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스타크래프트) 제 3의 침공 -5
AZTECH 2016-04-15 1
신서울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도회지도 아닌 한 시골의 버려진 한 작은 집이 있었다. 그 누구도 수십년간 살지 않았던 집이지만 지금은 어엿한 4명의 보금자리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쫒겨다니고 있는 처지였기에 함부로 위상력을 방출할 수 없었던 전 늑대개 팀 대원들은 하루하루를 그저 숨죽여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흠.... 의도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를 묶고 있던 마지막 목줄이 이렇게 사라지는 건가.."
트레이너는 근 몇달간 거의 울린적이 없는 휴대전화에 걸려온 전화를 끊고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의 전화, 하지만 그가 전해온 소식은 그의 상식밖을 벗어나는 소식이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전화 잘못거셨소. 전화번호 다시 확인하시오"
전화번호가 010으로 시작하는 걸 보니 실수로 내 번호를 누른 것이 틀림없었다. 임무용 전화기에 개인전화가 걸려오는 경우는 백이면 백 잘못 건 전화들이었다.
"아니, 난 전화를 잘못걸지 않았어. 트레이너, 오랜만일세."
목소리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다만 나인걸 알면서 전화를 했고 내 번호까지 알고 있는 것을 보니, 나랑 최소한의 면식은 있는 모양이었다.
"기억안난다고 하니 섭섭하군. 자네 울프팩팀에 들어가기 전에 소속된 팀의 전우였는데 말이지.. 같이 즐겁게 지낸걸로 기억하는데 내입장에서만 그랬던가?"
이말까지 듣는 순간 트레이너의 뇌리속에 스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자신만큼 용감하면서도, 자신만큼 책임감이 강하며, 자신보다 따뜻했던 사람...
"그래. 이제 기억이 나는군. 어쩐일이지?"
"아아.. 난 지금 유니온의 한국 지부장 자리에 있어. 요즘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힘들게 살고 있는것에 대핸 유감스럽게 생각해."
"네가 상관할 문제는 아니고 또 네가 유감스러울 이유도 없다. 다 우리가 선택한 것에 대한 결과니까. 용건은?"
" 그 단도직입적인 성격 또한 어디가지않았군. 이번에 플레인게이트에서 제2차원종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분류된 차원종이 등장했어. 차원전쟁이나 강남사태때와 비교했을때 엄청나게 강력한 놈들이야. 그리고 내 직감으론 그 강력한 놈들이 그족 군단에선 최하위급 일거 같다는 거지. 자네가 이번 사태의 수습에 협조해준다면, 자네에 걸린 수배령을 풀 예정이야 이제안, 어떻게 생각해?"
벌처스에서 풀어나 늑대의 자유를 선택했지만 유니온이라는 그물에 의해 반쪽자리 자유만을 가지게 된 그와 그의 팀에겐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그러나 이 조건과는 별개로 강남사태보다 심각한 재앙이 온다는 말이 더 깊게 꽃혔다.
"...수배령이 풀리기 때문에 돕는것은 아니다. 다만 강남사태 이상의 재해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 그 작전에 협조하겠다."
"좋은 선택이야. 조만간 볼 날을 고대하고 있겠어. 이만"
오랜만이었던 친구의 전화는 이것으로 끝이 났고, 다시 불꺼진 주위와 칠흑뿐인 풍경이 트레이너의 눈에 들어왔다.
강남사태보다 강력한 적이라니.. 신서울은 한순간도 전쟁터가 아닌 적이 없을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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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시 보니.. 정말 반갑구나... 훌쩍."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완전히 회복되서 돌아온 검은양팀을 보는 김유정은 보자마자 울음이 북받쳐 올랐다. 도대체 왜 이런 아이들에게 항상 가혹한 사건들만 연달아 터지는지.
"유니온에서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아예 새로운 큐브를 제작했다고 하는구나. 그때의 그 차원종과 가상의 원거리 공격수를 만들어 내어 후에 대대적인 침공이 이루어 진다고 하더라도 대처할 수 있도록 말이지. 솔직히 말해서 내가 유니온에서 근무한 이래로 이렇게 확실한 후속조치가 이루어지는건 처음이구나."
