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6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15 1

다시 5일 정도 걸리는 길을 걸어가야했다. 가는 중에 내가 만든 요리를 맛본 길드 총수도 아주 놀라운 맛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래도 총수니 품위는 유지한 채로 식사를 하시니 과연 길드 총수가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 3일 째 되는 날, 총수님은 나를 불러서 말을 걸었다.


"자네는 어디 출신인가?"

"저... 이센 출신입니다."


하늘에서 왔다고 말하면 지금 장난하냐고 혼날 게 뻔하니 일단 이센 출신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이센은 대체 어떤 곳일까? 성과 이름이 내 이름처럼 되어있는 곳, 여기서 물어보면 이센 출신인데도 이센에 대해서 모를 수가 있냐고 말할 게 뻔했기에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예 개명을 해야될까? 그게 훨씬 나을 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이 내 이름을 계속 틀리게 부르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를 계속 이상하게 볼 게 뻔하기 때문에 개명이 필요할 거 같았다.


"이센에 유명한 게 뭐가 있는지 한가지만 말해줄 수 있는가?"

"네? 아니 그게... 저... 워낙 많아서 다 설명하기가 좀..."


사실은 하나도 모릅니다. 총수님. 거짓말해서 죄송해요. 그렇다고 이센출신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고 이거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러자 기사들이 마침 요리를 더 달라고 외치자, 나는 일단 살았다는 듯이 요리를 준비해서 기사들에게 가져다 준다. 총수님도 이센에는 가본 적은 없는 거 같았다. 여기 있는 기사들도 마찬가지겠지. 벨파스트 왕국 내에서 각자 맡은 임무를 해야되는데 어디 놀러갈 시간이 있는가? 그리고 리온 기사단장의 말로는 타 왕국을 경계하는 상황이니 기사들이 어디 휴가나갈 상황은 아니었기에 이센여행은 안가봤을 것이다. 여행이라... 하지만 내가 모험가라면 그런 지역을 자유롭게 가고도 남았다. 이번 일이 끝나면 이센에 한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리플렛 마을에서 적응을 해야되는 게 우선이었고, 배울 것도 많았다. 예전의 나라면 별로 신경쓸 거 없이 게임에만 빠졌겠지만 지금은 내 생존에 달린 문제니까 당분간 게임기에는 손을 안 대는 게 좋을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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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행군을 시작한다. 중간에 고블린들이 습격해왔지만 숙련된 기사들과 나의 활약으로 막아냈다. 그 외에 다른 도적단도 습격해왔지만 해왔던 방식대로 그들을 물리쳤었다. 총수님은 생각보다 잘해주었다고 말해주면서도 한편으로는 긴장하고 있었다. 마치 다음에 습격할 상대를 아는 것처럼 말이다.


"혹시 몬스터 연합군이라고 들어봤나?"

"몬스터 연합군이라고요?"

"그래... 지금까지는 호위병력만으로도 막을 수 있었어. 하지만, 몬스터 연합군에 의해서 호위병력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지. 오크와 고블린, 오우거 부대로 이루어진 대규모 몬스터군단이야. 아마도 모험자들에게 당한 원한이 큰 거겠지. 고블린들은 지능이 없지만 오크와 오우거는 약간의 지능이 있네. 모험가들 중에 이들을 토벌하러나갔다가 잡혀서 길드에서 의뢰한 것을 행했다고 자백한 모양이라고 판단되네."


모험가들이 항상 의뢰를 달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들 중에는 퀘스트를 실패하여 목숨을 잃거나 포로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길드에 대한 존재를 알게 되었고, 정찰병을 보내 길드총수를 노려서 모험가들의 활동을 축소하게 만드려는 속셈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들은 멍청한 건 맞다. 길드 총수를 없앤다고 해서 길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같으면 차라리 길드 본부를 폭파시키고 길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전원 몰살하려고 할 것이다. 아니, 나라도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건 왕국에서 지원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주요인물이 죽어도 새로 모집해서 길드를 재건하면 그만이다.


몬스터 연합군이라... 그렇게 규모가 많다면 30명의 인원인 기사라도 막아내는 건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역시나 내 힘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걸까? 하지만 왠지 망설여지고 있었다. 내가 그러한 힘을 보인다면 사람들은 날 두려워하면서 내게 가까이 하지 않으려고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어렸을 때도 강력한 위상력 때문에 친구들이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지금 이 나이가 되어서 알게 되었다. 나를 두려워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아버지께서는 그 힘을 함부로 쓰지 않고 참고 넘어가야 한다고 하셨다. 정말로 필요할 때 사용하라고 하셨다.


"내가 자네를 만류한 이유가 그거일세. 충돌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혹시나 충돌하게 된다면 희생자가 늘어날 것이다."


