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내가 너의 아버지다.

에멜무지오 2016-01-23 1

*본 소설은 원작과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절대로요!
*소설 속 대화 내용은 게임 속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검은양 요원 이슬비."


"네, 트레이너씨."


"잘 자라줘서 고맙다."


"네?"




***




"승민형 수고했어요."


"아아 리더, 너도 수고했다."


"오늘 임무는 이게 끝이니까 들어가서 쉬세요. 딸이랑도 좀 놀아주고요."


"고맙다, 그럼."


"조심히 가세요!"


계속되는 차원종의 출몰로 인해 임무 도중 팀원 중 한명인 베로니카를 잃고도 울프팩팀은 다른 임무를 계속해왔다. 울프팩팀의 일원인 이승민도 유니온의 부름에 따라 이곳 저곳을 다니며 임무를 수행해왔다. 그에게는 아내와 어린 딸이 하나 있었지만 클로저 일을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오늘도 고된 임무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자 아름다운 아내와 딸이 승민을 반겼다.


"아빠!"


"오셨어요."


"아이구 우리딸!"


승민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딸을 번쩍 안아들었다. 그의 몸은 쌓인 피로에 휴식을 요구하고 있었지만 하루에 몇 시간 볼 수도 없는 딸을 두고 쉬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 때문에 찌르르 울리는 근육을 애써 움직였다.


"오늘 저녁은 밖에서 먹을까?"


"그래도 돼요? 당신도 힘들어 보이고....혹시 차원종이 나타나기라도 하면..."


"괜찮아. 이 구역은 클로저 요원들이 지키고 있잖아? 그리고 나도 있고."


"하아...그래요."


승민의 아내는 지금 같은 상황에 밖에서 밥을 먹다가 봉변을 당할까 걱정되었지만 자신들이 사는 구역이 클로저들의 철통 보안에 쌓여있다는 것을 깨닫고 승민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오늘은 밖에서 밥먹자."


"우와아 진짜요? 아빠 아빠 저 기대돼요!"


"그래. 얼른 나가자. 준비하렴."


"네!"


승민이 집 안에 있는 소파에 앉아 딸을 내려주자 딸은 쪼르르 달려 안방으로 들어갔다.


"엄마! 나 예쁜 옷 입혀줘!"


"알겠어-"


승민은 안방에서 들려오는 딸과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시 소파에 앉아 쉬었다.


10분이 지나자 예쁘게 차려입은 아내와 딸이 거실로 나왔다.


"아빠아 나 이쁘지이!"


"응. 우리 딸 엄청 예뻐."


분홍색의 토끼가 그려진 원피스로 갈아입은 딸은 매우 예뻤다. 양 볼에 우물을 만들며 웃는 모습도, 곱게 접히는 두 눈매도. 모두....모두 예뻤다.


"나가자.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승민은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우고 딸과 아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집을 벗어나 상가로 향했다.









상가에는 몇몇 음식점들과 생필품 가게가 나열되어 있었다. 인도를 따라서는 특경대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있었다. 승민은 딸과 아내의 손을 단단히 붙잡고 몇몇 블록을 지나쳐 차원종이 나타나기 전부터 자주 들리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딸랑-


"어서오세...오, 오랜만이군 자네."


"오랜만입니다."


"안 쪽으로 앉지."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남자가 그들을 반겼다. 승민과 그의 가족들은 남자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남자는 메뉴판을 테이블 위에 놓더니 테이블 옆에 조금 떨어져 서있었다.


"딸, 뭐 먹을래?"


"으음...나는 돈가스!"


"알겠어. 당신은?"


"나는 모짜렐라 토마토 스파게티 먹을래요."


"알겠어, 어린이 돈가스 정식이랑 모짜렐라 토마토 스파게티, 그릴 스테이크로 주세요."


"알겠네."


차원종의 출몰로 도시가 삭막해져서 그런지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거렸던 레스토랑도 한산했다. 그 많던 종업원들도 다 어디갔는지 주방장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빠, 내일도 일하러 가?"


"음..아마 그럴 거 같구나."


"히잉...아빠랑 놀고싶은데에-"


"나중에..나중에 놀자."


승민은 클로저 일 따위 집어 치우고 딸과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랬다가는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이 사라지는 것이었기에 클로저를 그만둘 수도 없었다.