긴장을 완화하려는 이 농담아래는 김유정이 그간 유니온의 온당치 못한 처사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에 대한 자조적인 부분도 포함되어 있었다.
"에이. 걱정마세요 언니! 다음에 만나면 절대 안질테니깐!"
그나마 이런 유리의 시원스러운 대답덕분에 다시 기운을 낸 김유정은 작은 미소를 지으며 검은양팀을 둘러보았다. 처음 소집했을 그날보다 확연히 성숙해있었고, 더욱 강해져 있었다. 저 아이들에게 신서울, 나아가 이 세계의 미래를 짊어준다는 것이 전혀 달가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심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 부디 무사히 훈련을 마치고 나오렴."
"네, 알겠습니다."
리더 이슬비의 힘찬 구령과 함꼐 가벼운 잡담을 하며 작전통제기로 다다가는 그들이었다.
"터져랏!"
세하의 외침과 함께, 세하를 향해 달려들려하던 가상 차원종이 큐브 바닥의 아**트로 내동댕이쳐졌다. 마치 가상세계의 데이터가 분해되듯 사라져버린 입체영상.
소총병으로 묘사된 적의 원거리 공격수의 공격을 피하며 근접하는 적을 하나씩 처리하는 모습이 꽤나 익숙했다. 강남사태를 겪었다는 점이서 이미 산전수전을 다 겪은 민완한 클로저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번 마주쳤던 스타일의 적에 빠르게 적응한 것도 있었다.
그중에서 특히 이세하의 노련함이 두드러졌다. 적의 공격을 흘리듯 피하는 유연함과, 건블레이드 탄환 하나하나를 적중시키는 정확성, 그리고 무엇보다 그 어떤때도 보기 드문 훈련에 대한 진지함까지. 이러한 점들이 태생적으로 엄청났던 위상잠재력과 맞물려서 엄청난 시너지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세하의 노력부족을 항상 지적해오던 슬비의 눈에 이런 차이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없었다. 본인 스스로도 최고의 기량을 위해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는 상황이라. 갑작스레 성장한 세하의 기량에 놀란 슬비는 훈련후 쉬고있는 세하에 이와 관련한 점을 질문했다.
"세하야, 지난번에 비해 실력이 엄청 늘은거 같은데.. 어떻게 한거야?"
질문을 하던 슬비는 문득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남들이 보기엔 그냥 평범하게 쉬는 것처럼 보이는 세하의 모습.. 그러나 검은양 팀이 보기엔 확실히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걸 느끼는 것이 당연햇다.
"항상 들고다니던 게임기는 어쩌고..?"
"아아.... 그거 이제 접었어. 바빠졌거든.."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무심한듯 세하가 중얼거렸다. 정작 당사자는 무심한 듯 말했지만, 세하를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은 충격과 공포의 상황에 빠져버렸다. 젤나가 맙소사! 세하가 게임을?? 아니 '그'세하가 게임을 접었다고???
"오늘은 만우절 아니야. 장난 그만해"
그 상황을 전혀 믿지못한 슬비가 짐짓 엄한 얼굴로 타이르려 한다. 그러자 세하는 양쪽 귀에 꽂았던 이어폰 중 하나를 뺴고 그 말에 대한 답을 말한다.
