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61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2-31 0
으으... 악몽을 꾼 기분이다.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되었지? 전에 귀족이 말한 것처럼 되어버리는 거 같았다. 그 자가 막말을 한 것 중에는 내가 공주와 결혼하기 위해서 그런 거라고 한 게 있었지. 그건 절대 아니었는데 말이다. **할, 그 귀족의 말처럼 되어버린 거였잖아. 아니지... 잠깐만, 공주님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쉽게 말할 리가 없는데... 그리고 국왕폐하나 공작님, 왕비님도 쉽게 허락한 것도 이상하다. 혹시... 나를 견제하기 위해서 일부러 공주님을 스파이로 심어놓으시는 건가? 그거라면 납득이 간다. 아니, 어떻게 한 나라 공주를 모험가에게 시집을 보낼 생각을 해? 국왕이 생각이 없는 게 아니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 그래... 유미나 공주님은 지금 연기하는 거다. 사실은 벨파스트 왕궁에서 나를 위험인물로 간주하고 견제하려는 수
단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공주님은 내 옆에 찰싹 붙어서 따라온다. 드레스가 아닌 사복으로 갈아입은 채로 은월 여관까지 따라왔다. 신부수업이라나 뭐라나? 나는 확실히 말했었다. 아직은 결혼할 수 없다고 말이다. 그러더니 국왕폐하께서는 2년간 교제후에 다시한번 생각해주라고 말하셨다. 그리고 왕비도 한술 더 떠서 공주님에게 내 마음을 사로잡아보라고 말씀하시기까지 한다. 정말로 나를 흔들어놓으려고 환장을 하셨구만.
모험가가 왕궁보다 더 영향력이 커지게 되면 그들 입장에서도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세력을 키우는 것을 견제하려고 하는 거겠지. 공주님도 마안으로 금방 간파하니 내가 무슨 수를 쓰려고 해도 한발 앞서서 대처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냥 무식한 방법으로 위상력으로 굴복시키면 되는 일이지만 그런 건 내 방식이 아니다.
나는 여관으로 와서 모두에게 소개시켜주자 그들은 전부 할말을 잃었다. 공주님이 내 팔을 잡고 기대면서 좋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거야 원, 억지로 떼어내게 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다. 가만있자, 오늘 할일이 있었는데 뭐였더라... 맞아. 피브르 산으로 탐색가는 거였는데 말이다. 일단 간단하게 소개시켜주고 가봐야 될 거 같았다.
"새... 새야 공이 결혼하는 것이오?"
"깜짝 놀랐어요. 새야씨. 언제부터 공주님의 마음을 사로잡으셨나요?"
"아니, 그런 적은 없어."
린제가 무서운 눈으로 본다. 으윽, 무서워. 여자애들이 나를 무섭게 노려보기는 하지만 제일 무서운 게 바로 린제였다. 평소에는 얌전하면서 화나면 소름이 돋는다. 모험가 주제에 한 나라의 공주를 빼내왔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지. 에르제가 혹시 마법이라도 걸어서 사로잡은 게 아니냐며 물었지만 절대 그런 짓은 안했다고 필사적으로 대답했다.
"유미나 에르네아 벨파스트입니다. 여기 계신 이새야님의 미래의 아내가 될 사람이에요."
어이, 공주님.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닌데 멋대로 그러지 마시지는... 공주님이기 전에 어린애니까 화를 내기도 애매하고 정말이지 한숨이 나오기만 했다. 세 사람 표정이 전부 어두워지는 게 보였다. 공주님에게 뭐라고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야되나?
"참고로 경어는 쓰지 않으셔도 되요. 이새야 님의 동료분들이시라면 저는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요. 그럼 잘 부탁드려요. 언니들."
"어... 언니?"
"그... 그래도 고... 공주님이시니까... 어... 언니라니..."
"공주님의 언니라니 저는... 하윽..."
"소... 소인은 한 나라의 공주님에게 함부로 대하는 건... 사무라이의 예가 아니라고... 배웠소이다만..."
세 사람 다 얼굴이 빨개지면서 부끄러워하는 거 같았다. 이거야 원, 말과 행동이 정반대라 다 티가 났다. 사실은 좋아하는 거면서 말이다. 거기다가 유미나의 말솜씨 하나마다 그녀들을 녹여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고 보니 귀족들을 상대로도 자기가 하고싶은 말을 했었지. 나이는 어려도 공주님이다. 분명히 내 약점을 잡아내 곧바로 그것을 파고들 가능성이 높았다. 보통이 아닌 거 같으니 경계하는 게 좋을 듯 했다만 유미나는 어째서인지 나를 슬픈 얼굴로 보고 있다. 으윽, 마안으로 또 속을 읽은 건가? 나는 애써 아니라고 말했다. 싫은 건 아닌데 약간 견제하려는 듯한 느낌이 드는 마음이 두 개 다 있다.
