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f Striker-이세하 Ep-6 무모한 사람
Sehaia 2017-08-02 3
경례조차도 설렁설렁 하는 송은이의 휘하에 있다고는 생각도 못할 정도로 채민우 경감은 특경대의 모범이었다. 바짝 깎은 머리, 절도 있는 경례, 상황에 대한 심각한 인지. 이슬비랑 붙여놓으면 얘기가 잘 통하겠는걸.
“아, 송은이 경정님께서 말씀하신 클로저 분들이 당신들입니까? 위상력 억제기 말씀하시는 거라면 역삼 주택가 언저리에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 인간은 도대체가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실례했군요. 잊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유니온도 조직 상태가 말이 아니지만, 특경대도 송은이 같은 사람이 경정이라니 말세로군. 그런대도 다른 특경대원이 열심히 싸우는 걸 보면 의외로 통솔력은 있는 것 같으니, 세상사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역삼 주택가라고 한다면 그래도 여기서 비교적 가까운 편이니, 뭐 어떻게든 빨리 가면 늦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게임 이벤트에. 안 그래도 신학기 이벤트 끝물이라서 단물도 이제 곧 빠지는데, 어서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지 못하면 캐릭터 육성이 조금 늦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눈물이 다 나온다.
“진짜 왜 이런 때에 침입해 오는 거냐고.”
분명 난 청소년임에 틀림이 없는데도 어째서 이런 사축 같은 삶을 벌써부터 살아야하는 겁니까. 정말이지 좋은 점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일이다. 하다못해 차원종이라도 우리 쪽 사정을 좀 봐가면서 와줬으면 좋겠지만, 그럴 일이야 없다. 아, 그나마 월급은 좀 나오는 것 같긴 한데, 하는 고생에 비하면 별로 많이 나온다는 기분도 안 든다. 이거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블랙기업 아닌가.......
출동을 보고하기 위해 돌아간 자리에선 유정이 누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고 있었다.
“예? 뭐라고요? 예, 알겠습니다. 곧 투입하겠습니다.”
유정이 누나는 전화를 끊고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수를 세기 시작하시더니 이윽고 눈을 떴다.
“세하야. 너는 별개로 행동해 줘야 할 것 같아. 시간의 광장 알지? 거기 있는 쇼핑몰 3층에 민간인이 한 명 갇혀있다고 하는구나. 거기에 돌발적으로 차원종이 출현해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이 한 명 남았대.”
“영등포 쪽에 있는 거기 말씀하시는 거예요? 거긴 지금 가긴 너무 멀지 않아요?”
사이킥 무브로 이동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계속 사용하다보면 의외로 많이 지치기 때문에 전투를 하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여기서 거기까지는 걸어서 1시간 반은 걸리는 거리인데, 거기까지 어느 세월에 가란 말인가.
그러나 그 반응은 이미 예상했던 것인지 유정이 누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그래서 선우 란 요원이 대기하고 있어.”
아니, 잠깐만. 그냥 사이킥 무브로 이동할게요.
“일단 구출하고 나면 선우 란 요원이 그 사람을 데리고 돌아올 거야. 그러니, 너는 겸사겸사 그쪽을 좀 조사해주면 좋겠구나. 그리고 조금만 있으면 지원이 갈 거니까, 너무 무리하지는 마렴.”
그거 민간인이 타면 그냥 그대로 죽음에 이를 텐데. 아무래도 고립된 그 사람은 차원종이 아니라 사람의 손에 죽어버릴 것 같다. 인류의 진정한 적은 역시 인간이었어.
별 뾰족한 수도 생각도 나지 않고, 이젠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걸어간 곳에서는 여전히 헬멧 같은 건 쓰고 있지도 않은 하늘색 뻗침머리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어, 소년....... 그럼 뒤에 타.......운전 시 요망이 있다면 지금 말해......”
어차피 빨리 가자는 말 외엔 듣지 않을 거잖아요. 반쯤 포기하고 오토바이에 몸을 얹는다. 애초부터 안전한 이동수단이 아닌 오토바이는 잘못 만난 주인과 함께 체온을 바짝 올리고 있었다. 부릉부릉 거리며 올라오는 진동음이 몸에 있는 긴장감을 한껏 끌어낸다.
