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슬비&세하] 뒤를 돌아보니, 네가 있었다. 下편

수민혜 2015-04-11 17

[단편][슬비&세하] 뒤를 돌아보니, 네가 있었다. 下편














네. 예고한대로, 하편을 들고 찾아 왔습니다.


그렇지만... 제목과는 조금 다른 내용으로, 소재와는 조금 맞지 않는 내용으로 가버려서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소재를 주신 분께서 대만족 이라는 타이틀을 선사해주셔서 다시 한번 기합 넣고 하편을 들고 오게 됬습니다.




...... 문제는, 이번 하편도 조금 불안불안한 마음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요...?


저... 전편과는 다르게 이번 화에선 삽화가 없으니 반응이 좋지 않으려나!?







... 으으, 두서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럼, 슬비와 세하의 남은 이야기를 마저 들어볼까요?


이 글의 이전편은, 이 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링크 ↓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2245








아, 덧붙여 말하자면... 이번 편은 스크롤 압박이 심할 것이라 생각되네요.


내용이 굉장히 길 것으로 예상되오니... 그 것만 주의하고 감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부분이 보이거나 오타 부분이 발견되면 수시로 수정을 거듭하오니... 글귀가 약간 바뀌어도 올바르게 바꿨구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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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 우와아악!? "


내 비명 소리에 화들짝 놀란 듯한 반응을 보이는 녀석이었다.


" 야, 이슬비! 왜 그래! "

" 꺄아아악!! 야! 그걸 지금 몰라서 묻는거야!? "


나는 양손으로 내 눈을 가리면서 그렇게 되물었다. 그렇게 손가락 틈새로 녀석의 행동을 지켜봤는데, 자신은 모르겠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니 너무 괘씸한 나머지 얼굴에 기댄 손을 떼어내고 녀석을 보면서 소리쳤다.


" 야! 이세하! 당장 이 방에서 나가!! "


... 아, 그런데... 이세하... 이 녀석, 몸매는 왜 이렇게 좋은거야?


대충 보기만 했는데도 보이는 군살 하나 없었고... 녀석 답지 않게 균형 잡혀있는 체형을 보니까, 할말을 잃음과 동시에...

머... 머... 멋지다...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버렸다.


... 아니, 잠깐? 이게 아니지!!


" 뭐? 야, 이슬비. 여긴 내 방... "


항의가 들려오는 녀석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 네 머리 위에 버스를 떨어트리기 전에 당장 나가!! "


나는 내 목소리가 그렇게까지 커질 수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악을 지르며 녀석한테 소리를 쳐버렸다.

순간, 그렇게 소리를 지를만한 상황도 아닌데 너무 심하게 소리를 질렀나 싶었던 나였다.


그런데 녀석이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녀석의 안색이 급격히 창백해지더니...


" 아... 알았어! 나가면 되잖아! "


라고 말하며 황급히 나가버리는 녀석이었다. 정말 바람처럼 사라졌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였다.


" ... 하아아...... "


눈 앞에서 그런 모습의 녀석이 나가자, 긴장이 풀린 사람처럼 긴 한숨을 쉬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안정을 되찾는 순간, 거짓말처럼 심장 뛰는 소리가 머리 속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놀랐던 나는 아무도 없는 방을 조심스레 둘러보았다.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 ...... "


그제서야, 나는 내가 뭘 하고 있는건지 심각히 고민하게 되었다.

... 그...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래... 어쩔 수 없었다구...


" 하... 하필... 그 녀석 버... 벗은 몸을... 보자마자 심장이 뛴걸 어떻게 해... "


나는 혹시라도 들릴까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랬더니, 다시 한번 세하 녀석의 몸이 떠올랐다.


아까도 말했지만, 정말 녀석 답지 않게 탄탄한 몸매를 갖고 있었고... 어째 샤워한 직후여서인지 피부를 보나 머릿결을 보나 너무 좋아보였다.


그러니까... 머리카락이 햇빛에 비춰져서 찰랑거리는 느낌...? 이라고 해야하나...?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 ... 그나저나... 녀석을... 어떻게 봐야하지...? "


그리고, 난 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렇게 악을 지르면서 자기의 방에서 내쫒아내버렸으니... 내가 녀석이었어도, 상당히 기분 나빴을 것 같았다.


이러려고 초대를 받은게 아니었는데... 이러려고... 녀석이랑 대화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한게... 아니었는데...


" 난... 녀석이 평소에 말했던대로 바보였던걸까... "


그런 생각이 들자, 조금 우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런 기분이 드는게 당연하다는 생각까지 들어버리니 순간 할말을 잃었다.


그도 그럴게...


난 힘들다고 해서 힘들다는 내색을 한번도 한 적이 없었다. 할 수가 없었다는 말이 가장 맞는 말이었지만... 어느 쪽이든 내 자신에 대한 감정을 최대한 숨기고 배척해왔다.


왜냐하면... 그런 감정을 보이는 순간부터 지는거라고. 이런 일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냐고. 네 복수심은 거기까지냐고.

넌... 그 정도밖에 안되는 아이였냐고...


