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하 키우기 [나는 플레이어다-3]

ddrkc 2017-01-06 1

세하와 헤어진 직후, 사이킥 무브로 단숨에 성수대교까지 날아간 슬비는 목표 지점에 다다라 빠르고 능숙한 동작으로 착지했다. 성수대교가 보이는 한강변에서는 특경대원들이 바리케이트 뒤에서 몰려오는 차원종들을 향해 필사적으로 총을 쏘며 버티고 있었다. 특경대원들의 총은 차원종들에게 통하도록 만들어진 특수한 무기들이었지만 E급도 아닌 C급 차원종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C급 이상의 차원종에게 대응할 수 있는 존재는 클로저밖에 없었고,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슬비는 서둘러 특경대원들의 대장을 찾았다.

"유니온에서 임시로 긴급 파견된 훈련요원 이슬비입니다."

"연락 받았어. 아직 어린 것 같은데 대단하구나."

"상황은요?"

특경대장으로 보이는 여대원이 슬비를 힐끗 보더니 다가오는 차원종들에게 총을 쏘면서 인사했다. 여유롭게 통성명할 여유 따위 없다는 사실을 알던 슬비 역시 차원종들을 눈으로 빠르게 흝으며 물었다.

"차원종은 육안으로 확인된 개체만 C급 8마리. 우리도 막 도착한 참이라 시민들 대피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었어."

슬비의 시선이 마침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특경대원에게 부축받아 걸어가는 한 남자에게 갔다. 머리에 피를 흘리며 신음하는 남자의 얼굴을 본 슬비가 분노를 누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차원문 위치는 성수대교 바로 너머. 아직 통성명도 못했지만 부탁할게."

"네, 걱정 마세요."

"전 대원! 전투는 클로저한테 맡기고 시민 보호에 집중한다! 엄호사격대열은 라인B로 재배치!" 

자신 있는 슬비의 대답에 안심한 듯 특경대장이 서둘러 특경대원들을 물렀다. 특경대원들이 시민들을 데리고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며, 슬비는 비트를 소환해 전투 태세를 갖췄다.

"작전 개시!"

공중에 뜬 비트에 섞여 있는 두 자루의 컴뱃 나이프를 잡아챈 슬비가 몰려드는 차원종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적을 섬멸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튀어나간 소녀와 차원종이 격돌했다.





*****





[혹시 모르니까 다시 한 번 정리할게. 세린 언니의 말에 의하면, 그 여자애가 있는 곳은 신강고에서 남쪽으로 4km 방향으로 떨어진 곳에 있는 성수대교. 그곳 근방에 B급 차원종이 나왔다고 해. 듣고 있지?]

"어. 아주 잘 듣고 있다고."

건물 옥상 위를 뛰어가던 세하는 귀에 꽃힌 통신기에서 나오는 세정의 브리핑을 들으며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는 한 손에 선우란이 가져다준 건블레이드를 들고 영화 속 슈퍼 히어로처럼 건물 사이사이를 가벼운 몸놀림으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지금 막 차원종 분포도를 받았는데, 강남 곳곳에서 이전에 없던 높은 계수의 위상변곡률이 나타나고 있어. 이 흐름에 따르면, 곧 그 여자애가 있는 곳에도 B급 차원종이 나오겠지. 최악의 가능성이지만... 너 오늘 A급을 실제로 볼 수도 있을거야.]

긴장했는지 평소와 다른 다소 딱딱한 세정의 목소리를 들으며 세하는 가볍게 앞의 건물에 착지했다.

"그래서, 난 걔를 도와주기만 하면 되는 거지?"

[도와주고 그냥 바로 오면 돼. 괜히 유니온 소속도 아닌데 걸렸다간 설명하기 꽤나 골치 아파질테니까.]

"니가 그런 말 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건데, 나 진짜 이런데 막 껴도 되는거냐?"

[문제 될 게 뭐 있어? 내가 유니온 소속의 엘리트 연구원인데.]

끙하고 신음소리를 흘리면서, 세하는 잠시 멈춰 어렴풋 보이기 시작한 성수대교를 응시했다.

