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제이 8화
검은코트의사내 2016-02-21 2
나는 문앞에서 심호흡을 했다. 내가 찾아온 곳은 지난번 말렉을 쓰러뜨린 제이라는 남자의 아파트였다. 제이라는 이름은 흔하지 않았다. 그러니 나는 Union신분을 이용해 경찰서에서 주민등록으로 등록된 제이라는 남자의 주소를 알아냈다. 302호, 여기가 틀림없다. 막상 들어가려고 하니 좀 떨리는 것도 있다. 혹시나 이상한 소리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거 따질 때가 아니었다. 나는 이 남자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걸 알아버렸으니 말이다.
"계세요? 안에 누구 안계세요?"
문을 두드리면서 말하자 곧 문이 열리면서 그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지난번에 봤던 Union아가씨? 데이트 신청하러 왔어?"
여전히 놀리는 말투다. 화가나지만 지금은 참자.
"으흠... 제이씨, 할 얘기가 있어서 왔어요. 절대 데이트는 아니에요."
"그래. 들어와."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의 집안에 들어서자 깔끔한 냄새가 났다. 방안에는 정리정돈이 잘되어있으며 싱크대도 깨끗해보였다. TV를 보던 중이었는지 TV에서 프로그램이 방송하는 게 보였다. 생각보다 깔끔한 남자다. 보통 혼자사는 남자집은 집안이 엉망인데 이남자는 달랐다.
남자는 테이블에 종이컵에다가 차를 타다 주었다. 그리고 나는 무릎을 꿇은 채로 앉아서 남자를 보았다.
"자, 할말이 뭔지 말해봐."
"지금 신서울에 차원종들이 출현한 거 아시죠? 저희 Union측은 어떻게 해서든 대응방안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상부에서 중요한 일로 인해 이곳 강남은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어요. 그래서 데이비드 국장님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검은양 프로젝트를 진행하셨고요. 그렇게 된 결과 애들 네명이 활약하는 검은양 팀이 생기게 되었죠. 하지만 그들은 아직 어려요. 어린나이에 차원종들과 싸우게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말이 안되겠지만 그만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거에요. 그래서 가능하면 우선순위로 결정해서 선별한 인원들이죠. 그렇게 강남에 투입시켜서 전투를 벌여 차원종들을 소탕했지만 A급 차원종의 출현으로 어렵게 되었죠. 저는 그 애들이 그렇게 다치는 걸 원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상부의 명령이라 어떻게 할 수가 없고... 그러니까 저는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아보려고 모색했죠. 그러니까..."
내말을 듣는지 안듣는지 그 남자는 얼굴에 힘줄이 나는 게 보이더니 내말을 끝나기도 전에 그가 큰소리로 말하자 나는 거기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뭐라는거야!? 20자내로 간결하게 서술해!!"
20자? 확실히 내가 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많이한 거 같았다. 민간인이 알지 않아도 될 말까지 해버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잠시동안 정리한 후에 나는 또박또박 말했다.
"저희 검은양 팀의 보호자로 활약해주세요."
"보호자? 그말은 애보기하라는 건가?"
"뭐... 그런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싫어."
그 남자는 그새 자기 잠자리에 누워버리고 딴청을 피웠다. 딱 잘라 거절하다니... 그렇게도 싫은 건가?
"지금 강남에 어떤 위기가 **올 지 모른다고요. 상부의 지원도 안오는 마당에 애들을 계속 사지로 내몰 수도 없는 노릇이에요."
"귀찮아. 나는 Union과 관계되는 건 싫어."
"Union을 증오하고 있나요?"
"응. 그녀석들은 과거에 나에게 몹쓸 짓을 했으니까."
"그게 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아니. 할말 다 끝났으면 이만 가봐. 난 잘테니까."