그런 말들을 듣는 것이 무서웠기 때문에, 누구보다 노력하고... 누구보다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래서 수많은 노력 끝에 신입 요원으로 시작해서, 첫 임무의 수행. 이후로 이어지는 임무들의 결과를 만족시켜 수습 요원이 되었고... 다시 한번 수많은 임무를 거쳐서 정식 요원으로 자리를 잡았고... 또...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신서울을 지켰다.


모두와 함께... 내가 사는 곳... 우리가 사는 곳을 지켜냈다...


그런 내 곁에는... 제이 씨, 테인이, 유리... 그리고...


" ... 이세하... "


마지막으로, 녀석의 이름을 속삭이듯이 말한 순간... 녀석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 " 넌 너무 뒤를 안봐. 너무 앞으로만 가도 남아있는 것은 없는데도 말야. 그러니까... 난... 우리는, 네가 조금만 뒤를 돌아봤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고 싶었어. "


나를 걱정하는 그 목소리나 너무 다정해서...


- " 우리한테... 아니, 적어도 나한테 만이라도 그 짐을 덜어줬으면 좋겠다. "


... 내게 뻗어주는 녀석의 그 손길이, 너무나도 따뜻해서...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녀석... 아니, 세하에게... 내 안에 있는 솔직한 감정을 모두 드러내고 싶었다...


" ... 우윽... "


그 때, 갑작스럽게 울컥해진 마음에 울음 섞인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나는 그 것에 너무 놀란 나머지 양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순식간에 벅차오른 감정은 멈추질 않았고... 끝내 폭포수 흐르듯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 이후로 울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그 결심이 단 한순간에 모두 무너져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참아왔던 눈물이기에 몇번을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도 쉴새없이 나오는 눈물에 당황스러우면서도, 그런 눈물 때문에 화가 났다.


이렇게 쉴새없이 울고 있으니... 내가 이렇게까지 나약했나 싶은 마음이 앞서버려서... 내 자신이 너무나도 바보 같았다.


그렇지만, 이 눈물을 어떻게든 숨겨내야만 했다. 왜냐하면... 내가 이렇게 우는 모습을 세하가 보면 분명 오해할 거 같아...


" 야, 이슬비. 주스 가지고 왔... "


서... 라고 생각하려는 순간, 세하가 쟁반에 주스와 쿠키로 보이는 과자를 담아서 가져오고 있었다.


... 아... 망했다...


" 이슬비, 너 왜 울어? 어? "


세하가 쟁반을 책상 위에 두고서 내 상태를 살피기 위해 가까이 다가왔다.

그에 나는... 세하가 가까이서 내 얼굴을 보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세하가 다가올때면 필사적으로 조금씩의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역시나... 아무리 넓은 방이라도 벽이 있다고 알리고 싶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 등은 벽에 기대게 되었다.


그리고...


" 왜 그래, 이슬비... 무슨 일 있었어? "


그런 나의 양 어깨에 손을 기대면서 내 안색을 보며 묻는 녀석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서 속으로 많이 놀란 상태였다.


그리고... 이 녀석과 알고 지내면서, 이렇게까지 진지한 모습을 봤던 적이 있었나?

항상 티격태격 하면서 지내만 왔던 탓이었을까... 오늘따라, 세하가 너무 달라보였다.


오히려, 이전까지 내게 보여줬던 모습들이 겉모습에 불과했고... 속으론 이렇게 진지하고 따뜻한 녀석이구나... 라는걸 느낄 정도라면, 내가 이상한걸까?


" 혹시, 내가 뭔가 실수한게 있었던거야? "


세하의 말에 난 속으로 아니... 라고 외쳤다. 하지만, 이 입은 어떻게 된건지 독설을 내뱉을 때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내 자신에게 너무 답답했고, 아니라는 말을 하는게 이토록 어려운 일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 ... 내 눈을 보고 얘기좀 해봐. 괜찮은거야? "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마음에, 세하의 말을 듣지 않고 그 시선을 외면했다.


그리고... 괜찮아... 나 괜찮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역시나 이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대체 왜... 왜, 다른 말들은 잘 나올거면서 왜... 세하를 향한 말들은 왜... 나오지가 않는거야...?


... 왜...?


" ... 이슬비... "


그렇게 속으로 내 자신에게 한탄하고 있었을 때, 내 양쪽 어깨에 얹은 손을 떼어내고서 나를 부른 세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것 때문인지, 나는 저절로 세하의 눈을 마주볼 수 있게 되었다.


그제서야... 이토록... 눈을 마주치기 쉬운데도... 어째서 방금 전까지의 눈빛을 볼 수 없었던걸까...?


" 미안해... "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수조차 없을만큼, 놀라운 한마디를 들어버린 나였다. 너무 놀란 나머지, 울고 있는 와중에도 눈이 크게 떠지는 느낌이 들었고...


