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10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17 0
여관 하나 찾는 게 이렇게 힘들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글을 모르니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니 알려줘서 못알아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냥 쭉 직진해서 있으면 쉽게 찾겠지만 코너를 도는 게 많았으니 말이다. 아무튼 나는 에르제와 린제의 도움으로 겨우 여관에 도착했다.
"어서오세요. 은월 여관에 잘 오셨습니다. 어머, 너희랑 같이 온 거야?"
여관 안으로 들어서자 붉은 포니테일 머리스타일을 한 누나뻘이 되는 분이 나를 맞이했다. 그리고 뒤이어서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고 말을 놓는 걸 보니 아는 사이였던 모양이다. 여기서 살면서 친해진 건가? 일단 여기서 한달 정도 묵고 싶다고 하면서 얼마냐고 묻자 금화 1개라고 했다. 얼마 안 비싸네. 길드 총수에게서 받은 보수가 이렇게 효과적일 줄은 몰랐다. 숙박비는 세계관 마다 틀렸다. 어느 곳은 그냥 공짜로 묵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사는 세계에서는 여관 숙박비가 비싸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나야 뭐, 클로저 월급을 받으니 여관 숙박비가 그렇게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어디서 남자를 꼬시고 온 거야?"
"윽... 그... 그런 거 아니야!!"
당황해하는 에르제, 이 누나는 나와 에르제 사이를 보고 음흉하게 웃고 있었다. 은근히 누군가를 놀려먹으려는 사람이었구나 했다. 그러고보니... 나도 어렸을 때 이상한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엄마가 어디 강연에 갔다와서는 내 신붓감을 찾았다고 난리 법석이었었지.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이상하게 쳐다보니까 혹시 신붓감 상상한 거 아니냐면서 나를 은근히 놀린 적도 있었다. 어이없다기보다는 짜증이 날 정도였었다. 그리고 유리가 나와 슬비 사이를 놀리는 듯한 말을 한 적도 있어서 당황한 적도 있었다. 딱히 그런 감정은 없었는데 말이다. 일단 방을 잡아놓고 길드에서 내 의뢰를 수락하는 사람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총수님에게는 여기 여관으로 간다고 했으니 말이다.
일단 여기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글부터 읽혀야될 거 같았다. 가장 기초적인 것, 그리고 여기 리플렛 마을의 지리를 좀 알아야될 거 같았다. 계속 이런 식으로가면 외출할 때마다 미아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길드까지 찾아가는 데는 어렵지 않을 거 같은데 길드에서 여관으로 찾아가는 게 나에게는 어렵다.
방으로 들어간다. 전체적으로 깨끗한 배경이었고, 침대도 푹신해보였다. 여관주인이 그만큼 관리를 잘 한 거겠지. 일단 짐을 내려놓고 침대에 한번 누워본다. 수면을 취하는 데 딱이다. 이 정도면 방 확인 정도는 되었으니 내 물건을 꺼내본다. 스마트폰, 게임기, 그리고 건 블레이드... 이게 주 물품이었고, 나머지는 지갑에 든 현금이나 카드 정도다. 하지만 건 블레이드는 웬만하면 사용하지 말아야될 거 같았다. 오크 지휘관에게 금이 간 상태였고,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굴고 있으니 말이다. 게임 몬스터 중에서 피격시에 공격력이 더 증가되는 수준을 가진 자이언트 오크같은 놈들이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세계에서도 그런 몬스터가 존재할 줄은 몰랐다. 초신성에 맞고도 버틸 수준이라니 놀랐다. 결국에는 공파탄으로 마무리했지만 최종보스가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처럼 굴었기에 다시 생각해보면 스릴이 있었던 거 같기도 했다.
내가 할 일을 점검해보면 글을 익히는 것과, 모험가로써 필요한 무기를 사야될 거 같았다. 이왕이면 검이 좋겠지. 도끼와 창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검을 많이 사 간다고 들었다. 그 이유는 바로 벨런스다. 도끼는 파워가 쌔지만 스피드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고, 창은 다루기가 쉽기에 스피드는 빨라도 파워가 낮은 걸로 알고 있었다. 왜 사람들이 그토록 검을 선호하는지 호기심에 검색해본 경험으로 알게 된 사실이다. 그리고 건 블레이드도 검처럼 다루었으니 이왕이면 검이 낫겠다 싶었다. 그나저나, 내 위상력에 검이 버틸까?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푸른 불꽃에 휩싸이면서 검이 녹아버릴 수도 있다. 불꽃의 세기가 문제가 아닌 다른차원의 힘으로 발생하는 사례니까 말이다. 위상력을 주입할 수록 그 위력이 증가할 것이고 그 힘을 버틸 수 있는 검이 있을까 의문이었다. 건 블레이드야 Union 기술부에서 특수제작된 무기니까 내 힘을 견디는 게 당연하지만 말이다. 실제로 차원종과 싸울 때 건 블레이드가 부러져서 민간인이 사용하는 진검을 사용한 적 있었는데 위상력을 과하게 주입해서인지 검 날이 푸른 불꽃을 견디지 못해 그대로 녹아버리는 사례가 있었다.
결론으로 말하자면 나는 지금 위상력을 쓸 수 없다는 게 된다. 쓸 수 있는 기술이라면 격투술이나 전에 몬스터 연합군을 몰살시키는 데 사용했던 초신성이었다. 격투술은 몬스터 상대로도 문제없지만 초신성은 광범위한 기술이라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피해를 줄 수 있기에 사용할 때 신중해야하는 상황이었다.