"장난 아니야. 지난번에 그 차원종들하고 싸울때 다쳐서 엄마가 엄청나게 걱정했단 말야. 다 낫고 나선 엄청나게 혼내더라. 자기몸 간수 하난 꼭 하라고. 그래서 요즘 엄마랑 1대1 특훈중이라 게임할 시간 자체가 안나. 훈련 끝나면 너무 피곤해서"
이렇게 세하가 설명하자 슬비는 그제야 아까의 훈련에서 세하가 그렇게 놀라운 전투력을 보여줬던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세하가 노력을 안해서 그렇지 끌어낼 수 있는 위상력은 현 검은양 팀에서 최상급이었다. 또한 세하의 어머니가 당대 최고의 클로저였던 알파퀸인것을 감안하면 아들의 실전연습을 허투루 시키진 않았을 걸 짐작할 수 있기에, 세하의 이러한 급격한 성장도 납득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납득한 것과 감성적으로 납득한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슬비는 마음한편으론 약간의 허무함과 자격지심을 느꼈다. 자신은 10여년간 아카데미에서 자신의 잠재력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최대한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았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지금은 다른 누구에게도 뒤쳐지지않는 강한 위상력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이를 내심 자신의 자랑거리중 하나로 삼고 있었다. 하지만 이 10여년간의 노력이 순식간에 따라잡혀 버렸다는 점과, 자신과는 달리 세하에겐 더욱 성장할 길이 보인다는 점이 슬비에겐 적지않은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그래.... 잘 선택했어..."
응원을 해야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음을 느낀건 이미 말을 하고 난 다음이었다. 이런 슬비의 마음을 세하는 아는지 모르는지 밝게 웃으며 고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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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공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알겠다. 자츠와의 조율이 끝나는대로 출정명령을 내리겠다. 지난번의 탐사와같이 오버로드 그대들이 일일이 개개의 저글링들을 통솔할 수 없는 것은 잘 알고 있을것이다. 맡은 군을 통솔하기만 하라. 그것이 너희들에게 맡겨진 유일한 사명이다."
"분부대로."
자신들의 사명을 전달받은 오버로드들은 곧 자신들이 맡은 무리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갔다. 지난번의 탐사때는 오버로드가 저글링 개체들을 직접 조종했었지만, 이번엔 대대적인 침공으로 그 성격이 바뀐 만큼, 개개인의 야성을 발휘하라고 지시를 해야 했다.
"이봐 자츠, 초월체께서는 이번 침공의 목적이 대체 뭐라고 하시던가. 인간이야 이전 마사라 감염때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파악했고, 당장은 같은 젤나가의 피를 이어받은 프로토스 아닌가."
가름 브루드를 담당하는 자츠에게 통신으로 질문했다. 같은 저그군의 주축을 맏고있는 자츠와 아라그인데 자츠에겐 프로토스를 견제하라는 명이 떨어졌고, 자신에게는 이차원으로 가서 나약한 인간들이나 처리하라니.. 전투광인 아라그에겐 그리 달가운 명령은 아니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자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초월체께서 내리신 명령에 의문을 품지마라 아라크, 그저 명령을 받는대로 수행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아... 다고스님..."
"그분께서도 그분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으시겠지. 내 의견을 덧붙인다면, 지금 테란보다 이차원의 인간들의 사이오닉능력이 더 각성된 상태라하더군. 더 강해지기전에 그 싹을 잘라버리려는듯하다."
사이오닉능력자가 부대에 소수라도 섞여있는 경우 그들 스스로가 대량학살병기로 돌변하는 경우를 오랜 전투를 통해 보아왔기 떄문에 정신체 아라크또한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아라크, 그대와 그대 무리들에겐 미안하게 되었지만 초월체께선 이번 이차원인간에 대한 토벌에 프로토스가 개입하는것을 원하지 않고 계신다. 프로토스와의 전투지역은 아이어로 한정하는것이 더욱 편하신 모양이야. 가급적이면 프로토스가 인지할 만큼의 대규모병력의 이동은 자제해주게."
"하지만.. 그래서는 제대로된 침공이 어렵습니다. 저희무리가 질보단 양으로 승부하는 무리인걸 다고스님과 초월체께서도 잘 알고계시잖습니까."
저그는 통상적으로 뭉치면 뭉칠수록 더욱 강해지지만 무리의 크기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그 전투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이러한 부분은 엄청난 양으로 적을 압도하는 주력군인 요르문갠드 브루드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 무리를 이끄는 수장으로써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내가 자네들 정신체들의 대화에 결례를 무릅쓰고 끼어든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네. 초월체께서 내 무리를 이용해 자네를 지원하라고 하더군. 그대가 타 무리의 간섭을 받는 것이 죽기많큼 싫은 일임은 나도 잘 아는 바이지만, 초월체님의 명령이니 어쩔 수 없지않나. 그점 이해해 주길 바라며 이차원 침공시에 우리 티어맷 무리에서 정예 개체들을 추려 침공을 보조하겠네."
