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단간론파) 희망과 절망의 클로저 14화
검은코트의사내 2018-06-20 0
서유리가 없는 걸 알면서도 그녀의 방을 두드렸다. 문은 열려있었기에 들어가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방에서 뭔가 찾을 것이 있나 한번 보았다.
"서랍장."
그곳을 열어보니 제봉세트가 들어있었다. 여자들 방에 들어있는 제봉세트, 포장이 뜯겨진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사용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샤워실은 내방과 동일했다. 그 외에는 별로 특이한 점은 없는 거 같았는데 말이다. 혹시나 몰라서 쓰레기통도 **보니 거기에 DVD가 버려져 있었다. 하긴 그녀 입장에서는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니 당연한 거겠지.
그것을 주워서 당장 시청각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 곧장 들어가 DVD를 실행했다. 남의 것을 몰래 보는 건 실례지만 궁금한 것은 못참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유리가 왜 그 때 얼굴이 창백해졌는지 알 필요가 있었으니 말이다.
DVD를 실행해본다. 화면에는 유리의 가족이 화목한 모습으로 있는 사진이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에, 화면이 바뀌면서 그녀의 가족이 전부 죽은 게 보였다. 피를 흘린 채로 쓰러져있는 일가족이 전부 몰살당한 장면이었다.
"뭐야 이게..."
도대체 누가 일가족을 살해한 걸까? 그건 알 수 없었다. 유리가 확실히 얼굴이 창백해질만도 했다. 그녀는 누구보다 가족을 아꼈으니 말이다. 짐작은 했다만 설마 이렇게 잔인할 줄이야. 집안 전체가 완전히 망가진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방법이 없다.
"이거 이거, 남의 것을 훔쳐보다니, 호기심이 많은 친구일세. 뭐, 죽은 사람 거니까 상관없겠지만 말이야."
등 뒤에서 나는 소리에 깜짝 놀란 나는 눈 앞에 서 있는 검은코트의 사내가 폼을 잡는 게 보였다. 여기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영상을 보고 내게 찾아온 거겠지. 생각만해서는 녀석을 날려버리고 싶지만 지금은 참기로 했다.
"어떻습니까? 사랑하던 여자친구의 비밀을 본 소감이 말이죠."
"여자친구 아니야! 너, 도대체 우리에게 원하는 게 뭐야?"
"원하는거? 글쎄. 생각한 게 있었는데 오래되어서 잊어버렸네요. 후후후후,"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 밑으로 꺼졌다. 이 자식, 대체 뭐하러 나타난 거야? 혹시 목적을 말하기 싫은 걸까? 그 자식, 이제 또 무슨 짓을 꾸미려는 걸까? 정말로 우리를 여기에 가둬놔서 살인게임을 즐기는 게 목적인가? 조만간 또 동기부여를 할 거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서유리의 DVD를 꺼냈다. 이런 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줘봤자 의미가 없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아야겠다. 그걸 보여준다해도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
시청각실 밖으로 나서자 슬비와 마주쳤다. 그냥 무시하고 가려는 데 그녀가 나를 불러세웠다.
"잠깐, 이세하. 손에 들고 있는 DVD, 그거 서유리 거 아니야?"
"글쎄. 무슨 소리하는 거지? 이건 내 거야."
"그 절망의 장면이 담겨있는 DVD를 또 봤다는 거야?"
"그래."
나는 자신감있게 답했다. 괜히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유리가 본 DVD를 그녀도 보게 된다면 적잖게 충격을 받을 테니 말이다. 슬비에게는 좋지 않는 감정으로 있긴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불행하게 할 정도로 나는 그렇게 잔인한 성격이 아니다. 아버지께서 어렸을 때 말씀하셨던 게 떠올랐으니 말이다. 여자들은 남자보다 내면적으로 약한 편이라고 말이다. 엄마도 아빠 돌아가셨을 때 충격을 받았던 그 얼굴이 기억났으니 말이다.
"그래. 알았어."
슬비는 그렇게 말하고 가버렸다. 어디로 가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는다. 이 DVD는 처분해버릴까? 아니지. 혹시나 단서가 될만한 게 있을지도 모르니 일단 가지고 있기로 했다. 혹시 슬비도 서유리의 DVD를 찾고 있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더더욱 보여줄 수 없지. 화장실에서 그녀가 눈물을 보인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이런 건 나 혼자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 * *
취침시간이 되었다. 방에서 침대를 누운 채로 생각에 잠기다가 모니터에서 취침시간을 알리는 사내의 방송이 울렸다. 뭐, 이제는 하도 들어서 별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 검은코트를 입은 사내의 목적이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서유리의 DVD는 내 DVD와 나란히 서랍장 안에 넣었다. 문도 잠궜으니 누가 들어올 일도 없겠지.
