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위한 변명

블랙램 2015-07-31 0

그녀를 위한 변명 (네타 다수, 작가의 망상 다수 첨가, 정독시 화남 주의요망) -홍시영 최종보스 망상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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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머,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니 아마 제가 찍어놓은 점들을 그대로 따라 온 모양이죠?

잘 했어요! 하하하, 아마도 당신들 꼴은 안 봐도 훤하겠군요.

잠시 목줄이 풀렸던 기분은 어떻던가요? 상상했던 만큼 자유로운가요? 부디 그러했길 바라요.

그래야 비로소 앞으로 당신들이 걸어갈 길들이 훨씬 더 한 지옥으로 느껴질 테니.

 

흐음, 그래도 모처럼 여기까지 왔는데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벌부터 주면 좀 아쉽겠죠?

뭐 개인적인 감정으로 치자면 그러고도 남겠지만, 이번만은 예외로 하도록 하죠.

, 저도 참 끝낼 때가 다 되어가니 사람이 유해진다니까요?

 

그럼 제 이야기를 조금 들려드리도록 하죠.

마 이쯤 되면 당신들은 왜 그렇게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냐고 울부짖을 테니,

오늘은 그에 대한 답을 조금 상세히 들려드리면 어떨까 해요.

 

뭐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착각 하지 마! 이 쓰레기 같은 것들이...

 

어머, 이거 실례 개인적인 감정이 너무 섞여 버렸군요.

아무튼 저는 익히 말해왔던 것처럼 당신들에게 개개인에게유감은 없어요.

다만 당신들이라는 특수한 존재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은 조금 남아있는 상태랍니다. 아주 극심한 악감정이 말이죠.

 

아마 언젠가 제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해드렸던 적이 있죠? 당신들과, 그 착한 척 하는 위선자들 앞에서 말이에요.

하지만 그때 제가 했던 이야기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요.

 

당신들이 들었던 건 내가 소개한 찬란한 지옥뿐이었다는 말이에요.

그 찬란한 곳에 도달하기 전의 나는 정말 고통스럽고 말도 안 되게 끔찍한 지옥보다 더한 차원을 경험했어요.

그리고서야 비로소 도달할 수 있었던 거예요. 제가 말했던 그 아름다운 지옥도.

  

내가 사고를 당한 직후 우리 가족은 완전히 미쳐있었어요.

어머니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실성을 하기 바빴고,

아버지는 이 문제를 언론에 뿌리시겠다며 혈안이 되어 여기저기 쏘다니고 계셨죠.

오빠는 여전히 아팠고, 그나마 위태위태하게 유지되던 한 가족은 완전히 부서져 버리고 만 거예요.

 

뭐 당연히 이런 이야기를 실어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고,

벌처스는 쥐꼬리만 한 보상금을 내밀며 사건 은폐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죠.

그때 아버지에게 손을 내밀었던 곳이 유니온이었어요.

차원압력과 그에 관한 주변 환경의 영향의 상관관계를 연구하시던 아버지에게 손을 내밀곤

자기네 쪽에서 연구를 계속 한다면 당신의 가족이 겪은 문제를 결코 괄시하지 않을 거라 달콤하게 속삭이셨죠.


그리고 그날부터 아버지는 연구에 매여 매일을 회사에 붙들려 사셨어요.

언젠가 이 문제를 세상에 알릴 수 있게 될 그날을 꿈꾸며 말이에요. 하지만 결국, 그 날은 영영 오지 않았죠.

 

아버지께서 유니온으로 직장을 옮기시고 5년쯤 지났을 무렵,

저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대학에 진학했고 세상은 한 가지 소식으로 시끄러워 졌죠. 바로

특수한 파장에 의한 빛에 의한 기억 간섭 실험에 관한 것이었어요.

 

학계는 이 신선한 연구와 그에 따른 연구로 들썩였고,

이 새로운 먹잇감에 가장 먼저 손을 뻗은 것은 역시 정부였어요. 유니온과 벌처스도 그 뒤를 따랐어요.

 

그들은 개개인의 기억에 간섭하고 또 대중의 기억을 손질하여 자기들이 요리하기 편한 재료로 만들고자 했어요.

유니온과 벌처스는 여러 문제를 덮기 편한 새로운 암막을 손에 넣길 원했고요.

이 실험에 처음으로 사용된 실험체가 바로 내 어머니였어요.

어느날 집에 오니, 나의 어머니는 딸의 사고도 아픈 오빠에 대한 기억도 잊은 채

세상의 어두움 따위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새하얀 백지가 되어 있었죠.

그즈음일 거에요나의 아버지가 완전히 고장 나 버린 것은.

 

그후 난 아버지의 연구실에서 한 권의 노트를 발견했어요.

그 노트에는 차원문 발생 정보와 그를 위한 상세한 조건들 그 밖에 해박한 연구 지식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죠.

여기까진 별 문제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제가 그날 간과했던 몇 가지가 있었어요.


우선 첫 번째로 그 노트를 펼쳐 본 장소가 유니온 클로저의 집합 장소였고,

두 번째로 그 안에는 단순한 차원문 관련 지식과 실험 내용뿐 아닌 연구자의 주관적인 의견과

취향 및 간략한 소견이 담겨 있었던 것이 아주 사소한 몇 가지 문제였죠.

 

10년 전 차원문을 연구하던 한 천재 과학자가 있었고, 그 남자는 차원종과 결탁하려는 불온한

시도 끝에 결국 사살 당했다는 이야기는 최보나 팀장에게 들어서 알고 있겠죠?

그때 사살당한 천재 과학자는 바로 제 아버지였어요.

 

얄궂지 않나요? 10년 전에 죽어버린 내 아버지의 유품이 여전히 당신들과 함께 하는 거예요!

뭐 하나뿐인 딸이 인간들에게 그렇게 유린 당하고,

아내의 기억은 조각난 채 세상에 버려진 뒤니 충분히 그에 대한 환멸을 느꼈을 만도 했겠지요.

아버지에 관해 따스한 기억은 몇 없지만 그래도 그 나름 최선을 다하셨다는걸 알게 되긴 했지만 때는 너무 늦고 말았죠.

 

뭐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지만 그래요. 어렸을 적의 나를 벌처스가 밀고, 유니온은 버려뒀고, 정부는 죽여 버렸죠.

그렇지만 나는 죽지 않아서 여전히 이렇게 살아 있어요. 물론 지금으로써는 진짜 아주 죽어버렸을 지도 모르지만,

내 의지는 이렇게 살아남아 여전히 당신들과 함께하고 있죠.

 

개인적인 이야기가 조금 길어지긴 했지만, 뭐 어떤 가요.

이로써 당신들의 목숨 역시 몇분 더 연장 된 셈일 텐데 말이에요. 아하하하하!

 

자 그럼, 이번에도 잘 가요. 그리고 사냥감을 물어 와요! 개처럼!

아니면 이대로 서로 얼싸 안은 채 생을 마감하는 것도 멋지겠네요.

후후, 곧 지옥에서 만날 수 있길 바라죠.

2024-10-24 22:37:2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