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슬비] 라면먹고갈래?
소마가이뻐 2018-06-19 4
"쾅--!"
한 유니온 본부, 검은양 팀 대기실, 나무 탁자를 치는 (샷건)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는 세하를 비롯한 검은양 팀원들, 예상치 못한 방응에 놀라고 있는 유정. 안절부절한 표정으로 세하를 쳐다보는 슬비가 보였다.
"전 인정 못해요!"
세하가 소리쳤다.
음...그러니깐 상황 파악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이 아이들은 지금 알파퀸 서지수 처리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었고, 마침내 서지수 알파퀸을 '사냥'하라는 결론과 동시에 세하의 반발이 빗발친 것이었다.
"안해요... 안 할 거라구요!!!"
세하가 반은 악을 쓰듯이 소리쳤다.
그리고 잠시 뒤에, 세하는 회의실을 뛰쳐나와 엄청난 속도로 강남 대로변을 뛰기 시작했다.
'왜지? 왜 이렇게 된거지?' 머릿속에는 이 생각만을 가득 담아둔 채, 자신이 원하는 곳까지, 마음 한 구석이 텅 빌 때까지 뛰었다.
"이세하!!"
그 뒤로 슬비가 달려왔다. 위상력이라도 쓰는 건지.. 아님 원래 달리기를 잘하는 건지... 슬비는 순식간에 세하를 따라잡아 버렸다.
"왜 왔어?" 세하가 소리쳤다.
"너도 나 없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며!!!"
"그러니깐 나는 조용히 사라져 줄 테니깐, 너는 얼른 가서 엄마... 아니 서지수를 없애 버리란 말이야!!" 세하가 아예 이성을 잃고서 소리질렀다.
"왜? 나 없으니깐 못할 것 같아?!"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슬비가 어물쩌물 말했다.
툭-
비가 오기 시작했다. 천둥번개라도 칠 듯한 기세였다.
"그러니깐... 너.. 이거 두고 갔어.." 슬비가 세하한테 게임기를 건넸다.
"필요 없어." 세하가 대답했다.
"나 간다." 세하는 이렇게 말하고는 뒤로 돌아서 버렸다.
"가지 마."
"응?"
포옥-
"?!"
슬비는 갑자기 세하 뒤에서 세하의 등을 꼭 끌어안았다. 안 놔줄 것 같이.
"왜 그래?!"
"가지 말라구!!"
"놔!"
"싫어!!"
버둥거릴수록 점점더 슬비는 악착같이 붙었다.
"그래..." 세하가 한숨을 쉬었다.
"어른답게 이야기를 좀 해보자구. 이것 좀 놓고." 세하가 슬비의 손을 쳐내면서 말했다.
"왜 갑자기 이래? 평소에는 이런 짓 안 하더니."
"어...그러니깐..."
"할 말 없으면 간다."
"아.. 아! 비도 오는데... 우리 집에서 라면먹고 갈래?" 슬비가 어떻해서든 세하를 붙잡기 위해서 말했다.
"어..? 그..그래." 세하가 대답했다.
-슬비네 집-
"다녀왔습니다." 슬비가 말했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집 같다.
"안 계시네?"
슬비가 이 말을 하고 나서 약 3초 후, 얼굴이 새빨게졌다. (그러니깐... 슬비는 집에서 가족을 제외하고선 이방인 남자하고 같이 있어본 적이 없다.)
"아..하하하!" 슬비가 헛웃음을 지었다.
"라면... 끓어올게. 짐 아무데나 내려놓고 와!" 이렇게 말하고서는 쏜살같이 저 멀리 도망가 버렸다.
혼자 남겨진 세하는 멍하니 슬비가 사라진 곳만 바라보고 있다가 피식 웃고서는 그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슬비네 집 안으로 들어왔다.
"야! 이슬비!" 세하가 소리쳤다.
"으..응?"
"일루 와봐라!"
세하가 소리쳤고 슬비는 영문을 모른채 세하에게 다가섰다.
"너 방 저쪽 방이지?" 세하가 물었다.
"응."
"먼저 들어가 있어도 돼?"
"마음대로 하든지."
잠시후 슬비는 다 끓여진 라면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앗 뜨거." 슬비가 손가락을 빨면서 라면 그릇을 방에 내려놓았다.
"자, 먹.. 으읍?"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슬비는 두 손으로 자신의 입술을 막고 있었고 세하는 슬비 허리를 꽉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입술을 입을 막고 있는 그녀의 손에 닿아 있었다.
"뭐야? 지금 막았네.." 세하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슬비는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싫은 거야?" 세하가 슬비에게 물었다.
슬비는 고개를 저였다.
"근데 왜 막아?" 세하가 이어서 물었다.
이어서 슬비는 조용히 손을 뗐다.
그리고 나서는 다시 진짜로 두 입술이 닿았다.
"으...브븝"
갑자기 그녀에게 세하가 물었다.
"안 힘들어? 유니온 일... 있잖아."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는 듯 하더니 대답했다.
"당연히 힘들지. 조..좋아하는 사람 엄마분이랑 싸우는 건 뭐 쉬운 줄 알아?"
"그래...?"
"우리... 도망치고 싶지 않아..?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우리 둘만."
그리고 다시 열렬한 입맞춤이 계속되었고, 시간은 멈춘 것 같았다.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내일이면 시간은 다시 흘르고 있을 것이고 많은 것은 바뀌어 있지만 나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게 제일 슬픈 일이었다.
-라면먹고갈래? 마침-
※그리고...라면은 불어 버렸다.
※비하 말 금지
※그냥 단편으로..? 써 보고 싶어서
※많은 추천...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