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12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18 0
장례를 치르는데 많은 모험가들이 찾아왔었다. 나는 그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장례인원은 수천명이 되었다고 했다. 무덤까지 완성하는 데는 다른 사람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반복된 생각이 지속된다. 인생을 살아가는 건 어떤 것인지 말이다. 나는 그 분이 부러웠다. 자신이 원하던 모험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 나와는 차원이 틀렸다. 나는 처음부터 클로저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내가 하고싶은 것은 내가 찾아야했었는데 말이다. 사실 나는 지금 클로저 생활은 익숙해져서 그런 거지만 정말로 내가 클로저를 지금도 하고 싶은 거였는지 모르겠다.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클로저를 지금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해야할 일이었기 때문에 하는 거 뿐이었다. 차원종과 싸우고 싶어서 싸운 것도 아니다. 싸워야되니까 싸웠던 거 뿐이었다. 테러리스트와도 싸우기도 싫었다. 나는 그저 평범한 삶을 원했다. 하지만 여기 이세계도 그런 삶은 내게 어울리지 않을 거 같았다. 왜냐하면 나는 신에게서 마력의 재능을 받았고, 위상력 능력자였으니 평범한 삶은 여기서도 불가능할 거 같았다.
위상력은 지금은 내가 통제하지만 감정에 따라서 나도 모르게 조절이 안 될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혼자 활동하는 게 나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분을 동경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온 사람, 마지막까지 하고싶은 일을 하고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글을 가르쳐주신 것이지만 나에게는 커다란 선물이었다. 그 할아버지는 단지 글을 가르쳤다고 말하겠지만 나한테는 인생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길드 초심자, 내가 들고 있는 길드 카드는 빨간색이었다. 가이드에 따르면 초심자 모험가는 빨간색 카드였고, 그 다음에는 등급에 따라서 색깔이 변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모험가 계급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다. 천릿길도 한걸음 부터, 레벨 0부터 시작하는 거다. 본래 나는 특별히 장래희망을 원한 것도 없었다. 그러니 모험가를 해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기도 했다. 여기 이세계를 여행하는 거, 특히 이센에 가서 어떤 곳인지 보고 싶은 게 지금 내가 바라는 거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험가를 해야될 수밖에 없을 거 같았다.
"아, 이새야. 마침 자네에게 온 의뢰가 있었네."
길드 총수님이 내게 의뢰서를 건네주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의뢰를 했다? 아니, 길드에 의뢰를 하면 그건 모든 모험가들이 수행하는 건데... 근데 내게 온 의뢰라고? 일단 꺼내서 읽어보려고 했지만 아직 글자를 완전히 못 외워서 나중에 읽어봐야될 거 같았다.
"오늘은 이만 들어갈게요."
"음. 오늘 고생했네."
길드 총수님과 너무 가까이 지내도 괜찮은 걸까? 총수님이라면 내 힘에 대해서 알 테고 아마 힘든 의뢰를 내게 떠넘길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 이 사람의 인간성을 시험해볼 필요가 있을까? 뭐, 의뢰에 내용에 내가 납득할 만한 근거가 있다면야 실행할 생각이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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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에 돌아온 나는 방에 들어가서 내가 메모해놓은 글자 번역을 이용해서 의뢰서 내용을 한글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다 번역하는 데는 그렇게 오래걸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긴 내용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내용에 따르면 기사단장 리온 블리츠님이 내게 부탁을 할 게 있다면서 보수는 충분히 드릴 테니 리플렛 마을 기사단 본부로 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이거 참, 아무래도 내 힘을 이용하려고 하는 건가? 일단 근거를 들어보고 일을 받아들이던가 할 생각이다. 에르제와 린제도 길드에 등록해서 의뢰를 수행하러 갔다고 했다. 여자애들도 힘내는 구나. 나도 이제 힘내야겠다.
"누나, 그럼 다녀올게요."
"응. 조심히 다녀와."
미카 누나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섰지만 정작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아차차... 나는 기사단 본부가 어디있는지 모르고 있었지. 이렇게 생각하면 나도 아직 멀었다. 여기 마을을 안내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이것도 길드에 의뢰신청을 해볼까? 아니지, 나중에 에르제와 린제에게 부탁하면 될 거 같았다. 이제는 글자를 어느정도 읽을 줄 아니 지나가는 사람에게 기사단 본부가 어디있냐고 물어보면서 찾아간다.
"과일 사세요."
과일장사라... 원래세계에서 장 볼 때가 생각난다. 제이 아저씨랑 같이 장을 볼 때는 항상 사과를 필수적으로 고르라고 말씀하셨다. 무엇보다 건강을 위해서라고 말이다. 사과를 하루에 한번씩만 먹으면 의사가 필요없다고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나는 그 이유가 궁금하지만 알 생각도 없었다. 과학적인 용어가 들어가는 말이었으니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갔다. 그래서인지 나도 장을 볼 때 사과를 항상 고른다. 무엇보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이었으니까. 엄마도 이제 아줌마 나이고, 곧 있으면 노년이 되기 마련이다. 내 건강도 중요하지만 엄마도 지금까지 고생하신 것도 있으니 건강을 챙겨드리는 건 아들로써 몫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버지가 곁에 계셨다면 엄마는 무엇하나 부족할 거 없이 행복하셨겠지만 말이다.
"저기, 말씀 좀 묻겠습니다. 혹시 기사단 본부가 어딘 지 아시나요?"