뭐 이런 남자가 다있나? 용건 없으면 냉큼 가라는 태도, 그렇게도 내가 싫었나? 정확히 Union을 싫어한 남자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이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귀찮은 여자다. 난 분명히 돌아가라고 했는데 아직도 안가고 저렇게 앉아있다. 난 코고는 척을 하고 자는 척을 했지만 그래도 저여자는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그렇게 몇시간이 흐르자 공복시간이 되었는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흐아암. 점심이군."
Union에서 나온 김유정이라는 여자는 아침부터 찾아와 나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난 냉장고에서 세개의 병을 꺼내 건강음료를 마신다. 그녀도 한입줄까 생각했지만 관뒀다. 식사라고는 오늘 저녁까지 1인분 분량이 있기 때문이다. 남에게 줄 양은 조금도 없다.
"저기요. 여기 먹을 거 없나요? 그릇도 하나도 없는 거 같은데..."
"그래? 오늘은 밥도 안했는데... 김치도 없고."
"뭐라고요!?"
"이거라도 마셔. 건강에 좋은거야."
내가 마시는 건강음료중 하나를 내밀자 그녀는 병안을 유심히 살펴보며 왠지 불길하다고 생각했는지 눈썹이 꿈틀대는 게 보였다. 하지만 난 상관없었다. 난 분명히 건강음료를 내밀었을 뿐이니까 말이다.
"그럼 감사히..."
그녀는 건강음료를 한모금 마시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화장실로 직행했다. 나도 깜짝놀랐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꼼짝도 안하던 여자가 갑자기 일어나서 화장실로 직행하다니 말이다. 그리고는 우웨엑~ 하는 소리가 났다. 건강음료에 이상이 있나? 혹시나 몰라서 마셔봤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정상적으로 만든건데 말이다.
그러자 화장실 문이 열리면서 그녀는 나를 도끼눈으로 노려보았다.
"이봐요. 제이씨. 손님에게 독약을 먹여요!?"
"독약이라니 무슨 소리야?"
"사람 죽일일 있어요!? 이런 걸 어떻게 마시냐고요!?"
"나는 마실 수 있는데? 자 봐봐."
내가 마시는 걸 직접 보여주자 그녀는 입이 딱 벌어진 채 아무말도 못했다.
"사... 사람도 아니야. 당신."
"무슨 소리야? 난 엄연히 정상인이라고. 이 건강음료는 영양가 있는 걸로 만들어졌어. 오늘은 특별하게 만들어봤거든. 양파, 마늘, 우렁이, 고등어를 섞어서 만든 완벽한 건강식품이라고. 어때?"
"그걸 그렇게 먹는 사람이 어디있다고 그래요!!?"
"여기."
난 맞는말을 했다. 여기있다. 그렇게 먹는사람. 난 항상 이런식으로 먹어봤으니 몸에 건강을 유지한 채 살아갈 수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죽을맛이었지만 말이다. 이여자도 나중에 적응이 될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녀는 점심을 굶었다. 그런데 Union이라면서 이렇게 있어도 되나? 혹시나 해서 물었지만 이미 슬비에게 과제를 내주었다면서 자신은 여기서 내가 승낙할 때까지 있을거라고 했다. 정말이지 이여자는 내가 그렇게 보호자가 되길 원하는 건가? 난 무시하고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할일도 없으니 말이다.
검은양 팀은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말렉을 처치한 이후 한동안 차원종은 나타나지 않았기에 모처럼의 휴식이 온 것이다. 세하, 슬비, 유리는 전부 상처입은 사람으로 티를 내면서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다. 붕대를 감은 곳도 있고, 반창고를 붙인 곳도 있다. 슬비는 푸른 하늘을 보면서 말렉에 대해서 생각했다.
말렉은 처치되었다고 했다. 김유정 요원은 검은양 팀인 너희가 처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들이 쓰러질 때 말렉은 날뛰고 있었는데 자신들이 쓰러뜨렸다니... 뭔가가 이상했다. 하지만 이번일로 확실히 깨달은 게 있다. 자신들이 좀 더 강해져야할 필요가 말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