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슬비) 평범한 일상 이야기 (2)

건삼군 2018-10-06 2

속으로 아내를 칭찬하며 콧대를 높인 나는 멀리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슬비를 보고 순간 할말을 잃었다.

 

“이세하, 세리한테 아침밥은 제대로 먹였지?”

 

“.....”

 

때때로 사람은 무언가 대단하거나 놀라운것을 보았을때 사고가 구닥다리 그래픽 카드를 장착한 컴퓨터 마냥 느려질때가 있다. 예를 들자면 현재 슬비의 수영복 차림을 보고 논리회로가 정지당한 내 뇌 같은 경우가 바로 그럴 때이다.

 

“야 이세하! 너 사람이 말좀 하면 좀 들어! 왜 계속 무시하는거야!”

 

“어? 어... 미안. 잠시 감상좀 하느라...”

“감상? 무슨 감상?”

 

네 수영복 차림... 이라고는 부끄러워서 말 못하지. 역시 난 아무래도 딸바보에 애처가 인가 보다. 결혼한지 5년이나 됐으면서 아내의 수영복차림 한번 보고 이렇게 로직이 잠시 다운되다니.

 

“유리이모, 감상이 뭐야?”

 

“감상? 에 그러니까... 음... 보고 느낀다는 뜻이지 않을까?”

 

세리의 질문에 자신도 잘 모른다는 말투로 대답하는 서유리. 야, 너 한국인이잖아. 감상이라는 말뜻을 설명하지 못하다니, 너 정말 20대 맞냐?

 

“틀렸어 서유리. 감상이란 단어의 뜻은 예술작품을 이해하며 즐기고 평가한다는 거나 마음속에 느끼어 일어나는 생각을 말하는거야.”

 

아니, 저기 내 사랑스러운 아내씨. 그렇기 세세하게 백과사전처럼 설명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지요?

 

“으... 잘 모르겠어~!”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가 이내 해맑게 웃으며 큰소리로 말하는 세리. 하긴,  감상이라는 단어는 아직 세리에게 잘 이해하기 힘든 단어겠지. 저기 계신 뇌가 깨끗한 20대 여자 분은 충분히 이해하셔야 겠지만 말이야.

 

“일단 놀래!”

 

어느새 감상이라는 단어에 대한 흥미를 잃었는지 웃으며 튜브를 들고 풀장에 다시한번 뛰어드는 세리. 저렇게 즐거워 하는걸 보니 데리고 오기를 잘한것 같다.

 

“그런데 여자들 끼리 동창회라니?”

 

“말 그대로야.”

 

말 그대로 라니? 말로만 들어봐서는 내가 아는 동갑내기 여자들이 모두 모인듯한 기분인데.

 

“정미랑 하나, 티나씨, 하피씨 레비아, 캐롤리엘 언니, 그리고 유정언니. 이렇게 모이기로 했어.”

 

그렇군.

 

“야 잠만, 동창회라며? 그런데 왜 우리 학교 출신이 2명밖에 없는건데?”

 

“그게... 다들 바빠서 못오게 됐거든...”

 

아... 그렇구나. 그런거면 그냥 여자들끼리 놀러왔다고 말하지 그러십니까. 뭐하러 동창회라고 말하는 건지...

 

그렇게 마음속 한 구석에서 태클을 걸어보자 이번에는 서유리가 해맑은... 이라기 보다는 바보같이 (머리가) 순수한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에이, 뭐 어때~ 결과적 으로는 학교출신인 나랑 슬비만 모이게 되었으니까 동창회 맞잖아~ 일단 그냥 수영이나 하며 놀자구~ ”

 

하긴, 애초에 수영장에 놀러와서 감상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거나 학교친구는 단 2명 밖에 없는 동창회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도 참 바보같은 짓이다. 수영장에 왔으면 수영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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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수영장에 왔으니까 수영을 해야 하는데...

 

“헤헷! 이모가 훨씬 빠르다고!”

 

“이잇! 아니야! 내가 더 빨라~!”

“호호홋! 아직 이 이모에게 이길려면 적어도 10년은 이르다고!”

 

...저 풀장에서 날뛰는 머리속이 깨끗한 몸만 어른인 녀석과 귀여운 딸을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온다.

 

물론 저 둘이 풀장에서 서로 수영으로 레이싱 대결을 하고 있는것이 문제는 아니다. 문제라면...

 

“환상적인 수영 드리프트를 보여주지! 유리 스페셜~!”

 

...저 둘이 위상력으로 수영 대결을 하고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점 이겠지. 점점 우리를 보고 수근대는 사람들이 느는것 같은데...

 

“둘 다 그만해. 그리고 세리야. 엄마가 함부로 위상력을 사용하면 안된다고 말했지?”

 

결국 보다못한 슬비가 둘을 염동력으로 물속에서 끌어와 일단 소동은 일단락이 되었다.

 

“에~? 그치만 엄마~그냥 수영하면은 유리이모를 이길수 없단 말이야~”

 

“이세리. 이럴때는 뭐라고 말하야 하지?”

 

“죄송해요...”

 

슬비가 엄격한 표정으로 말하자 이내 의기소침한 포정으로 대답하는 세리. 아무리 그래도 애한테 너무하는거 아니니?

 

“그쯤해둬. 세리가 아주 큰 잘못을 한것도 아니잖아?”

 

“이세하, 너무 오냐오냐 하면 애가 삐뚤어 질지도 모른다고.”

 

“너무 깐깐해도 애가 삐뚤어질수 있잖아.”

 

“...듣고보니 그러네.”

 

결국 엄격한 표정을 푼 슬비는 세리를 놔주었다.

 

“아빠~ 엄마 무서워...”

 

“괜찮아 괜찮아.”

