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형사 au] 동백꽃
RUONSky 2017-01-31 1
클로저스 형사 au
*캐붕이 일어난것 같습니다 (뻑
*모든 캐릭터들의 나이는 5년 뒤
*위상력 존재합니다
*세하 위주...
(1) 살인사건
그 누가 말한적이 있었다. 동백꽃은 고결한 사랑, 혹은 진실한 사랑이라고. 최근에는 눈이 엄청 내려서 그런건지 동백꽃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는 듯 했다. 오랜만에 밖에 나와 동백꽃이 환하게 피어있길래 하나를 툭. 가볍게 꺾어보았다.
붉다.
정말 붉다. 붉으스름하거나 붉은 빛이 도는게 아니라, 정말 붉다. 저 앞에 쓰러져있는 어느 누군가의 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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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상당히 많은 양의 눈이 강원도와 중부지방에 많이 내렸는데요. 특히 서울은 올해 한파가 가장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눈의 양이 약 8~9센치가량이 계속 쌓일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눈이오면 꽃이나 식물들은 추위에 피어나질 못하는데요. 그에 비해 동백꽃은 겨울철에도 예쁘게 피어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일~어~나~시~죠~! 검은 양팀 형사님들-!!!!"
유난히 그날따라 TV의 소리가 크게 울렸다. 부엌은 언제나 북적였고 찌게가 끓는 소리, 냄새에 가볍게 도마를 두드리며 썰리는 재료들, 그릇끼리 부딪히는 소리. 하지만 이 모든소리는 단 한사람만이 열심히 발걸음을 옮기며 내는 소리였다. TV의 뉴스는 그 부엌에서 나는 소리에 [+알파]로 더욱 시끄럽게 집안 내부를 울렸다.
"아 진짜!!! 다들 안일어나!!!? 꼭 내가 입이 험해져야 일어나나!!!! 바빠죽겠는데!!!!"
검은양 팀의 대표 마담(?)인 세하는 하던 요리를 뒤로 제쳐둔 채 일부러 쿵쾅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넓은 복도는 이미 가방이나 소지품. 화장품에 휴지. 옷가지에 속옷까지. 거기에 가장 중요한 형사수첩이 널부러져 그 공간을 꽉꽉 밀어 채우고 있었다. 왼쪽은 여자 방. 오른 쪽은 남자 방. 일단은...
"일어나요!!!! 제이 아저씨!!!!! 미스틸테인!!!!!!!!"
역시나 오늘도 하루가 목아프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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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우아암~"
"서유리. 밥먹을 땐 하품 좀 하지마. 내가 졸릴 지경이야."
"하지만 어제 밤에 소매치기 잡느라 힘들었단 말이야~"
"내 알바냐."
한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 시끄러운 아침이 잠시 고요해지는 시간이였다. 몇개의 젓가락과 숟가락이 오고가며 요리조리 아슬아슬하게 반찬을 집어갔다. 아침부터 피곤함이 머리로 천천히 눌러내렸다. 이런 아침이 싫은 것은 아니였다. 아니, 오히려 좋다고나 해야하는 걸까. 다들 실력좋은 형사에 심지어 강력팀에 소속되어있고 돈도 짤짤한데다 성격도...
"아아-! 아저씨! 그거 제가 침발라둔건데!"
"윽! 왜 여기다 침을 발라둬 유리동생!!"
"아저씨! 이 숟가락 미스틸꺼에요!"
"테인아, 차라리 새거 써. 어차피 안들릴텐데 뭐."
성격은 취소. 세하는 단박에 결론 지었다. 차원전쟁 때문에 검은 양팀이 생성된건 5년 전. 이 5년사이에 차원문은 닫혔고 여전히 관리를 하고있는 터였지만 이 차원문이 닫히면서 갑작스래 직장을 잃은 사람이 급증하였다. 물론 검은 양팀도 이들 중 일부였을 뿐이였다. 검은 양팀은 그 순간에 해체되기 직전까지 갔지만 직장을 잃은 그 수천명의 사람들로 인해 늘어나버린 범죄와 사건들로 인해 그들은 다시 뭉칠 수 밖에 없었다. 단지, '형사'라는 직책을 가진 채.
"오늘 비번인사람?"
"저요. 근데 저는 저번사건 파일정리랑 그 파출소에서 있었던 일 보고서랑 쓰러 임시로 나가기는 해야되요."
"아아-이슬비. 그냥 갔다와. 그냥 내가 할게."
"엥? 또? 하지만 매일 세하 니가 하잖아."
".....오늘도 세하형은 안나갈거에요?"
세하는 대답이 없었다. 요 몇개월간 단 한번도 사건조사를 위해 나가거나 출동하거나 한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이쯤 됬으면 당연히 짤리거나 신경을 안써야 맞을터인데, 다들 놓아주질 않았다.
"....안 나가."
트라우마. 그 작은 것 때문에.
*
*
*
칼바람이 열린 창문으로 슉슉 들어왔다. 이런 날에는 환기는 커녕 사람없는 집안이 더 싸늘해질 지경이였다. 다들 나가버린 집안의 공기는 얼음장만큼, 혹은 그보다도 더 차가웠다. 한껏 크게 맘먹고 하려던 환기까지 무용지물이 되어버려 세하는 약간은 침울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형사―
그 무거운 직책이 다시한번 목을 메어왔다. 테인이가 내뱉은 한마디. 오늘도 안갈거냐는 한마디. 머리속을 채워 무겁게만 만드는 그 말은 안그래도 돌아가지 않는 머리가 돌이 되어버릴 듯 했다.
"...게임기."
세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 재빨리 자신의 개인 방으로 향하였다. '그 사건' 이후로 혼자쓰는 이 방. 나름 깔끔하답시고 정리해둔 방은 오히려 더 적막하게만 만들어 가슴이 약간 미어지는 듯 했다. 오른쪽 아래에서 3번째 서랍의 천장부분. '그 사건' 의 증거품. 게임기. 괜스래 웃음이 나왔다. '그 사건' 의 가장 중요한 증거품인 이것을 가지고 있다니.
"..왜. 떠오르는 걸까."
게임기의 전원을 툭. 키자 뒤쪽으로 라이트가 켜졌다. 라이트는 어떤 푸른 색의 노트와 그 위에 올려진 동백꽃을 비추었다. 빙글빙글 둥글게 돌아가며 꽃잎이 줄지어 붙어있는 동백꽃은 이미 시들시들해져 빛깔을 잃은 채 놓여있었다. 하지만 그에비해 동백꽃의 그 강한 향기는 아직까지도 남아있었다.
그 날도. 눈이 왔고,
동백꽃이 피었고,
게임기가 있었고,
자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