"거의 다 왔어."

[오케이! 그럼 게임 튜토리얼한다고 생각하고...... 힘 내!]

동생과의 통신을 마친 세하가 다시 성수대교를 응시했다.

"튜토리얼이라."

나쁘지 않네. 그렇게 생각하며 세하는 픽 웃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무릎을 접어 꿇어 앉고ㅡ



그 반동력으로 단숨에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





[키에엑!!!]

날아오는 비트를 피하지 못한 차원종이 폭발에 휩쓸려 소멸하며 울부짖었다.

'앞으로 네 마리.'

다시 비트를 생성시킨 슬비는 컴뱃 나이프를 고쳐 잡으며 남은 차원종들과 대치했다. 성수대교 밑 강변에서 기회를 노리며 으르렁거리는 차원종들의 울음 소리와 슬비가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섞여 무거운 긴장감을 자아냈다.

'상황이 좋지 않아.'

슬비는 자신의 위상력이 처음보다 크게 떨어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기존에 있던 C급 차원종들을 가볍게 섬멸했다고 생각한 동시에 새로운 개체들이 차원문에서 튀어나왔다. 첫 실전에서 유니온 아카데미 최우수 학생이라는 프로필이 부끄럽지 않을 실력을 보여준 그녀였지만, 아직 실전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에게 장기전은 무리였다. 그래서, 그녀는 정신을 집중해 남은 위상력을 끌어모았다. 자신이 쓸 수 있는 최강의 결전기를 쓰기엔 부족했지만, 최대한 쥐어짜면 [그 기술]을 쓰는 데는 무리가 없으리라 판단했다. 아직 습득한지 얼마 되지 않은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키엑?!]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C급 차원종 한 마리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느닷없는 상황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다른 동족들도 하나 둘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어리둥절해하던 차원종들의 시선이 곧 슬비를 향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중력 집중!"

[키에에에엑!!!!!!]

공중에 떠오른 슬비가 기합을 지른 동시에 차원종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염동력의 폭풍에 휩싸였다. [염동 위성]. 게임에서는 전직이 아닌 다른 특수한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스킬이었지만, 슬비는 개인훈련을 통해 이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냈다. 위상력은 다소 부족할지라도 위상구현력 평가에서 A+를 받을만큼 위상력을 다루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슬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위상력으로 구현된 폭풍 속에서 최후의 발악을 하던 차원종들이 하나 둘 소멸 되어가는 것을 보며 위상력이 바닥난 슬비는 천천히 지면으로 내려 앉았다. 땅바닥에 쓰러진 최후의 차원종마저 소멸된 것을 확인한 슬비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았다. 힘이 바닥났는지 그녀는 손에서 떼지 않던 컴뱃 나이프까지 놓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 기술은 아직 좀 벅찬가... 위력도 내 생각만큼은 안 나오고......'

다른 훈련생들이 들었으면 자신의 위상력을 보고 자괴감에 빠질 생각을 하며 슬비는 숨을 몰아쉬었다. 아직 한참 부족했다. 자신이 동경하고 있는 알파퀸을 따라 잡기 위해서는. 그리고......

"훈련 프로그램에서 봤던 그 때 그 아이."

슬비는 몇 년 전의 일을 떠올렸다. 가상 훈련 프로그램의 오류. 오류로 인한 A급 차원종 데이터 출현. 그리고 전멸의 위기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소속 불명의 남자. 아카데미 최고 우등생이라 자부하던 자신을 쓰러뜨린 A급 차원종의 데이터를 칼질 몇 번으로 소멸시켜버린 그 아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쓰러진 자신을 덮치려는 차원종을 올려다보며 절망하던 슬비의 앞을 가로막은 그 소년의 뒷모습. 그리고 차원종을 압살하던, 그야말로 압도적인 그 실력. 훈련생인가 싶었지만 (아무리 더미 데이터라 해도) A급 차원종과 맞설 수 있는 실력을 지닌 훈련생은 그녀의 기억엔 없었다. 오류가 해결돼 프로그램에 빠져나오자마자 그 아이를 찾았지만 밖에서도, 기록에서도 소년의 존재는 찾을 수 없었다. 관계자들에게도 물어봤지만, 외부에서 침입한 정체불명의 소년이라는 알 수 없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유니온은 엄청난 실력을 지닌 소년을 찾아내려고 했지만 언제부턴가 흐지부지됐고, 소년의 행방은 오리무중 속에 잠겼다. 슬비는 그 소년의 얼굴을 보진 못했지만, 뒷모습만은 생생히 기억했다. 그 누구보다도 든든해보였던 그 뒷모습. 슬비는 소년의 실력을 동경했고, 다시 한 번 그 소년을 만나길 내심 바라며 지금까지 훈련해왔다.