“이 질주가 끝나고.......그 사람을 태울 때는 난 죽은 거나 마찬가지........빠르게 달리지 않는 난 의미가 없어.......”
아, 그래도 민간인을 상대할 땐 그 속도는 안 내는군. 하긴, 위상능력자도 버티기 힘든데 민간인이라면 그냥 죽어버리겠지.
“그러니........네가 이번엔 그 짜증을 해소해줘야겠어! 뭐, 1시간 반? 웃기지 마! 3분, 아니 1분 안에 뚫어주지! 캬하하하하하하하핫!”
오, 제발.
정신 나간 웃음소리와 함께 질주하는 오토바이 위에서 나는 클로저를 관두고 싶은 이유 하나를 더 추가했다.
우우우우욱. 어지간해서는 상처도 안 날 위상능력자의 몸이라면서. 이게 무슨 꼴이야.......
목 끝을 간당간당하게 간지럽히는 신 맛이 입 안에 살짝 감돈다. 입 안에 10방울 정도의 10년 묵은 식초를 떨어뜨려놓은 기분이 안 그래도 안 좋았던 기분을 더더욱 떨어뜨리고 있었다. 앞으로 몇 번을 더 이 지옥을 경험해야 하는 거냐.
입가를 쓱 훔치며 바라본 그 건물은 3년 전의 위용을 잃고 볼품없이 서 있었다. 한 때는 신서울을 대표하는 쇼핑몰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뭐, 그건 어찌 됐든, 빨리 그 사람이나 찾아볼까.”
분명 3층이라고 했겠다. 그냥 뛰어서 올라가는 것이 훨씬 더 빠르겠네. 어차피 이곳은 예전부터 클로저 훈련으로 이용되던 곳이니까, 클로저가 유리창 하나 정도 깨부순다고 해도 별로 상관은 없겠지? 그런 아무래도 쓸데없는 일을 생각하며, 이곳이 이렇게 망신창이가 된 일을 떠올린다. 생각해 보면, 지금의 상황과 미묘하게 닮아있다.
3년 전, 시간의 광장에서 차원종이 느닷없이 출현했다. 그 때도 여기 근처엔 위상력 억제기는 분명 설치되어있었다. 더군다나 강남은 분명 안전한 구역. 모두가 그렇게 믿고 있었을 것이다. 안일하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다만, 그런 안일조차도 비웃으며 나타나는 재앙이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차원종은 B급부터는 자기 휘하의 하위 차원종들을 소환할 수 있지만, 위상력 억제기가 있는 이상 차원압에 눌리기 때문에 출현할 일은 없다. 그럼에도 그 때 B급이 나타났던 것이다. 사람들이 화기애애하게 쇼핑을 즐기는 쇼핑몰 한복판에서.
갑자기 나타난 B급의 차원종은 출동한 클로저들을 저급 차원종을 계속해서 소환하여 상대하게 하고, 그 자신은 파괴와 학살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 놈이 나타난 쪽은 서관. 그러므로 서관에 많은 병력을 집중하는 것은 필연적이었으나, 동관에 국회의원과 그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동관에 우선적으로 병력이 편성되었다.
고위 차원종이 우선적으로 처리되지 않아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만 했다.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은 채 손바닥으로 물을 막으려 하는 노력은 몇 배의 노력과 피가 흐른 끝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그 때 TV 뉴스로 실시간으로 중개되었던 그 사건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고 있다. 한 때 이 사건으로 인해 정신병원은 반갑지 않은 호황을 누렸을 정도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그 때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 학교에도 몇 명 이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학생들이 재적 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뉴스에서는 착오가 있었다고 나왔으나, 그 다음날 밝혀진 사실로 인해 그 국회의원은 탄핵되었고, 한동안 유니온의 의무, 의의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어났던 일대 사건 중에 하나였다.
그 이후론 유니온이 모든 책임을 지고 이 건물을 인수, 클로저들의 유격 훈련 등에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격 훈련용이라서 딱히 보수 공사도 안하고(약간의 위험 요소가 있는 것이 오히려 실전에 도움이 된다는 핑계를 댄다), 외양에도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탓에 해가 지나면 지날수록 음침한 건물이 되어가 말도 많고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며 탈도 많은 건물 중에 하나이다.
