파악-! 


승부는 예상과는 달리 카르간이 일방적으로 크루가람을 공격하고 있었고, 크루가람은 제자리에서 오직 방어만을 하며 카르간의 공격을 받아내고만 있을 뿐이었다.

방어만을 하고 있는 채 자신의 공격을 받아내고만 있을 뿐인 크루가람의 모습을 보고선 카르간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크루가람의 면전에다가 소리쳤다.


"과거의 당신은 지금 나처럼 공격만을 추구하며 상대방과의 승부에서 승리를 거듭해왔어! 그 모습은 전투민족 그 자체나 다름없었지. 그런데 지금 이 한심한 모습은 대체 뭐냐! 겁쟁이처럼 방어만 하고 공격할 생각조차 없다니, 어이가 없어서 한숨이 절로 나오는구나!"

"......"


카르간의 공격은 계속해서 노도처럼 휘몰아쳤다. 그럼에도 크루가람은 반격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여전히 방어만을 고집하며 카르간의 공격을 버텨내고 있었다. 이 공방은 대략 1분 가까이 이어졌다.

쉬지 않고 공격을 하던 카르간은 조금씩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비록 방어하고 있다고는 해도 자신의 공격을 전부 받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루가람의 육체에는 충격이 거의 가해지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오히려 공방을 시작하기 전보다 크루가람의 육체는 더욱 튼튼해져만 가고 있었다. 이를 알아차린 카르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소용없다, 카르간. 내가 왜 '부동철벽'이라고 불리는 지 아직도 모르겠나?"

"뭐야?!"

"'움직이지 않고 철벽과도 같은 방어로 싸우지 않고 승리한다'... 그래서 그렇게 불리는 것이다."

"웃기지 마! 전투민족인 겐카르만이 방어같은 소심한 짓거리 따위를 고집하며 승리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크루가람의 몸은 정말 뚫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철벽과도 같은 강도를 더해갔고, 반면에 카르간의 체력은 점점 소모되어가고 있었으며, 더군다나 아까전에 이천용의 몸에서 나타난 용의 형상에게 몸이 관통된 부상 때문에 체력의 소모도는 더욱 심해져만 갔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공격을 가하던 카르간의 주먹이 크루가람의 몸에 꽂히자 카르간의 손뼈가 부러져버렸다.


"크아악!"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카르간, 나아갈 길을 잃어버리고 제자리를 방황하는 너는 나를 결코 이길 수 없다."

"뭐라고...!"

"이제 쉬어라, 카르간."

퍼어어억-!!!

"커억...!"


크루가람의 묵직한 주먹이 카르간의 정수리에 내리꽂혔다. 카르간은 몸을 조금씩 비틀거리다가 곧 힘없이 크루가람의 앞에 쓰러졌다. 


"......"

"... 크으... 윽..."

"!"


정신을 잃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카르간은 정신을 간신히 유지하고 쓰러져 있는 상태로 크루가람을 올려다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말하였다.


"크... 크큭...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그걸'... 기동시키겠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그래... 특별히 보여주지..."


카르간과 크루가람이 있는 자리의 바로 옆에 갑자기 어떤 스크린 하나가 보여졌다. 그 스크린 속에서는 푸른 행성 하나가 비춰지고 있었다. 그 행성은 바로 '지구'였다. 스크린은 지구를 잠깐 비추다가 시점이 지구에서 떨어져있는 달로 옮겨졌다. 


"?"

"후후... 저 달의 뒤를 잘 보라고..."

"...!"


카르간의 말에 따라 달의 뒤쪽을 자세히 살펴보니, 달의 한쪽 표면을 전부 뒤덮을 둥근 원 모양의 그림자가 조금씩 비춰지고 있었다. 그 그림자의 정체는 달과 맞먹는 크기를 가진 하나의 위성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단순한 위성이 아니었다. 안쪽부터 바깥까지 전부 기계로 이루어진 하나의 거대한 인공위성이었다.


"저것은..."

"나와 협력하는 동료들과 함께... 인류에게 대항하기 위해 만든 행성파괴병기... '디스트로이어'다... 아직 미완성이긴하나... 그 화력은 지구 같은 행성은 순식간에 죽음의 별로 만들 수 있는 정도지...!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인류가 있는 지구만은 지금이라도 확실하게 없애주겠다!"


그 말을 끝으로 정신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던 카르간은 완전히 고개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기절하였다. 카르간이 기절하자마자 곧장 디스트로이어는 공전궤도를 벗어나 움직이며 천천히 지구에 근접해갔다.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때, 디스트로이어의 표면에서 무수히 많은 포신이 솟아나오고, 점차 빛나는 에너지가 모든 포신의 구멍에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에너지가 완전히 모이고 디스트로이어는 지구를 향해 빗줄기와도 같은 레이저를 일제히 발사하였다. 


'확실히 저 정도의 위력이라면 틀림없이 지구를 멸망시키는 건 충분하다. 하지만...'
"크나큰 사실을 잊고 있어나보구나, 카르간. 지구에는 '그녀'가 있다."


디스트로이어가 발사한 레이저가 우주공간을 가르며 지구에 도달하려는 순간,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지구를 향해 뻗어나가던 디스트로이어가 발사한 레이저가 지구에 닿기 전에 갑자기 제자리에서 정지하며 더 이상 나아가지 않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제자리에서 멈춘 레이저들은 조금씩 압축되다가 모습조차 보이지 않게 완전히 소멸되었다.


"역시 이세하의 '아내'라고 해야하나, 저렇게 간단하게 막아내다니."
.
.
.

같은 시각, 지구


'흐음... 다행히 내부에는 아무도 없는 모양이네. 그렇다면...'
"없애야겠어."


[행성 던지기]
.
.
.

디스트로이어의 레이저가 소멸되고, 디스트로이어의 옆에 하나의 커다란 웜홀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웜홀을 통해 디스트로이어보다 더 거대한 행성 하나가 그 웜홀을 통해 빠져나왔으며, 그 거대한 행성은 바로 앞에 있는 디스트로이어에 직격하였다.

거대한 행성과 충돌한 디스트로이어는 눈부신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으로 박살나고 그 파편들은 우주공간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디스트로이어를 들이받은 행성은 마치 자신이 할 일을 다 끝내고 퇴근하는 사람처럼 웜홀 속으로 되돌아가 유유히 사라졌다.


"끝났군..."
'카르간...'


크루가람은 쓰러져있는 카르간을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몸을 돌려 카르간에게 당해 쓰러져있는 세 사람이 있는 쪽으로 가서 각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였다.


"이세하의 딸 둘... 부상은 심하지만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군. 하지만..."


크루가람은 이번에는 이천용을 보더니 조금씩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세희와 이리스는 부상이 심하기는 했으나 목숨에는 지장이 없어서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이천용은 달랐다. 양팔이 뜯겨나가고, 양팔이 뜯겨나간 부위에서는 피를 너무나 많이 흘린 데다가 마구잡이로 연타를 맞은 탓에 늑골은 군데군데 부서지고, 내장은 카르간의 발에 강하게 짓밟혀 거의 쥐포처럼 찌부러져 있었다. 크루가람이 보기에도 위험한 상태이기는 하나 숨이 붙어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였다.


"서둘러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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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갓 엠퍼러 슬비

2024-10-24 23:18:1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