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2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13 0
여기가 바로 심문실이구나. 내가 원래 세계에서 살아온 영향때문인지 나무로 된 벽과 테이블, 그리고 깔끔하지 않는 분위기 안에서 경비를 서는 경비병들이었다. 그리고 심문하는 사람이 오겠지. 그러고 보니 경비병이 한 말을 내가 알아먹고 순순히 여기까지 왔다. 여기 세계 사람들은 다 한국말을 쓰는 건가? 에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말이다. 여기 오면서 상점의 간판들을 확인했는데 죄다 모르는 글 투성이였다. 그나마 말을 알아듣는 것만 해도 다행인 거 같지만 말이다. 이것도 신의 능력 때문인가? 이왕 능력을 줄 거면 글을 읽는 능력까지 줬으면 좋은데 라고 생각이 들었다.
"저기..."
경비병들은 내 물건에 손을 대면서 신기해하고 있었다. 처음보는 물건이니 당연했다. 이건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었고, 정체가 뭐냐고 물어보거나 어느 나라 스파이냐는 말까지 나왔다.
"기사단장님 오십니다."
경비병 한명이 말하자, 모두 물건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각자 위치로 돌아가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여기 나라는 군법이 엄격한 모양이었다. 우리나라 군인들은 저런 모습 보일까? 하도 안 좋은 소문만 들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군대가 쓰레기라던가 부조리 심하다던가 여러가지 불평 불만의 인터넷 게시글들이 화제가 되어서 그게 사실인 것처럼 느껴졌었으니 말이다.
"으흠, 그대가 수상한 사람입니까?"
"전 수상한 사람 아닙니다. 그저 여행하는 사람이에요."
"그건 우리가 판단할 일입니다. 보아하니 처음보는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군요. 성함은?"
"이세하라고 합니다."
"응? 이새야?"
"이. 세. 하. 입니다."
내 이름이 이상한가? 날 심문하려는 기사단장이라는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경비병들도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기사단장이 '조용!' 이라고 큰 소리 치자, 경비병들의 입이 동시에 다물어지고 부동자세를 다시 유지하고 있었다.
"성은?"
"이씨 입니다."
"이름이 새야라고?"
"세. 하! 입니다."
"그렇게 짧은 이름을 가진 사람은 처음 보여서인지 더 수상한 사람의 낌새를 보이는군. 거기다가 성과 이름이 반대라니..."
"저기, 그럼 기사단장님 성함은 어떻게 되시죠?"
"저게 어디서 무례하게!!"
"가만히 있어라."
이런, 단지 이름만 물어볼 뿐인데 경비병 한명이 날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달려들려고 했다. 아무래도 기사단장은 병사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 기사단장은 한 손으로 그를 제지한 뒤에 침착하게 내게 이름을 밝혔다.
"나는 벨파스트 왕국 제 1기사단장 리온 블리츠라고 한다. 성이 블리츠고, 이름이 리온이지. 혹시 그대는 이센출신인가?"
"이센? 네... 뭐... 그렇다고 해두죠."
일단 얼버부렸다. 여기 세계는 이센지역 말고는 성과 이름이 다 반대로 되어있는 모양이다. 그의 한마디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벨파스트 왕국 소속 마을이며 각 마을지역마다 기사단장이 경비를 책임지는 듯 했다. 보통 기사들은 왕국의 수도를 주로 지키기 마련인데 여기 이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센이라... 혹시 나처럼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존재하는 걸까? 한번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았다. 그리고 스파이 색출하려고 나를 심문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다른 왕국과는 사이가 안 좋은 모양이었다. 아니, 사이가 안 좋다기 보다는 서로 경계하는 입장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저기, 전 수상한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만약 나쁜 사람이라면 여러분들이 근무하는 곳을 대놓고 지나가겠습니까? 첩보원이라면 더더욱 아니죠."
"흐음, 하지만 네가 가진 물건들과 복장을 보니 너무 수상한 게 티가 난다. 그건 어떻게 할 수가 없어."
"휴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지. 새야, 네가 정말로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면 일을 하나 맡겨도 괜찮겠나?"
"무슨 일 말인데요?"
"여기 리블렛 마을 중앙에는 길드가 있다. 그리고 그 길드의 총수가 오늘 왕도에서 귀환하기로 되어있다. 하지만 길드에 원한을 품은 도적들이 그를 노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되어 호위병력을 붙이기로 했다."
"다시말해 저더러 그 총수님을 호위해달라는 건가요?"
"그렇다. 그걸 잘 해낸다면 수상한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지. 그리고 보수도 주겠다."
잠시 고민이 되었다. 아직 여기가 어떻게 되어먹은 세계인지 완전히 모르는데 함부로 일을 맡아도 될까? 하지만 이대로 갇혀서 심문을 계속 받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일단 고개를 끄덕이면서 승낙을 표시했다.
"알겠습니다. 호위에 참가하겠습니다."
리온 블리츠 기사단장의 생각은 아마 이런 것일 거다. 악당이라면 이런 일에 참여할 일이 아니다. 길드라면 분명히 직업 소개소 같은 것이다. 의뢰를 접수받으면 모험가들에게 공지를 하여 그 의뢰를 달성한 사람에게 보수를 준다고 했다. 한마디로 도적들을 소탕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면 도적들이나 몬스터들 입장에서는 돈 때문에 자신들을 치러 온 모험가들 때문에 골치를 썩여야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를 입는 악당들 입장에서는 길드가 싫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른 왕국의 스파이라면 해당 왕국의 이익을 위해 이렇게까지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나를 이런 일에 끌어들이려고 한 모양이다.
기사단장으로써 생각이 좋은 건지 아니면 당연한 건지 모르겠다. 나는 이 의뢰를 어떻게든 완수하고 가야겠다면서 참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리온 블리츠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밖에 있는 기사단을 불러왔다.
"난 마을을 경비해야되어서 갈 수는 없다. 하지만 여기 이 인원과 같이 가서 총수님을 호위해주길 바란다."
"네. 알겠습니다. 제 물건, 이제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나는 허겁지겁 물건들을 다 챙겼다. 특히 게임기를 제 1순위로 말이다. 내 제 2목숨이나 다름없는 게임기, 지금까지 내 인생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보내게 해준 소중한 보물이었다. 나는 혹시 흠집이 안 났나 세심하게 살펴보았고, 그걸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마치 날 이상한 사람을 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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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까지 걸어서 가야된다고 했다. 몇 시간 걸리냐고 물어보니까 5일 정도 거리라고 했다. 이런 **, 너무 먼 거 아니야? 가다가 중간에 야영하고, 이래야 된다고 했다. 인원은 한 30명 정도 되어보인다. 길드 총수를 호위하는 게 그렇게나 많이 필요한 인원이었나 보다.
"저기, 힘들지 않으세요?"
"하도 많이 해서 이제 안 힘들어. 그나저나... 너 이센 출신이라고?"
"네."
"솜씨를 기대하겠어."
나를 경계하는 말투였다. 투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은 안보이지만 그런데... 갑옷을 저렇게 입으면 안 더울까? 하도 많이 해봐서 내성이 생긴 모양이다. 나라면 땀이 범벅해져서 금방 벗을 텐데 정말로 이나라 기사들은 대단하다고 평가되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