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Remake) (외전2) - 신혼여행은 ㅇㅅㄱ에서! (4화)

버스비는1200원입니다 2017-10-2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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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하와 이슬비는 듀나미스를 따라 알타노아 제국의 왕도에 있는 궁전에 도착하였다. 두 사람은 듀나미스의 안내에 따라 알현실로 가서 알타노아 제국의 황제와 대면하게 되었다. 황제는 왕좌에 앉은 채 근엄하고 진지한 태도로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대들이 마신 휘하의 군단장들 중 하나인 아리에스를 쓰러트렸다는 모험가인가?"


"네."


"소문으로 듣자하니, 모험가가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D급 모험가에 마력이라곤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들었네만...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말이 정말로 사실이었다는 것에 황제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황제는 턱수염을 손으로 몇 번 어루만지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우선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군. 사실 올해 안에 마신이 부활할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대대적으로 마신 토벌대를 조직하던 중이었네. 군단장들은 그 토벌 작전에서 크나큰 방해물이 될 것이었을 터, 그런 군단장들 중 하나를 쓰러트려줬으니 이쪽의 피해가 조금이라도 줄었을 것이야. 큰 일을 해주었네."


"아... 잘 됐군요."


"그럼... 어디 한 번 그 실력을 보여주지 않겠나?"


"...네?"


대뜸 실력을 보여달라는 황제의 말에 당황스러웠다. 황제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한 이유는 이세하가 아리에스를 쓰러트린 것은 어디까지나 소문으로만 듣고 알게 된 것이었고, 소문은 대부분 과장이 되기 마련이었으니 아리에스를 쓰러트렸다는 그 실력을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 나라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진 10명의 장군들이 있는데, 그들과 겨루어서 실력을 보여줬으면 하네. 거절해도 상관은 없네만, 그렇다면 아리에스를 쓰러트렸다는 사실에 조금씩 의심을 가지게 될 지도 모르지."


"... 뭐가 됐든 실력을 보여봐라, 그런 거군요?"


"하하,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하지만 이해해주게. 소문만으로는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네. 소문은 대부분이 과장이 섞이기 마련이잖나?"


'그건 그렇네...'
"알겠습니다. 간단하게 겨루기만 하면 되는거죠?"


"좋아! 그럼 훈련장으로 가지."










자리를 옮겨 궁전의 안에 있는 이 나라의 군사들이 사용하는 훈련실로 갔다. 훈련실에 도착하자 황제가 미리 말을 해뒀던 모양인지 10명의 장군들은 이미 대기를 하고 있었다.


"양쪽 다 최선을 다해서 겨뤄주게나."


황제는 그렇게 말하고 10명의 장군들의 앞으로 이세하의 등을 떠밀어주었다. 이세하는 약간 귀찮다는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며 그들의 앞에 다가와 섰다.


"그럼, 시작!"


"불이여, 눈앞의 모든것을 집어삼켜 불살라라!"


화륵-


"응?"


대결이 시작되고 제일 먼저 대검을 들고 있던 한 장군이 손을 이세하의 땅 밑을 향하도록 펼치고 왕도에 오기 전에 듀나미스가 했던 것처럼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이세하의 발 밑에 화염이 원을 그리며 이세하를 포위하였고,


"파이어 월!"


땅에서부터 커다란 불기둥이 솟아나와 이세하를 완전히 집어삼켜버렸다.


'군단장을 쓰러트렸다더니, 결국 헛소문이었나?'
"이쯤 해둬야겠ㄱ..."


"휴우, 깜짝 놀랐네."


"!?"


승부가 났다고 생각하여 불기둥을 만들어냈던 그가 불기둥을 사그라들게 하려고 할때, 불기둥에 집어삼켜졌던 이세하는 상처 하나 없이 아주 멀쩡한 모습으로 여유롭게 불기둥의 안에서 걸어나왔다. 이를 지켜보고 황제와 그밖의 다른 신하들은 일제히 감탄사를 터뜨렸다.


'이게 마법인가? 그럼 아까 중얼거린건 마법의 주문 영창같은건가... 썩 효율성은 없어보이네. 외우다가 한 대 맞겠다.'


"크읏! 빛이여, 성스러운 힘으로 악을 꿰뚫어라! 샤이닝 스피어!"