"아 정말입니까?? 알겠습니다.."
아라크의 목소리가 약간 풀이 죽은 듯 했지만, 아까의 난색을 표하던 음성은 사라졌다. 티어맷 무리가 어떤 무리이던가. 초월체의 신변을 지키기 위해 초월체 스스로가 창설한 친위대였다. 각 군단에서 최고라고 평가받은 정수들로 이루어진 무리 내에서도 지속적인 투쟁과 연구를 거쳐 살아남은 족속들이 티어맷 브루드에 속해 있었다.
"아라크님, 준비되셨습니까."
통신을 끝낸 아라크에게 오버로드가 조심스레 다가와 묻는다. 통신이 길었던 만큼 자신의 군주의 심기를 건드릴까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래, 준비는 마쳤다. 다만 부대편성을 평소의 20%수준으로만 하도록 해라. 초월체님의 지시다. 그리고 주부대 편성과 더물어 티어맷 브루드의 군단도 합류할 것이니 3분의 1정도는 지휘계통에 공석으로 남겨두도록. 출정식은 따로 없을 예정이니 군단이 준비되는 무리부터 진격을 시작해라. 티어맷 무리는 직속으로 내가 관리하겠다.“
평소와는 다른 아라크의 반응에 오버로드는 짐짓 놀랐다. 모든 정신체들이 자신의 무리를 아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라크는 그 정도가 더했다. 자신의 브루드가 다른 브루드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위해 아무리 어려운 임무였어도 어떤 브루드의 도움도 거절한 채 자신의 브루드가 그 성과를 독차지하도록 애썼었고, 타 브루드의 지시하달체들이 자신의 브루드에 대한 험담을 할 때, 브루드간의 갈등이 있음을 감수하면서도 그 하달체들을 찢어발겼던 그였다. 아무리 초월체의 지시였다고는 하나, 이정도로 묵묵히 협동작전의 수행을 진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 마음속의 일말의 의심도 지워라. 나도 초월체님의 지시만 아니었으면 다고스 무리의 참전을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막았을 것이다. 내 브루드를 아끼는 것도 초월체님에 대한 충성심 아래서 비롯되는 것이니 가지고 있는 어떤 의심도 지우길 바란다. 혹여 다시금 타 상념에 젖어든 네놈을 내가 알아챌 경우엔 즉결처단한다. 알겠나.”
상위개체가 하위개체의 생각을 읽는 것은 여반장이었다. 아끼는 듯 하면서 엄한 경고에 오버로드는 아라크에 깊이 사죄한 후, 그 앞을 물러나왔다. 자신이 이 브루드에 소속되어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삐-삐-삐-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 그 누구도 들을 수 있도록 강렬한 소리로 경고벨이 울렸다. 대기실에서 쉬고있던 클로저들은 자못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플레인 게이트의 주위엔 일촉**의 공기만이 감돌고 있었다.
지난번 제 2차원종들의 침입으로 경계를 한층 강화한 플레인게이트의 모습이었다. 외부차원 저 깊숙이 조기경보기를 설치하고, 상주 클로저 인원을 2배 이상 확충하는 듯, 추가 공격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겉으로만 그렇게 보였을 뿐, 상주하고 있는 클로저 대원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빛만이 감돌 뿐이었다.
경고음의 소리가 점점 더 잦아진다. 적들이 계속 가까이 오고있다는 의미였다. 지난 사태이후로 플레인게이트의 치안담당까지 겸하게 된 최보나는 홀로 특수탐사실에 남아있었다. 더 이상 보나가 할 일은 없었다. 다만 지금 저 플레인 게이트를 막아서고 있는 저들이 이번 진격을 저지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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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었네요...ㅜㅠ 시험기간이라서 글쓸 시간이 점점 희박해 지고 있습니다...ㅠㅜ 연재중단되는 일은 최대한 없도록 노력할게요. 즐겁게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__)
p.s 제가 쓴 소설을 읽다보니 뭔가 말이 안맞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4편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흠.... 의도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를 묶고 있던 마지막 목줄이 이렇게 사라지는 건가.."
