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비 내리는 아래에서, 그를 만났다.

수민혜 2015-05-28 1

[단편] 비 내리는 아래에서,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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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우, 오늘따라 비가 왜 이렇게 많이 오는거야... "


난감해 죽을 지경이었다. 가뜩이나 먹구름이 심상찮게 낀 상태였는데 결국엔 먹구름이 참지 못하고 폭우를 쏟아내는 바람에 장사를 중단하고 미리 준비했던 대형 우산을 쓰면서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 에구우-. 이렇게 폭우가 내리면 며칠간은 장사도 안되는데... 이번 기회에 며칠간은 좀 쉬어야겠다. "


나는 꼭 그러겠다고 생각하며, 곧 집으로 돌아가서 쉴 수 있다는 생각을 안고 걸음을 옮기던 찰나였다.


" 어서 찾아! 상부한테 목 달아나고 싶지 않으면 그 자식을 제거한다! 빨리 움직여! "


조금 살벌한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리는 것이 내 귀에 들려왔다. 빗소리에 가려질 법 했지만, 얼마나 목청이 컸는지 화가 난 목소리로 아래 사람들한테 그런 외침을 했던걸로 보인다. 내 경우엔 청력이 꽤 좋은편에 속했기 때문에, 폭우가 내리는 와중에도 누군가를 쫓아가는 발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잠깐 시간이 지난 이후엔 발걸음 소리가 잠잠해졌고, 곧 폭우가 그 소리를 메꾸기 시작했다.


" 아휴, 살벌하게...... 대체 무슨 일이람? "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둘러본 다음, 의문스런 안심을 해버린 나는 곧 집으로의 발걸음을 옮겼다.


" 그나저나... 저렇게 고함을 칠 정도로 누군가를 찾는거면,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저런 후환을 만들... "


나는 걷다가 말을 마치지 못하고, 무언가에 발이 걸려서 몸이 삐끗거렸다.


" 으아악!? "


약간의 괴성을 지르며 넘어지지 않게끔 중심을 잡은 나는, 폭우로 만들어진 물 웅덩이에 자빠지지 않은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물론...... 발은 그 물웅덩이로 인해 다 젖어버렸긴 하지만 말이다.


" 으으, 오늘 무슨 날인가...... 대체 뭐에 발이 걸린... "


거야...... 라고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내 시야에 들어온 무언가에 집중해버렸다. 그리고 내가 보고있는 것은...


" ...... 사람...? "


사람이었다. 그 것도......


" ......! "


무언가로 인해 베이고 찔린 상처로 가득한 몸을 안고서, 겨우 전봇대에 몸을 기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나는 곧바로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상태를 확인하며 입을 열었다.


" 저, 이봐요...... "


큰 목소리로 부를까, 생각했지만 그랬다간 아까전에 그 무리들이 했던 말들이 떠올라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분위기를 보나, 어떤면을 보나 그 무리들의 목표가 눈 앞의 이 사람이라는 것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했다. 이 사람을 도와야할지, 아니면 그냥 이대로 두고 내 갈길을 가야할지를 말이다.


" ...... "


하지만, 답은 단 하나뿐이지 않겠어?


" ... 조금만 참아요. "


결정을 해버린 나는, 그에게 말하듯이 작게 속삭이고는 그를 부축하며 내 집으로 향했다. 폭우로 인해 젖어버린 그 사람의 축축함이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다.


' 오늘 하루는 정말... 마가 끼었을지도...? '


라는 속마음을 안고 있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 으아아악-! 무거워! "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부축하면서 데려온 그 사람을 내팽개치듯이 내려놓았다. 말이 내팽개치는거지, 실상으론 최대한 충격이 덜 가게끔 유도하려고 했던 것이지만... 내 힘이 그럴 수 있게끔 쎄야말이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곤 쓰러져있는 그 사람을 방 안쪽까지 이끌고 온 다음에, 곧바로 몸 상태를 살폈다.