" 처음 만났을 때부터 티격태격 한 것도 그렇고, 이후에도 티격태격 했던 것도 그렇고... 그 이후엔... 널 피해다녀서 미안해. "


첫마디를 듣는 순간, 흐르던 눈물이 멈추고... 놀란 마음과 함께 세하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 항상 너랑 싸울 때마다 마음이 항상 편한건 아니었어. 처음엔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아냐고 화를 내느라 생각도 하지 않았었지만... 나중에 너랑 같이 행동하고, 서로 어떻게든 알아가면서 부터는 생각이 달라지게 되더라. "


내게 시선을 두면서도, 먼저 말을 꺼낸 것이 조금 쑥스러웠는지 머리를 긁적이는 세하의 모습이 보였다.


" 그래서 너랑 많이 대화를 해보고... 너에 대해서 더 알고 싶었어. 하지만 어떻게 된건지, 싸우려고 일부러 그렇게 대화를 한게 아니었는데... 마음과는 다르게 항상 너와 싸우는 내 모습이 보이더라. "


그 얘기에... 난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에...


" 생각 없이 던진 내 말에 네가 기분 나쁘고, 상처 받을 때마다 정말 미안했는데... 그런 말을 했을 때마다, 사과하고 싶었어. 하지만... 사과를 하려는 것도 굉장히 어렵더라. 또 얘기를 꺼내면... 싸울 때처럼 또 싸우고 상처만 줄 것 같아서...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널 피해다니게 되더라. 그러면 안되는걸 아는데도, 그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야. "


세하의 진심이... 그대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 말에, 난 다시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게 최선이 아니었다고, 내게 와서 해줬더라면... 용서해줬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쩌면, 정말 세하의 말대로 됬었다면... 그거야말로 서로간에 더 큰 상처로 돌아오지 않았을까...?


세하는...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나를 피한 것이었다.


...... 내 잘못이었다. 세하가 나를 피하게 만든건... 내 탓이었다.


" 그러던 중에, 오늘 네가 이렇게 손님으로 왔을 때 정말 놀라기도 했고... 그러면서 너와 어떻게든 화해를 해야겠다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 점심 직전에 몇시간 동안 대화 한번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어. 어떻게 얘기를 시작해야할까... 무슨 얘기를 해야할까... 하면서 말야. "


세하는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고개를 숙여버렸다. 어쩌면, 자신의 마음을 이제서 전했다는 것에 대한 긴장감이 풀린 것은 아닐까... 라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들의 공통점을 알고선, 두가지 이유 때문에 놀랐다.


하나는... 나와의 대화로 인한 마찰로 인해 세하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나 역시 그런 세하의 마음과 마찬가지 였다는 것... 때문이었다.


나와 다르지 않은... 세하의 같은 마음 때문에...


" ...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들어줬으면 하는 말이 있어. "


그런 긴 대화 끝에, 세하가 고개를 들고서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 그 동안... 미안했어. 그리고 지금도... 미안... "


그렇지만, 난 세하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세하의 몸을 향해 기대면서... 끌어안았다.


" 어...? "


자신의 말이 끊긴 것과 동시에, 무슨 상황에 있는지 알지 못했던 탓일까... 순간적으로 당황한 마음이 보이는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을 느꼈다.


" 너가... 왜 미안해하는데... 내가... 내가 미안해 해야하는데... 왜 네 멋대로 먼저 사과하고... 그러는건데...! "


아까 전에 그쳤던 눈물이, 다시 고이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이 때를 위해서 잠깐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다시 한번 멈추지 않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 넌 진짜 바보중에 바보야! 네가 어느 순간부터 나를 피한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얼마나 노심초사 했는지 알기나 해!? 너한테 사과하고 싶었을 때마다 네가 날 피해다녔을 때, 네가 날 싫어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알기나 하냐구! 네가 이렇게 바보일 줄 알았으면 사과하려고 마음 먹는게 아니었어...! "


그런 눈물 섞인 목소리를 보이고 싶지 않아서 있는 힘껏 소리치면서 세하를 바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는 것을 세하에게 말했다.


나도... 너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면서, 너한테 상처가 될 말을 거침 없이 말했다는 것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으니까...


" 이... 나쁜 자식아...! 정말... 바보 세하... 바보... 흑... 흐아아아앙... "


결국... 다시 한번 눈물이 터져버렸다.


이제는 이 눈물과 슬픔을 막을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세하에게 다가간 그 순간부터... 그 동안 참고 있었던 마음이 전부 터져나온 모양이었다.


나는... 지금 보이지 못할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애써 그 것을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 순간 만큼은... 세하에게... 솔직해지고 싶었다...


세하가 말한 것처럼... 조금이라도... 이 짐을 덜어내고 싶었다.


... 세하에게 만큼은... 이 모습을... 보여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 ...... "


그런 나를 조심스러운 손길로 안아주는 세하... 그리고... 세하는 한동안 말 없이 내 등을 토닥거리며 내 슬픔을 달래주었다.


그게 신호가 되서... 지금까지 이렇게 울어봤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원 없이 울기만 했다.







.





.





.





" 난... 아직도 부모님이 돌아가셨던 그 때를 잊을 수가 없었어... "


세하의 곁에서 그렇게 울고 난 이후에, 조금 시간이 지나서 침대에 나란히 앉고는... 내가 남한테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세하에게 꺼내기 시작했다.


