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유리]봄과 함께 스며들다.
괴로운기억 2017-02-08 6
3월이 됐다. 차디찬 겨울바람은 고요해지고 온갖 길길마다 벚꽃이 만개했다. 계절처럼 많은 것이 바뀌기도 했고 요즘엔 차원종들도 뜸하다 싶어 져서 문을 닫았던 가게들이 조금 더 활발해졌다. 물론 유리도 그랬다.
“세하야! 오늘은 저거 먹자!”
“너 방금 동아리 실에서 라면먹었잖ㅇ…”
“그래서 안 먹을 거야아?”
내 말을 끊고는 봄에는 치킨이라고! 하는 유리를 보며, 게임기를 만지작거리기나 하면서, 우리는 가게로 향해 두 번째 점심(?)을 해결했다.
“히야… 배부르다…”
뭔가 전보다 불룩해진 것 같은 배를 동동 두드리며 유리가 기분이 좋아졌는지 자꾸 기교를 부리며 붙어온다. 묶어도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에서 살살 풍기는 샴푸 냄새라던지, 타이트하게 조여 적나라하게 기세를 자랑하는 외투라던지, 여러모로 게임에 집중이 안되니까 그만했으면 하는데…
“세하야! 이거 봐봐!”
“?”
스크린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자, 유리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나뭇가지 옆에서 꽃받침을 하고는 예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누가 꽃이게-?”
“….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건데..?”
“쳇! 이럴 때는 그냥 내가 더 이쁘다고 해주면 안 돼?”
“알면서 왜 물어봐.”
“어…? 너 방금…”
“ㄸ… 따라오기나 해!”
뭐냐고.. 바보면서 알아듣기는… 세하는 속으로 툴툴거리면서 애써 게임에 집중하는 척했다. 그 뒤로도 유리는 계속해서 세하를 귀찮게 했다. 게임기를 들고 있는 팔 사이에 들어오려 한다던지, 팔짱을 낀다던지, 흑심 없는 우정의 데이트(?)는 그렇게 흘러갔다.
“우리 뭐할까?”
“글쎄.”
“모처럼 데이튼데!”
“우리가 커플도 아닌데?”
“그럼 오늘만 커플 하면 되는 거지?”
“뭐?”
“데이트하는 동안만 커플 하면 집중해줄 거지?”
세상에.. 어쩜 이리 당돌한 처자가 있단 말인가…. 자기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는 아는 걸까? 왠지 장난기가 생긴다.
“한번 해봐 그럼.”
“뭘?”
“고백 말이야. 설마 고백도 안 하고 커플이 되려고?”
“이이익….”
설마 진짜 하겠어? 속으로 중얼거리며 게임기를 쳐다보려는 세하에게 유리가 성큼성큼 다가서더니 세하의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이세하!”
예상외에 박력에 순간 움찔했지만 금세 피식 웃었다. 당돌한 몸짓과는 다르게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가득했다. 금방이라도 놀리거나 하면 울어 버릴 것 같은 그런 얼굴로 유리는 잘도 또박또박 말했다.
“ㅈ.. 좋아해! 나랑 사귀어줘!”
“그래.”
“ㅈ.. 진짜로?”
또 바보같이 잔뜩 몰입해 버린 유리가 조금, 아주 조금 귀여워 보였다. 그렇게 약속대로 세하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게임기를 요원복 외투 안주머니에 슬쩍 밀어 넣었다. 그렇게 둘은 본격적으로 데이트를 했다. 일일 커플답지 않게 나름 스킨십도 했다. 끽해야 마주 잡은 손이나 팔짱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유리는 만족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하늘이 칠흑으로 물들어서야 새하는 시계를 봤다. 정확하게 9시 15분이었다.
“슬슬 늦었는데 이제 그ㅁ..”
“저기! 저기만 가고!”
유리가 급한 마음에 아무 곳이나 가르친 곳에는 어느 곳에 나 있을 법한 흔한 체인 카페가 있었다.
“카페? 웬일로 카페를?”
“ㄱ.. 가고 싶을 수도 있지!”
“그래.. 뭐..”
카페에 들어서자 향긋한 냄새가 왠지 모를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
주문하려 카운터에 서자 모델 뺨치는 키에 잘생긴 남성이 낮은 목소리로 최대한 밝게 주문을 도와줬다. 평소와는 달라진 유리의 목소리에 놀라 유리를 보자 얼굴이 잔뜩 붉어져선 힐끔거리고 있다.
