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슬비/단편] 감정의 전환점
RUHWA 2016-01-09 8
[ 감정의 전환점 ]
이세하X이슬비
"작전 브리핑 시작할게."
어김없이 내 말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하던 게임을 끄지 않는
이세하를 노려보고 있었다.
옆 자리에 앉아있던 유리가 툭툭 치자 그제서야 내 표정을 보고 게임기를 숨기는 이세하.
내가 널 하루 이틀 보니? 숨겼다가 내가 브리핑 시작하면 다시 게임에 집중 하겠지.
"이세하,게임기 꺼."
"듣고 있어...지금 중요한 순간이라 그래,잠시만."
"이세하."
"슬비 말 좀 들어! 이따가 또 하면 되지,브리핑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연신 잠시만을 연발하며 게임기를 손에서 놓지 않는
이세하 때문에 차오르는 화를 식히려 고개를 숙였다 머리를 쓸어 넘기자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점이 생겼다.
순간 밀려오는 감정을 막아내지 못하고 책상을 내려치자 조금은 놀란 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이세하는 정식요원 복을 입고 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해왔고,검은 양팀을 이끌어왔던 나보다 먼저인 정식요원.
"...나중에 설명할게."
"슬비야,잠깐만..슬비야!"
다급히 날 부르는 유리의 목소리에도 발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 빠져 나가지 않으면 우는 모습을 감출 수가 없을테니까,
고작 나보다 동료가 먼저 정식 요원이 됐다고 우는 자신이 너무 한심해져 버렸으니까.
처음에는 막연한 부러움으로 시작됐던 것 같다.
일찍이 혼자가 된 나와는 다르게 알파퀸의 아들로서 모두의 희망을 안고 자라온 그.
그는 항상 그게 부담스럽다고 말해왔다,자신은 알파퀸과 같은 영웅이 아닌데 모두가 걸어오는 희망이 숨막힌다고.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숨이 막혔다.
타고 나지 못한 위상력으로 발버둥 치며 가라앉지 않게 애써 온 나에겐 나를 위한 희망이 필요했다.
누군가의 나를 향한 의미없는 믿음이라도.
그런 식으로 말하는 이세하가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 더욱 숨이 막혔다.
행복하지 않은 일은 하는 그에게도 뒤쳐지는 나는 절대로 제일의 클로저 같은 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목을 **왔다.
남들보다 불우한 환경에도 당당했었다.
온실 속 화초는 비라도 내리면 버티지 못 하듯이 들판에 잡초로 자라온 나는 남들보다 강할 수 있었다.
그 어느 한 순간에도 쉬어본 적이 없었다, 노력의 결과는 내 머리와 눈 색이 말해주고 있었다.
낮은 위상력이란 판정에도 굴하지 않고 노력해 한 팀의 리더라는 자리까지 올라왔다.
이제서야 빛나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그저 나는,승급 순서에서 조차도 밀리는 리더였던 건가.
"이슬비."
"...!"
"뭐야,울어? 야야..왜 울고 그래."
"신경 꺼,안 울었어."
"너 진짜 화 났구나?"
티 내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밉게 나가는 말투가 원망스러운 순간,
내가 앉아있던 비상구 계단에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앉는 이세하였다.
"...이슬비."
"..."
"슬비야,이슬비."
"왜.."
미안해,라고 말해오는 세하의 목소리가 다른 때와 달리 따뜻해서 고개가 들렸다.
내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겨주던 이세하가 날 안아왔다.
너무 놀란 나머지 뻣뻣하게 굳어 있자 나즈막히 웃더니 날 토닥이는 손길이 낯설었다.
아마도 정말 어렸던 시절 이후론 누군가에게 안기는 것 조차도 처음이어서.
"많이 힘든 거 알고 있어,그러니까 기대도 돼. 조금 쉬어도 돼."
"이세하."
"무리 하지마,충분히 잘 하고 있으니까."
"나를 미워하게 되진 않을까 걱정했어,네가 그렇게 속 좁은 애가 아닌 건 알지만
얼마나 열심히 달려왔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혹시 티내지 않아도 혼자 무너지진 않을까 걱정했어.
너는 그만큼이나 남들보다 빨리 달려왔으니까."
"..."
"사실 얼마 전까지도 이 일에 대한 목표도 의지도 없었는데,
항상 작전 시작만 하면 무섭게 집중하는 널 보고 찾았어. 지킨다,라는 의미.
이제서야 나에게도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어. 그러니까 예전처럼 날 지켜봐줘.
정식요원이면 뭐해? 나는 널 보고 성장하고 있는 중인 걸. 넌 여전히 빛나고 있어,이슬비."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에 그냥 이세하에게 안겨 버렸다.
뭐야,내가 듣고 싶었던 말만 골라서 해주는 건 반칙이지. 안 울 수가 없잖아.
"나는..나는, 그저 너를.."
"그래그래."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어? 내가 널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냔 말이야."
"고마워.나 미워 하지 말아줘,리더님"
이제서야 인정한다,단순한 부러움도 미움도 아니었음을.
나는 단지 이세하를 따라잡고 싶었을 뿐임을,이세하는 나에게 쓰러지지 않는 존재임을.
조금 더 많이 분발해야 겠다. 나는 이세하에게 쓰러지지 않는 존재가 되어있으니.
누군가를 지킬 수 있는 이름의 클로저가 되어야 겠다고,깊이 느끼고 있다.
"이슬비."
"왜?"
"이런 상황이나,장소나...무드 없긴 한데."
"무슨 말을 하려고?"
"좋아해."
하나 더 인정해야 할 점이 생겼다,
이세하를 바라보던 내 진심 속에는 사랑도 있었다는 걸.
"너,그런 말도 할 줄 아는 구나?"
둘의 웃음이 아른아른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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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만에 쓴 글이라 망퀄 주의 해주세요
이세하 캐붕으로 간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정식요원 나올 쯤에 생각했던 글인데 막상 쓰고 보니 어마어마한 망함이네요
제가 세하였다면 슬비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컨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