이번에는 옆에 있는 다른 장군들 중 하나가 공격을 시도하였다. 그가 아까처럼 똑같이 마법의 주문을 영창하자 이번에는 빛의 알갱이들이 모여들어 하나의 커다랗고 끝이 매우 뾰족한 창이 되어 이세하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엽."


이세하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빛의 창을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듯이 간단하게 잡아 막아내었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한 번 튕겨서 그 빛의 창을 물건 돌려주듯이 그 장군의 앞으로 날려버렸다. 


"이럴 수가...!"


'더 이상 해봤자면 시간 낭비일테고... 그냥 이쯤에서 끝내야지.'
"그럼 이번에는 내가 실력을 약간 발휘해볼까."


콰직-!


[화염분쇄]


콰과과과과-!!!


발에 약간의 힘을 싣고 이세하는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발로 가볍게 내리찍었다. 그 순간, 이세하의 발이 내리찍힌 지점에서부터 마치 파도처럼 땅이 뒤집혀가고 갈라지며 그 갈라진 틈에서 푸른 화염으로 된 기둥들이 치솟아올랐다.


"여, 영창도 없이 마법을?!"


"끄아아아악!!!"


이세하의 광범위한 공격 한 번에 장군들은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그들이 전부 쓰러진 것을 확인하고 이세하는 치솟아오르는 화염 기둥들을 가라앉혔다.


"이 정도면 됐나요?"


"괴, 굉장하군..."


이세하의 실력을 확인한 뒤에 황제는 아까 알현실에서보다도 더욱 정중한 태도로 이세하를 대하기 시작하였다.


"이 두 눈으로 그런 굉장한 실력을 보니 참으로 놀랍기 그지없네. 아리에스를 쓰러트렸다는 소문은 거짓이 아니었군. 의심했던 점, 미안하게 생각하네."


"괜찮아요. 소문만으로는 완전히 믿기 힘든 게 사실이긴 하니까요."


"으흠, 그럼 모험가... 아니, 용사여. 이 알타노아 제국에 온 걸 환영하네. 부디 편하게 지내도록 하게나. 우리나라의 귀빈으로써 극진히 대접해주겠네."


'여기서 지낼 생각은 없는데... 아니지, 이제 하루에 한 번은 반드시 의뢰를 수행해서 여관에 묵어야 할 돈을 벌 필요는 없게 되었으니 상관없나? 게다가 여긴 여관이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편할테고, 식비도 절감될테니...'
"...감사합니다!"
.
.
.
.
.

황제는 이세하와 이슬비, 두 사람에게 궁전 안에 있는 방 하나를 빌려주어 거기서 지내도록 하게 해주었다. 그 방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 이세하는 방에 있는 소파에 몸을 눕히고 휴식을 취하려 하였다.


"아~ 편하다~. 여관의 침대보다 훨씬 낫네. 소파가 이 정도인데 침대는 얼마나 편한 걸까나."


"세하야, 쉬는 건 좋지만 그 전에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부터 찾는 게 좋지 않아? 여기에 순순히 온 것도 그럴려고..."


"...슬비야, 잠깐 내 말을 좀 들어봐."


"?"


이세하는 눕혔던 몸을 앉히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이슬비는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있길래 이세하가 그렇게 진지한 표정을 짓는가 생각하고 귀를 기울였다.


"우리가 갑자기 이세계에 와서 당황한 탓에 잊고 있었지만, 지금 우리는 신혼여행 도중이잖아?"


"그렇긴 한데, 그게 왜?"


"잘 생각해봐. 여긴 이세계라고? 원래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신기한 물건들이나 장소들이 많이 있을 게 분명해. 이세계에서의 신혼여행, 그렇게 흔히 있는 기회가 아니라고. 그러니까 지금은 이곳에서 지내면서 신혼여행의 시간을 충분히 만끽한 다음에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자."


"뭐어? 그게 무슨 소리야?!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야지!"


"... 그래? 아쉽네. 생애 한 번밖에 없는 신혼여행을 이렇게 날려먹게 되다니, 그것도 보통 신혼여행이 아니라 이세계에서의 신혼여행인데, 색다른 경험도 해보고 싶었고, 그리고... (중얼중얼)"


"아, 알았어! 그렇게 하면 될 거 아니야...!"


