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단간론파) 희망과 절망의 클로저 18화
검은코트의사내 2018-06-24 0
단서가 적다는 것은 사건은 복잡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양호실에서 가져온 도구로 결정적인 증거를 밝혀낼 수도 있다. 이번사건은 첫번째 사건보다 더 단순하다. 하지만 모두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는 게 우선이겠지. 학급 재판의 시작을 사내가 알리자 우리는 한동안 침묵하고 있었다.
"범인은 뭐, 늑대개 팀과 저 이슬비라는 여자중에서 있다고 했지? 4명중 하나인 셈이군."
"아가씨는 범인이 아닙니다. 제가 확신할 수 있어요."
나타의 말에 하이드가 반박하고 있었다. 집사가 된 자로써 자신의 주인을 감싸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그러는 중에 김시환씨가 이렇게 말했다.
"자, 우선 용의자가 정해진 셈이니까, 용의자 분들은 발언권이 없는 걸로, 어떻습니까?"
"찬성이야."
시환아저씨의 말에 제이 아저씨가 찬성했다. 아니, 그래도 반론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왜 굳이 발언권을 막겠다는 거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서 시환 아저씨에게 따진다.
"저기요. 왜 발언권을 막으시는 거에요?"
"생각해보세요. 저 중에 용의자가 섞여있다면 틀림없이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거든요. 그걸 막지 않으면 미궁에 빠질 확률이 있거든요."
"그래. 여자애들은 뭐니뭐니해도 시끄러운 녀석들이니까 말이지. 입닥치는 게 더 나아."
나타도 찬성하고 나섰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다. 나는 이미 범인을 알고 있는 상황인데, 지금 이 자리에서 범인을 말한다면 다들 안 믿어줄 게 뻔하다. 우선 진정하자. 그들 전원이 납득해야된다. 왜냐하면, 이 재판은 나 혼자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시환아저씨의 말에 따라보기로 할까?
"먼저 흉기부터 이야기하도록 하죠."
시환아저씨가 진행을 담당한다. 흉기는 식칼, 분명히 식칼로 레비아가 살해된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식칼로 살해되었다면 피가 한쪽면이 깨끗하게 된 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손수건으로 칼의 한쪽면을 닦는다는 거 자체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흉기는 식칼이야. 범인은 아마 레비아를 불러내서 탈의실에서 단 둘이 이야기하게 한 다음에 그대로 식칼을 들어서 뒤통수에 꽂았을 거야. 그리고 도망치면 끝."
제이 아저씨의 말에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럼 왜 칼이 한쪽 면만 깨끗한가? 그 이유를 설명해보라고 내가 물어보니 제이 아저씨는 우물쭈물거리면서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굳이 식칼로 죽일 정도라면 칼을 닦을 필요가 있었을까? 그건 절대 말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기는 지문을 채취하는 곳도 없으니 말이다. 굳이 칼을 한쪽면을 닦는다는 게 너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셈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칼 한 쪽면을 닦았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요."
"그거야 당연히, 칼로 그녀를 찔렀는데 그 한쪽면에 범인의 머리카락이라던가, 다른 증거가 될만한게 묻었나**."
"아뇨. 그건 있을 수가 없어요. 다른 증거가 있다는 건 피해자가 저항했다는 걸 의미해요. 피해자가 아무런 저항없이 살해당했다면 더더욱 있을 수가 없어요!"
나도 추리게임을 해봐서 안다. 칼 한쪽면에 범인을 가리키는 증거가 있다면 레비아가 저항을 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몸싸움을 벌인 흔적도 없고, 레비아는 뒤를 돌았을 때 갑자기 찔려서 즉사했다고 했다. 보통 칼을 찌르고 나서는 증거가 될만한 게 칼에 묻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아무래도 알아챈 모양이네. 세하야."
슬비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우습다는 거야? 사람이 죽었는데... 아니... 차원종이 죽어서 저렇게 웃는 건가? 뭐 됐다. 그녀에게 따지는 건 나중에 하기로 했다.
"야, 버러지. 그럼 뭐라는 거야? 칼 한 쪽면에 피가 안 묻어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 건데?"
이렇게 된 이상 생각할 수 있는 건 한 가지 밖에 없다. 나는 모두에게 똑똑히 말했다. 용의자는 4명 중에 있는 게 아니라 전체중에 있다고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그 식칼이... 살인으로 쓴 흉기가 아니라, 단지 핏자국 위에 떨어져 있는 거라면요?"
"뭐라고!?"
