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세하의 유년기와 제이의 청년기 (세하의 위상력 휴재공지)

이케아라 2015-05-17 4

텅..텅...


신서울의 한 공원에서 평범한 축구공의 굴러가는 소리가 울리고있다.
어느 도시에서나 있을법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작은 공터, 그리고 그런 공터에서 굴러가고 있는 축구공과 착 가라앉은 눈동자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소년이 한폭의 그림처럼 배경을 수놓고 있었다.
이 곳은 대한민국의 중심에 위치한 수도 서울로, 차원전쟁의 영향으로 파괴된 도시를 수복해서 신(新) 서울이라 명명된다.
사람들이 공상하는 최첨단 미래도시까진 아니지만, 나름대로 상당한 과학적 진보를 이룬 이 도시에서 2000년대 초반에나 지어졌을법한 공터의 모습과 그곳에서 외롭게 서 있는 소년의 모습은 아무런 위화감도 없이 잘 녹아들고 있었다.


"...심심해."


이제 겨우 10대에 들어 섰을 법한 미성숙한 목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자신의 무료함을 호소하고 있는 소년은 흑발과 흑안을 가진 전형적인 동양의 어린애였지만 손목에 채워져있는 유니온 시계와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무함을 담고있는 눈동자는 소년의 정신연령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장대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괜히 자기 발 밑에 있는 축구공을 이리저리 굴려대는 소년은 공을 눈으로 쫓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집에 가도 아무도 없을텐데 여기서 좀 더 놀고 가야지.'


10살짜리 꼬맹이 답지않게 무거운 고민을 한 소년은 지면에 굴러가고 있는 축구공을 전력으로 찼다.
마치 프로선수같은 바른 자세로 오른발을 움직여 찼기 때문에 기세좋게 날아갔다.
그렇게 멀리 날아간 공은 공원 입구쪽으로 포물선을 그리고 낙하했고...


퍽!!


"커헉!!"


우연히 입구에 들어서고 있던 청년의 안면에 제대로 명중했다.


"헉...!"


아까전까지 무심한 표정을 짓고있던 소년이 두손으로 입을 막으며 이제서야 처음으로 어린애다운 표정을 지으며 당황한 목소리를 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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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야야... 꼬맹이 주제에 발차기가 대단하구나? 무슨 어린이탐정도 아니고 축구공이 사람을 때려눕힐줄은 몰랐네."


"요즘은 어린이가 탐정을 하면서 축구공으로 사람을 때리나요?"


"내가 어렸을땐 TV에서 자주 그랬어."


소년에게 축구공으로 가격당한 청년이 금이 간 선글라스를 문지르며 그렇게 말했다.
아무런 생각없이 발을 놀린 소년은 자신의 행동때문에 피해를 받은 청년에게 정중히 사과를 했고, 청년도 약간 다치긴했지만 어린애를 상대로 진심으로 화를 낼만큼 속좁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건은 무사히 넘어갈 수있었다. 

뒤로 금세 친해진 두사람은 근처 벤치에 앉아 통성명도 없이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청년은 후줄근한 추리닝차림과 노란색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는데, 그런 요소들보다 더 눈에 띈것은 아직 건장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하얗게 변해버린 머리카락 이었다.
청년과 대화를 나누던 소년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특징을 꼬집었다.


"형 정말로 20대 맞아요? 머리도 하얀데."


소년이 아무런 악의도 없이 순수하게 눈을 빛내며 물어오자, 청년은 울컥한 눈치로 반박했다.


"이래뵈도 난 아직 20대 후반이거든? 게다가 결혼도 안한 노총각이니까 아저씨도 아니야. 머리가 하얀 이유는 병에 걸려서 그런거라고."


"병이요? 형 어디 아파요?"


튀어오르듯 자리에서 일어난 소년이 허둥대며 말하자, 청년이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소년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그렇게 큰 병에 걸린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호들갑 떨지마라. 지금 날 괴롭히는건 어떤 꼬맹이의 활기참때문에 부서진 선글라스를 수리하는일 뿐이까."


"윽...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푹 고개를 숙이며 목소리가 작아지는 소년을 보고 청년이 쓴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녀석한텐 농담도 못하겠군.'


충분히 장난조가 가득한 말투로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있는그대로 말을 받아들인 어린애의 순수함에 청년이 식은땀을 화제를 돌렸다.


"뭐 그렇게 소중히 여기던 물건도 아니었으니까 방금전 내 말은 잊어줘. 근데 꼬마야. 넌 왜 여기서 혼자 놀고 있는거야? 친구나 부모님은 어디 계셔?"