'훗, 계획대로(?).'
"좋아! 그럼 한 번 밖으로 나가보자!"
.
.
.
.
.

"어서 나와!"


"아읏...!"


"하여간... 안 그래도 네녀석이 계속 팔리지 않아서 골 때리는데, 사람 귀찮게 만들고 있어."


"......"


"뭐야, 그 눈빛은? 맞고싶은거냐?!"


"죄송합니다..."


"흥! 망할 꼬맹이 같으니."
.
.
.
.
.

궁전에서 나와 왕도로 나온 이세하와 이슬비는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다녔다. 


"히야~ 이런 게임 속의 도시 같은 풍경을 보니 직접 게임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라서 신기한걸. 안 그래?"


"확실히... 색다른 느낌이긴 하네. 신기해보이는 것들도 많이 있고."


"그렇지? 그럼 오늘은 왕도에서 시간을 보내고 내일은 왕도를 나가서 다른 장소들을 한 번 둘러보자. 혹시 하늘을 나는 성이라거나 거꾸로 흐르는 폭포 같은 게 있을지도? 아, 이번엔 저기로 들어가보자.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이번에는 문 앞에 사람이 조금씩 붐비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들어가보니 그 안에는 무대 하나가 있었고, 무대 위에서는 한 남자가 큰 목소리로 장내의 손님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환영합니다, 경매장을 찾아주신 신사숙녀 여러분. 오늘도 좋은 것들이 많이 들어왔으니, 기대하시고 지켜봐주십시오!"


"뭐야, 여기 경매장이었어?"


들어온 곳이 경매장이라는 사실에 괜한 기대를 했다는 듯이 한숨을 쉬고 두 사람은 나가려고 하였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무대 위의 남자가 말하는 '물건'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이세하와 이슬비는 발걸음을 멈추고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낸 '물건'에 시선이 따라갔다.


"우선 처음은 무난하게 시작하도록 하지요!"


"... 물건이라는 게 설마..."


무대 위의 남자가 말하는 '물건'은 다름아닌 '사람', 허름한 누더기를 걸치고 손과 발에는 쇠사슬이 걸려있는 수갑을 찬 여성이었다. 그 여성은 절망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멍하니 앞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하야, 저 사람..."


"'노예'... 일거야. 저런 모습을 보니 그것 말고는 생각할 수 없어."


지금 자신들이 들어온 경매장이 보통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닌, 자유를 잃고 물건으로 전락한 노예들이 사고 팔리는 경매장이었던 것이다. 


"이런 세계에는 역시나 라고 해야하나... 노예란 게 있구나. 왠지 못 볼걸 본 기분이야."


"세하야, 그만 나가자. 이 이상은..."


"그래, 여기에 계속 있어봤자 기분만 이상해질 뿐일테니..."


"자, 그럼 다음 노예!"


다시 발걸음을 옮겨 경매장을 나가려고 할때, 다른 노예가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무심코 그 무대 위를 다시 돌아본 이세하는 아까 전에 나왔던 다른 노예를 봤을 때보다 더 경악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저런...!"


그 노예는 아직 초등학생 나이도 안 된 듯한 아주 어린 여자아이였다. 보통 여자아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루비처럼 밝은 붉은 머리칼에 인간에게는 있지 않은 짐승의 귀와 꼬리가 달려있다는 것이었다.


"흐음, 저 노예는 '수인(獸人)'인가?"


수인이라는 종족으로 불리는 그 여자아이는 팔다리에 칼로 베인 듯한 크고 작은 상처들이 나있었고, 얼굴은 주먹으로 여러 번세게 맞은 것처럼 퉁퉁 불거나 피멍이 든 자국이 있는 채로 망가져 있었다. 어린 아이가 당한 것 치고는 그 정도가 너무나 심하였다. 하지만 그 여자아이는 노예, 몸에 상처가 났든 얼굴이 망가졌든 장내의 사람들은 어린 아이에게 너무하다는 생각은커녕 그 여자아이를 조금 손상된 물건으로만 보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어린 아이를..."


"......"


"음... 조금 손상되었으니 싼 가격부터 시작하겠습니다! 500골드부터! 자, 없으십니ㄲ..."


무대 위의 판매자가 가격을 제시한 순간에 제일 먼저, 그리고 유일하게 손을 번쩍 든 사람이 있었다.