승민은 금세 울적해진 딸을 달래며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우응- 엄마 나 쉬아 마려워어."


"쉬 마렵니? 화장실 갈까?"


"응!"


"그래."


승민의 아내가 딸을 데리고 화장실을 가자 승민은 양 손으로 얼굴을 덮고 한숨을 쉬었다. 하루종일 차원종과 싸운 몸은 고통을 호소해왔고 눈은 피로에 지쳐 감기려했다.


아내와 딸은 화장실을 가고 승민은 휴식을 취하는 찰나 건물이 흔들렸다. 흔들리는 건물 곳곳에서 차원종이 튀어나왔다.
승민의 아내와 딸이 있던 화장실에도 차원종이 나타났다. 


키에에에-


"꺄아악!"


승민은 갑작스레 들려오는 딸의 비명소리에 화장실로 달려갔다. 급하게 화장실 문을 연 그에게 보인 것은 아내의 목을 물어뜯고 있는 차원종과 그 옆에 주저앉아 울고있는 딸이었다.


"슬비야!!"


"아빠아아-!"


"안 돼!"


승민은 자신의 딸마져 덮치려는 차원종을 보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겨우 차원종을 밀쳐내고 고개를 들자 화장실의 문쪽에 서서 침을 흘리고 있는 차원종 한마리가 더 보였다. 이미 낮에 극한의 상태까지 몰아가며 싸웠기에 남아있는 위상력은 아주 미량. 두 차원종을 모두 상대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양이었다.


"이런...."


크르르르...크와앙!-


그 사이 문쪽에 서있던 차원종이 달려들었다. 그 차원종이 달려가는 방향은 슬비가 앉아있는 방향. 승민은 급하게 몸을 일으켜 슬비를 껴안고 굴렀다.


"괜...괜찮니..."


"아빠...흐윽..."


"괜찮아..괜찮아..."


크르르르...


어느새 차원종 두마리가 승민과 슬비를 둘러싸고 있는 꼴이 되었다. 승민은 몸에 남은 위상력을 모두 짜내었다. 이정도면 슬비와 자신이 도망칠 기회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흡!"


승민이 팔을 휘두르자 그의 주변으로 강한 충격파가 터져나갔다. 그러자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차원종들이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이제 도망을..!"


화장실 밖으로 도망치려 몸을 일으킨 승민과 슬비의 위로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승민은 아무리 달려도 떨어지는 천장 조각을 피할 순 없음을 느끼곤 안고있던 슬비를 화장실 밖으로 밀어냈다.


"아빠아!"


"슬비야 도망..윽!"


무너져 내린 천장이 승민을 깔아뭉갰다. 두 다리가 깔리고 화장실 바닥의 구조물에 머리를 박은 승민은 그 상태로 정신을 잃었다.


"아빠아아!!"


퍼엉-!


눈 앞에서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슬비는 그 충격으로 위상력을 각성했다.






***


뒤늦게 도착한 클로저들이 본 관경은 몸둥아리가 산산조각난 채 레스토랑 이곳 저곳에 흩뿌려져 있는 차원종들과 그 사이에 주저앉아 울고있는 어린 여자아이 한 명이었다. 그들은 위상력이 느껴지는 여자아이를 데리고 유니온 본부로 돌아갔다. 레스토랑에 남겨진 승민은 구조작업을 온 특경대에 의해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특경대가 구조작업을 왔을 때에 그의 아내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이승민 요원."


"윽...부국장...님?"


"당신의 두 다리는 2년 정도 사용할 수 없네. 그리고...오른쪽 눈은 아마 평생 사용하지 못할걸세."


"그런..."


"2년간은 잠시 클로저 활동을 중단하고 재활에 주력하게나."


"알겠습니다..아, 그럼 제 딸은!"


"훌륭한 클로저 요원으로 자랄걸세."


"네?"


"우리에게 맡기게나."


"무슨..안 됩니다! 안 된다구요!!"


승민의 처절한 외침에도 부국장은 돌아서지 않고 병실을 나가버렸다. 

그 날이 슬비를 본 마지막 날이 될 줄은 몰랐다. 그 날이 가족으로서 슬비를 본 마지막 날일 될 줄은 몰랐다...