" 내 눈 앞에서 차원종한테 돌아가시고서... 나도 죽을 것 같았던 그 때에, 이 위상력이 눈을 떴고... 그래서 부모님을 돌아가시게 했던 차원종을 부숴버렸어... 그 위상력으로... "


손이 떨려왔다. 떨고 싶지 않았는데... 그 때만 생각하면... 무서웠다.


" 난... 이 위상력이 정말 싫었어... 이게 조금이라도 빨리 나타났더라면... 부모님이 그렇게 나를 두고 돌아가시진 않았을 거라고... 자책했었으니까... 나는 살았지만... 살아도 살아있는게 아니었어... 정말... 죽고 싶었어. "


그런 내 말이 끝난 순간에... 차갑기만 했던 내 손에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


... 세하의 손길이었다. 그러면서, 세하는... 말 없이 손을 잡아주면서 내게 계속 얘기해달라는 신호를 주었다.


" ... 그 때 나도 부모님이랑 같이 차원종에게 죽었더라면... 차라리 같이 그 자리에서 죽었더라면... 그렇게 어린 나이에 매일 같이 악몽에 시달리면서 애써 울지 않으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을 거라면서... 말야... "


그 세하의 손길이 너무 따뜻해서... 다시 한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게 느껴졌다. 그 때문에... 방금 전까지 그렇게 울었으면서... 또 울어버릴 힘이 남아있나... 싶을 정도로, 바보 같다고 느꼈다.


" 하지만... 결국은 이렇게 살아남았고... 그 때 각성한 위상력을 얼마나 연마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연습에 집중했고, 계속해서 내 자신을 단련해왔어. 이런 나를 받아준 유니온에 대한 보답도 있었고... 그 때처럼, 누군가를 차원종 때문에 잃고 싶지 않아서였어. "


난 고개를 들어서 세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나는 항상 네 편이라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따뜻한 눈빛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 그래서... 네가 보여주는 그 어리숙한 모습들을 보면서 항상 지적하고... 티격태격 싸우기도 했고... "


나는 갑자기 얘기하다가 말고,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세하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적하는 것으로 싸운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정말... 어쩌다가 그렇게 싸우게 된건지 모를 정도로, 나와 세하는 만날 때마다 싸우곤 했었다. 정말 사소한 부분으로 싸우는 거였지만, 시간이 지나선 그 사소한 것 하나로 서로 마음에 상처를 받을만큼 싸울만큼... 팀원들이 말리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싸웠었다.


그 때는 정말 감정이 격해졌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까지 싸워야 했을까, 하면서 둘 다 어린애 같다는 생각까지 들어버렸다.


아마... 세하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한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된 것도... 눈 앞의 세하가 눈빛만큼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고민하게 되었다.


" ...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할게. "


내 이야기는 그렇게 끝냈다. 좋은 이야기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내가 더 이상 떠올리는 것이 무서웠다.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고...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지금도 악몽으로 나와서 그 때의 나를 조롱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였다.


" 어...? "


세하가 나를 내 바깥쪽 어깨를 잡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내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나는 이전처럼 무슨 짓이냐며 소리를 칠 뻔했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부끄럽기도 했고, 평소 같았으면 티격태격 했던 사이라 원래 그랬던 것처럼 싸웠을 수도 있었지만...


오늘 하루는... 세하와 있을 때부터 나타난... 아니, 그 이전부터 나타났지만 애써 부정하기만 했던 이 두근거림이... 나쁘지 않아서... 그래서 세하의 그런 행동에...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느끼고 싶었다.


" ... 미안해. 그런 줄도 모르고, 아무 것도 모르면서 티격태격 싸우게 했던거... 사과할게. "


그 때, 세하의 진심어린 사과가 들려왔다.


갑작스럽게 통보하는 긴급정보인 것처럼, 뜬금없이 다가온 그 사과가... 어째서인지 그 두근거림을 크게 만들었다.

왜...? 라는 생각보단... 그런 세하에게 고마운 감정이 더 앞섰다.


" ... 그리고... "

" 응...? "


무언가 말하고 싶은게 있다는 듯,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세하였다.

내가 그런 세하를 말 없이 바라보고만 있던 순간...


" ... 너무 앞으로만 가지 말고... 가끔씩 이라도 좋으니... 뒤를 돌아봐줘. 네 뒤에는 항상... 내가 있을거니까 말야. "


세하는... 나를 향해서 그렇게 말해주었다.


네 뒤에는 내가 있다... 라는 그 말은...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번도 듣지 못했던... 믿음을 주는 말이었다.

그 말에 무언가 대답이라도 할까 했지만... 그 말 한마디로도... 세하의 마음을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난... 그런 세하가... 좋았다.


그래서, 내 손을 잡은... 세하의 그 손을 꼭 잡았다.


" ...... 좋아해. "

" ... 응? "


그리고, 나는 세하에게 들릴 정도로... 그렇게 말했다.


...... 어? 어... 어!? 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거야!?

나... 지금 세하한테... 좋아한다고 말한거야...!?


' 미쳤어, 미쳤어!! '


마... 마음 속으로만 좋아하겠다고만 했는데... 어째서 이 말이 입에서 갑작스럽게 나와버린거냐구!