"세, 세하야?!"


바로 이세하였다. 손을 든 이세하는 지불할 가격을 말하였다.


"5만."


그것도 판매자가 제시하였던 가격의 100배의 가격을 말하였다. 그 세계의 5만 골드는 왠만한 중위층의 사람들도 한 번에 쓰기를 꺼려할 정도의 금액이었다. 어쨌든, 초반부터 100배나 높은 가격을 말하니 그 외에 섣불리 나서는 사람들은 없었다. 결국 이세하 외에는 아무도 산다는 사람이 없게 되어 그 수인 여자아이는 이세하에게 낙찰되었다.


"세하야! 대체 어쩌려고?! 우리 돈도 없잖아...!"


"...아."


"아, 라니... 잊었던 거야?"


"미안, 나도 모르게... 그래도..."
'저런 불쌍한 아이를 보고 지나칠 수는 없잖아...'


얼떨결에 그 수인 여자아이를 사게 된 이세하는 경매가 끝난 뒤에 판매자를 만났다. 판매자는 이세하가 지불한다는 5만 골드를 달라고 하였지만, 현재 이세하와 이슬비는 수중에 가진 돈이 없었다. 그래서 이세하는,


"돈을 가져올테니 기다려주겠어요?"


금방 돈을 가지고 올테니까 기다려 달라고 하였다. 판매자는 노예를 여러 번 팔면서 구매자들이 (특히 귀족들이)일단 노예를 산다고 한 다음에 돈을 가지고 오는 경우도 때때로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경우라 생각하고 이세하에게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이세하는 이슬비에게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한 뒤, 다시 궁전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왕도로 자신들을 데려왔던 듀나미스를 찾아 이렇게 말하였다.


"죄송한데, 돈 좀 빌려줄 수 있을까요...?"


"......"


듀나미스는 약간 어이가 없는 듯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황제가 직접 그 두 사람을 귀빈으로써 후하게 대접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 뜻에 따라 아무런 불만 없이 돈을 빌려주었다. 돈을 받은 이세하는 다시 궁전에서 나가 경매장으로 되돌아왔다.


"여기요."


판매자는 이세하에게서 돈을 받고 수인 여자아이를 찰거머리 떼어내는 사람처럼 이세하에게로 떠밀고 그 수인 여자아이의 주인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노예 문서를 건넨 다음에 냉큼 그 자리를 떴다.


"얼떨결에 저지르긴 했지만, 그래도 상관없겠지? 슬비야, 일단 다시 궁전으로 돌아가자. 이대로 데리고 다닐 수도 없으니까."


"그래야겠지. 알았어."


이세하와 이슬비는 그 아이를 데리고 다시 궁전으로 돌아와 자신들의 방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그 아이를 푹신한 소파에 앉히고 자신들도 그 아이와 마주보도록 앉은 다음에 조심히 말을 걸었다.


"우선... 이름이 뭐니?"


"이리스... 입니다."


"이리스라... 예쁜 이름이구나. 그럼 나이는?"


"올해로 5살입니다."


'5살... 이렇게나 어린 나이에...'


잘 교육받은 것처럼 예의바르고 공손한 말투였지만, 정작 그 목소리에서는 어떠한 마음도 담겨있지 않았다. 이미 겉모습만으로도 심한 짓을 당했다는 걸 잘 알 수가 있었으니, 마음이라고 상처받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아직 5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을 것이었다. 이세하는 잠깐 생각을 하는 듯 하다가 몸을 일으키고 이리스의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그리고,


"우선 이것부터 해줘야겠지."


화륵-


"!!"


이세하는 손가락 끝에서 영롱한 빛을 띠는 불꽃을 만들어서 천천히 이리스의 얼굴에 갖다댔다. 이리스는 이세하가 자신의 얼굴을 그 불꽃으로 지져서 지금보다 더 망가트릴거라는 생각에 화들짝 놀라 피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피한다면 더한 짓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피하는 것을 관두고 고통스럽더라도 참으려고 하였다.


치이이익...!


"으읏! .. 어...?"
'뜨겁지 않아...?'