트레이너는 근 몇달간 거의 울린적이 없는 휴대전화에 걸려온 전화를 끊고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의 전화, 하지만 그가 전해온 소식은 그의 상식밖을 벗어나는 소식이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전화 잘못거셨소. 전화번호 다시 확인하시오"
전화번호가 010으로 시작하는 걸 보니 실수로 내 번호를 누른 것이 틀림없었다. 임무용 전화기에 개인전화가 걸려오는 경우는 백이면 백 잘못 건 전화들이었다.
"아니, 난 전화를 잘못걸지 않았어. 트레이너, 오랜만일세."
목소리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다만 나인걸 알면서 전화를 했고 내 번호까지 알고 있는 것을 보니, 나랑 최소한의 면식은 있는 모양이었다.
"기억안난다고 하니 섭섭하군. 자네 울프팩팀에 들어가기 전에 소속된 팀의 전우였는데 말이지.. 같이 즐겁게 지낸걸로 기억하는데 내입장에서만 그랬던가?"
이말까지 듣는 순간 트레이너의 뇌리속에 스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자신만큼 용감하면서도, 자신만큼 책임감이 강하며, 자신보다 따뜻했던 사람...
"그래. 이제 기억이 나는군. 어쩐일이지?"
"아아.. 난 지금 유니온의 한국 지부장 자리에 있어. 요즘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힘들게 살고 있는것에 대핸 유감스럽게 생각해."
"네가 상관할 문제는 아니고 또 네가 유감스러울 이유도 없다. 다 우리가 선택한 것에 대한 결과니까. 용건은?"
" 그 단도직입적인 성격 또한 어디가지않았군. 이번에 플레인게이트에서 제2차원종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분류된 차원종이 등장했어. 차원전쟁이나 강남사태때와 비교했을때 엄청나게 강력한 놈들이야. 그리고 내 직감으론 그 강력한 놈들이 그족 군단에선 최하위급 일거 같다는 거지. 자네가 이번 사태의 수습에 협조해준다면, 자네에 걸린 수배령을 풀 예정이야 이제안, 어떻게 생각해?"
벌처스에서 풀어나 늑대의 자유를 선택했지만 유니온이라는 그물에 의해 반쪽자리 자유만을 가지게 된 그와 그의 팀에겐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그러나 이 조건과는 별개로 강남사태보다 심각한 재앙이 온다는 말이 더 깊게 꽃혔다.
"...수배령이 풀리기 때문에 돕는것은 아니다. 다만 강남사태 이상의 재해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 그 작전에 협조하겠다."
"좋은 선택이야. 조만간 볼 날을 고대하고 있겠어. 이만"
오랜만이었던 친구의 전화는 이것으로 끝이 났고, 다시 불꺼진 주위와 칠흑뿐인 풍경이 트레이너의 눈에 들어왔다.
강남사태보다 강력한 적이라니.. 신서울은 한순간도 전쟁터가 아닌 적이 없을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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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시 보니.. 정말 반갑구나... 훌쩍."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완전히 회복되서 돌아온 검은양팀을 보는 김유정은 보자마자 울음이 북받쳐 올랐다. 도대체 왜 이런 아이들에게 항상 가혹한 사건들만 연달아 터지는지.
"유니온에서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아예 새로운 큐브를 제작했다고 하는구나. 그때의 그 차원종과 가상의 원거리 공격수를 만들어 내어 후에 대대적인 침공이 이루어 진다고 하더라도 대처할 수 있도록 말이지. 솔직히 말해서 내가 유니온에서 근무한 이래로 이렇게 확실한 후속조치가 이루어지는건 처음이구나."
긴장을 완화하려는 이 농담아래는 김유정이 그간 유니온의 온당치 못한 처사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에 대한 자조적인 부분도 포함되어 있었다.