"후우... 어쩔 수 없군."
위상력이 있으니 필요가 없다고 처음에 생각했지만 지금 상황에 처하니 마법을 배워야겠다고 판단했다. 그게 지금 사용할 수 없는 위상력을 대신할 만한 수단이니 말이다. 할 일이 더 늘어난 셈이다. 글을 배우고, 무기를 구입하고, 마법을 배우는 것, 신께서는 내게 마력의 재능을 주셨다면서 마법을 익힐 수 있다고 말씀하셨었으니 누군가에게 마법을 배워야될 거 같았다.
"새야야. 안에 있어? 저녁 식사준비가 되었어. 너도 내려와서 같이 식사하자."
노크하면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를 보아하니 에르제였다. 그런데 저녁식사라니... 이세계에 있는 여관은 손님에게 식사까지 제공된다고 들었는데 그게 정말인 모양이다. 보통 술집에서 주지 않나? 일단 마침 배가 고팠으니 저녁식사를 위해 방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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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겠습니다."
음식은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의 음식이었다. 익힌 고기와 야채, 그리고 빵과 소시지, 스프 등, 푸짐한 식사였다. 여관의 종업원으로 일하는 미카 누나가 만든 저녁 요리라고 에르제가 설명했다. 의외로 입맛에 맞았다. 이세계에서의 식사는 원래세계의 음식과는 다르기 때문에 입에 맞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전에 기사단과 호위임무를 할 때 식사담당도 내가 한 거였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음식을 먹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맛이 있었다. 혹시 식사비를 따로 내야되냐고 물었고, 더 주문할 시에 추가요금이 들어간다고 미카 누나가 답했다.
"어때? 입에 맞아?"
"네. 정말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누나는 내 말에 미소를 지으면서 빈 의자를 끌어다가 내 옆에 앉아서 물었다.
"에르제에게 들었어. 이센 출신이라면서?"
"아... 네... 태어난 곳은 거기지만 여행하면서 살아와서 고향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잘... 몰라요."
혹시나 이센에 대해서 물어볼까봐 미리 얼버부렸다. 미카 누나는 아쉽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는 게 보였다. 이센에 대해서 흥미가 있었던 모양이다. 거기가 그렇게 유명한 곳인가? 이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은 듯 했다. 일단 여기 생활에 먼저 익숙하고 난 뒤에 이센이라는 곳을 한번 가봐야될 거 같았다.
"새야는 직업이 뭐야?"
"어? 응... 모험가야."
"그래? 길드에 정식으로 등록한 거야?"
"응."
나는 길드 카드를 에르제에게 보여주었다. 에르제는 길드 카드를 보면서 린제에게 자신들도 내일 가서 등록하자고 말하는 게 보였다. 그 불량배들의 의뢰를 받느려니 차라리 길드에서 정식 의뢰를 받는 게 손해가 없고 좋은 일이었다. 린제도 딱히 반대하려고 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이들도 모험가가 되고 싶어했구나. 모험가가 된다는 건 거의 목숨걸고 하는 거나 다름없는데 이 자매들은 정말로 용감한 사람들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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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자, 나는 잠자리에 들기 위해 방으로 돌아왔다. 여기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서 할일이 너무 많이 느껴진다. 일단 어떻게 살아가는 지는 대충 파악했고, 길드에 관한 가이드 책을 다시 한번 읽은 다음에 곧바로 눈을 감았다. 살아가다보면 저절로 몸이 적응되는 법이니 이만 꿈나라로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뭔가를 느꼈다. 이상한 기운, 위상력은 아니다. 잘못느낀 게 아닌가 싶었지만 내 몸이 계속해서 경계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뭐지?"
방에서 나온 나는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찾아가면서 어느 방에 도착했다. 여기는 누구방이었더라? 살짝 문을 열면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원인을 찾아보았다. 그러자 한 소녀의 몸에서 푸른 기가 나오는 게 보인다.
"린제?"
내가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면서 하던 것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아, 미안해. 내가 방해했어?"
"아... 아니에요."
"혹시 뭘 하고 있었는지 물어봐도 될까?"
"마나 수련이에요."
"마나 수련? 혹시 마력을 올리는 그런 수련 말하는 거야?"
"네. 저는 마법을 쓸 수 있어요."
린제와는 이제 말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그 말은 즉, 그녀가 나에 대한 경계를 푼 거였겠지. 마법이라... 그렇다면 그 이상한 기운이 바로 마나의 기운이었구나. 에르제는 격투가였고, 린제는 마법사라... 파티를 짜면 든든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이렇게 열심히 수련하는 모습을 보면 신에게 마력의 재능을 부여받은 내 자신이 뭔가 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치 내가 치트를 쓴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을 바로 말했다.
"저기, 린제... 부탁이 있어. 나중에 내게 마법을 가르쳐주면 안 될까?"
"네? 마법을 가르쳐달라고요!?"
"으응. 부탁할게."
내가 간절히 빌자 그녀는 내게서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로 우물쭈물 거리다가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기만 했다. 뭔가를 말하려다가 못하는 거 같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승낙을 받은 거니 더 묻지 않고 이만 잘 자라고 말한 뒤에 그녀의 방에서 나와 내 방으로 돌아갔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