길드 총수가 나를 말린 이유를 알 거 같았다. 흔히 이런 대사를 남긴다. '너는 아직 젊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만둬라.' 게임에서 NPC가 주인공을 강적에게서 빼돌릴 때 말하는 대사였다. 흔히 이런 NPC를 좋아하는 유저들이 대부분이었다.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 주인공을 구해냈기에 주인공이 나중에 성장하여 마왕같은 강적을 없애고 평화를 되찾는 거라는 설정을 나는 보았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는다. 평화는 커녕 혼란만 계속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도 아자젤을 쓰러뜨렸지만 나아진 게 뭐 있을까? 인간은 차원종을 상대로만 전쟁하는 게 아니다. 같은 인간끼리도 전쟁을 할 수도 있었고, 차원문을 통해 나타나는 차원종을 상대로 계속 전쟁을 벌이기에 평화는 오지 않을 것이다.


"말이 씨가 된 거 같네요."


주변에 살기들이 느껴지고 있었다. 길드 총수가 말한 몬스터 연합군, 고블린과 오크, 오우거로 이루어진 몬스터 연합군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전투준비!! 놈들이 다가온다. 무슨 일이 있어도 총수님을 보호한다."


선발대장이 명령했다. 이런 인원으로 연합군을 상대해도 될까? 규모는 너무 많아보이는데 족히 100마리는 넘어보였다. 일단 건 블레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서자 기사들이 나를 부르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나도 전장에서 살아봐서 안다. 여기서 싸우는 사람들도 다 가족이라는 게 있고,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특히 전쟁으로 인해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를 잃었던 우정미가 생각났다. 클로저들이 민간인을 구하지 않고 정부의 주요인물을 구하는 데에 전념했다는 사실 때문에 클로저를 증오하게 된 사례도 있다. 나는 그 일로 인해 클로저로써 사명을 조금은 깨닫게 되었다. 한 때 게임기에 빠져들면서 임무를 소홀히 하려고 한 내 자신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기사들 중에 아무도 희생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번엔 내가 클로저로서의 이세하로써 저 몬스터들을 상대하러 갈 것이다.


"혼자서는 무모해! 돌아와!!"


총수님이 외쳤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했다. 그들은 아직 내 실력을 모르니 저런 말을 하는 것이다. 나중에 나를 두려워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일단 심호흡을 한번 하면서 사이킥 무브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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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건? 대체 뭐지?"


세하가 높게 점프하는 모습을 본 기사단들은 놀란 표정으로 웅성거리고 있었다. 저렇게 높게 점프하는 인간은 살아오면서 처음보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달려오던 몬스터 연합군도 그림자에 비추는 세하의 모습을 올려다보면서 울음소리를 낼 정도였다. 기사들과 같은 반응, 세하는 건 블레이드에 푸른 위상력을 주입하면서 적의 부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 중에 가운데에 밀집한 지역으로 목표를 잡고 그대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간다!! 별빛에... 잠겨라!!"


세하의 몸이 푸른 불꽃으로 감싸진 채로 그대로 유성처럼 빠르게 하강한다. 세하의 기술 유성검, 공중에서 유성이 지면에 추락하는 것처럼 하강하는 기술이었다. 지면에 닿자마자 곧바로 광범위한 폭발을 일으켜 밀집된 몬스터 연합군이 푸른 불꽃으로 불타면서 나가떨어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몬스터 연합군은 전부 울음소리를 크게 내면서 놀라고 있었다. 세하를 중심으로 위에서 볼 때 커다란 원이 형성될 정도, 몬스터 연합군은 세하의 모습에 잠시 당황했지만 상대가 인간이라는 걸 알자 곧바로 울음소리를 내면서 세하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인간이다. 죽여라!!"


세하는 건 블레이드를 두 손으로 쥔 채로 그들이 가까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는 타이밍에 맞춰서 그대로 건 블레이드를 바닥에 꽂자 푸른 불꽃이 세하 중심으로 지면에 퍼지면서 균열을 일으켰고, 그 충격파로 인해 덤벼들던 몬스터들이 전부 나가떨어진 채로 푸른불꽃에 몸이 타고 있었다.


꾸워어어어어어어!!


괴로워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이고 있는 상황, 세하는 시간을 더 끌 거 없다고 생각하고 건 블레이드를 등 뒤에 꽂은 다음, 심호흡을 한번 한 후에 오른 손으로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한 채로 두 눈을 감고 위상력을 손바닥에 집중시켰다. 그러자 손바닥 위에 푸른색 구 형태의 위상력 덩어리가 생성되고 있었고, 그 크기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겁 먹지 마라!! 취이익! 놈은 한명 취이익!! 죽여라 취익!"


지휘관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세하는 그들이 오더라도 이미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들이 가까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곧바로 두 눈을 부릅뜨고 푸른색 구 형태의 위상력 덩어리를 그대로 폭발시킨다.


"섬광 속으로 사라져라!!"


쿠아아아아앙!!


세하를 중심으로 푸른 불꽃폭발이 그대로 몬스터 연합군 전체에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기사들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딱 벌린 채 바라볼 뿐이었다. 길드 총수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저런 모험가는 처음이라고 중얼거리면서 폭발로 인해 뒤늦게 날아온 강한 먼지바람을 맞고 난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팔 하나로 얼굴을 보호하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2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