"그 아이를 만난다면, 언젠가는......"

슬비는 숨을 고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고 했다. 그렇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고 멈칫했다.

"어......?"

그리고 그녀가 밑을 내려다 본 순간, 땅이 꺼지며 식물형 차원종이 자신의 몸을 집어삼켰다.

"으윽!"

순식간에 슬비는 몸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공중으로 들어올려졌다. 비트를 소환하려 했지만 방금 전의 기술로 모든 위상력을 써버린 슬비는 손 하나 까딱할 수도 없었다.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안......돼.......!'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고, 눈 앞으로 **온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슬비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휴, 딱 맞춰서 왔네."

"?!"

그리고, 자기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 슬비가 눈을 뜬 순간 누군가 공중에서 가볍게 착지한 동시에 손에 든 무언가를 휘두르며 외쳤다.

"터져라!"

[키야아아악!!!]

자신의 배 밑을 한 방에 날려버린 차원종이 입을 벌리고 단말마를 쏟아내며 소멸했다. 그 바람에 높이 떠올려진 슬비까지 떨어졌다. 평소라면 가볍게 착지해낼 그녀였겠지만 지금의 슬비는 힘이 전부 빠진데다 차원종에게 당한 상처까지 있는 상황. 충격에 대비해 눈을 질끈 감던 슬비는 갑자기 느껴지는 폭신하고 따뜻한 감촉에 의아함을 느끼며 눈을 떴다가 얼어붙었다.

"너 괜찮냐?"

"어......?"

제일 먼저 자기를 뚱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한 소년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이 그 소년에게 소위 말하는 공주님 안기 자세로 안겨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슬비는 당황해서 몸부림쳤다가 바닥으로 떨어질 뻔했다. 세하는 슬비를 바닥에 내려주고 상처를 살폈다. 다행히 슬비의 상처는 깊지 않았다. 곧 슬비도 세하가 방금 전 마주쳤던 신강고 학생임을 기억해냈다.

"너... 위상능력자였어?!"

"어?"

슬비의 시선이 자기 옆에 놓인 건블레이드로 향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세하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클로저가 되기 싫다고 그렇게 말하고 다녔는데 클로저 취급을 받다니, 모순이 따로 없었다.

"위상능력자는 맞는데...... 클로저는 아냐. 그러니까 그게 말하자면 좀 긴데ㅡ"

"?!"

그러나 세하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대화는 거기서 끊겼다. 세하와 슬비 바로 앞의 지면을 뚫고 나온 또 다른 차원종 때문이었다. 차원종을 알아본 슬비의 표정이 순간 경악에 잠겼다.

"말도 안 돼...! 맨드란 라플레시아라고?!"

"맨드란 라플레시아?"

세하는 얼굴을 찌뿌리며 자기 뒤에 나타난 차원종을 쳐다봤다. 거대한 꽃의 외형을 가진 차원종이 한 차례 포효를 내짖더니 고개를 내려 세하와 슬비에게 시선을 응시했다.

[맨드란 라플레시아라면...... 여깄다. A급 차원종. 커다란 식물형 몬스터로 강력한 독성 공격이 특징이다. 독성이 매우 강하고 공격 범위가 상당히 넓으니 특히 주의할 것... 이라고 차원종 사전에 적혀 있어. 그니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ㅡ 그거 보스몹이야, 오빠.]

"그래? 보스몹이라. 꽤나 골치 아픈 녀석이다 이거지...... 끙차!"