 

나도 많이 격어봤거든... 저 정도는 무섭다는 축에 끼지도 못 해. 슬비가 진짜로 화나면 우리 엄마도 어떻게 못 하거든...

 

결국 그렇게 소동이 일단락 되자 더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기 전에 우리는 수영장을 빠져 나왔다.

 

“그럼 슬비야~ 난 이만 집에 돌아갈게!”

 

“그래 유리야. 내일 보자.”

 

그렇게 수영장을 나와 유리와 헤어진 우리는 가족끼리 나란히 길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벌써 점심이네. 어디서 먹을레 세리야?”

 

“피짜! 피짜가 먹고싶어!”

 

“...세하야, 너 아침에 세리랑 뭐 먹었어?”

 

“어.. 그냥 간단하게 토스트랑 에그 셀러드를 먹었는데?”

 

“...그럼 피자는 안 돼. 아침에 그런 걸 먹었으면 점심은 건강한걸 먹어야지.”

 

“시러시러~ 피짜! 피짜 먹을거야~!”

 

피자는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떼를 쓰기 시작하는 세리. 참고로 세리의 고집은 아마 이 세상에서 최강일 것이다. 세리의 고집 앞에서는 알파퀸인 엄마도 무릎을 꿇을 것이며 세상 만물이 길을 틀 것이다. 왠지 설명하다 보니까 종교처럼 들리는데...

 

“알았어... 할수없지. 오늘 만 이다?”

 

“응! 엄마 최고!”

 

슬비가 못 말린 다듯이 손을 들자 갑자기 슬비에게 달려드는 세리. 역시 애들은 태도가 금방 금방 바뀐 다니까...

 

그렇게 해서 점심으로 피자집을 가게된 우리는 근처의 가장 가까운 피자가게를 스마트폰 으로 검색해 찾았다. 몇분을 걸었을까, 어느새 피자가게에 도착한 우리는 잠시 가게 문 앞에서 멈춰섰다.

 

“아빠, 저기 가게 앞에 쭈그리고 앉자있는 사람은 누구야?”

 

가게 앞의 허름한 옷 차림을 한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보라색 머리칼과 적색 눈동자를 지닌 여자아이를 가리키며 묻는 세리. 이럴 떄는 어떻게 대답해야 한다...

 

“음... 세리야, 일단 피자가게에 엄마랑 먼저 들어가 있을래?”

 

“응!”

 

고개를 끄덕이며 활기차게 대답하고서는 슬비의 손을 잡고 가게로 달려가는 세리. 세리와 슬비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나는 허름한 못차림을 한 아이의 앞에 다가가 그 아이의 앞에 놓여진 깡통에 5만원을 넣어줬다.

 

그러자 아이는 놀란듯이 날 바라보며 말했다.

 

“왜...”

 

“힘든 사람을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말이지.”

 

“...보통은 제 머리카락을 보고는 모두 수근 거리며 지나가던데요.”

 

“그렇겠지. 그런데 난 네 머리카락을 보고 너한테 다가간거야.”

 

“절 괴물이라 생각하지 않으세요?”

 

“괴물은 그런 허름한 옷차림을 한체 가게앞에서 쭈구린체 그런 슬픈표정을 짓진 않거든.”

 

“그게 무슨...”

 

“그럼 그 돈으로 해야할걸 잘 생각해 봐. 난 가족이랑 점심을 먹어야 되서 말이지.”

 

그렇게 황당하다는 듯이 말하는 아이의 말을 끊고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OPEN’ 이라고 적혀있는 문을 시원하게 열어 제끼고 가게에 들어갔다. 들어가자 수많은 테이블중 하나에 슬비와 세리가 앉은체 먼저 피자를 먹고있었다.

 

“아빠! 피짜 최고야!”

 

“세리야, 가게에서 그렇게 크게 말하면 안 돼..!”

 

세리녀석, 그렇게나 피자가 좋은가... 시험삼아 물어봐야지.

 

“세리야, 피자랑 아빠랑 둘중에 어느게 더 좋아?”

 

“피짜!”

 

한치의 고민도 없이 볼에 피자소스를 묻힌체 대답하는 세리.

 

“그, 그러니...?”

괜찮아 괜찮아. 아직 애 니까 그렇게 대답할수도 있는거지. 이런거 가지고 마음이 시리면 앞으로 애를 어떻게 키울려고. 그런데... 가슴이 왜 이렇게 아프데냐...

 

“세리야. 그럼 엄마랑 피짜랑 둘중에서는?”

 

아무래도 아내씨도 궁금하신지 딸에게 물어보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런걸 물어봤자 대답은 피자....

 

“엄마!”

 

아... 방금 무언가 내 가슴을 관통한것 같아... 음... 뭔가 일렁이는 것도 보이는데? 아무래도 나 병원에 가야될것 같은데...

 

“아빠 울어?”

 

“아니야~ 그냥 눈에서 땀이 흐른것 뿐이야....”

 

이런걸 바로 팩트리어트 미사일이라 하는건가? 이거 위력이 참 대단하군. 대량생산하면 차원종 마음은 물론이고 인간의 마음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도 남겠어...

 

그렇게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피자를 다 먹는 나. 그래. 다음부터는 이런거 물어** 말자...

 

결국 구멍뚤린 마음으로 식사를 마친 우리는 가게에서 나가 집으로 향했다. 어차피 더 이상 할것도 없고 이 이상 세리를 데리고 돌아다니기에는 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신속히 집으로 걸어가기로 한 순간,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이세하, 갑자기 왜 그래?”

 

왜냐하면 아까 그 보라색 머리를 지닌 아이와 또래 여자 여러명이 골목길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먼저 가 있어. 금방 따라갈게.”

 

“뭐? 야! 이세하 너 어디가!”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

2024-10-24 23:20:4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