...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기댄 어깨에서 고개를 들어... 세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슬비야...? "


세하는 내가 무슨 말을 한거냐고 묻는 사람의 모습처럼... 나를 바라보았다. 그 때문에 나... 나도 알고 싶어...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 조... 좋아해... 이세하... "


... 내 입은 그런 내 생각과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내 머리 속에선 이미 적신호가 울리고 있었다.

그 것도 정말로 위험한... 데미플레인에서 아스타로트가 침공했을 때보다 더 심각한 적신호였다.


하지만 그 것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세하가 내 말을 믿지 않았는지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 것에, 순간 오기가 생긴 나는 다시 한번 세하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 좋... 좋아한다구...! 이세하! "


... 그렇게 말했건만... 역시나 세하는 반응이 없었다. 설마... 너무 놀라서 대답할 기회를 놓친건 아니겠지...?

좋든... 싫든... 어느 쪽이든 대답해주길 원했다.


그런데... 어느 쪽이든 그 답이 들려오질 않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던 나는...


" 흡...!? "

" 흡... "


...... 어... 잠... 잠깐만...


그... 그러니까... 지금 이 것도... 내가 한 행동이 맞는거지...? 아, 그랬지... 내가 한게 맞지.

그래, 생각해보자. 이건... 그래. 이건 입맞춤이야.

드라마에서 보면... 남자와 여자가 서로 입을 맞춰서 사랑의 표시를 하는 그런 행......


......!?


" 읍... 웁... 푸핫!! "


내가 그런 낯뜨거운 행동으로 얼음처럼 얼어버렸을 때... 그걸 필사적으로 떨쳐낸 쪽은 세하였다.


" 이... 이슬비...! 이게 무슨 짓이야! "


그리고 갑작스런 내 행동에 세하가 놀랐는지... 조금 화가 난 표정을 짓고서 내 양쪽 어깨에 손을 기댔다.

티격태격 하다가 감정 싸움으로 번졌던 때보다 화를 내는 그 표정을 보자, 나는 순간적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화를 내는 세하의 표정을 봤던 적이 있었나...? 아무리 떠올려도 떠오르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 네... 네가 믿어주지 않으니까...! 믿어주길 바래서... 그래서... "


그런 세하가 갑자기 무서워져서... 그렇게 말을 하면서 말을 끝내지 못한채로 다시 눈물이 흘렀다.


이대로, 세하가 화를 내면 어떻게 하나... 라는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화를 낸다면 수긍해야 옳았다.

내가... 방금 그 행동으로 세하를 곤란하게 했던건... 사실이니까.


" ... 이 바보야. 나한테도 대답할 시간은 줘야할거 아냐. 아무리 대답이 없어도 그렇지... 그... 얼마나 성급했으면... 입맞춤을... 해버리냐? "


그런데 내 머리속에서 울리는 말은 화가 나있는 사람의 그 것과는 다른 것이었고... 그 때문에 지금에서야 세하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 있는 것이 보였다.


" 이슬비... 그런데 너 진짜 성격 급한거 알아? "

" 무... 뭐? "


난 지금 내가 듣는 말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한마디가 내 귓가에 멤돌았다.


... 하.


" 이세하... 너 지금... "


그 것 때문에 조금 화가 났던 나는, 세하한테 뭐라고 따지려고 화가 섞인 목소리로 얘기하려고 했을 때...


" 흡...!? "


...... 어...


" ... "


세하가 내 말을 막고선 그대로 입맞춤을 해버렸다.


잠... 잠깐? 이거... 진짜야...? 세하가... 세하가 나한테 입맞춤 이라니...

이거... 진짜 맞아...? 라고 생각한 순간에 세하가 입을 떼어냈다.


" 하... "


입을 뗀 순간에 나도 모르게 쉬어버린 아쉬움의 탄성...


방금 전에 내가 했을 땐 몰랐는데, 세하가 입맞춤을 하니까 갑자기 아쉬운 마음이 몰려왔다.


세하가 내 입맞춤을 떼어냈을 땐 아쉬움 보다는... 서운함이 앞섰는데... 사람 마음이란게 이렇게 쉽게 변하는건가 싶을 정도로, 지금은 서운함이 하나도 없는 대신 아쉬움만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 대체 왜 그런 감정이 들었어야 했는지... 정말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오히려...


" 그... 그런 말은 남자가 먼저 해야하는거야. 이 것도 그렇고... 늦긴 했지만... 이걸로 좀 봐주라. "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싶을 정도의 말들을 듣게 되버리는 현상이 나타나버렸다.


그 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흐르던 눈물이 다시 멈춰있었다. 세하에게서 느껴진 무서움도 이제는 두근거림이 되서 아까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감정이 나타나고 있었고... 나는...


" 수... 순서가 무슨 상관이야...! 좋아한다고 말하는 데에... 순서가 필요해...!? "


그렇게 말하면서 동시에... 다시 한번 세하에게... 이... 입맞춤을... 했다.


' 드라마에서 보면 여자가 먼저 좋다고 고백하거든!? '


이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기적처럼 그 말을 입으로 꺼내는 일은 없었다. 이... 입맞춤 하는데 어떻게 말을 하냐구...