곧 이세하의 불꽃이 이리스의 얼굴을 지졌고 이리스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이리스는 분명히 불꽃에 얼굴이 지져지는데도 불꽃이 뜨겁지 않자 어찌된 일인가 하고 조심스레 눈을 떠보았다. 눈을 떠서 보니 확실히 자신의 얼굴은 불꽃에 지져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역시 뜨겁지 않았다. 곧 이세하는 이리스의 얼굴을 불꽃으로 지지는 것을 끝마치고 거울 하나를 가지고 와서 이리스의 얼굴을 비춰주었다.


"자, 어때? 이걸로 괜찮아졌지?"


"어... 어떻게...?"


놀랍게도 망가졌던 이리스의 얼굴은 말끔히 회복되어 귀엽고 순수한 여자아이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에 이리스는 자신의 얼굴을 이리 만져보고 저리 만져보았다. 틀림없이 거울에 비치는 대로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아, 맞다. 몸의 상처도 치료해줘야지."


이리스가 말끔히 회복된 자신의 얼굴에 넋이 나가 있을때, 이세하는 다시 불꽃으로 이리스의 몸에 난 크고작은 상처들을 지져서 회복시켜주었다. 몸의 상처들이 다 회복됬을 때 그제서야 이세하가 자신의 얼굴 뿐만 아니라 몸도 고쳐준 것을 알아차렸다. 


"아... 아..."


몸은 상처투성이에 얼굴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던 이리스는 이세하 덕분에 정상적인 모습으로 회복되자 너무 감격스러운 나머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두 눈에서는 조금씩 눈물이 흐르기까지 하였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아, 그러고보니 지금 내가 너의 주인님이었나? 그러니까 분명 이게 노예 문서였다고 했었지?"


"네, 맞아요."


"그럼..."


화아악-!


"! 무, 무슨 짓을...?"


이세하는 두루마리처럼 돌돌 말아 주머니속에 꽂아두었던 노예 문서를 꺼내서 잠깐 보더니, 노예 문서를 들고 있는 그 손으로 직접 그 노예 문서를 재 하나 남기지 않고 완전히 불태워 없애버렸다. 이세하의 그런 행동에 깜짝 놀란 이리스는 당황하며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세하는 간단하게 대답해주었다.


"이걸로 나는 너의 주인님도 아니고, 너는 나의 노예도 아니야. 맞지?"


"그, 그건... 하지만 왜...? 저를 노예로 둘려고 산 것이..."


"너 같은 어린아이를 노예로 둘 리가 없잖아."


"그럼 왜 저를 사신거죠...?"


"그냥... 왠지 그대로 보고 지나쳤으면 잠자리가 불편할 것 같아서."


이세하는 조금 쑥스러운 듯한 얼굴로 이리스의 눈을 살짝 회피하면서 대충 둘러댔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이슬비가 답답했던 모양인지 이세하에게 말하였다.


"행동은 잘 하면서 말은 왜 그렇게 똑바로 못하는 거야?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게 어때?"


"윽..."


"이리스, 세하는 너를 구하고 싶어서 그랬던 거야."


"저를... 구해요...?"


"아직 어린 나이에 그런 심한 짓을 당하고 노예이기까지 한 너를 결코 두고 볼 수가 없었던 거야."


"그래도... 처음 보는 저를 왜 그렇게까지..."


"아아~ 거기까지! 슬비의 말대로 너를 구해주고 싶어서 너를 산 다음에 노예 문서를 불태웠다. 끝! 이걸로 됐지? 알았으면 얌전히 밥 많이 먹고, 잘 씻고 푹 쉬도록 해! 이상!"


이세하는 서둘러서 얼렁뚱땅 넘기듯이 말하고 방문을 열고 나가려 하였다. 


"... 주인님... 아니, 세하씨... 감사합니다."


이리스는 방에서 나가려는 이세하에게 작지만 아까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마음이 담긴 목소리로 감사의 말을 전하였다.


"그래. 그런데... 세하씨 말고 다르게 좀 불러주지 않을래? 어린애가 나보고 그렇게 말하니까 영 어색해서 말이야."


"다르게 불러달라면... 어떻게 말인가요?"


"음... 이를테면 '오빠'라거나?"


"...'아빠'?"


"아니, '아빠'가 아니라 '오빠'!"


"'아빠'... 네, 아빠!"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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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한 달도 안 되어서 딸이 하나 생긴 세하와 슬비



2024-10-24 23:17:3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