벌써 몇 년 전, 엄마를 졸 라서 게임 대회를 참관하러 온 나로서도 씁쓸한 맛만 남기는 안타까운 공간이기도하다. 신서울을 대표하는 쇼핑몰답게 여러 행사와 이벤트도 개최되었고, 아름다운 광장을 굳건히 지탱하는 기둥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건물이 이 정도로 몰락한 것에는 누구나 아쉬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래봐야 이젠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고, 현재는 현재. 어쨌든 여기에 차원종이 다시금 출현했다고 한다면 한시가 급하다. 도대체 어느 정신 나간 사람이 여기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빨리 찾아내지 못하면 발견되는 건 싸늘한 시체일 가능성이 커진다.
챙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창을 깨뜨리고 들어온 곳은 차원종의 흔적인지, 훈련의 흔적인지 망신창이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뭔가 미묘하다. 어째서 움직임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거지? 차원종이 있다면 단체로 앉아서 쉬고 있는 것도 아닐 건데, 가볍다거나 묵직한 발걸음 소리조차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잔뜩 긴장하고 들어왔는데, 이렇게 텅 비어있다니 탁 풀리는 맥을 추스르고 건물 안을 걷기 시작한다.
“아, 여깁니다, 여기!”
바로 왼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레게 머리를 하고 선글라스를 낀 양 아치 같은 아저씨가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행스럽게도 별다른 상처는 보이지 않는 것이 습격을 받지는 않은 듯하다.
“아, 살았네요, 살았어. 한 때는 어떻게 되나 했는데 말이죠, 핫핫핫.”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는 건가. 죽을 상황에 놓여 있었다는 사람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정신 상태였다. 아니, 어쩌면 이미 정신을 놓아버린 걸지도. 애초에 여기, 유니온의 훈련장이잖아? 이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들어온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뇌수에 찬 물을 끼얹은 후 현실로 돌아온다.
“이거이거, 나중에 돌아가면 사례하겠습니다.”
“그건 좋은데, 놈들은 어디에 있어요?”
그러자 머리를 들어서 앞을 본다. 그 시선을 쫓아 눈을 돌려보니 광장에 공중에 둥둥 뜬 갑피 오징어 같은 놈들이 주위를 순찰하고 있었다. 저래서야, 발소리가 안 들릴 만도 하다. 발도 없는 놈들한테 발소리는 무슨.
“보이드 타입이죠. 둥둥 떠다니느라 기척을 느끼기도 힘들어서 몰래 빠져나가는 계획은 포기하고 있던 참입니다. 중, 원거리로 싸우는 데 특화된 놈들인데, 요원님 장비가.......건블레이드로군요? 그런 장비로 괜찮겠어요? 핫핫핫.”
괜찮을 것 같으면 직접 싸우실래요? 괜찮겠냐고 묻는 사람치고는 위기의식도, 걱정하는 태도도 빠져있어서 그저 어이만 없을 뿐이다. 이런 사람을 굳이 상대해 봐야 머리만 아프지.
“에휴. 일단 빠져나가는 게 급선무니까 업히세요. 그냥 여기서 뛰어내릴게요.”
“예? 아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선선히 업히는 남자의 무게는 겉보기와 얼추 비슷하게 맞아떨어졌다. 키는 훤칠하게 큰 것이 얼추 180을 조금 넘으니, 몸무게는 한 80kg정도 나가려나? 이런 사람을 가볍게 들쳐 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새삼 위상력이 부여하는 신체능력에 놀라움을 느낀다. 이제는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만, 보통 사람들은 이런 걸 하지 못하니까.
“조금 충격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고. 뛰어내립니다.”
방금 부수고 들어온 유리창 앞에 한 걸음을 내딛는다. 몸을 쭉쭉 끌어당기는 중력에 맡긴다. 다리를 덮치는 충격은 넘겨버리고 그대로 걸어간다. 이 정도는 별로 저릿저릿하지도 않다. 엄마가 진심으로 어깨를 쥐었을 때가 훨씬 아팠으면 아팠지.
“역시 요원님! 장사시네요!”
“평범하죠, 뭘.”
옆에 내린 채로 유쾌하게 웃는 아저씨의 말을 한 귀로 넘기며 선우 란 누나가 있던 곳으로 데려간다. 평소와는 다르게 약간, 미세하게 눈을 살짝 찡그린 채로 바이크 앞에 서 있었다.