그 것에 안도하며 세하의 입술을 다시 한번 가져왔다.


역시나 놀라긴 마찬가지 였던 세하였지만... 그런 내 입맞춤을 이제는 거부하지 않고 같이 고개를 움직이면서 나와의 입맞춤에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입맞춤은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첫번째에선 세하가 거부 반응을 보여서 섭섭함만 남아있었고, 두번째에선 세하가 나와의 입맞춤을 적당히 해놓고 떼어내서 아쉬움만 남았다면... 지금 하는 이 입맞춤은... 나와 세하가 서로 원해서, 서로 떨어지기 싫어 더 서로를 깊이 파고드는 느낌이 들어와서... 양쪽의 기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은채 서로 뜨거워지기만 하는... 무언가 한번에 계속해서 터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와 세하는 어느새인가 서로의 목을 감싸며 더 깊은 입맞춤을 담고 있었다.

아까전엔 생각지도 않았던 혀의 움직임을... 지금의 분위기에 심취한 나머지 혀마저도 써버린 나였다. 본능에서 나온 행동인지, 내가 원해서 나타난 행동인지는 나도 몰랐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내가 혀를 먼저 움직인게 신호가 됬는지, 세하가 나보다 더 격하게 혀를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이건... 그래. 혀와 혀가 서로 얽혀서 격렬한 춤을 추는 느낌... 파트너와 합을 이루는 환상적인 춤을 추는 기분이었다.


그 때문에 눈 앞의 세하와의 입맞춤으로 집중하는 것도 부족할 상황이었다. 그저, 이 느낌이 너무나도 좋았다.

지금껏 살면서 이런 감정은 단 한번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 감정은... 죽어서도 절대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정말 좋았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이 순간이 영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 ... 이야, 이거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인데? "


어디에선가, 낯선 목소리 이면서 익숙할 수밖에 없었던 목소리가 우리가 있던 방을 울렸다.

그리고...


" 흡...!? 푸핫! "


나는 그 것에 너무 놀란 나머지 세하와의 입맞춤을 억지로 떼어낸 다음... 그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물론... 뒤에 있던 세하 역시 나와 같은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 어... 엄마...! "

" 아... 알파 퀸님...!? "


그 곳엔... 한손엔 맥주를, 한손엔 팝콘... 을 한손 쥐어잡아서 먹으려는 것 같았고... 세하의 방으로 오는 넓은 길목 쪽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서... 선글라스로 보이는 세련된 안경을 쓰셨는데, 마치 영화 한편을 감상하는 사람의 분위기처럼... 우리 둘의 입맞춤 하는 모습을... 새... 생방송으로...


보고... 계셨...


" ...... 꺄아아아아아악!!!!!! "


나는 다음 생각을 하지도 못한채, 아까 전에 세하 녀석의 상반신을 봤을 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방 안의 구석에 숨어서 비명만 지르게 되버렸다. 양손을 가린채 비명만 지르고 있어서... 그 이후의 자세한 상황은 어떤지는 모른다.


다만... 그 때 내가 들었던... 알파 퀸님의 한마디는...


" 아하~♡ 좋은 청춘이야~♪ "


... 나를 더 쥐구멍으로 숨고 싶게 만든... 절망스런 한마디였다.









" 어른 없다고, 갓 성인이 된 두 남녀가 벌써부터 그렇게 사랑을 불태워도 되는거냐? "


어느샌가, 분위기가 전환된 알파 퀸님은... 식탁 한편으로 우리를 앉혀놓은 다음에 설교부터 하셨다.


그... 그도 그럴 것이... 그런 말도 안되는 분위기를 보여버렸는데, 설교하지 않는게 이상한거였다...

신서울 복구 작업 이후에 1년하고도 몇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으니... 우린 이제 알파 퀸님의 말대로 성인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알파 퀸님은 내게 이렇게 물어보셨다.


" 분명, 난 슬비 양을 세하의 리더로써 초대한 것이라는거... 알고 있었지? "


올 것이 왔다고 느낀 나는...


" ...... 네. "


어떠한 말도 붙이지 않고, 그렇게 대답했다.


" 엄마, 슬비는... "


내가 묵묵히 대답만 했을 때, 세하가 나서서 말리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 아들? 이건 여자끼리 해결해야할 문제거든? "

" 윽... "


알파 퀸님의 그 한마디에, 세하는 꼼짝하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아무리 평소의 세하라고 해도, 자신의 어머니 앞에선 꼼짝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알파 퀸님은, 다시 나를 보시며 얘기하셨다.


"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할 줄 알았는데, 이런 리더를 세하가 뒤따랐다니... 솔직히 말해서, 슬비 양에게 조금 실망했어. "

" ...... "


아... 나는 알파 퀸님의 그 말씀을 듣고, 내가 지금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되었다.

분명... 나는 알파 퀸님의 손님으로써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 통상적으로는, 알파 퀸님... 그러니까, 세하의 어머님한테 먼저 용무를 본 이후에 다른 행동을 해야 옳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세하와 알파 퀸님에게 그런 추태를 부렸으니...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 ...... 죄송합니다. "


나는 고개를 숙여, 그렇게 답했다.