아니, 잠깐만, 애쉬가 그런 것처럼 공구세트로 들어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낡아빠진 수법은 안 쓰겠지. 왜냐하면 애쉬 일로 인해 들통났는데 머리가 나쁜 게 아니면 절대 공구세트로 문을 부술 생각은 안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 문 손잡이도 원래대로 되어있었다. 고치는 것도 그렇지만 현장을 다시 원상복귀로 깨끗하게 할 줄이야. 대체 검은코트의 사내는 정체가 뭘까? 그게 가장 궁금했다. 분명히 녀석은 로봇이다. 그렇다는 건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게 된다. 정말로 김시환씨가 말했던 CKT조직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해보았다.
위상 재머 폭탄이라는 걸 만들어낸 무서운 조직, 늑대개 팀도 당할 수준이라고 했다. CKT조직과 이 일과 뭔가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하지만 복잡한 건 나중에 생각해야겠지. 이만 잠들기로 했다. 취침시간이니 말이다.
"유리야."
아직도 생각이 난다. 이럴 때 유리가 옆에 있어줬다면 그나마 기운이 났을 텐데...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그녀의 몫까지 살아서 반드시 그 녀석의 정체를 밝히고 녀석을 내 손으로 없애버릴 거니까 말이다.
* * *
다음날, 아침 식사 이후에 검은코트의 사내가 스크린으로 강당으로 오라고 방송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강당으로 가서 모였다. 한 사람도 빠질 수는 없겠지. 왜냐하면 빠지는 즉시 처벌을 받게 되니까 말이다.
우리는 전부 강당으로 모였고, 단상 위에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잘 지내셨습니까? 그 사건 이후로는 좀 침울해져있더군요. 전체적으로 침울한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제가 준비한 게 있습니다."
"살인 동기인가?"
제이 아저씨가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저런 모습을 보니 갑자기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놈의 규칙, 그리고 목에 달려있는 초커만 아니면 녀석을 별빛에 잠겨서 사라지게 만들고 싶을 정도였다.
"자, 그럼, 이 물건을 꺼내도록 하죠."
사내가 단상 위로 올려놓은 물건에는 약이 하나 놓여 있었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것을 예상한 그는 약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이 약은, 위상력을 한층 더 강화시켜주는 약물입니다. 한마디로 초 위상능력자로 각성하게 할 물건이죠. 초 위상능력자로 각성하게 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여러분을 구속하는 초커따위는 박살낼 수준으로 말이죠. 만약 이번 게임에서 검정이 승리한다면 그 검정은 이 약을 가져가게 될 겁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초커의 힘을 뛰어넘을 수준의 초 위상력으로 각성하는 약물이라고? 세상에 그런 게 있단 말인가? 아니, 부정하기는 어려웠다. 왜냐하면 시환아저씨가 말한 '위상 재머 폭탄' 도 실제로 존재하는 거나 다름없는데 초 위상력 각성 약물이라는 것도 부정하기는 어려웠으니 말이다.
"그 약효를 실제로 증명할 수 있나요?"
슬비가 물어본다. 그러자 사내는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으니 말이다. 애초에 약속을 지킬지 안 지킬지도 무리수였다.
"안타깝군요. 지금 당장 증명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사이보그니까요. 그리고 직접 모습을 드러내서 증명하는 것도 재미가 없고 말이죠. 아쉽네요. 하지만 효과는 장담하죠. 초 위상력 능력자는 차원종의 사령관인 아자젤을 뛰어넘거나 알파퀸 서지수를 가뿐히 짓밟을 정도의 힘을 자랑하니까요."
자신감있게 말하는 걸 보니 사실인 듯 하지만 그래도 직접 확인하는 게 낫긴 하지. 의심하는 사람들도 한 두명이 아니었다. 나도 의심하는 편이었다. 초 위상력 각성이라니, 그런 걸 오늘 처음 들어서 황당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오늘은 이것만 알려주려고 부른거야?"
"그렇습니다."
내가 묻자 사내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저 녀석, 미소를 짓는 게 아무래도 뭔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 위상력 각성제, 도서실 컴퓨터 잠금 파일에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To Be Continued......
오우, 지금까지 내가 사용한 소재들 총동원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