사과를 몇 개 구입하고 길을 물어보자과일 장수는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내가 사과를 몇 개 구입하니까 그런거지. 만약 내가 물건을 안 샀으면 안 가르쳐주고 싶어했을 것이다.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돈이 중요한 것이니까 말이다. 항상 물건을 살 때 장사꾼들에게서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들었다. 왜 그런지는 나는 알고 있다. 손님에게 하는 감사가 아니라, 굴러들어온 돈에게 감사하다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내가 책을 그래도 많이 읽어봤으니 잘 알고 있다. 나는 과학을 못하는 대신에 국어성적은 누구보다도 좋은 편이었다. 그만큼 책을 많이 읽었는데 당연히 그렇게 나오지. 시집, 소설, 수필, 철학까지... 부족할 게 없었다. 평소에는 게임만 하지만 책도 읽기도 한다. 게임기 배터리 충전할 때와 게임서버 점검기간동안 한정에서였다. 하루에 한권씩은 꼭 읽으라고 아버지께서 그러셨으니까... 한 권만 읽고 나머지는 다 게임에 투자했었다. 그러니까 국어성적은 잘 나올 수밖에 없다. 국어성적 만이다.
하지만 여기 이세계에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될 거 같았다. 모험가로써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지식이 많이 필요하니까 말이다. 기사단장의 말에 따르면 여기가 벨파스트 왕국이라고 했으니까... 다른 왕국도 있다는 얘기다. 왕국 간에 사이가 나빠지면 전쟁도 할 수 있으니 그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지식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다 게임에서 배운 거다. 전략 시뮬레이션, 액션, RPG, AOS 등등, 모든 장르의 게임을 수천종류나 해보았는데 이런 가능성이야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아마 전세계 유명 게이머들이 이세계에 왔으면 나보다도 적응잘 되면서 대륙을 정복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배에는 관심없다. 그냥 내가 자유롭게 살아가면 그걸로 장땡이다. 남들에게 피해를 안끼치고, 내 마음의 평화도 보장되기 때문에 그런 건 관심없었다. 일단 이번 의뢰를 끝내고 그 두사람에게 마을을 안내해달라고 부탁해야될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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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사람에게 여러차례 물어본 뒤에야 나는 기사단 본부에 겨우 찾아오게 되었고, 경계를 서는 병사에게 의뢰장을 내밀자 병사는 정중히 예를 갖추면서 나를 안내한다.
안으로 들어서면서 기사단의 본부를 살펴본다. 수련장도 있는 듯 하고, 주변에 부동자세로 근무를 서는 기사들이 많았다. 그리고 훈련의 기합소리까지... 부지런히도 하루일과를 보내는 듯 하다. 가장 힘든 거라면 갑옷을 입는 거 자체일 것이다. 그리고 인원이 많을 테니 목욕탕 시설 정도는 좋아야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단장님. 이새야님이 오셨습니다."
"들여보내게."
어느 새 기사단장이 있는 곳까지 왔다. 노크를 먼저한 병사가 문을 연 후에 안으로 드시라고 정중하게 말했다. 원래 기사들은 모험가에게 정중히 대하는 걸까? 아니, 사람마다 틀릴 것이다. 내가 만약 몬스터 연합군을 상대로 활약을 안했다면 아예 부르지도 않았겠지. 그나저나 기사단장이 쓴 의뢰장은 내게 와달라고 부탁하는 것, 충분한 보수를 약속하겠다고 했으니 아, 그 보수를 다른 데에 쓸 수도 있겠다. 여기 마을 안내를 이분들에게 부탁해도 괜찮을 거 같았다.
"안녕하십니까? 기사단장님."
"어서오십시요. 모험가 이새야님. 기사단장 리온 블리츠, 인사올립니다."
어어? 기사단장이 자세를 낮춰서 예를 취하다니... 내가 무슨 귀족도 아니고 나는 당황한 나머지 일어나주시라고 말했다. 리온 기사단장님은 길드 총수에게서 활약을 들었다고 했다. 몬스터 연합군을 혼자서 다 쓸어버릴 정도였다면서 이런 인사를 받아야 마땅하는 큰 인물이라고 했다. 지금 이거 쇼하는 거 아닌가? 아무래도 의뢰를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정치적인 쇼 같아 보였다.
"저기, 기사단장님. 오늘은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습니까?"
"아, 일단 이쪽으로 앉으신 뒤에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기사단장, 이제는 나에게 존댓말을 하네? 하긴 뭐, 사람이 어떤가에 따라서 달라지는 법이지. 내가 활약 안했으면 평소처럼 반말할 게 뻔했으니 말이다. 아, 일단 나는 보수 얘기부터 해야될 거 같았다. 내가 마을 안내가 필요한 상황이니까 기사단장에게 내가 생각한 말을 꺼냈다.
"이번 의뢰 말인데요. 보수 말인데, 제 조건으로 대신해주셨으면 합니다."
"네. 말씀하십시요."
"마을 안내를 부탁드립니다."
"에?"
기사단장은 조금 놀란 듯 했다. 하긴 그럴만도 하지. 어려운 조건이 아닌가 긴장하다가 알고 보니 별거 아닌 것에 눈을 깜빡이면서 어안이 벙벙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에게 다시 질문했다.
"그... 그걸로 괜찮으신 겁니까? 차라리 보수를 받으시는 게 더 나으실 텐데요."
"제 조건으로 만족합니다. 받아들이지 않으신다면 이번 의뢰 저도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바로... 으흠."
내가 지금 당장은 돈이 필요할 정도로 가난한 처지는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한 것이지 필요했다면 보수로 받고 길 안내는 에르제와 린제에게 부탁할 생각이었다. 일단 의뢰를 들어나보자. 명색이 기사단장인데 말하는 걸로 봐서는 도둑질이나 이런 일은 안 시킬 거 같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