지금 내 상황에서 무슨 변명이 필요할까? 지금 나에겐... 어떠한 자격도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떠한 벌이라도 달게 받겠다는 마음으로... 알파 퀸님의 다음 말씀을 기다렸다.


"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모습이 난 더 마음에 드는 것 같아. 내가 세하 녀석한테 들어온 슬비 양의 모든 모습들이 단 한순간에 모두 씻어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거든. "

" ... 네...? "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알파 퀸님의 표정이... 아까와는 사뭇 달라지셨다.

아까부터 무표정한 모습으로 화가 나있는 사람처럼 보였다면... 지금은 입가에 미소를 떨어트리지 않으시는... 그런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굉장히 긴장했다.

항상 드라마에서 보면... 웃음으로 일관된 사람이 가장 무섭...


...... 생각을 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 하도 얼음처럼 차갑고, 까칠하기만 해서 대화를 걸기도 어렵고, 자기 게임하는거에 관대하지 못하고 화를 낸다며 세하 녀석을 압박하는 리더라고 귀가 따갑게 들었었는데.. 이제 보니까 순 소녀심만 가득찬 귀여운 아가씨 였으니까 말야. "

" 어... 네...!? "


입가에 미소를 지으시면서 나에 대한 이미지를 말씀하신 알파 퀸님...

그 분위기가, 지금까지 알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찾은... 무언가 흥미로운 것을 찾은 사람의 분위기를 띄고 계셨다.

그리고 그 대상이... 나라는 것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 아들, 네가 말한 슬비 양이랑 내가 생각하는 슬비 양이랑 전혀 다른 모습이잖아? 이거 어떻게 설명할래? "

" ...... "


그리고 얘기의 화제가 나에서 세하 쪽으로 돌아섰다. 알파 퀸님의 얘기에, 세하는 아무런 말도 못한채 난처한 표정만을 짓고 있었고... 그 사이에 있는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에 빠져있었다.


" 사내 자식이 솔직하지 못해가지곤... 집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려고 이 아가씨를 그렇게 꼭꼭 숨겼냐? "

" 헉... 어... 엄마!! "

" 아... 알파 퀸님!! "


알파 퀸님의 그 말씀에, 나와 세하는 동시에 알파 퀸님에게 외쳤다.


그리고... 엄청 낯뜨거운 그 말씀에 나와 세하는 얼굴이 빨개져있었다. 이... 일부러 그런 모습을 보인게 아니었는데... 싶은 마음이지만...


" 뭐- 자기들 둘이서 서로 좋아하고 있는데도, 서로 그걸 모르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울화통이 터져서 말야. 사실 그게 너무 답답해서, 둘이서 뭔가 터트려주길 내심 엄청 바라고 있었는데... "


그러거나 말거나... 알파 퀸님의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숨이 한순간 막힐 정도로 놀랐다.

바... 바라고 있었다니...? 설마...


" 정말 이렇게 제대로 터트려버릴 줄은, 진짜 상상도 못했어. 어떻게 문도 안닫고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건지, 와... 정말, 내가 말리지 않았으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구? "


...... 아... 이건... 악몽일거야... 악몽...


" 아악!! 엄마!! "

" 아... 아... 알파 퀸님!! "

악몽이 아니고선 알파 퀸님께서 저렇게 나와 세하를 괴롭히실 리가 없다구! 아아악!!


그렇게 나나 세하나 같이 비명을 지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때였다.


" 그래서 말인데, 둘이 정말 진지하게 사귈 생각 없어? "


알파 퀸님의 그 한마디에... 나는 비명을 지르던 속마음이 언제 왔었냐는 듯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마... 내 옆에 있는 세하도 마찬가지 였을거라... 생각했다.


" 안 그래도 세하 녀석 게임만 하는 모습이 싫었는데도 말리지는 못했었는데, 둘이 사귀게 되면 세하 녀석도 게임을 지금보다 덜하면서 슬비 양한테 포커싱 할 것 같아서 그래. 무엇보다, 슬비 양도 그렇게 꼭꼭 숨겨왔었던 마음이 이렇게 드러났는데... 더 이상 숨길게 뭐가 있겠어? "


... 그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 그러니까... 알파 퀸님의 말씀은... 세... 세하랑...


" 교... 교제 말씀이세요...? "


나는 설마 싶어서 물었다. 그런 내 질문에... 뭐가 문제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 응! 맞아. 왜, 뭐 문제라도 있는거야? 슬비 양? "


내가 이해하고 있는게 맞다는 듯한 느낌으로, 그렇게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우리의 대답을 기다리겠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는 알파 퀸님이셨다.


그 때문에... 나와 세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세하를 마주보는 순간... 아까처럼의 두근거림이 다시 한번 느껴졌다.

세하를 향한 온전한 마음이... 지금까지 감춰두었던 세하에 대한 마음이... 기분 좋은 두근거림으로 다가왔다.


" ... 전... 좋아요. 하지만, 이 대답은 슬비의 마음이 가장 중요해요. "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나를 보며 세하는 그렇게 말했다.