“이 사람이야? 나와 헥사부사를 막는 원수가........”
“예, 그러니까 부디 안전운전하세요. 이번엔 민간인이라구요.”
민간인을 태우고 그 속도를 낸다면 내가 뭣 하러 여기 온 건지 알 수가 없게 된다.
“핫핫핫, 이거 스피드를 즐기는 라이더 같으신데, 죄송하게 됐군요!”
“어쩔 수 없지.......타.......”
엉거주춤 오토바이 뒤에 앉는 모습이 선우 란 누나의 약간 작은 체구와 대비되어 상당히 기묘하다. 그래도 이번엔 처음으로 안전 운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테니, 그 정돈 보고 가도록 할까. 솔직히 어떤 텐션으로 운전할지, 또 어느 정도의 속도로 갈지 살짝 궁금했다.
“그럼, 최대한 절제해서.......시속 80km로 간닷! 꽉 잡으라고!”
“예? 시속 80이라니, 농담도 잘.......우으와아아아?!”
전언 철회. 안전 운전은 무슨. 시속 80km라니, 오토바이로 저 속도로 달린다는 건 ** 짓이야. 그런데도 ‘충분히 느린 걸 뭘 그래’라고 마음 한 쪽에서 중얼거리고 있는 내 자신이 발견되는 건 아무래도 그 이상의 속도를 몇 번 맛 봐서겠지. 부디 사고나 나지 말라고, 애잔한 마음에 살짝 손을 머리에 얹어 경례를 올린다.
그럼, 이젠 내가 할 일을 해야 할 차례다. 빨리 빨리 끝내자. 시간이 없다.
다시 한 번 건물 3층으로 올라가 놈들의 분포를 살핀다. 수는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B급이 있으므로 숫자는 별로 의미가 없다. 시간이 걸린다곤 해도 다시 소환해 버리면 그만이니까. B급인 가장 덩치가 큰 놈, ‘보이드 디 아이드’는 조금 멀리 떨어진 광장 한복판에 있다. 놈들은 조금씩 흩어져서 돌아다니곤 있지만 그다지 사각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한 마리씩 몰래 처치하는 건 불가능하고, 정면 돌파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보이질 않는다.
으직으직.
어, 이건 조금 곤란.......아니다. 마침 잘 됐어.
때 마침 옆에 있는 건물 중 하나가 무너지려는 소리가 들린다. 기척을 숨기고 낙하하는 콘크리트에 놈들의 대응을 본다.
제 아무리 충격에 내성이 있다곤 해도, 5층이나 되는 높이에서 콘크리트와 철근 더미가 떨어지면 놈들도 그리 무사하지는 못하겠지. 한 번 반응을 볼까.
어라?
“이건 조금 성가신데.......”
눈은 하나 밖에 없는 주제에 떨어지는 건 또 빠르게 포착해서 몸을 헤엄치듯 움직인다. 결코 엄청 빠르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가속도가 붙은 건물 더미 정도는 가볍게 피한다.
차라리 트룹 계열처럼 아예 덩치가 산만해서 때리기 좋은 놈들이 편하지, 이렇게 미끄러지듯 요리조리 피해대는 놈들은 쫓아가서 때리는 게 영 귀찮은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군다나 훈련프로그램에서 경험해 본 바에 따르면, 놈들의 공격 수단은 음파, 광선, 바닥에서 열기를 뿜어내기 등 근접해서 싸우기 어려운 요소를 여럿 갖고 있다. 아무래도 프로그램보다는 조금 빠른 것같이 보이지만 전투 방식은 얼추 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보이드 디 아이드의 처리를 가장 먼저 우선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기껏 다른 놈들을 상대하다가 다시 소환해버리기라도 하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그런 고로, 몸을 날려 공중 높이 뛰어오른다. 햇빛을 등져 생긴 그림자로 내 움직임을 눈치 챈 놈들이 쏘는 광선들을 건블레이드로 터뜨린다. 날아오는 공격을 5번 연속으로 터뜨리자 놈들의 경계 태세가 강해졌지만, 보이드 디 아이드의 뒤로 안정적으로 왔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
다른 보이드들과 달리 이놈과의 상성은, 내가 확실하게 유리하다. 그렇다곤 해도 놈들이 이쪽으로 오기 전에 빠르게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불리해진다. 그러니 최대한 놈을 외따로 만들어**다.