***


2년 후 상처를 다 회복한 이승민은 부국장의 명령에 따라 벌쳐스의 산하에 있는 처리부대 늑대개 팀의 팀장으로 임명되었다. 그의 목에는 초커가 채워졌고 그는 개처럼...정말 개처럼 일애야 했다. 클로저로 일할 때보다 더 힘든 일, 고된 일을 해야됐다.
늑대개로 일할 수록 그는 더 지쳐갔다. 


그리고 홍시영, 그녀의 명령에 따라야 되는 상황에 이르렀을 땐 정말로 도에 지나치는 명령에 따라야 했을 땐 초커를 폭파시켜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러다 홍시영이 죽고 공항에서 검은양 팀을, 그들의 리더인 이슬비를 만났을 때는 지금까지의 무채색이었던 현실에 밝은 분홍빛이 퍼지는 것 같았다.


"늑대개 팀에 들어와볼 생각이 없나?"


슬비와...딸과 함께 일하고 싶었다.


"그럴 생각 없습니다."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딸과 더 많이 대화하고 싶었다.


"저는 검은양을 버릴 생각이 없습니다."


딸과 함께하고 싶었다.


"그런가...알겠네. 일단 램스키퍼에 타도록 하지."


"네."


그래, 이렇게 다시 만난 것 만으로도 기뻤다.



***



"야, 꼰대. 너 이슬비랑 좀 닮은 거 같다?"


"큭...그런가."


"뭐..뭐야 꼰대! 왜 웃는건데?"


"그냥...그냥...웃는거다."


나타가 나를 슬비와 닮았다고 해줘서 기뻤다. 그녀와 닮은 부분이 있어서.


"우..웃지마! 이상해!"


"됐다. 얼른 휴게소에나 나가서 차원종을 해치워라."


"알겠다고!"


나타가 임무를 나가고 나서도 계속 웃음이 터져나왔다. 겨우 웃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자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슬비가 보였다.


"트레이너씨."


"아, 왔나."


"네. 보고드릴게요...."


슬비가 보고하는 내용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슬비의 맑은 목소리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만 들어왔다.


"...이상입니다."


"그래, 수고했다. 잠시 쉬도록."


휴게소에서 찾아낸 옛 전우 베로니카를 구해내고 남아있는 차원종 잔당들을 처리하는 중이었다. 차원종은 거의 모두 처리해 이제 곳 떠날 무렵이다. 헤어지기 전에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너의 아빠라고. 네가 죽은 줄 알고있던 아빠가 나라고...


"아, 잠시."


"네?"


"검은양 요원 이슬비."


"네, 트레이너씨."


"잘 자라줘서 고맙다."


"네?"


슬비가 동그랗고 파란 눈을 크게 뜨며 날 바라봤다. 그에따라 슬비의 부드러운 분홍빛 머릿결도 흩날렸다.


"이슬비 요원...슬비..슬비야....."


"무..무슨..."


격해진 감정에 슬비를 품에 안아버렸다. 슬비는 당황했는지 품 안에서 움찔거렸다.


"내가...너의 아빠다. 너의 아빠 이승민이다."


"네?"


"이제라도 만나서 다행이구나..."


"아빠...라구요? 저희 아빠는 돌아가셨는데....?"


당황한 슬비가 품속에서 고개를 들고 날 바라봤다. 진실을..말해줘야겠지.


"네가 사고를 당하고 위상력을 각성한 그날. 화장실에서 너의 엄마는 죽고 나는 간신히 살아남았다. 하지만 유니온은 너와 내가 만나지 못하도록 막았지. 그렇게 너와 나는 떨어지게 됐고. 이렇게....다시 만나게 된거다."


"그게..사실인가요?"


"그래. 내 딸아."


"그럼, 당신이 진짜 저의 아빠예요?"


"그래."


"아...아빠..!"


어느새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는 슬비가 내 품을 세게 안아왔다. 나도 슬비를 품에 꽉 글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램스키퍼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이상하게 바라봤지만 상관 없었다. 지금은 그저 다시 가족을 만난 기쁨을 만끽하고 싶었으니.



-fin-



===작품후기===

안녕하세요. 에멜무지오라고 합니다.
클로저스에 팬소설을 올려본건 이번이 세번째인데...어찌 제일 못 쓴 것 같은...하핳....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트레이너의 본명은 그냥 막 지었답니다. 하핳

+이 소설은 나타가 자꾸 이슬비를 보고 트레이너를 닮았다고 언급한 것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2024-10-24 22:43:3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