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가 고립된 이야기

흑신후나 2016-11-27 4

 람이라는 동물은 잔인하다. 그 무엇보다 잔인하고 잔혹하다.

자신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거나 자신과 다르게 이질적이라고 생각된다면 가차없이 자기와 똑같은 사람들이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의 울타리 속에서 쫓아낸다. 그리고선 쫓겨난 사람을 보면서 웃겠지.

그것이 설령 쫓겨난 사람이 쫓아낸 사람들보다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말이다.

정신이 들었다.

눈 앞은 캄캄했다. 눈을 감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서 눈을 떠 보았지만 떠도 마찬가지였다.

완전한 암흑. 전방에 보이는 것은 없었고, 무엇인가의 기척도 없었다. 한껏 무서워진 나는 몸을 일으켜세우려 다리를 움직였다.

"아얏..."

다리 쪽에 급격한 통증이 밀려왔다. 오른쪽 다리의 통증에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리를 다친 모양이다.

다리를 살펴보니 나의 다리는 무거운 돌덩이에 깔려 있었다. 부상의 정도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오른쪽 다리의 통증이 쉽게 가시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심각해 보였다. 오른쪽 다리 대신 왼쪽을 움직여 보았지만 왼쪽은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나은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왼쪽 다리는 감각이 없어! 완전히 아작나 버린건가?"

움직이려 발버둥을 쳐**만 결국 몇번 시도해 본 뒤 그만두기로 했다. 아무리 힘을 줘봐도 꿈쩍도 않는 바위를 움직이려 굳이 체력을 소모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위상력도 다 써버린 건가?"

손을 모아 정신을 집중해보았지만 힘은 모이지 않았다. 손을 축 늘어뜨리며 나는 생각했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더라?'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생각했다. 아마 2시간 전 쯤 이었을 것이다. 

플레인게이트에 이상이 생겼다는 보나의 말을 듣고서 현장에 출동한 우리 검은양 팀과 늑대개 팀은 플레인게이트에서 이전에는 전혀 **못한, 클로저의 정신을 파고드는 차원종인 '메피스토'와 조우했고, 그대로 전투에 돌입했다. 
치열한 전투끝에 메피스토를 쓰러뜨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쓰러뜨린 것은 단순한 '육체'였을 뿐이고, 정신은 빠져나가 버렸다. 이윽고 플레인게이트의 일부가 무너지기 시작하였으며 우리는 대피하였다. 

'그 때 내가 마지막이였고.. 내가 나가려는 찰나.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인가?...그리고...'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나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여긴 무너진 플레인게이트의 안쪽이 되는 셈이다.

"나 참..... 나도 참 운이 없다니까..."

"그렇다. 너는 운이 없지."

흠칫, 분명 나 혼자일터인 공간에 내가 아닌 어느 목소리가 전해져 들려왔다.

"누구야!"

"후후..반갑군 인간."

하나의 강력한 위상력의 기운이 나에게로 왔다. 이 위상력은... 설마...

"메피스토...."

"그렇다 인간.."

나의 작은 목소리와 함께 나타난 것은 메피스토의 영혼이였다.

'**..... 최악이야.. 몸도 위상력도 쓸 수 없는 순간에 만난 것이 하필이면..!'

나는 이를 갈았다. 이제 내가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은 먼저 탈출한 동료들이 구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그는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을 참고서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얘틀아, 제이형 빨리 와서 도와줘요.' 
****************
"빨리 어떻게 좀 해봐!"

플레인게이트의 입구에서 어린 소녀를 다그치고 있는 것은 한 소녀였다. 긴발에 흑빛을 담은, 바다가 물결치듯 찰랑거리는 머리와 깊이를 모르는 호수같은 푸른색 눈을 가진 그녀는 서유리. 검은양 팀의 레인저였다.

"유리야 진정해! 네가 이러면 더욱 세하의 구출에 장애만 줄 뿐이야!"

그 뒤에서 유리를 다그치는 소녀는 검은양팀의 리더인 이슬비였다. 작고 조각같은 몸에, 긴머리는 마치 인형같았고, 이질적인일 것 같은 분홍색의 머리는 보기와는 다르게 잘 어우러져 있었다.

그녀는 불안안 기색을 애써 숨긴 채 앞에서 다그치는 유리의 어깨를 잡았다.

"하지만 세하가!"