착지한 직후, 다시 도약해서 놈과의 거리를 줄인다. 예상한 대로, 놈은 에너지 구체를 생성해서 내게 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몸을 얼어붙게 만든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 건블레이드로 야구공을 쳐내듯이 옆으로 밀어낸다. 침착하게 터뜨리기만 한다면, 그다지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유도 기능을 갖고 있는 만큼, 섣불리 피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 평소에 귀찮다고 욕하기만 한 훈련 프로그램이 드물게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공격이 막히자 당황해하고 있는 놈을 쳐 올려 공중 높이 띄운다. 이렇게 하면, 다른 보이드들이 섣불리 이쪽을 공격하기 힘들어진다. 무엇보다, 이놈을 무력화하기가 쉬워지는 것이 좋다. 그대로 쫓아가 놈의 갑피 사이에 건블레이드를 꽂아 넣고 그대로 폭발을 일으킨다. 몸을 내 쪽으로 돌리려는 놈의 뒤로 돌아가 흐느적거리는 갑피를 거칠게 베어낸다. 몸을 거칠게 뒤트는 놈의 머리를 일방적으로 유린하는 것을 건블레이드를 든 팔에 일임한다.
어떻게든 구체를 생성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지만, 별로 의미는 없을 것이다. 그래봤자 폭발의 열기 앞에 녹아내리기나 할 테지. 침착하게 띄운 놈의 몸을 그저 묵묵히 베고, 찌르고, 갑피를 녹여낸다. 얼핏 바라본 밑에서는 나머지 보이드들이 내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듯 맴을 돌고만 있다.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는 건 당연히 이놈 때문이다.
차원종들은 생각 외로 계급이 정연하다. 인간들의 군대보다도 훨씬 군기가 더 잘 들어있다고 할까. 전투 중에는 지휘관에게 반기를 드는 일은 거의 없고, 공격을 하는 일은 아예 있을 수가 없다고 봐야겠지. 그런 만큼, 이놈한테 접근해서 두들겨 패고 있는 동안만큼은 역설적으로 난 안전하다는 얘기다.
놈의 몸을 휘감고 있던 갑피가 조금씩 떨어져나가 너덜너덜해지는 것이 확인되고, 놈의 눈을 덮고 있는 눈꺼풀이 조금씩 벗겨지는 것이 보인다. 갑피가 떨어져나갈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면 필시 몸 안은 엉망진창이겠지. 그렇다면 슬슬 마무리를 짓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반동이 조금 크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B급을 상대한 시점에서 각오는 하고 왔다.
온 몸에 퍼져있는 위상력을 모두 끌어 모은다. 폭발적으로 공급되는 위상력에 반응하여 보이드 못지않게 울어대기 시작하는 건블레이드를 제어하는 건 오른팔뿐이다. 남아있는 힘을 오로지 돌아올 폭발을 견뎌내기 위해 팔에 집중하고 푸른빛을 광폭하게 뿜어내는 건블레이드를 놈의 눈 쪽으로 뻗는다.
좀 뜨거울 거야. 냉기를 주로 쓰는 너라면, 특히.
작렬하는 폭발음이 귀를 찢음과 함께 팔이 크게 진동한다. 눈 쪽을 노리고 쏘긴 했지만, 놈의 몸 전체를 거의 뒤덮을 정도의 강렬한 폭발이 놈의 몸을 뜯어먹는다. 괴로운 듯 키에엑거리는 놈의 몸에 푸른 불꽃이 아직 감겨있는 건블레이드를 인정사정없이 내리친다. 다시 한 번 거칠게 올라온 폭염은 놈의 몸을 서서히 잿더미로 바꿔간다.
오른팔이 방금 전에 건물에서 뛰어내렸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하지만, 무시하도록 하자. 한 쪽 팔에 위상력을 집중했기에 오른팔 말고도 전신의 뼈에 망치를 한 번씩 친 것 같이 몸이 울려댄다. 그러나 이 정도는 해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강력한 폭발은 상대에게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지만, 내게 반동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 결과, 훈련 프로그램에서 측정해 본 현재 나의 아슬아슬한 한계라고 할까, 이 정도의 폭발까지는 일으켜도 곧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한계선. 그것이 방금 전의 폭발이었다. 한 1초 정도는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는 않지만, 다행히도 놈을 쓰러뜨리는 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이미 반은 타 버린 몸뚱이를 확인하고, 성이 나서 몰려드는 나머지 보이드 들을 보며 한숨을 쉰다.
