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단간론파) 희망과 절망의 클로저 15화
검은코트의사내 2018-06-21 4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모든 클로저들이 탐낼 만한 각성제, 그게 정말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지만 사내가 사라지고 나서 침묵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사람이 나타났다.
"그 정도 힘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어. 그 대가로 모두가 죽게 된다라..."
슬비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도 그 각성제가 탐난 모양이다. 그리고 다른 클로저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제이 아저씨도 테인이도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늑대개 팀들도 그런 모습이 보였다.
"흥,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군. 그 자식이 뭐라고 하든간에 나는 내 힘으로 이 목걸이를 끊어버릴 거야."
나타가 말하는 게 보였다. 각성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건가? 김시환씨는 애초에 민간인이니 각성제가 필요가 없다면서 그냥 무표정이긴 했지만 말이다. 이번에 살인을 저지를 자들은 여기 있는 클로저들 중에 있다는 것이 되는 건가? 나는 제이 아저씨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어떻게 생각해요?"
"글쎄.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기도 해. 순간적으로 흔들리고 있을 정도야. 만약 정말로 각성제의 효능이 사실이라면 나는 당장이라도 그 사람을 구하고 싶어."
"그 사람이라면, 유정 누나요? 유정 누나에게 무슨 일 생긴 거 맞죠?"
제이 아저씨는 대답 대신 침묵으로 답했다. 아무래도 제이 아저씨의 DVD내용에는 유정누나가 죽어있거나 아니면 우리 엄마처럼 매달려있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고 짐작이 되었다. 그리고 테인이도 고민된 모양이다. 자신이 좀 더 강해질 기회라고 했으니 말이다. 각자 소중한 것을 봤겠지. 그 DVD의 내용을 통해서 말이다. 그러니 그들이 망설이는 것도 당연하다고 본다. 실은 나도 그렇다. 하나밖에 없는 내 가족인데 엄마가 걱정되지 않을 리가 없다.
엄마가 그렇게 되셨는데 빨리 가서 구해드려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클로저들도 안색이 안 좋은 듯 했다. 하나같이 망설이는 거겠지. 나타도 아닌 척 하지만 표정에서는 다 드러나고 있었다. 저 녀석도 분명히 뭔가 있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르면 반드시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특히 일반인 처럼 사회생활경험이 부족한 우리같은 클로저들에게는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어머, 초 위상력이라니 흥미롭잖아. 하지만 나는 별로 관심이 없는 걸?"
더스트는 표정에서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저 녀석, 진심으로 말하는 건가? 그건 알 방법이 없지만 어쨌든 간에 이번 일로 서로를 경계하게 되는 상황이 된 것만은 사실이었다. 살해될 사람은 누가 될까? 누가 살인을 저지를까? 우리 모두 상대방의 눈치를 보면서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고 해서 시간낭비야. 난 먼저 가도록 하죠."
슬비가 먼저 자리에서 벗어났다. 이대로 계속 서로를 경계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겠지. 그러자 하피씨도 자리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저도 각성제가 필요해요.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죠."
바이올렛 아가씨도 그렇게 말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뒤로 하이드 씨가 따라붙고 있었고 말이다. 하나같이 동기가 충분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다 나간 뒤에 현장에는 나와 테인이, 그리고 레비아 등 이렇게 3명이 남게 되었다. 테인이는 울상을 지으면서 흐느끼고 있었다.
"테인아. 괜찮아?"
"형. 거짓말이죠? 저희 검은양 팀은 사이가 좋았잖아요. 그런데 왜 지금은 서로를 경계하는 거에요?"
"테인아. 넌 DVD에서 무엇을 봤는지 알려줄 수 있어?"
"우웅... 아무것도 없었어요."
"뭐?"
아무것도 없었다고? DVD내용에 아무것도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가만 있자, 처음에 DVD를 봤을 때 전체적으로 창백한 얼굴이었는데 말이다. 아무것도 없다는 건 자신의 존재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뜻하는 거였던 건가?
"저는 사람이 아니에요. 단지, 곧 버려지는 도구일 뿐이라고 할아버지가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모습이 나왔었어요. 형."
미스틸 테인이 이야기하는 독일의 할아버지인가? 그 사람이 누군가와 테인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를 곧 버려질 도구라고 언급한 모양이었다. 테인이가 각성제를 가질 이유는 없다. 어떠한 힘을 가져도 버려지는 도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테니 말이다. 아니지, 버려지는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서 더 강해져서 쓸모있는 전력이라고 평가받게 할 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렇게 선택할 수도 있다.