요즘 세상엔 흉흉한 일이 많기 때문에 어린애 혼자서 이렇게 인적이 드문 공원에서 노는건 흔치 않은 일이다.
아무리 위상력억제기를 설치해도 차원종이 출현하는 일이 없진 않으니까.
청년의 질문을 받은 소년이 시선을 회피하며 대답하는걸 주저했지만, 이내 포기한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엄마는 일이 바쁘셔서 집에 늦게 오신다고 했고... 친구는 없어요. 전 위상능력자거든요."


"위상능력자...?"


청년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자 소년이 흠칫 몸을 떨었다.
자신이 위상능력자라는걸 알았을때 이 청년도 태도를 돌변하고 차가운 눈동자를 자신을 기피하는게 아닐까...
그런 불안함이 소년의 두뇌를 지배했을때, 머리에서 '푹'하는 압박이 느껴졌다.


"......?"


소년이 자신의 머리위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청년이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기 때문이다.


"형... 우는거에요?"


"아니."


소년의 말을 들은 청년은 바로 그것을 부정했지만 소년은 그 말을 믿지않았다.
청년은 눈물을 흘린다거나 통곡하며 흐느끼고 있는건 아니었지만, 꾹 다문 입술과 격하게 흔들리는 눈동자가 우는 얼굴을 연상케했기 때문이다.
한참을 말없이 감정을 죽이고 있던 청년이 스트레칭하듯 허리를 피며 말했다.


"너. 위상능력자라고했지?"


"아... 네."


"그럼 그것때문에 불행한 일을 당한게 많았어?"


청년이 약간 불안한 어투로 그렇게 질문하자 소년은 당황하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학교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애들이 절 괴롭히고, 선생님들에게 상담을해도 다들 '아직 어리니까 장난으로 받아들이렴'이라고 밖에 안 말하고, 위상검진센터에선 어른들이 자꾸 엄마이름을 대며 절 재촉하는것 정도밖에 없네요."


소년이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청년의 표정이 불쾌하게 변했다.
이 소년은 자기가 처한 상황을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분해하지 않는듯 보였다.
마치 내일의 일정을 말하듯 평범하게 자신의 과거를 입에 담은 소년은 '체념'한글자로 표현할 수있을정도로 뻔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청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린애가 그렇게 슬픈 표정짓지마라."


"...예?"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몰랐던듯 당황한 표정을 지은 소년이 그렇게 새된 소리를 내자,
청년이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 네가 처한 상황은 전형적인 차별행위야. 그런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건 나쁘지 않지만, 조금은 분해하는게 좋아. 그걸 가만히 냅두는건 자기자신에 대한 무시와 다를바가 없어."


"제가 절 무시했다고요?"


"그래. 사람이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화가 치밀어하는 이유가 뭘까? 당연히 남이 자신을 무시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런 대우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긴다는건 자기도 자신을 무시한다는거지."


청년이 자신의 과거에 겪은 경험을 말하듯이 술술 불자, 소년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소년의 얼굴을 바라본 청년이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린애한텐 너무 어려운 얘기였나? 어쨌든 슬슬 해가 질것 같으니까 이만 집으로 돌아가봐."


"엇...!"


청년의 말을 들은 소년이 자신의 손목에 채워져있는 시계를 쳐다봤다.
확실의 그의 말대로 이제 슬슬 어두워질 시간이다.
아무리 대한민국의 치안이 좋다고해도 어린애가 어두운시간에 혼자 돌아다녀도 될 정도는 아니다.
소년도 어린시절 지겹게 들어왔던 안전교육 덕분에 그 사실을 인지하공 있었지만,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어 점점 멀어져가는 청년의 등뒤에서 소리쳤다.


"아저씨! 안녕히 가세요~!"


그 목소리를 들은 청년이 울컥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지만, 소년은 악의라곤 전혀 느껴지지않은 해맑은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맥이 빠진 청년도 마주 손을 흔들어주며 쓴웃음으로 반박했다.


"아저씨가 아니라 형이라고 불러라~"


훈훈하다고 해야할지 애매하다고 해야할지 알 수없는 인사를 나누며, 소년과 청년은 그대로 헤어져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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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세하와 제이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소설을 써봤습니다.

둘의 만남이 실제로 있을지 없을지 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이런 상황도 있었으면 좋겠다 해서 멋대로 질러봤어요.

원래대로라면 세하의 위상력 소설을 올려야될 제가 이렇게 다른 소설로 글을 올린 이유는 제가 다음주부터 현장체험학습같은

바쁜 일정을 보내야 되기 때문에 소설을 못올리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그동안 써놨던 세이브파일을 다써서...

그래도 그냥 공지만 하기엔 제가 그렇게 대단한 소설가도 아닌것 같아서 짧은 글과 함께 올려봤습니다.

다음에 올린 세하의 위상력 -9-편을 기대해주세요~~


다음화는 5월 26일에 올리겠습니다.


2024-10-24 22:27:1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