뭐 내 상관은 아닌데.. 뭐지 이 기분은…? 짜증 나.. 금세 완성된 아메리카노 한잔과 핫초코 한잔을 들고 자리로 돌아오니 유리가 연신 고개를 치켜들고는 주문을 받던 남자를 훔쳐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사귀는 사인데 좀 참을 수는 없나..?
“목 빠지겠다. 그러다.”
“ㅇ.. 웅?”
이유모를 짜증에 게임기를 꺼내도보고 씁쓸한 아메리카노를 연신 마셔봤지만 쉽사리 진정이 안되고 자꾸 유리에게 눈길이 간다. 내가 왜 이러는 걸까…
커피가 밑바닥을 드러내서야 카페를 벗어나려나 싶었는데 아까 그 종업원이 유리에게 조심조심 다가오더니 번호를 물어온다. 기가 찬다.
“저.. 죄송한데 번호 좀…”
재차 솟구치는 짜증에 머뭇거리는 유리를 내버려두고 가려는데 유리가 갑자기 손을 꽉 잡아온다.
“남자 친구가 있어서요…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실례했습니다…”
헌팅에 실패한 종업원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유리가 캬하하 웃으며 안 갈 거야?라고 물어온다.
“왜 번호를 안 준 거야?”
“웅? 남자 친구 있는데 남자가 필요한가?”
평소에도 유리의 눈웃음은 자주 봐왔다. 하지만 단언컨대 오늘만큼 예쁜 눈웃음은 본 적이 없다. 그런 유리가 왠지 기특해진 세하는 유리의 머리를 대충 헝클어 주고는 유리의 집 앞까지 평소처럼 걸었다.
“잘 가 세하야!”
“들어가.”
유리 없이 집으로 향한다. 뭘까 이 허전함은, 의문을 가진채 집으로 향하는 세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동시에 귀가 붉게 물들었다.
그렇게 3월이 시작됐다.
{Epilogue}
“요! 전 남자 친구!”
“뭔데 그 호칭은…”
어제의 일을 떠올리며 유리는 세하를 그렇게 불렀다.
“그렇지만 처음인데! 남자 친구가 있다가 사라진적은!”
“모태솔로였어? 너?”
“응! 멋지지?”
“아니… 그보다..”
“응?”
“나 아직 헤어지자고 한적 없는데?”
-fin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히야ㅏㅏㅏ... 유리를 안키워봐서 캐붕이 있을수도잇네양..
“세하야! 오늘은 저거 먹자!”
“너 방금 동아리 실에서 라면먹었잖ㅇ…”
“그래서 안 먹을 거야아?”
내 말을 끊고는 봄에는 치킨이라고! 하는 유리를 보며, 게임기를 만지작거리기나 하면서, 우리는 가게로 향해 두 번째 점심(?)을 해결했다.
“히야… 배부르다…”
뭔가 전보다 불룩해진 것 같은 배를 동동 두드리며 유리가 기분이 좋아졌는지 자꾸 기교를 부리며 붙어온다. 묶어도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에서 살살 풍기는 샴푸 냄새라던지, 타이트하게 조여 적나라하게 기세를 자랑하는 외투라던지, 여러모로 게임에 집중이 안되니까 그만했으면 하는데…
“세하야! 이거 봐봐!”
“?”
스크린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자, 유리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나뭇가지 옆에서 꽃받침을 하고는 예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누가 꽃이게-?”
“….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건데..?”
“쳇! 이럴 때는 그냥 내가 더 이쁘다고 해주면 안 돼?”
“알면서 왜 물어봐.”
“어…? 너 방금…”
“ㄸ… 따라오기나 해!”
뭐냐고.. 바보면서 알아듣기는… 세하는 속으로 툴툴거리면서 애써 게임에 집중하는 척했다. 그 뒤로도 유리는 계속해서 세하를 귀찮게 했다. 게임기를 들고 있는 팔 사이에 들어오려 한다던지, 팔짱을 낀다던지, 흑심 없는 우정의 데이트(?)는 그렇게 흘러갔다.
“우리 뭐할까?”
“글쎄.”
“모처럼 데이튼데!”
“우리가 커플도 아닌데?”
“그럼 오늘만 커플 하면 되는 거지?”
“뭐?”
“데이트하는 동안만 커플 하면 집중해줄 거지?”
세상에.. 어쩜 이리 당돌한 처자가 있단 말인가…. 자기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는 아는 걸까? 왠지 장난기가 생긴다.
