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Remake) (외전2) - 신혼여행은 ㅇㅅㄱ에서! (5화)
버스비는1200원입니다 2017-11-0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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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어쨌든, 욕실에서 샤워라도 하고 나와. 잘 씻지도 못한 모양이니까."
이세하의 말처럼 이리스의 모습은 상당히 지저분하였다. 아마 노예로 있으면서 제대로 씻을 기회조차 없어서 그랬던 모양이었다. 그런 탓에 이세하는 일단 이리스에게 샤워라도 하고 나오라고 하였다.
"그럼 내가 씻는 걸 도와줄게, 이리스."
아직 5살밖에 안 된 어린 아이가 혼자 몸을 씻는 것은 어려울거라 생각한 이슬비는 이리스에게 자신도 함께 들어가서 씻는 것을 도와주기로 하였다.
"세하야,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실수로라도 들어오면 안 된다?"
"... 알았어. 그럼 나는 잠깐 나갔다 와야겠네."
이세하는 방금 열었던 방문을 통해 방 밖으로 나갔다. 이세하가 나가고 이슬비와 이리스는 욕실로 들어갔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모녀지간처럼 보였다. 욕실에 들어오고 이슬비는 먼저 이리스를 앉힌 다음 머리를 씻겨주려 하였다.
"하읏..."
이슬비는 이리스의 등 뒤에서 머리를 씻겨주기 시작하였고, 이슬비의 손이 이리스의 머리에 달린 두 귀를 만지게 될 때마다 간지러움이라도 타는 것처럼 몸을 조금씩 움츠렸다.
"아, 혹시 귀는 민감한 부분이니?"
"네... 수인은 귀랑 꼬리의 감각이 다른 부위보다 민감한 편이에요. 특히 꼬리는 더욱."
"그렇구나. 그래도 구석구석 깨끗이 씻어야하니까 조금만 참아."
"우웅..."
"... 그런데 이리스,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머리를 씻겨주는 동안 이슬비는 갑자기 이리스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였다.
"너는 어째서 노예가 된 거니?"
그건 이리스가 어떤 이유로 노예가 되어버렸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게다가 노예가 된 것 뿐만 아니라 이세하가 치료해주기 전에 잔인한 학대 행위로 인한 망가진 얼굴이며, 몸 곳곳에 볼 수 없는 것이 더 힘들 정도의 많은 수의 크고 작은 상처들... 이것 또한 덧붙여서 이리스에게 물어보았다. 그 물음에 이리스는 그때의 일이 다시 머릿속에 되새겨진 탓인지 표정이 공포에 질려 사색이 되어버렸다.
"아... 말하기가 괴롭다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돼. 미안,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내서.'
"...아니에요. 솔직히 괴로운 기억이기는 하지만, 말씀드릴게요. 그건 1년 전의 일이에요. 저는 아기때부터 수인들이 사는 어떤 한 마을에서 고아로 자랐어요. 비록 부모님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곳의 마을사람들 덕분에 행복하게 살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우리 마을에 마족들이 습격해 온 거에요. 갑작스러운 습격이었던 탓에 마을사람들은 제대로 저항조차 못하고 하나, 둘... 차례차례로 죽어갔어요. 도망을 쳐보려고도 했지만, 이미 마족들은 마을 밖으로 나가는 길을 전부 막아놓는 바람에 탈출조차 불가능했어요."
"뭐? 하지만 너는..."
"저는..."
[어서들 가렴! 여기는 우리들이 막고 있을테니!]
[하, 하지만...!]
[빨리 가라! 너희들은 아직 죽기엔 어려! 너희들이 눈앞에서 죽는 꼴은 보고 싶지 않다!]
"아직 남아있던 어른들이 필사적으로 마족들에게 맞서서 길을 만들었고, 그 길로 저를 포함한 다른 아이들은 쉬지 않고 도망쳤어요. 하지만 금새 마족들이 쫓아와서 저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전부..."
이리스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 기억이 자꾸만 떠올라 마지막 말을 차마 입으로 옮기지 못하였다. 이리스는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진정시킨 뒤, 다시 차분한 말투로 얘기를 이어갔다.
"가까스로 마족들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지만, 도망치면서 완전히 지치고 상처도 입었던 저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어요. 정신을 다시 차렸을 때는 어떤 인간 귀족의 집 지하실 창고 안... 게다가 저는 손목과 발목이 구속된 상태였어요. 그 귀족은 저를 자신의 장난감으로 삼기 위해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저를 자신의 집으로 옮겨왔던 거였어요. 거기서 저는..."