방금 전 폭발로 힘이 조금 빠졌는데, 조금 쉬엄쉬엄 하면 안 되겠니. 그런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하던 찰나, 놈들의 눈이 갑자기 내 등 뒤를 보기 시작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돌아본 뒤에서는 분명 쓰러졌을 터인 보이드 디 아이드가 힘겹게 일어나 있었다. 분명, 다 타버렸다고 생각한 놈의 눈이, 아니 눈이 있었던 자리가 내가 있는 곳을 응시한다. 그리고는, 다시 털썩 쓰러지더니, 몸 하반신의 텅 빈 공동이 내 몸 쪽을 향한다.
이건, 안 좋은데.
온 몸을 충격이 휘감는다. 놈이 쏜 원형의 충격파가 전신을 고스란히 덮친다. 큰 기술을 쓴 반동으로 종처럼 울리던 몸을 다시 한 번 뎅 울려주시다니, 이걸 어떻게 감사인사를 해야 하나.
어떻게든 건블레이드를 땅에 박은 채로 서 있는 내 등에 무언가 뜨거운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척추를 크게 후려치는 열기에 어떻게든 서 있던 다리가 휴식을 달라고 발광한다. 다리의 파업은 다시 한 번 열구를 얻어맞는 것으로 성취되었다.
역시 썩어도 B급인가. 죽어가는 상태에서 저 정도라니, 역시 미리 공격해두길 잘했다고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지만, 결과가 이래서야 쓴웃음도 나오질 않는다. 끝마무리가 어설펐어.
아아, 또 상처투성이가 되겠네. 아픈 건 이제 좀 사양하고 싶은데.......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던 때, 발밑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오른쪽에서 손이라고 부를 법한 지느러미를 높이 쳐들고 있는 보이드가 보인다. 분명, 상대방의 발밑에서 위상력을 분출시켜 공격하는 방법이었나. 아무래도 신명나게 불꽃을 선사해 준 내가 열기에 휩싸일 일이 남은 듯하다.
아마 피한다고 해도 다른 놈이 다시 쏘아 올리겠지. 그럴 바에야, 한 방은 맞아주마. 그리고 다시 쏠 준비를 하는 순간에 바로 터뜨려버리겠어. 조금씩 후들거리는 몸 따위는 무시해버리면 그만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내 발밑에 열기를 생성하고 있던 보이드의 머리가 창에 꿰뚫렸다. 단 일격에 절명한 놈은 열기를 쏘아보는 것도 못하고 풀썩 쓰러졌다.
“그럼 곤란해요, 형. 사냥감은 제대로 쓰러졌는지 확인을 해야죠.”
넌, 누군데.......
내 눈앞에는 자기 몸보다도 더 큰 창을 든, 밝게 빛나는 녹색 눈의 소년이 서 있었다. 가게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선물 받은 어린아이같이, 그저 신난다는 듯 소년은 내 눈 앞에서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표현은 정확했다고 생각한다. 기껏해야 소년은 초등학생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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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Closenea입니다. 역삼 주택가 억제기 퀘스트는 다른 팀원에게 넘겨버리고, 임의로 고심해서 퀘스트를 구성해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오늘의 세하는 굴러요. 구릅니다. 게임을 할 때마다 너무 일상적으로 차원종이 학살당하는 건 이상하다고 느낀 거, 저 뿐인가요? 제2위상력이 제1위상력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것도 아닐 건데 말이죠. 그래서 최대한 상황을 보다 보스를 노린다는 느낌으로 적어봤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세하의 전투 묘사가 좀 반복된다 싶으신다면 그건 아마 착각이 아닐 겁니다. 그러니 미스틸이 나왔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네요. 만약 재밌으셨다면 댓글과 추천 하나씩만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Ep-5 위화감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3&n4ArticleSN=12318
Ep-7 이상 없음, 이상 있음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2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