" 제 대답은... 슬비에게 맡길래요. 그렇게 하고 싶어요. "


뒤이어... 오직 내게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그런 대답을 보였지만, 세하는 나에게 긍정의 마음을 보여주었다.

그 진심어린 마음이 보였기 때문일까, 그 두근거림이 방금 전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나는, 그런 세하의 손을 잡고서... 이렇게 답했다.


" 저도... 좋아요. 알파 퀸님... 그러니... 세하와 교제할 수 있게 해주세요. "

그리고, 알파 퀸님에게 그렇게 말씀드렸다.


알파 퀸님은 그런 내 답에... 미소를 지으며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주셨다.


나는 그 것을 신호삼아, 세하에게 안기면서 끌어안았다.

그런 나를... 세하도 조심스럽게 끌어 안아주었다.








.





.





.







" 세하야. "


화려하게 만개한 벚꽃길을 걸으며, 나는 세하를 불렀다.


" 어, 슬비야. "


내 부름에 세하는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보는 세하의 눈을 마주보며, 이렇게 말했다.


" ... 고마워. 그 날, 나한테 뒤를 돌아보라고 해줘서... "


그리고... 나는 이 말을 해야할까 조금 고민하면서, 다음 말을 이었다.


" 그래서... 너를 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


나는 조금씩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세하에게 그렇게 전했다. 어쩌면, 내가 전한 말을 듣지 못했겠구나... 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내 손을 말 없이 잡으면서 세하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 ... 그 때는, 내가 항상 네 뒤에 있겠다고 했었지. "

" 응...? "


세하는 그렇게 말하면서, 갑자기 손을 끌어당겨 나와 바짝 붙게끔 만들었다.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나는 그저 세하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 그 때의 말을 바꿀게. "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곧바로 얘기를 이어갔다.


" 내... 내가 항상... 네 옆에 있을게. "


뒤이어 들려오는 세하의 그 말에, 난 다시 한번 그 때처럼 심장이 두근거렸다.


" 너와 함께 있으면서, 함께 뒤를 돌아보고, 함께 앞을 보며 나아갈게. 그러니... 네 옆에 있을 수 있게 해줘. "


그리고, 그 두근거림은 더 크게 다가왔다. 그 때의 두근거림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듯... 세하는 그렇게 말해주었다.

나는... 그 두근거림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 ... 바보... "

" 어...? "


나의 그 대답에, 세하는 당황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이 무언가 말을 잘못했나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 내 옆엔 언제나... 네가 있었어. 하지만... 다시 한번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


그렇게 답하는 것과 동시에, 나는 세하의 목을 끌어안고서... 그대로 세하의 입술을 가져왔다.


짧은 입맞춤에, 세하는 말도 못한채로 놀라며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 ... 사랑해. 이세하. "


그 때 말하지 못했던... 세하에 대한 내 마음을 그대로 전했다. 그 얘기를 마치고, 곧바로 세하를 끌어안았다.

내 말에 굉장히 놀란 세하의 반응이 느껴졌지만... 곧 세하도 나를 조심스럽게 안아주었다.


" 나도 사랑해. 이슬비. "


세하의 그 얘기를 끝으로, 우리는 서로 끌어안기만 했다.





그리고... 그 날을 비롯한 오늘 날의 기억은... 이후로도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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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네. 이렇게 해서, 뒤를 돌아보니, 네가 있었다. 편이 끝났습니다.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서인지 최대한 살려보려한 노력이 조금은 들어가지 않았나 싶은 글이 나왔네요.


소재를 주신 분에게 감사하면서... 동시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전할게요.




이전부터 썼던 글들의 시점이 거의 다 남성 쪽으로 쓰다보니... 여성 시점으로 쓰는게 그렇게 어려웠습니다.


여자의 성향과 마음을 잘 모르는 저로썬... 이렇게 쓰는게 맞는지 갈피가 잡히지 않아 여러번 고생했었지요... ☞☜


게다가 글의 끝부분을 쓸때, 한시간 넘게 머리를 쥐어잡고 고민하면서 지우고 쓰고를 반복했던 것 같네요.


어떤 마무리를 해야할까, 고심하면서 썼던 이번 마무리 였습니다. 최대한 이상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썼으니까요.


... 이상하게 보인다면 죄송합니다... 수련이 부족한 탓이에요... lllllllllOTL




어떻게 되었든... 여기까지 봐주셔서 정말 수고 많으셨고... 독자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음 단편에서 뵙도록 할게요!







아참, 추가적으로...


기획해놓았던 단편들을 모두 마치고나면 다시 장편글로 찾아오게 될텐데요.


아, 실망하지는 않으셔도 될거에요. 아직 써야할 단편글들이 산만큼 쌓여있으니까요...

(앓느니 죽지... 망할...)


장편 글 시작할겁니다! 라고 홍보를 하지만 막상 올리는건 단편 말고는 없네요 ㅎㅎㅎㅎㅎㅎ


단편, 장편 모두 머리를 쥐어잡고 기획중이오니, 천천히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슬비와 세하의 이야기를 지켜봐주신 여러분에게, 다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 그럼, 다른 글에서 뵐게요! : )






2024-10-24 22:25:2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