[수인은 보통 인간들보다 몸이 튼튼하다는데... 어디, 꼬맹이 여자 아이도 튼튼한지 한 번 확인해볼까?]
[아아악-!!! 그... 그만...!]
[그마안? 더러운 꼬맹이 주제에 지금 귀족에게 명령한 거냐? 건방지군!]
[우읍! 어윽!]
"반 년 이상을 그 귀족의 장난감으로 살다가 그 귀족은 질렸던 모양인지 저를 노예상에 팔아버렸어요. 이 다음은 알고 계시는 대로..."
"그런 일이..."
'어린 나이에 어떻게 이런 끔찍한 경험을...'
이리스가 겪었던 일들은 어린 아이가 겪기에는 참으로 가혹한 경험이었다. 이슬비는 아직 4살밖에 되지 않았던 아이가 그 1년간 어른조차도 버티기 힘든 경험을 했다는 사실에 이리스가 너무나 불쌍하게 느껴졌다. 어린 나이에 얼마나 무섭고 괴로웠을까... 그런 생각에 이슬비는 천천히 이리스의 몸을 감싸안아주고 머리를 자신의 아이처럼 상냥하게 쓰다듬어주며 말하였다.
"무섭고 괴로웠겠구나... 하지만 이젠 괜찮아. 나와 세하가 곁에서 지켜줄께. 그러니 이제 그 기억은 떠올리려고 하지 않아도 돼. 알았지?"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슬비의 말, 그리고 감싸 안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이슬비의 따뜻한 품 안에서 이리스는 눈가에 눈망울이 송글송글 맺혔고 작은 목소리로 이슬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중얼거리듯이 되풀이하였다. 잠깐 동안 그렇게 있다가 이리스는 짧게 한 단어를 입에 담았다.
"'엄마'..."
"!..."
'엄마라... 하긴, 아까 전에는 세하를 아빠라고 불렀으니 나는 엄마가 되는건가? 그래도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이 아이의 엄마가 되어주고 싶어.'
이슬비는 말만 엄마가 아니라 이리스를 보살펴주며 부모님이 없어 부성애, 모성애 어느 쪽도 느껴본 적이 없는 이리스에게 모성애를 주고 싶은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훗... 자, 이리스. 눈물 뚝 그치고, 이제 몸을 씻어야지?"
"...네!"
이리스는 눈물을 거두고 해맑게 웃으며 이슬비의 정면으로 몸을 돌려 앉았다. 그리고 이슬비가 샤워타월로 이리스의 몸을 목 밑에서 시작해서 시작하여 밑으로 몸을 씻겨주기 시작하였다. 그때,
물렁-
'...응?'
이슬비의 손이 이리스의 흉부에 도달했을 때, 이슬비의 손에 크고 물렁한 물체가 닿인 것이다. 거품 틈으로 유심히 살펴보니 이리스의 가슴은 도저히 5살의 어린 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크기였다. 그걸 본 이슬비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잠깐 한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더듬거려보았다. 그러자 커다란 충격이라도 받은 것 같이 표정이 바뀌었다.
'거짓말... 이리스는 아직 5살인데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엄마?"
"아, 아무것도 아니야. 하하... 하..."
'졌어... 5살 어린 아이한테...'
"??"
.
.
.
.
.
.
한편, 홀로 방을 나섰던 이세하는...
"......"
궁전의 복도에서 누군가에게 미행을 당하고 있었다. 물론 이 사실을 이세하는 진작에 눈치를 채고 있었다. 다만, 살기라던지 그런 부류의 악의는 느껴지질 않아 잠자코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계속 걸어도 미행을 해오는 터라 더 이상은 신경이 쓰여서 못 참는 바람에 이세하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미행하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거기, 저를 미행하시는 분. 제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요?"
"앗... 들켰나요?"
'직잔에 눈치챘습죠...'
"그래서 무슨 볼일이?"
"어... 그 전에 먼저 자기소개를... 그러니까... 제 이름은 "알렉시아', 이곳 알타노아 제국의 궁정 마법사랍니다."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예의있게 밝혔다. 알타노아 제국의 궁정 마법사라고 한 그녀는 은발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에 가슴골이 약간 보이며 한쪽 다리만 겉으로 드러나게 하는, 자신의 머리색과 맞춘 듯한 은색 로브를 입었으며 가터벨트가 달린 흰색 스타킹에 굽이 하이힐의 굽 길이 정도 되는 구두를 신은 것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남자라면 잠깐이라도 눈길이 가지 않을 수가 없는 모습의 여성이었다. 물론 이세하는 별 다른 감정은 없이 그냥 자신을 미행한 알타노아 제국의 궁정 마법사라고만 보고 있었다.