하도 게임을 해봐서 짐작할 수 있었다. 버려지는 도구취급받은 악역이 창조주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더 강해지거나 커다란 공을 세우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레비아는?"
"저는, 괜찮아요. 인간에게 폐를 끼쳤으니까요... 저는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어요."
두려운 모양이었다. 테인이와 레비아, 둘 다 당분간 일어나기 힘들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다. 나는 두 사람을 일으켜세웠다.
"저기, 얘들아. 식당에 가서 뭐라도 먹지 않을래?"
"식당에요?"
내 말에 두 사람이 동시에 눈을 깜빡이면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나이로 따지면 나보다 어린 초등학생 나이다. 충격을 더 받을 만도 하겠지. 이미 팀 내부는 분열된 지 오래였다. 각성제와 DVD내용으로 인해 서로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나도 부정하지는 않는다.
내가 가장 경계해야될 사람은 슬비라고 보고 있었다. 그녀는 사건에 대한 단서를 찾아서 추리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나도 추리게임을 해서 아는 게 있었지만 추리력은 그녀가 더 뛰어난 편이었다. 그런 그녀가 범인이 된다면 아마 단서를 많이 남기지 않을 게 뻔했다. 일단 두 사람을 데리고 여기 강당을 나갔다.
* * *
식당으로 와서 두 사람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었다. 주방안에 음식재료들이 있으니 그것을 이용해서 만드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샌드위치 맛을 본 두 사람이 안색이 밝아지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까 나도 마음이 좀 놓이기도 했다.
"와! 맛있어요. 세하형이 해주는 샌드위치는 역시 맛있다니까요."
"정말이네요. 이세하님. 감사드립니다."
신나면서 샌드위치를 하나 더 입에 넣는 테인이의 비해 레비아는 예의 바르게 내게 인사를 하면서 천천히 음미하고 있었다. 먹는 모습이 뭐랄까... 귀엽게 느껴졌다.
"이세하님. 무슨 일이세요?"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심장이 덜컹거렸다는 말을 차마 못하겠다. 으음, 그러고 보니 전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 있었던 거 같기도 한데 말이다. 뭐, 상관없으려나? 아무튼 두 사람이 기운을 차려서 다행이었다.
"이세하님, 사실은 저, 세하님을 보고 처음에는 무서워했었어요."
"무서워했다고?"
"네. 세하님 어머님이 되신 분이, 알파퀸 서지수... 라면서요? 그 분은 차원종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분이라 금방 알았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무서워했던 거구나. 하긴 우리엄마가 차원종들에게는 재앙덩어리라고 불렸던 사람이기도 했었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에 레비아가 무서워할 만도 했다.
"하지만 세하님은... 너무... 친절하시고... 이렇게 잘해주셔서...그... 그게..."
얼굴이 붉어진 채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혹시 부끄러운 건가? 아니면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데 용기가 부족한 건가? 여기서 며칠 생활하면서 레비아는 소심한 성격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가 어려웠던 녀석이기도 했었지.
"레비아. 괜찮으면 DVD내용이 뭔지 말해줄 수 있니?"
"그... 그건... 그러니까... 죄송해요! 아직은 말할 수가 없어요."
"알았어."
"네?"
내가 쉽게 포기하니까 오히려 놀란 모양이다. 당연하지, 원래 남의 비밀을 억지로 캐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나도 내 비밀을 레비아나 테인이에게 말해주지도 않았는데 당연한 거겠지.
"나는 DVD내용에서는 내 엄마가 십자가에 못이 박힌 영상을 봤어. 엄마가 살아있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가 없어서 답답한 상황이야. 확실히 나도 각성제가 필요할 거 같아. 그래야 엄마도 구하고 여기를 나갈 수 있으니까. 하지만, 모두의 희생으로 인해 쌓아올릴 미래같은 건 필요없어."
그래. 내가 각성제로 초커를 끊고 더 강해졌다고 치자, 우리 엄마를 구해낸다고 해도, 결국에는 잃은 게 많은 결과를 낳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나 혼자만 이기적으로 행동한 게 된다. 이럴 때 어떠한 선택을 하든 불이익이 오는 건 마찬가지다.
"너희만은 믿어주었으면 해. 나는 절대로 각성제를 손에 넣지 않을 거야. 살인같은 건 저지르지 않아. 우리 엄마도 그걸 바랄 거고 말이야."
"응! 저는 세하형 믿을래요!"
"저도 믿겠어요. 이세하님은... 친절하시니까요."
두 사람의 표정이 환해진 것을 본 나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 행복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 거라고 깨달은 건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 * *
다음날 아침,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송을 보고 나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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