"새야 님은 제 힘으로 사로잡겠어요. 공주로서의 제가 아닌 한 명의 여인으로써 말이죠."
의욕이 넘치는 발언을 했다. 어이, 공주님. 품위는 지키고 행동하시는 거죠? 그게 품위 지킨 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유미나 공주는 내게 '님' 자를 계속 붙이게 되었다. 당분간은 같이 다닐 수밖에 없겠군. 아니 그건 그렇고, 공주를 이렇게 혼자 내버려도 되나? 왕궁사람들은 공주를 지키는 호위병력이라도 보내줘야되는 거 아닌가? 나를 너무 믿는 거 같았다. 리온 기사단장부터 시작해서 말이지... 으음... 확실히 국왕폐하의 목숨을 두번이나 구해줬는데 그 정도는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우선 저도 길드 등록을 한 후에 여러분들과 같이 모험가 활동을 하겠어요."
"에? 저기 공주님. 모험가 일이 어떤 건지는 알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물론이죠. 그리고 공주님이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경어도 쓰지 마시고요. 서방님."
"서방님이라고 하지 마!!!"
"그럼 유미나라고 불러주세요."
으윽, 내 정신을 흔들어 놓는 수법인가? 어쩔 수 없이 유미나의 이름을 부르자 바로 서방님이라고 답한다. 아직 결혼한 사이도 아닌 데 그런 말은 좀 아닌 거 같아서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항의하자 다시 '새야 님.' 이라는 호칭으로 돌아왔다.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럼 오늘은 의뢰를 실행하는 걸로..."
"어이, 오늘은 쉬기로 했잖아."
"그럴까했는데 유미나의 전력도 확인해야 되잖아."
이런 이런, 원래 오늘 쉬라고 말해놨는데 유미나가 모험가가 되겠다고 하니 여자애들이 그녀의 전투실력을 확인한다는 이유로 의뢰수행하자고 말한다. 하는 수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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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킹 에이프를 토벌하러 가기로 했다. 고릴라 형태의 몬스터라고 했는데 공격하는 것도 물어뜯기나 할퀴는 것 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다만 덩치가 큰 데다가 빠르기도 있고, 집단활동을 하기에 수준 높은 모험가들의 사냥이 요구된 수준이었다. 적어도 레벨 3이상 숙련된 모험자가 되어야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미나는 길드에서 등록하는 과정에서 짧은 시간 내에 가이드 내용을 전부 외웠다. 알고 보니 머리도 좋은 공주님이셨네. 기억력이 좋다고만 해야겠지. 대단하다면서 감탄을 한 적이 있었지만 동시에 차가운 시선들이 느껴졌다.
내 주변에 여자애들만 모이다보니 다른 모험가들이 나를 불쾌하게 보고 있었던 게 생각난다. 앞으로 당분간 정말로 모험은 안해야 될 거 같았다. 나 혼자만의 자유시간이 길어져야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토벌이 끝나면 바로 피브르 산으로 가야겠다.
"제가 이래뵈도 활쏘는 법과 마법을 배웠어요. 저도 의외로 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으음, 거짓말은 아닌 거 같다. 확실히 마력의 기운은 느껴졌었으니 말이다.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던 거지만 정말로 강한지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될 일이다.
"어떤 속성을 쓸 수 있어?"
"땅, 바람, 어둠 속성을 쓸 수 있어요."
"딱 린제가 없는 세 가지 속성이네. 도움이 될 수 있겠어."
"그렇죠?"
유미나는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일단 그 몬스터들의 출몰지역에 도착했긴 했다. 이제 어떻게 킹 에이프 무리들을 잡을 거냐고 내가 묻자 그녀는 나를 보면서 말했다.
"지시를 내려주세요. 새야님."
이거야 원, 어떻게 잡을 건지는 생각 안한거냐? 나도 킹 에이프를 처음 보는데? 시간 날 때마다 도서관에서 몬스터 도감을 읽은 게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어쩌려고 그랬을까? 여자애들도 나를 기대하는 시선으로 보았다.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싸면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일단 그 놈들이 무리지어서 행동하는 데다가 여기 지형에 대해서 익숙할 테니까 우리가 싸울 수 있는 장소까지 유인해내는 게 좋을 거 같아. 일단 함정을 파기로 하자. 그러면 녀석들 전력을 반 이상 줄일 수 있어."