"우선 당신을 미행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드릴게요. 실은 제가 남들 앞에 서는 게 조금 부끄러워서..."
'그런 복장때문에 부끄러운 게 아닐까...'
"아무튼 제가 당신을 미행한 이유는... 그게... 저... 당신에게 관심이 있어서..."
'관심? 설마...'
"죄송하지만, 전 유부남이라..."
"아앗! 그, 그런 게 아니에요! 관심이 있다는 건... 그러니까... 어어..."
알렉시아는 본론을 얘기하지 못하고 자꾸만 말을 질질 끌었다. 부끄러움을 잘 타는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을거라 생각은 했지만, 계속 그렇게 말을 이어가지 못하자 답답한 나머지 이세하는 언성을 약간 높여 말하였다.
"저기요? 빨리 확실하게 좀 말해주세요!"
"앗... 우으... 으..."
단순히 언성을 약간 높인 것이 알렉시아는 이세하가 화가 나서 소리를 친 것이라 생각한 알렉시아는 울상을 짓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에 깜짝 놀란 이세하는 다급히 어린애를 달래듯이 알렉시아를 달래주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겁도 많아서..."
'갑자기 울다니, 깜짝 놀랐잖아...'
"아뇨, 저야말로 언성을 높여서 죄송해요. 어쨌든... 이제 저한테 무슨 볼일이 있으신지 말해주시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당신이 여기 오셨을 때, 폐하의 청으로 장군 분들과 대결하셨잖아요? 사실 그때 저도 당신이 싸우는 모습을 엿보고 있었어요. 그때 당신이 보여준 마법... 그게 무척이나 관심이 생겨서..."
'마법인가... 하긴 이런 세계라면 그렇게 생각하겠네.'
"아아, 그거요?"
"네.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저는 당신이 마력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도 그 정도의 위력을 가진 마법... 게다가 주문 영창도 없이 시전하다니, 마법사라면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어요!"
그렇게 부끄러움을 타던 알렉시아는 어느새 부끄러움을 타는 듯한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이세하를 똑바로 바라보며 쉴새없이 말을 계속 해갔다.
"어... 그게 그렇게 신기한 건가요?"
"당연하죠! 애초에 마력도 없는데 마법을 사용하다니, 그건 불가능하다구요! 어쨌든, 그런 이유로 당신에게 부탁이 하나 있어요!"
"부탁이요?"
"네! 어떤 마법이든 간단한 거라도 좋으니 저의 눈앞에서 당신의 마법을 보여주세요!"
'고작 이런 부탁 때문에 그렇게 미행을 했던 건가... 뭐, 잠깐이면 상관없겠지.'
"알겠어요. 그럼..."
이세하는 아무도 없는 정원 쪽을 향해 한 손을 펼쳤다.
화아악-!
그리고 손에서 푸른 불꽃을 발산하고 그 불꽃을 공중에서 여러 가지의 모습으로 변형시키다가 어느 정도 보여줬다고 생각했을 때 불꽃을 꺼트렸다.
"이 정도면 됬으려나, 응?"
"굉장해요...! 대체 어떻게 하신 거죠? 네? 제발 가르쳐주세요!"
"저기... 부탁이 더 는 것 같습니다만."
"...아!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
"자, 잠깐만요!"
부탁을 다 들어줬으니 이제 다시 갈 길을 가려던 이세하를 알렉시아가 다시 붙잡아 세웠다. 이세하는 또 무슨 일인가 하고 고개를 돌려 알렉시아를 보면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알렉시아는 말하였다.
"방금 그걸 보고 확신했어요. 당신이라면... 그 '검'을 사용할 수 있을 거에요."
"'검'?"
"잠시 따라와주시겠어요?"
"?"
이세하는 정중히 거절을 하려고 했지만, 방금 전까지와는 다르게 사뭇 진지한 표정의 알렉시아를 보고 거절하지 못해 일단 알렉시아를 따라가보기로 하였다. 알렉시아를 따라온 곳은 알렉시아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마법 연구실이었다. 알렉시아는 연구실의 지하로 이세하를 데려가 그 지하에 보관하고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그건 이세하의 턱 밑까지 오는 정도의 길이에 도신이 은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양날검이었다.
"이게 뭐죠?"