"에이. 걱정마세요 언니! 다음에 만나면 절대 안질테니깐!"
그나마 이런 유리의 시원스러운 대답덕분에 다시 기운을 낸 김유정은 작은 미소를 지으며 검은양팀을 둘러보았다. 처음 소집했을 그날보다 확연히 성숙해있었고, 더욱 강해져 있었다. 저 아이들에게 신서울, 나아가 이 세계의 미래를 짊어준다는 것이 전혀 달가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심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 부디 무사히 훈련을 마치고 나오렴."
"네, 알겠습니다."
리더 이슬비의 힘찬 구령과 함꼐 가벼운 잡담을 하며 작전통제기로 다다가는 그들이었다.
"터져랏!"
세하의 외침과 함께, 세하를 향해 달려들려하던 가상 차원종이 큐브 바닥의 아**트로 내동댕이쳐졌다. 마치 가상세계의 데이터가 분해되듯 사라져버린 입체영상.
소총병으로 묘사된 적의 원거리 공격수의 공격을 피하며 근접하는 적을 하나씩 처리하는 모습이 꽤나 익숙했다. 강남사태를 겪었다는 점이서 이미 산전수전을 다 겪은 민완한 클로저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번 마주쳤던 스타일의 적에 빠르게 적응한 것도 있었다.
그중에서 특히 이세하의 노련함이 두드러졌다. 적의 공격을 흘리듯 피하는 유연함과, 건블레이드 탄환 하나하나를 적중시키는 정확성, 그리고 무엇보다 그 어떤때도 보기 드문 훈련에 대한 진지함까지. 이러한 점들이 태생적으로 엄청났던 위상잠재력과 맞물려서 엄청난 시너지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세하의 노력부족을 항상 지적해오던 슬비의 눈에 이런 차이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없었다. 본인 스스로도 최고의 기량을 위해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는 상황이라. 갑작스레 성장한 세하의 기량에 놀란 슬비는 훈련후 쉬고있는 세하에 이와 관련한 점을 질문했다.
"세하야, 지난번에 비해 실력이 엄청 늘은거 같은데.. 어떻게 한거야?"
질문을 하던 슬비는 문득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남들이 보기엔 그냥 평범하게 쉬는 것처럼 보이는 세하의 모습.. 그러나 검은양 팀이 보기엔 확실히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걸 느끼는 것이 당연햇다.
"항상 들고다니던 게임기는 어쩌고..?"
"아아.... 그거 이제 접었어. 바빠졌거든.."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무심한듯 세하가 중얼거렸다. 정작 당사자는 무심한 듯 말했지만, 세하를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은 충격과 공포의 상황에 빠져버렸다. 젤나가 맙소사! 세하가 게임을?? 아니 '그'세하가 게임을 접었다고???
"오늘은 만우절 아니야. 장난 그만해"
그 상황을 전혀 믿지못한 슬비가 짐짓 엄한 얼굴로 타이르려 한다. 그러자 세하는 양쪽 귀에 꽂았던 이어폰 중 하나를 뺴고 그 말에 대한 답을 말한다.
"장난 아니야. 지난번에 그 차원종들하고 싸울때 다쳐서 엄마가 엄청나게 걱정했단 말야. 다 낫고 나선 엄청나게 혼내더라. 자기몸 간수 하난 꼭 하라고. 그래서 요즘 엄마랑 1대1 특훈중이라 게임할 시간 자체가 안나. 훈련 끝나면 너무 피곤해서"
이렇게 세하가 설명하자 슬비는 그제야 아까의 훈련에서 세하가 그렇게 놀라운 전투력을 보여줬던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세하가 노력을 안해서 그렇지 끌어낼 수 있는 위상력은 현 검은양 팀에서 최상급이었다. 또한 세하의 어머니가 당대 최고의 클로저였던 알파퀸인것을 감안하면 아들의 실전연습을 허투루 시키진 않았을 걸 짐작할 수 있기에, 세하의 이러한 급격한 성장도 납득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납득한 것과 감성적으로 납득한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슬비는 마음한편으론 약간의 허무함과 자격지심을 느꼈다. 자신은 10여년간 아카데미에서 자신의 잠재력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최대한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았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지금은 다른 누구에게도 뒤쳐지지않는 강한 위상력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이를 내심 자신의 자랑거리중 하나로 삼고 있었다. 하지만 이 10여년간의 노력이 순식간에 따라잡혀 버렸다는 점과, 자신과는 달리 세하에겐 더욱 성장할 길이 보인다는 점이 슬비에겐 적지않은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그래.... 잘 선택했어..."
