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레이션 나인 -제132화- [검은양 VS 레이라. 얘네들이 그녀에게 범죄를 했나요?...
호시미야라이린 2015-05-25 1
자신의 의지로 상대방을 처형할 권한을 숙청권이라 부른다.
아무리 애쉬와 더스트가 군단의 최고위급 간부라고 하더라도 레이라를 방해할 권한은 결코 없다. 새로 부임한 군단장에게서 받은 권한. 소위 ‘숙청권(肅淸權)’ 이라는 거 때문이다. 아무리 고위급 간부 이상이라도 쓸모없거나 배신자, 그 외의 방해꾼들은 그녀 본인의 재량으로 처형할 수가 있는 권리. 군단장이 일일이 다 색출할 수가 없기에 알아서 하라는 것. 어차피 군단장의 입장에선 저 녀석에게 다 맡길 수가 있으니 여러모로 편하고, 녀석 본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쓸모없는 것들을 다 심판할 수가 있으니 참 좋다. 세상을 더럽히는 존재들과 자신의 원수들을 마음대로 처형할 수가 있다.
“그게 뭐 불법이야?!”
“......”
“그... 그건...”
“애쉬, 더스트. 인간들을 두둔한 주제에 정말 할 말이 많구나. 원한다면 내가 너희들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여기서 숙청할 수 있어.”
“......;;;;;;”
“뭐? 애쉬와 나는 군단의 최고위급 간부라고!!”
“말했을 텐데. 나에겐 숙청권이 있어서 내 맘대로 처형할 수가 있다고. 간부고 뭐고는 중요하지 않아.”
목 등에서 촉수가 솟아나옴과 동시에 묶은 머리가 풀어진 레이라. 레이라의 가차 없는 공격에 애쉬와 더스트가 검은양 멤버들에게 이번만 특별히 휴전하자고 하면서 도와주겠단다. 큐브 시설에서 훈련을 시켜주겠다며 초대한 손님이 군단의 원조 최종병기란 것을 저 녀석들이 안다면 무슨 말을 할까? 어쨌든, 지금은 어떻게든 큐브를 탈출하는 것이 급하다. 레이라를 전투불능으로 만들고서 나가는 것이 중요. 레이라가 애쉬와 더스트가 검은양을 도와주겠다고 말하자 본인도 이제 좀 실력발휘를 좀 해봐야만 하겠다며 목 등에서 촉수를 1개 더 개방한다. 그녀가 촉수를 3개나 개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정말 영광으로 받아들이라고 말하며 강하게 밀어붙인다. 이세하의 건블레이드, 서유리의 카타나, 이슬비의 나이프, 미스틸테인의 랜스 등등으로 찌르고 베고자 해도 촉수는 결코 잘려나가지 않는다. 현존하는 클로저 개념으로는 절대로 쓰러트릴 수가 없다.
“애쉬, 더스트. 정말로 네 녀석들은 ‘인간쓰레기(Human Scum)’ 와 전혀 다르지 않아.”
“......”
“......”
“너희들이 이러는 거, 군단장님에 그대로 다 말해도 되지?”
“......”
“정말 말하려고?!”
“그래. 애쉬와 더스트가 검은양 녀석들을 도와줬다고 말하면 되거든. 그래서 너희들을 완전한 배신자로 낙인을 찍는 거지.”
기본 2개만 개방한 정도로도 결전기들을 전부 요격하는 식으로 무력화할 수가 있는데, 1개를 더 개방해 3개로 늘어난 촉수는 더 무섭다. 이젠 기술들을 사용하는 거마저 무력화시켜버리기 때문이다. 3개의 촉수로 기술사용마저 무력화시킬 정도라면, 만약 촉수를 추가로 더 개방할 경우에 어떻게 상황이 변하게 될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큐브의 시설물들을 부수고 싶은 대로 부수고, 결전기들도 무력화시키며, 기술사용까지도 무력화하는 레이라. 검은양 멤버들을 바라보며 참으로 약하기 그지없는 것들을 상대로 이렇게 시덥잖은 놀이를 하니 질리단다. 원래는 여기서 그냥 처리하고자 했지만, 엄마를 죽인 살인자들과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는 거 같으니 그냥 봐주겠단다.