"이건 과거에 마신을 봉인한 용사가 사용했다는 성검, '듀란달'입니다. 이 듀란달은 한 번 휘두르면 하늘과 바다, 그리고 대지를 가르고 불, 물, 흙, 공기의 4원소를 포함한 모든 원소를 다루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마력이든 전부 흡수할 수 있다고 전해져요. 하지만 알타노아 제국이 건국되기 전의 500년, 그리고 건국되고 이곳에서 보관된 지 500년, 천 년 동안 이 듀란달을 사용한 사람은 이 듀란달을 사용했다는 용사를 제외하고는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사용자의 역량도 크게 중요할테지만, 무엇보다 듀란달은 주변의 마력까지도 흡수하는 성질 때문에 여태껏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오지 않은 거에요. 하지만, 마력이 아예 없는 당신이라면, 아마 이 검을..."
"어... 제가 이런 검을 사용해도 되는 건가요?"
"그 듀란달을 다룰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음, 그럼 뭐... 어디 한 번."
이세하는 머리를 몇 번 긁적이며 듀란달의 앞으로 다가가 한 손으로 듀란달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러고는 나무 작대기 휘두르듯이 가볍게 몇 번 휘둘러보았다. 그런 모습을 본 알렉시아는 깜짝 놀란 모습이 되어 있었다.
"대단해요! 지금까지 듀란달을 다루려고 했던 사람들은 손잡이를 붙잡자마자 대량의 마력을 흡수당해서 정신을 잃었었는데...! 역시 그 검의 주인은 당신이 확실해요!"
"헤에~ 그런 건가? 그런데, 그렇게나 대단하다는 검이니 어디 한 번 시험을 해볼까."
"네? 시, 시험이라니... 안 돼요! 여기서 그러시면!"
"아뇨, 그러려는 게 아니고. 간단하게 얼마나 튼튼한 검인지 확인해보려구요."
"그게 무슨...?"
"이렇게요."
[신기 - 아마겟돈]
"?!"
'뭐, 뭐야?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대검이...!'
'뭐, 뭐야?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대검이...!'
이세하는 듀란달을 잡고 있지 않은 다른 손으로 아마겟돈을 꺼내 붙잡았다. 그러고는 듀란달을 가로로 세워서 들고 아마겟돈은 날이 듀란달의 도신을 향하도록 위로 치켜들었다. 그러자 알렉시아는 깜짝 놀라 뭘 할려는 것이냐고 물었다.
"자, 잠깐! 뭘 하시려는 거에요?!"
"보시는 대로."
알렉시아가 말릴 틈도 없이 이세하는 아마겟돈으로 듀란달을 내리쳤다.
"아, 안돼요! 그랬다간 당신의 검이 부러져버려ㅇ..."
서걱-!
"...... 어?"
"... 응?"
... 땡강-!
아마겟돈은 듀란달을 도마 위의 고기를 썰어버리는 것마냥 보기좋게 듀란달의 도신을 두동강내버렸다. 아마겟돈에 의해 도신이 두동강이 나버린 듀란달의 한쪽 칼날은 처량한 모습으로 땅바닥에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에 두 사람이 있는 장소에는 개미가 기어가도 소리가 똑똑히 들릴 정도의 고요한 침묵이 잠깐 동안 흘렀다. 그 침묵을 깬 것은 알렉시아의 비명소리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른 알렉시아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달려와서 땅바닥에 떨어진 듀란달의 한쪽 칼날을 들고 조금씩 흐느끼기 시작하였다.
"듀란달이... 듀란달이... 알타노아 제국이 500년 동안 관리해왔던 성검이...!"
"저... 저기...?"
"으아아아아앙!!! 어떡하면 좋아! 만약 폐하가 듀란달이 이렇게 돼버렸다는 것을 아시게 되는 날엔... 나는... 나는...! 후아아아앙!!"
"......"
알렉시아는 지하실이 눈물로 가득 차게 만들 기세로 펑펑 울어댔다.
"이대로 가면 나는... 어떡하면 좋아... 후흑... 으흑..."
"저... 알렉시아씨... 죄송해요. 설마 이렇게 될 줄은..."
"... 아니에요... 애초에 제가 당신에게 듀란달을 사용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한 것이 잘못이니까요... 하하... 하..."
'으윽... 어쩔 수 없지...'
"알렉시아씨. 그럼 그냥 이렇게 하기로 해요."
"...?"
.
.
.
.
.
"뭣이? 듀란달을 두동강내버렸다고?"
"네,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걸 실수로... 정말로 죄송합니다."
이세하는 아마겟돈으로 두동강을 내버린 듀란달을 황제에게 보여주며 알렉시아를 만나 그녀의 안내에 따라 간 곳에서 듀란달을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신이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듀란달을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거짓으로 황제에게 말하였다. 물론 듀란달은 그녀의 개인 연구실의 지하에 보관되어 있어 순전히 둘러보다가 우연히 발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황제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세하의 말은 신빙성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황제는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말을 하였다.