응원을 해야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음을 느낀건 이미 말을 하고 난 다음이었다. 이런 슬비의 마음을 세하는 아는지 모르는지 밝게 웃으며 고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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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공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알겠다. 자츠와의 조율이 끝나는대로 출정명령을 내리겠다. 지난번의 탐사와같이 오버로드 그대들이 일일이 개개의 저글링들을 통솔할 수 없는 것은 잘 알고 있을것이다. 맡은 군을 통솔하기만 하라. 그것이 너희들에게 맡겨진 유일한 사명이다."
"분부대로."
자신들의 사명을 전달받은 오버로드들은 곧 자신들이 맡은 무리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갔다. 지난번의 탐사때는 오버로드가 저글링 개체들을 직접 조종했었지만, 이번엔 대대적인 침공으로 그 성격이 바뀐 만큼, 개개인의 야성을 발휘하라고 지시를 해야 했다.
"이봐 자츠, 초월체께서는 이번 침공의 목적이 대체 뭐라고 하시던가. 인간이야 이전 마사라 감염때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파악했고, 당장은 같은 젤나가의 피를 이어받은 프로토스 아닌가."
가름 브루드를 담당하는 자츠에게 통신으로 질문했다. 같은 저그군의 주축을 맏고있는 자츠와 아라그인데 자츠에겐 프로토스를 견제하라는 명이 떨어졌고, 자신에게는 이차원으로 가서 나약한 인간들이나 처리하라니.. 전투광인 아라그에겐 그리 달가운 명령은 아니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자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초월체께서 내리신 명령에 의문을 품지마라 아라크, 그저 명령을 받는대로 수행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아... 다고스님..."
"그분께서도 그분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으시겠지. 내 의견을 덧붙인다면, 지금 테란보다 이차원의 인간들의 사이오닉능력이 더 각성된 상태라하더군. 더 강해지기전에 그 싹을 잘라버리려는듯하다."
사이오닉능력자가 부대에 소수라도 섞여있는 경우 그들 스스로가 대량학살병기로 돌변하는 경우를 오랜 전투를 통해 보아왔기 떄문에 정신체 아라크또한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아라크, 그대와 그대 무리들에겐 미안하게 되었지만 초월체께선 이번 이차원인간에 대한 토벌에 프로토스가 개입하는것을 원하지 않고 계신다. 프로토스와의 전투지역은 아이어로 한정하는것이 더욱 편하신 모양이야. 가급적이면 프로토스가 인지할 만큼의 대규모병력의 이동은 자제해주게."
"하지만.. 그래서는 제대로된 침공이 어렵습니다. 저희무리가 질보단 양으로 승부하는 무리인걸 다고스님과 초월체께서도 잘 알고계시잖습니까."
저그는 통상적으로 뭉치면 뭉칠수록 더욱 강해지지만 무리의 크기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그 전투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이러한 부분은 엄청난 양으로 적을 압도하는 주력군인 요르문갠드 브루드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 무리를 이끄는 수장으로써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내가 자네들 정신체들의 대화에 결례를 무릅쓰고 끼어든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네. 초월체께서 내 무리를 이용해 자네를 지원하라고 하더군. 그대가 타 무리의 간섭을 받는 것이 죽기많큼 싫은 일임은 나도 잘 아는 바이지만, 초월체님의 명령이니 어쩔 수 없지않나. 그점 이해해 주길 바라며 이차원 침공시에 우리 티어맷 무리에서 정예 개체들을 추려 침공을 보조하겠네."