“한번 해봐 그럼.”
“뭘?”
“고백 말이야. 설마 고백도 안 하고 커플이 되려고?”
“이이익….”
설마 진짜 하겠어? 속으로 중얼거리며 게임기를 쳐다보려는 세하에게 유리가 성큼성큼 다가서더니 세하의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이세하!”
예상외에 박력에 순간 움찔했지만 금세 피식 웃었다. 당돌한 몸짓과는 다르게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가득했다. 금방이라도 놀리거나 하면 울어 버릴 것 같은 그런 얼굴로 유리는 잘도 또박또박 말했다.
“ㅈ.. 좋아해! 나랑 사귀어줘!”
“그래.”
“ㅈ.. 진짜로?”
또 바보같이 잔뜩 몰입해 버린 유리가 조금, 아주 조금 귀여워 보였다. 그렇게 약속대로 세하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게임기를 요원복 외투 안주머니에 슬쩍 밀어 넣었다. 그렇게 둘은 본격적으로 데이트를 했다. 일일 커플답지 않게 나름 스킨십도 했다. 끽해야 마주 잡은 손이나 팔짱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유리는 만족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하늘이 칠흑으로 물들어서야 새하는 시계를 봤다. 정확하게 9시 15분이었다.
“슬슬 늦었는데 이제 그ㅁ..”
“저기! 저기만 가고!”
유리가 급한 마음에 아무 곳이나 가르친 곳에는 어느 곳에 나 있을 법한 흔한 체인 카페가 있었다.
“카페? 웬일로 카페를?”
“ㄱ.. 가고 싶을 수도 있지!”
“그래.. 뭐..”
카페에 들어서자 향긋한 냄새가 왠지 모를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
주문하려 카운터에 서자 모델 뺨치는 키에 잘생긴 남성이 낮은 목소리로 최대한 밝게 주문을 도와줬다. 평소와는 달라진 유리의 목소리에 놀라 유리를 보자 얼굴이 잔뜩 붉어져선 힐끔거리고 있다.
뭐 내 상관은 아닌데.. 뭐지 이 기분은…? 짜증 나.. 금세 완성된 아메리카노 한잔과 핫초코 한잔을 들고 자리로 돌아오니 유리가 연신 고개를 치켜들고는 주문을 받던 남자를 훔쳐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사귀는 사인데 좀 참을 수는 없나..?
“목 빠지겠다. 그러다.”
“ㅇ.. 웅?”
이유모를 짜증에 게임기를 꺼내도보고 씁쓸한 아메리카노를 연신 마셔봤지만 쉽사리 진정이 안되고 자꾸 유리에게 눈길이 간다. 내가 왜 이러는 걸까…
커피가 밑바닥을 드러내서야 카페를 벗어나려나 싶었는데 아까 그 종업원이 유리에게 조심조심 다가오더니 번호를 물어온다. 기가 찬다.
“저.. 죄송한데 번호 좀…”
재차 솟구치는 짜증에 머뭇거리는 유리를 내버려두고 가려는데 유리가 갑자기 손을 꽉 잡아온다.
“남자 친구가 있어서요…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실례했습니다…”
헌팅에 실패한 종업원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유리가 캬하하 웃으며 안 갈 거야?라고 물어온다.
“왜 번호를 안 준 거야?”
“웅? 남자 친구 있는데 남자가 필요한가?”
평소에도 유리의 눈웃음은 자주 봐왔다. 하지만 단언컨대 오늘만큼 예쁜 눈웃음은 본 적이 없다. 그런 유리가 왠지 기특해진 세하는 유리의 머리를 대충 헝클어 주고는 유리의 집 앞까지 평소처럼 걸었다.
“잘 가 세하야!”
“들어가.”
유리 없이 집으로 향한다. 뭘까 이 허전함은, 의문을 가진채 집으로 향하는 세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동시에 귀가 붉게 물들었다.
그렇게 3월이 시작됐다.
{Epilogue}
“요! 전 남자 친구!”
“뭔데 그 호칭은…”
어제의 일을 떠올리며 유리는 세하를 그렇게 불렀다.
“그렇지만 처음인데! 남자 친구가 있다가 사라진적은!”
“모태솔로였어? 너?”
“응! 멋지지?”
“아니… 그보다..”
“응?”
“나 아직 헤어지자고 한적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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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야ㅏㅏㅏ... 유리를 안키워봐서 캐붕이 있을수도잇네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