내 말에 다들 놀라워하고 있었다. 슬비는 알고 있었다는 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시환아저씨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내게 반박하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군요. 그게 흉기가 아니라면 대체 뭐가 흉기라는 겁니까?"
"그 전에, 용의자부터 발표하겠습니다. 용의자는 남자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남자들도 있을 수 있다는 말에 모두가 놀라워하고 있었다. 제이 아저씨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그랬고, 테인이는 그게 정말이냐면서 내게 설명을 촉구했다. 좋아. 다들 내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지금 이대로 내 이야기를 믿어준다면 되는 일이다.
"잠깐만요. 이세하씨."
반론을 제기한 건 바이올렛 아가씨였다. 나는 그녀에게 시선을 돌려서 그녀의 다음 말을 경청한다.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두 눈을 감았다가 떠서 나에게 말한다.
"흉기가 그 식칼이 아니라면 애초에 왜 식칼이 현장에 떨어진 거죠? 그 의문을 풀어야되지 않겠나요?"
"간단합니다. 흉기가 식칼이라고 믿게 만들기 위해서죠. 범인은 레비아를 살해한 뒤에 식칼을 시신 근처에 피로 물든 바닥으로 던졌을 겁니다. 그리고 미리 피가 묻은 손수건을 거기에 던졌겠죠. 식칼의 칼 한쪽 면을 닦아낸 것처럼 꾸미기 위해서 말이에요."
설명할 근거는 충분했다. 애초에 식칼을 가까운 거리에서 찔러서 저항없이 즉사시켰는데 칼 한쪽면에 범인을 가리키는 단서가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러니 범인이 굳이 칼 한쪽면을 닦아낸다는 건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그게 흉기가 아니라면 설명이 된다. 사실 식칼이 흉기라고 위장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걸 말이다.
그렇다면 손수건에 피가 묻은 것까지 전부 설명이 된다.
"그럼 범인이 왜 식칼로 위장할 필요가 있는 거죠?"
"아마 진짜 흉기가 밝혀지면 곤란한 상황이라 그랬을 겁니다."
진짜 흉기를 숨긴 이유는 그 흉기가 범인과 관련되어있는 사람이라는 게 된다. 그 말은 즉, 현재 범인이 무기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 중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가흘린 사진들을 자세히 보게 했다. 또 다른 단서다. 지금은 피가 굳었지만 그 당시에는 피가 사방에 튀었을 것이다.
"범인은 여자들 중에 있는 게 아니라... 남자들 중에 있습니다."
"뭐라고?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동생, 잊었어? 천장에 기관총이 달려있다고. 남자가 여자탈의실로 들어가면 기관총으로 벌집이 된다고."
제이 아저씨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확실히 그 말이 맞다. 나는 차한잔 들이키면서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검은코트의 사내에게 물었다.
"어이, 검은날개, 기관총은 새벽에는 작동하지 않는 건가?"
"아뇨. 24시간 쉬지않고 가동합니다. 1분 1초도 쉬지 않고 가동하죠. **는 벌집이 되어야 제맛이지... 어때요? 제 드립? 으하하하하!"
뭐가 그리 웃긴지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저런 녀석은 무시하고 제이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야, 버러지! 대체 왜 남자들 중에 범인이 있다는 건데? 그걸 설명할 근거가 있어? 말해봐!"
"식칼을 위장했다는 건 여러사람이 본래의 흉기를 생각하지 못하게 하려고 그런 의도일겁니다. 그렇다면 시신의 뒤통수를 한번 찔렀다가 놔도 되었을 텐데 왜 한쪽면만 피를 묻힌 결과를 만들었을까요? 거기에 대해서 생각해보신 적 없으십니까?"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고 있었다. 슬비도 마찬가지로 생각했겠지. 하지만 그녀는 지금 발언권이 없어서 말을 못하는 거 뿐이었다. 나는 이미 범인도 과정도 전부 알아버렸으니 설명하는 건 가능했다.
"범인이 생각을 못했을 수도 있죠."
하피씨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뇨. 생각을 못했다면 손수건이 있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즉, 범인은 머리를 좀 썼던 사람이라는 게 되죠. 다시말해, 식칼을 가지고 찌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설명이 됩니다. 범인이 여자 탈의실로 못들어가는 인물이라면 더더욱 말이죠!"
그래. 범인은 지능을 발휘한 인물이다. 식칼을 뒤통수에 찔렀다가 뺄 수도 있었는 데 그걸 하지 않았다는 건, 아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런 결과가 나온다. 식칼은 안에서 떨어진 게 아닌, 밖에서 안으로 던졌다는 게 말이다.
To Be Continued......
이래도 범인이 누군지 모르시려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