"아 정말입니까?? 알겠습니다.."
아라크의 목소리가 약간 풀이 죽은 듯 했지만, 아까의 난색을 표하던 음성은 사라졌다. 티어맷 무리가 어떤 무리이던가. 초월체의 신변을 지키기 위해 초월체 스스로가 창설한 친위대였다. 각 군단에서 최고라고 평가받은 정수들로 이루어진 무리 내에서도 지속적인 투쟁과 연구를 거쳐 살아남은 족속들이 티어맷 브루드에 속해 있었다.
"아라크님, 준비되셨습니까."
통신을 끝낸 아라크에게 오버로드가 조심스레 다가와 묻는다. 통신이 길었던 만큼 자신의 군주의 심기를 건드릴까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래, 준비는 마쳤다. 다만 부대편성을 평소의 20%수준으로만 하도록 해라. 초월체님의 지시다. 그리고 주부대 편성과 더물어 티어맷 브루드의 군단도 합류할 것이니 3분의 1정도는 지휘계통에 공석으로 남겨두도록. 출정식은 따로 없을 예정이니 군단이 준비되는 무리부터 진격을 시작해라. 티어맷 무리는 직속으로 내가 관리하겠다.“
평소와는 다른 아라크의 반응에 오버로드는 짐짓 놀랐다. 모든 정신체들이 자신의 무리를 아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라크는 그 정도가 더했다. 자신의 브루드가 다른 브루드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위해 아무리 어려운 임무였어도 어떤 브루드의 도움도 거절한 채 자신의 브루드가 그 성과를 독차지하도록 애썼었고, 타 브루드의 지시하달체들이 자신의 브루드에 대한 험담을 할 때, 브루드간의 갈등이 있음을 감수하면서도 그 하달체들을 찢어발겼던 그였다. 아무리 초월체의 지시였다고는 하나, 이정도로 묵묵히 협동작전의 수행을 진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 마음속의 일말의 의심도 지워라. 나도 초월체님의 지시만 아니었으면 다고스 무리의 참전을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막았을 것이다. 내 브루드를 아끼는 것도 초월체님에 대한 충성심 아래서 비롯되는 것이니 가지고 있는 어떤 의심도 지우길 바란다. 혹여 다시금 타 상념에 젖어든 네놈을 내가 알아챌 경우엔 즉결처단한다. 알겠나.”
상위개체가 하위개체의 생각을 읽는 것은 여반장이었다. 아끼는 듯 하면서 엄한 경고에 오버로드는 아라크에 깊이 사죄한 후, 그 앞을 물러나왔다. 자신이 이 브루드에 소속되어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삐-삐-삐-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 그 누구도 들을 수 있도록 강렬한 소리로 경고벨이 울렸다. 대기실에서 쉬고있던 클로저들은 자못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플레인 게이트의 주위엔 일촉**의 공기만이 감돌고 있었다.
지난번 제 2차원종들의 침입으로 경계를 한층 강화한 플레인게이트의 모습이었다. 외부차원 저 깊숙이 조기경보기를 설치하고, 상주 클로저 인원을 2배 이상 확충하는 듯, 추가 공격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겉으로만 그렇게 보였을 뿐, 상주하고 있는 클로저 대원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빛만이 감돌 뿐이었다.
경고음의 소리가 점점 더 잦아진다. 적들이 계속 가까이 오고있다는 의미였다. 지난 사태이후로 플레인게이트의 치안담당까지 겸하게 된 최보나는 홀로 특수탐사실에 남아있었다. 더 이상 보나가 할 일은 없었다. 다만 지금 저 플레인 게이트를 막아서고 있는 저들이 이번 진격을 저지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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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었네요...ㅜㅠ 시험기간이라서 글쓸 시간이 점점 희박해 지고 있습니다...ㅠㅜ 연재중단되는 일은 최대한 없도록 노력할게요. 즐겁게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__)
p.s 제가 쓴 소설을 읽다보니 뭔가 말이 안맞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4편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