레이라가 아주 잠깐을 장난쳤을 뿐인데도 큐브 시설이 대화재가 발생한다. 저 튼튼한 벽을 촉수로 1방에 뚫어버리고 아주 여유롭게 걸어가는 그녀. 저런 무능력한 것들을 상대로 놀아줘야만 하는 자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단다. 큐브 밖으로 나오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와 통화한다. 통화하는 대상은 당연히 특수F반 암살교실의 담임선생님이자 벌처스의 교관님. 검은양 녀석들을 만나본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너무나도 약해빠지고 한심하기 그지없어서 죽일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고 답한다. 자기 엄마를 죽인 살인자들은 바로 클로저들인데 왜 정작 죽이고자 하는 마음이 사라지는 건지 모르겠단다. 그 자들이 너무나도 약해빠진 영향인지는 모르겠다는 것이 그녀의 답변.
교관님이 평소의 레이라가 아닌 느낌을 주는 식으로 말하자 이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전교 꼴찌에 연약하기 그지없는 순수한 여학생에 불과하던 레이라가 저런 말을 한다는 것이 놀라울 뿐. 그렇다면 검은양이 전교 꼴찌의 여학생보다 못한 존재들이란 건가? 교관님은 그렇게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영상통화가 아니기에 레이라는 자신의 진심을 숨길 수가 있다. 이런 저런의 통화를 하면서도 솟아나왔던 촉수를 다시 집어넣음과 동시에 머리도 저절로 묶이도록 한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면 간편하다. 그리고 어디서나 연약한 여학생이란 이미지를 심어 모든 이들에게 동정심을 극대화시킬 수가 있다. 모두에게 동정심을 받음과 동시에 보호받을 수도 있다.
그 날 이후, 유니온은 신강고등학교 특수F반에 사람을 보내어 레이라가 이런 저런의 일을 벌였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믿지 않는다. 레이라는 너무나도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염없이 울기만 할 뿐. 연기하듯이 우는 게 아니라, 진짜로 우는 그녀. 오히려 검은양 녀석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하염없이 운다. 학생들을 포함해 교관까지도 사과하라고 소리치며 항의하자, 유니온 직원은 뭐라 말을 하지도 못하고서 그곳을 떠난다. 친구들이 애써서 위로해주는데, 레이라는 교관님에게 일부러 당하라는 의미로 그곳에 보낸 거냐고 따지며 울고 또 운다. 레이라에게 입힌 정신적 피해를 배상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래서 애를 울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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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이 신강고등학교 지하 150m 특수F반 암살교실.
오늘도 그 반의 학생들은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오세영이 가장 실력을 보이고, 나건영도 그럭 저럭의 실력을 보인다. 그리고 레이라는 언제나 변함이 없이 칼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권총을 들고서 과녁을 맞춰 봐도 몇 발만 맞고서 전부 다 빗나간다. 기본적인 호신술도 못하는 레이라는 방과 후에도 교관님이 특별지도를 해줄 정도로 연약하다. 다른 애들은 다 집에 돌아가도, 오세영과 나건영은 옆에서 지켜봄과 동시에 자신들도 개인훈련을 한다. 나건영이 오세영에게 레이라는 정말로 못하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못하는 척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레이라 말이야. 일부러 못하는 척 연기를 하는 건 아닐까?”
“무슨 소리야, 나건영?”
“아무리 못한다고 해도, 몇 개월을 훈련했는데 사격자세도 잘 안 나오는 게 그렇잖아?”
“그런가? 그래도 그냥 이해해줘야만 하지 않겠니?”
“......”
“너무 그렇게 실망하지 마라고? 잘하게 되면, 우리들도 다 기겁하게 될 걸?”
“기겁? 세영아. 무슨 소리야?”
“어쩌면 우리 특수F반 내에서 진정한 최강이 될 잠재력이 있을 수도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