"맡겨주세요. [어둠이여 와라, 내가 원하는 건 명예로운 은랑, 실버울프]"
소환마법이다. 우리는 유미나의 마법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소환마법을 쓰는 사람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한 나라의 공주님이 사용하시다니... 린제만큼이나 마력의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었던 거 같다. 확실히 공주님이 당당한 요인들 중 하나를 알게 된 기분이다. 그녀의 발 밑에 마법진이 생성되어 그곳에서 늑대 3마리가 나왔다. 이마는 계약의 증표인지 십자모양의 문양이 그려진 게 보인다.
"자, 모두들 부탁해."
은랑들이 땅을 파기 시작한다. 역시 늑대가 땅파는 데 전문이지. 잠깐만, 개였나? 뭐 상관없다. 소환수인 만큼 주인의 명령에 잘 따르는 은랑들이 함정을 완벽하게 파 놓았다. 그리고 그 위에 [미러 이미지] 마법을 걸어 평탄한 지형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모든 무속성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보니까 이제는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상대방에게 헛것으로 보이게 착각하게 만드는 마법이다. 이렇게 킹 에이프는 함정에 걸리게 되어있다. 넘어온다해도 소수밖에 안 되겠지.
"대단하세요. 완벽하게 위장할 수 있다니..."
"은랑들에게는 내가 알려주었으니까 킹 에이프를 유인해올 수 있겠지?"
"네! 모두 부탁해."
은랑들은 유미나의 말을 듣고 뛰어갔다. 유인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미리 검을 꺼낸 뒤에 검에 미리 무속성 마법을 걸어놨다.
[파워라이즈], [인첸트 : 스테미나 업]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하다. 여자애들도 다들 전투준비를 했고, 은랑의 울음소리와 함께 괴성을 지르면서 달려오는 킹 에이프들이 보였다. 달려오는 게 진짜 고릴라 같아서 나도 모르게 놀랐지만 은랑들이 함정지역을 점프해서 넘었고 킹 에이프들은 그대로 달려오다가 함정에 빠져 구멍 속으로 빠졌다. 격앙이 심한 몬스터들이라 냉정하게 전투할 줄을 모르는 녀석들이다. 하긴 원래 야생 동물같은 것들이 다 그렇지. 내 설계대로 대부분 함정에 빠졌고, 함정을 넘어온 킹 에이프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하앗!"
검으로 한마리를 베면서 시작을 한다. 다른 애들도 킹 에이프와 싸우는 데 밀리지 않을 실력들이었으니 안심하고 싸워도 될 거 같았지만 유미나는 원거리 형 전투를 하는 자였기에 내가 호위하기로 했다. 야에와 에르제는 평소대로 베고 때리는 것을 반복했고, 린제는 파이어 스톰 마법을 외우면서 킹 에이프 한마리를 태워버린다. 그리고 유미나는 화살을 쏘아 녀석의 왼쪽 가슴 부위에 정확하게 맞춘다. 킹 에이프의 심장도 왼쪽 가슴이라고 도감에 나와있었다. 활을 쏘는 솜씨도 보통이 아닌 모양이다.
함정에서 겨우 빠져나온 킹 에이프들이 있지만 한꺼번에 빠져나오는 게 아니라서 빠져나오는 순서대로 한마리씩 처리를 했다. 은랑들도 넘어진 킹 에이프들에게 달려들어 물어뜯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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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벌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연하지. 원래 킹 에이프들은 에르제 일행이 상대못할 몬스터는 아니었다. 게임에서 보면 레벨 차이가 났다고 보면 된다. 이미 나는 만렙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여자애들은 유미나의 전투력이 쓸만했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후방지원에 도움이 된다는 야에의 말과 마력 소질이 자기보다 뛰어나다고 하는 린제의 말, 그리고 든든한 전력이 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에르제였다. 확실히 나도 유미나가 도움이 된 다는 것에 동의한다. 특히 소환마법은 정말로 쓸만해 보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소환수를 관리하는 취미는 없다. 집에서 개를 키우는 것 같이 은랑을 소환하기도 하지만 나는 사양하고 싶다.
"하아... 이제 끝났군. 킹 에이프의 발톱을 가져가면 되겠지?"
일단 길드에서 의뢰한 것을 완수한 거니까 잔해들은 챙긴다. 여자애들은 유미나와 금세 친해진 듯 하다. 내가 잔해를 줍는 사이에 이야기에 푹 빠진 녀석들이었고, 내가 가자고 말할 때까지 그들은 즐거운 대화를 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