" ...... 이 사람... 지금 좀 위험한데...? "


여기저기 상처투성이. 베인 상처까지는 그나마 괜찮지만, 여기저기 찔린 상처들 때문에 과다출혈이 의심될 정도였다. 이 사람의 몸이 꽤 탄탄해보여서 그런지 찔린 상처에서 많은 피가 흐르지는 않긴 했지만, 혈색이 좋지 않은건 명백한 사실.


그래서 나는......


" 집에 구급상자를 충분히 채워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건, 정말 오랜만이네. "


쓸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던 구급상자와 응급 치료를 위한 의료품들을 꺼내면서 그렇게 말했다. 누가 보면 집에서 수술이라도 할 생각이냐고 질문받을 만큼이라고 한다면, 약간 오버이려나?


" 조금 서툴어도, 이해해주세요. "


그 얘기와 함께, 눈 앞에 죽어가는 그 사람을 응급 처치하기 시작했다.




.




.




.






" ...... 으아아! 끝났다... "


나는 거의 녹초가 되버린 몸으로 주저앉아버렸다. 그도 그럴게... 예전에 병원에서 의료진 보조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들을 토대로 이 사람의 응급처치를 했던거기 때문이다. 얼추 기억하는대로 꿰매고 지혈하고 했지만... 이게 임시방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일단 이 사람이 깨어나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생각한 나는 꼭 깨어나기를 바라는 기도를 해주었다.


사람 사는게 죽기밖에 더하겠냐만은... 내 나이랑 비슷해보이는 이 사람, 이런 젊고 훤칠한 외모를 두고 세상을 떠나기엔 조금 아쉽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 ... 그나저나, 왜 이런 상태가 된걸까? "


문득, 그 것이 궁금해졌다. 대체 이 사람은 뭘 했던 사람이길래 이렇게 중상을 입고서 나한테 치료를 받게된걸까?


" 너무... 알려고 하면 당신이 위험해질걸요? "


그 때였다. 조금 유쾌한 듯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린 것이.


" 어... 정신이 드세요!? "


나는 화들짝 놀라서, 그 사람을 보며 크게 외쳐버렸다.


" 으, 머리 울려요. 조금만 소리를 낮춰주세요. "


약간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자, 실수했다고 생각한 나는 곧 입을 열었다.


" 이크, 미안해요. 너무 놀라서 그렇게 되버렸네. "


나의 그런 얘기에, 그 사람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와, 실제로 웃는거 보니까 이 사람... 꽤 미남이다. 여자들 꽤 여럿 울렸겠는데?


" 지금 이 상태까지 도와주신 걸로도 당신, 꽤 위험한 상황... 인데 말이죠. "


그 사람은 내게 이렇게 도와준 것이 당신에게 악영향이 갈거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도움을 받았으니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이렇게 도왔는데 이제 어떻게 할거냐, 라는 톤으로 말을 하니까 조금 빈정이 상해버린 나는 그 사람을 보며 일침하듯 말했다.


" 이봐요, 사람이 사람 살려주는데 이유가 있나요? 그리고, 지금 해야할 말은 그런 말이 아닌 고맙다는 말이 먼저 나와야 하는거 아닌가? 다 죽어가는 사람 살려줬더니, 돌아오는 말이 왜 나를 살려줬냐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이게 무슨 무례한 언사인거에요? "


나는 약간 울컥한 감정이 새어나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뉘앙스로 그 사람에게 말했다. 기껏 걱정했더니 들려오는 답이 이런 식이냐, 라는 것을 대놓고 드러낸 것이다.


내 얘기를 듣던 그 사람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짓더니, 곧 다시 입가에 미소를 짓다가 결국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 하하하핫. "


그 웃음을 듣던 나는, 아까만큼 화가 난 목소리로 그 사람한테 피를 많이 흘려서 미치셨냐고 물으려고 했던 순간이었다.