"그래... 듀란달을 두동강내버렸단 말이지..."
"......"
"크... 흐흐... 하하하하! 그래, 두동강이 나버렸단 말이지! 하하하! 정말 놀랍군!"
'응?'
황제는 한껏 크게 웃다가 천천히 웃음을 멈추고 이세하에게 말하였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황제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미소를 띠면서 말을 하는 것이었다.
"두동강이 나버렸다면 어쩔 수 없지."
"네? 하지만, 이건 분명히 아주 소중한 성검이라고..."
"호오, 그걸 누가 알려주던가?"
"아... 그건..."
"필시 알렉시아를 만나서 듀란달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것이겠지. 성검을 보관하는 것은 알렉시아, 그녀밖에 없으니까. 그것보다, 자네나 알렉시아는 내가 듀란달이 그렇게 되버렸다고 해서 노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큰 착각일세."
"예?"
이세하는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분명 듀란달은 과거에 마왕을 봉인한 용사가 사용했다고 하는 성검,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보물이지.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건가? 제 아무리 좋은 무기라고 해봤자 사용할 사람이 없다면 그저 고철에 불과한 법. 듀란달 또한 마찬가지이네. 그런 사용하지도 못할 고철을 가지고 있어봐야 궁전의 칸만 차지할 뿐이지."
"그래도... 아까운 게..."
"하하, 그렇게 미안하다면 부탁을 하나 들어줄 수 있겠나?"
"부탁이요?"
"그렇다네."
그리고 황제는 그 부탁이 무엇인지 말하였다. 그 부탁이란...
"얼마 안 가서 부활할 마신의 토벌대에 동참해줬으면 하네."
마신을 토벌할 토벌대에 동참해달라는 것이었다. 원래라면 거절을 하고 싶었지만, 이미 자신이 듀란달을 두동강내버린 탓에 거절을 하기도 어려운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이세하는,
"...죄송하지만, 그건 안 될 것 같습니다."
거절을 하였다. 그 말을 듣고 황제는 웃음이 싹 가셨지만 그래도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고 점잖은 표정으로 이세하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이유가 뭔지 알려주겠나? 마신은 머지않아 부활하고 인류를 위협하여 이 세계의 평화를 깨트릴 사악한 존재일세. 그렇다면 같은 인류로써 함께 힘을 합치는 것이 옳지 않겠나? 그럼에도 왜 거절을 하는 것인가?"
'어쩔 수 없이 사정을 이야기 해야겠어.'
"그건..."
이세하는 황제에게 자신과 이슬비가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닌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고 이 세계로 오게 된 경위와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할 방법을 찾아 돌아가야하는 관계로 마신 토벌대에 동참할 수 없다고 설명해주었다. 이를 들은 황제는 적잖게 놀란 표정이 되어 있었다.
"이세계에서 왔다니... 허어... 그래, 그렇단 말이지... 하지만 이세하, 사정이 그렇다면 자네는 더더욱 마신 토벌대에 동참해야 할 걸세."
"예? 그게 무슨 뜻이죠?"
"언젠가 한 번 들은 적이 있지. 마신의 성에는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포탈이 존재하고 마신은 그 포탈을 통해서 여러 차원을 넘나들었다고 말일세.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그게 정말입니까?!"
"확실하다고는 말할 수 없네만,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다면 이 방법에 따르는 게 현재로써는 최선책이 아니겠나? 군단장을 간단히 쓰러트린 자네라면 마신을 쓰러트리는 것도 분명히 성공할 거라 믿네."
황제의 말대로 지금으로써는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황제가 마신의 성에 있는 포탈을 이용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아무런 방법도 없던 상황에서 딱 한 가지의 방법이 생겨난 것이었다.
"그 말씀대로, 지금으로써는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네요. 알겠습니다. 마신 토벌대에 동참하겠습니다. 그런데, 옛날 그 용사의 예언대로라면 마신을 쓰러트리는 건 제가 아니라 붉은 머리의 어느 용사라고..."
"미안하지만 나는 예언같은 것은 믿지 않네. 예언이란 걸 따른다고 해봤자 그건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 나아가지 못하게 묶는 족쇄밖에 안 되네. 아무튼, 마신 토벌대에 동참해줘서 고맙네. 자네의 활약을 기대하지."
'아아~ 또 귀찮은 일에 얽혀버렸군... 그래도 뭐, 별 수 없나.'
"일단 슬비한테 말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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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겟돈은 행성을 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