"진정해 유리야. 지금은 진정하는 게 중요해. 세하는 반드시 살아있을거야."

유리와 슬비보다 나이가 더욱 많아보이는 사내는 J, 과거 차원전쟁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검은양팀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있다.
그의 머리는 젊은 축에 속하는 나인데도 불구하고  흰 백발이며 선글라스를 낀 모습은 아저씨를 연상케 했다.

".....형....."

괴로운 심정에 눈물을 흘리기 직전의 한 아이는 미스틸테인, 독일에서 파견나온 최연소 클로저이다. 

그들은 모두 플레인게이트의 입구앞에서 그들이 놓고 온 한 사람을 애태우며 기다리고 있었다.

 메피스토의 전투 후 곧바로 무너져가는 플레인 게이트에서 빠져오고 있었다. 일은 그곳에서 일어난 것이였다. 거의 입구에 다다른 상황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

무너저가는 플레인게이트에서 천장의 들이 유리에게 떨어졌다. 더 이상의 힘도 없이 그저 도망치는 것이 전부였던 유리는 그대로 파편들에 몸이 부숴지는 것을 예감하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유리야!!"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세하에 의해 밀쳐진 유리는 입구로 밀려나 버렸고 천장의 파편들은..

"세하야!!"

세하가 그대로 뒤집어쓰게 되었다.

간신히 유리는 빠져나왔지만 마지막으로 나온 세하는 파편들에 깔려 빠져 나오지 못했다.

결국 검은양팀은 현재의 상황으로 오게 된 것이다.

"얘들아!"

""유정이 언니!""

세하는 어떻게 된거니?

"세하가 플레인게이트에 갇혀버렸어요!"

유리는 불안한 눈동자로 말한다.

"살아는 있는거겠죠?"

떨리는 목소리의 유리, 일말의 기대를 가져**만...

"모르겠어....."

들려오는 것은 참혹한 대답이였다.

"그런......"

털썩, 주저 앉아버리는 유리.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진다.

"나 때문이야..내가 그곳에 있지 않았었다면... 지금쯤 세하는..흑..흐흑..."

"아직 죽은 게 아니야! 유리야 괜찮을 거야"

울음을 터뜨리는 유리를 다독여주는 슬비, 하지만 슬비또한 흔들리기 시작한다. 

불안하다, 불안해 미치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이런 상태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세하가 살아있다는 것만 알 수 있다면...'

"적어도 살아있다는 것만 알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김유정은 그렇게 말하며 침울해 했다.

그 때 고민하는 슬비에게 떠오른 생각하나. 슬비는 김유정에게 말했다.

"유정이 언니! 혹시 지금 모니터링하고 있는 카메라 있어요?"

"카메라...? 있긴 있는데..왜?"

"그 카메라 우리가 메피스토와 싸울 때도 틀어놓고 있었어요?"

"그럼.. 한 명씩 모두 모니터링하고ㅇ..... 아!"

"그래요! 그걸 이용한다면 세하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슬비 넌 천재야!"

슬비를 껴안는 김유정, 슬비의 얼굴이 그녀의 가슴에 파묻힌다.

바로 정도연에게 달려가는 김유정, 이윽고 그녀는 카메라를 받아와 텔레비전과 연결시킨다. 텔레비전은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작동하기 시작한다.

"제발...제발..."

화면이 켜졌다. 켜진 화면에서는 다리가 짓뭉개진 채 누워있는 세하의 모습이였다.

"세하야!"

"세하의 상태는? 살아있어?"

"그래! 살아있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검은 양 팀원들, 살아있는것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구출만 할 차례이다. 그들은 움직임을 바삐하기 시작한다.

"잠깐...... 저건..."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도연은 모니터링 하는 카메라와 연결된 텔레비전을 보며 의아해했다.

세하의 얼굴 앞에 있는 그 검은 그림자.....설마!

"메피스토야! 메피스토의 정신이 남아있었어!"

절망적인 한 마디, 그 말을 들은 검은 양 팀원들은 가슴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메피스토가 뭘 하나요?"

질문하는 슬비. 다급해보였다.

"잠시만... 마이크 기능이 아직 작동되고 있어. 그걸 키도록 할게."

정도연이 몇 번 만지작 거린 텔레비전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후후..반갑군 인간."

"메피스토...."

"그렇다 인간.."

세하의 목소리와 메피스토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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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4 23:12:2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