" 아, 미안해요. 사실 제 처지가 굉장히 위험한게 맞기 때문에 그 쪽한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점은 정말 죄송합니다. "


내가 할말을 잃게 만들 정도로 진지하고 정중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 그리고...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구요. "


뒤이어 따라오는 감사의 인사. 그 때가 되서야, 내가 화를 내야할지 풀어야할지 고민을 하게 되버렸다.


" ...... 알면 됬어요. "


물론, 그런 결론을 내버린 나였다. 애초에, 크게 화를 낼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 조금 위험한 처지이기는 해도, 생명의 은인에게 은혜를 갚고 싶은데... 기회를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던 중에, 뜻밖에 들려온 그 사람의 제안.


" 네? 그게 무슨... "


난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되물어버렸다.


" 말 그대로에요. 은인에게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 지금 몸 상태가 이래서 움직이는게 그렇지만, 조금 쉬다가 움직일 수 있게되면, 뭐라도 해서 은인을 돕고 싶어서요. 혹시라도 그럴 기회를 주실 수 있을까, 라고 묻는거죠. "


얘기를 이어가면서, 이 사람 특유의 생글생글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와, 진짜로 여자들 여럿 울렸겠네. 나까지 긴장되는걸 보니까 말야.


" 어떻게, 안될까요? "


그 것을 끝으로 그 사람은 내 답을 기다리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확실히, 최근 들어 포장마차가 성황인 가운데 일손이 부족해서 가끔 손님들이 약간씩의 불만을 드러냈던 때가 있었다. 이 사람이 도와준다면, 적어도 서빙 정도만 도와줘도 그 불만을 해소할 수는 있겠다 싶은 생각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 좋아요. 몸이 나아지시기 전까진 여기서 지내도록 해요. 대신 몸 전체를 움직일 수 있기 시작할 때부턴, 엄살부리지 마시고 제가 하는 일좀 도와주세요. 그래주실 수 있죠? "


그 사람이 말한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톤으로 얘기했다. 나의 그 제안에, 그 사람은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내게 말했다.


" 감사합니다, 은인 님. 그런 뜻에서, 은인 님의 이름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


내 이름을 묻는 그 사람의 물음에, 문득 자기 소개가 늦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애써 그 것을 드러내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나를 소개했다.


" 전 소영이라고 해요. 그 쪽은요? "


내 소개를 한 이후에 곧바로 그 사람한테 물었다. 그리고......


" 전 김시환 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은인 님. "


나를 보며 자신을 소개하는 그 사람... 시환 씨.





그 때까지, 나는 몰랐다. 이 만남으로 인해 우리가 어떠한 앞날을 경험하게 되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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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죄송합니다. 그동안 격조했네요.


예비군 다녀오겠다는 얘기 이후로, 한동안 글을 올리지 않았었는데...


저한테 각종 재해가 오고가는 바람에, 이렇게 짧은 글로 생존신고를 하려 합니다.


... 죄송합니다. 진짜 날먹이네요.






재해라고 해봐야... 슬럼프+병(감기)+과로 등등등...


거기에다 최근에 구한 아르바이트로 인한 생계전선 투입 등등등...


으으, 이거 재해라고 해도 되죠...?






여튼 그렇게 되는 바람에 이런 단편글과 함께 생존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태까지 신청받은 글들, 아직 기억하고 있어요 llllllOTL


그 원고들 찬찬히 준비하고 있으니까... 그...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 완성되는대로 한꺼번에 전부 올릴테니, 1페이지를 제 이름으로 가득채우는 한이 있어도 밀려있던것 전부 올리겠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제고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1페이지 전체 글쓴이가 제 글로 도배가 되... 기는 무슨... 누군가는 하나쯤 올리겠지!)






그... 일단은 오늘은 단순히 새... 생존 신고입니다.


곧 돌아올테니... 안심해주세요... : )


늦게 돌아와서 죄송합니다! 그럼 다음에 뵐게요!





2024-10-24 22:27:4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