세하는 바닥에 내려둔 건블레이드를 잡아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멍하니 맨드란 라플레시아를 보던 슬비가 놀란 표정으로 차원종과 대치하려던 세하를 쳐다봤다.

"너 뭐하는 거야?"

"보면 몰라? 저거 쓰러뜨리려는 거지."

"네가 잘 모르나본데, 저건 너 같은 민간인이 그나마 흔히 보는 E급이나 C급이 아니라 A급 차원종으로 분류된 맨드란 라플레시아야. 숙련된 클로저가 아니라면 절대 무리라고!"

"...그렇다고 이대로 놔둘 순 없잖아."

세하는 양손으로 건블레이드를 잡아 전투태세를 갖추며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저 녀석, 우리를 노리고 있다고."

"윽......!"

슬비는 서둘러 일어서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주저앉았다. 세하는 그런 슬비를 힐끔 쳐다보고 다시 맨드란 라플레시아를 노려봤다.

"무리하지 말고 쉬고 있어. 저 녀석은 내가 맡을테니까."

"뭐? 자, 잠깐만! 클로저도 아닌 네가 할 수 있을리가ㅡ!"

"하아앗!!"

슬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세하가 체내의 위상력을 방출시켰다. [위상 집속검] 이전에 주어지는 이세하의 버프기, [찰나의 각성]이었다. 건블레이드를 쥔 세하의 몸에 푸른빛이 감돌기 시작했고, 세하를 만류하려던 슬비는 그 모습을 보고 흠칫했다.

'뭐야 이 위상력은...?'

세하로부터 흘러나오는 엄청난 기운을 느끼며 슬비는 건블레이드를 맨드란 라플레시아에게 겨누는 세하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다음 순간, 슬비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어?"

무언가가 슬비의 기억 저 편에서 일렁이는 순간, 세하가 움직였다.

"저리 비켜!"

[키에엑!!!]

잠시 멍을 때리던 슬비가 다시 흠칫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기 앞에 서 있던 세하가 라플레시아의 바로 앞까지 달려들어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위상력이 깃든 세하의 주먹을 얻어맞은 맨드란 라플레시아가 고통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터져라!"

[질주]를 사용한 세하가 [발포]로 다음 콤보를 이어갔다. 현란한 푸른 폭발이 두 번에 걸쳐 일어나 맨드란 라플레시아를 휘감았다.

[다 좋은데 독 폭풍과 독 폭발 기술은 조심해. 방어구도 없는 너한텐 치명적일거야.]

"알고 있어!"

세하는 세정의 말을 잘 알아들었다는 의미로 큰 소리로 대답하며 방금 기술을 먹인 곳을 다시 건블레이드로 그어버렸다. 맨드란 라플레시아가 분노가 담긴 팔을 휘둘렀지만 세하는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그것을 간단하게 피해버렸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맨드란 라플레시아의 움직임이 멈췄다.

"조심해! 독성 폭풍이야!!"

빠르게 후속타를 먹이려던 세하는 슬비의 외침을 듣고 혀를 차며 뒤로 물러섰다. 독성이 주변으로 퍼져나간 동시에 맨드란 라플레시아가 세하를 향해 녹색 구체를 쏘기 시작했다.

"하, 돌겠네 진짜."

세하는 투덜거리면서 슬비를 부축해 뒤쪽으로 날아올랐다. 혼자라면 가볍게 피하겠지만 다쳐서 움직일 수 없는 슬비를 그냥 둘 순 없었다. 그 때문에 또 세하에게 안긴 모습이 된 슬비는 다시 얼굴이 붉어졌지만 세하는 눈치채지 못하고 차원종에게만 집중했다. 순간, 다른 기억이 슬비의 뇌리를 스쳤다.

"방금 그 기술은......?"

본 적이 있었다. 같은 기술. 같은 콤보. 분명 그 때의......

"장난은, 끝이다! 하아앗!"

축적된 위상력을 전부 쏟아낸 세하가 다시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건블레이드에서 푸른입자가 모여 검기가 되어 맨드란 라플레시아의 몸체를 갈랐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공격이 계속될 때마다 푸른빛 불꽃이 튀겼고, 공중에서 만들어진 푸른 유성이 넘실거렸다. 세하는 고통의 포효를 내지르며 팔을 휘젓는 맨드란 라플레시아의 공격을 전부 피해내며 쉬지 않고 건블레이드를 휘둘렀다. 푸른 획이 그어질 때마다 폭발이 일어나고 차원종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세하의 그 신들린 전투 장면을, 슬비는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래...... 이제 기억났어.'

몇 년 전 프로그램에 침투해 자신을 구해준 소년. 지금처럼 A급 차원종의 데이터를 압도하며 오류를 자기 힘으로 복구한 소년. 알파퀸과 더불어, 슬비가 자신도 모르게 동경하고 있던 강함을 지니고 있던 소년.

"간다!"

세하는 기합을 지르고 달려나가며 지금 자신이 쓸 수 있는 최강의 기술을 시전했다.



[결전기 폭령검]



방금 전보다 더 빠른 강격이 이미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맨드란 라플레시아를 사정없이 구타했다.





"그래, 그 사람이 바로......" 





인정사정없이 공격을 퍼붓던 이세하가 푸른 빛이 넘실거리는 건블레이드를 높게 치켜올렸다.





"저 애였어."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내려친 순간 지금까지 나온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폭발음이 슬비의 귀를 때렸다. 정신을 차린 슬비가 본 것은 꿈틀거리며 사라져가는 맨드란 라플레시아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무기를 거두는 이세하의 모습이었다.





*****





"아주 그냥 신이 났구만."

한강변이 가까워질수록 크게 들리는 폭발음과 타격음을 들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지금 특경대 차량을 얻어타고 이세하와 이슬비가 있을 한강변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이세하의 신변에 대한 걱정은 없었지만, 만일을 대비해 클로저 신분이 아닌 이세하가 왜 유니온의 무기를 들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다. 물론 빨리 이세하를 빼오는 게 제일 빠른 방법이긴 하지만 그랬다간 후환이 걱정이니, 확실히 처리해야 한다. 특경대는 뭐 그러려니 넘어가겠지만, 이슬비를 설득시키는 게 걱정일 것 같은데......

"음? 저게 뭐지?"

운전을 하던 특경대원이 순간 멈칫했지만 나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이슬비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 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창문 밖으로 엄청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뭐, 뭐야?!"

"말도 안 돼! 차원문이 열렸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위상변곡률 변화 없었잖아!!"

"!!?"

뜬금없는 단어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둘러 앞을 보니 정말로 눈 앞에 차원문이 열리고 있었다. 동시에 차원문에서 쏟아져나오는 스캐빈저 떼가 한 눈에 들어왔다.

"**! 당장 전투 준비해!! 넌 여자애... 아니 이 박사님 지키고!"

"근처에 클로저는 없는 겁니까?!"

"성수대교에 나간 훈련생 있지 말입니다!"

"그럼 성수대교 근처에 당장 무전 때려!!"

같은 차를 타고 있던 특경대원들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하지만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차원문의 바로 앞에 서 있는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모를 리가 없었다. 검은색 가면 사이로 보이는 희번득한 눈빛. 클로저스의 대표적인 보스 몬스터. 그런데......





"쟤가 왜 지금 나오는 건데......?"





나는 당황한 눈으로 스토리라인을 무시하고 내 눈앞에 나타난 녀석을 바라봤다. 



칼바크 턱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 역시 불길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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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다 아시겠지만 폭령검은 결전기 주제에 그리 추천되지 않는 스킬입니다.

세하는 역시 차원종을 별★빛에 잠기는 유성검이 최고죠.

(아직 특요도 못 단 주제에 이세하 팬픽을 쓰고 있는 1인입니다)

본 2차 창작은 소설 사이트 조아라와 동시 연재중입니다. 세하빠+브라콘에 현실 플레이어의 능력을 지닌 여동생과 그런 동생 덕분에 강제로 먼치킨 돼버린 갓세하의 이야기입니다.
2024-10-24 23:13:0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