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세하/세하유리] (속) 어서 깨어나줘

루이벨라 2017-10-03 7

※ 네틱세하 x 암광유리

『어서 깨어나줘』 속편






CN Seha x SoD Yuri

 

 

 

01.

 

 너와 만나는 꿈을 꾸었다. 그 안에서의 너와 나는 정말 행복해보였다.


 그 꿈이 계속 이어졌다면 좋았을 텐데...

 

 

 

* * *

 

 

 

 "안녕?"
 "...세하?"
 "왜,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살짝 웃는 네 얼굴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꿈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는...


 "왜 다 죽어간 사람 본 얼굴이야?"
 "...세하...?"
 "응? 왜 자꾸 불러, 서유리?"


 꿈이야...꿈이 분명해.


 꿈 속에서의 정석, 볼을 꼬집어보았다. 볼이 늘어났지만 아프지 않았다. 역시 꿈이었다. 왜 하필 이런 꿈을 꾸는 걸까. 이렇게 행복하고...다시는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을.


 "세하야, 이거 꿈이지?"
 "..."


 꿈이냐는 말에 세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꿈이냐고 꿈 속의 세하에게 묻는 내 물음에는 물기가 잔뜩 어려있었다. 왜 우는지 모르겠다. 세하가 깨어나지 않는 그것이 현실이고, 이렇게 우리 둘 다 평범하게 남아있는 것이 꿈인 것에 대한 원망...? 그것이 아니라면 이렇게라도 널 만난 기쁨...?


 적어도 꿈 속에서는 군단장 서유리로 만나지 않기를 바랬다. 난 내가 한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무참히 깨진다.


 "세하야, 정말 꿈이지...?"
 "..."


 꿈이냐고 두번째로 묻는 나에게 세하는 이번에는 대답을 했다.


 "응, 꿈이야."
 "..."


 그리고 꿈 속의 세하는 그걸 인정했다. 눈물이 더 터져나왔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담담한 척 해왔지만 난 내심 이런 상황이 맞닿게 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차원종이 된 나를 보면 세하는 무슨 생각을 할까. 경멸을 할까? 경계를 하며 검을 내 쪽으로 겨눌까? 세하가 겨눈 검이라면 죽어도 괜찮을 거 같았다.


 세하가 내 쪽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가까이 와서 죽일 생각인가.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뒤이어 온 것은 차가운 검의 감촉이 아닌, 따뜻한 어느 한 사람의 체온이었다.


 "왜 그렇게 울어..."
 "..."
 "알아. 많이 힘든 거. 내가 깨어나지 않아, 이렇게라도 날 만나고 싶다는 거."
 "세하야..."
 "나도 보고 싶었는 걸."


 세하는 사근사근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다. 나도 보고 싶었다.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그리고 내가 듣고 싶지 않았던 말도 같이 했다. 깨어나지 않아서 미안하다. 이렇게 밖에 만날 수 없는 자신을 미워해도 된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쳐버린 나는 세하를 원망하고자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걸 실천에 바로 옮기지는 못했다. 난 세하와 관련된 모든 것에는 매우 약한 사람이었다. 그런 나에게 세하를 미워하라는 건 죽어도 해내지 못할 일이었다.


 "난 네가 힘들어하는 거 싫어."
 "..."
 -난 유리, 네가 힘들어하는 거 싫어.


 우리 모두가 변하기 전에 세하가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말을 했을 적의 세하는 왜 그런 말을 했던 걸까? 아, 기억이 났다. 세하가 죽을 뻔한 임무를 하고 돌아와 그런 세하를 걱정하면서 엉엉 운 나를 보며 세하가 한 말이었다. 꿈 속의 세하와 그 때의 세하가 한 말에는 무언가가 빠져 있는 거 같았다.


 나로 인해, 이려나?


 "내가 깨어난다고 해도 그때처럼 행복해질 수는 없을거야."
 "..."
 "알아. 우린 너무 많이 변했어."


 이젠 꿈 속의 세하의 말에도 물기가 잔뜩 어려졌다. 핏줄이 드러날 정도로 세하가 주먹을 꽉 쥐는게 보였다. 참고로 난 세하와 관련된 모든 것에 약한 사람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세하가 분노하고 슬퍼하고 있는 이 상황.


 "그러니 꿈에서라도..."
 "..."
 "행복해지자, 유리야..."


 아, 세하가 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어느 사이에 울고 있었다.


 꿈에서라도, 아니 꿈에서 밖에 행복해질 수 없다니. 너무도 가혹했다. 하지만 그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다.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다.


 난 눈앞에 있는 세하를 꼭 껴안았다. 눈물은 쉴 새 없이 흘러 시야는 흐려지기 직전이었다. 그래도 상관 없었다. 꿈 속이라고는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그것 하나면 괜찮을 거 같았다.


 그 품 속에서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네가 깨어난다고 해도 난 널 이렇게 안아줄 수 있을까? 이제는 그것이 두려웠다.

 

 

 

 

 

 

그림 제공 : 리스슈(@jys182)님

 

 

 

 

 

02.

 

 꿈에서 깼다. 분명 행복한 꿈이었는데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묻어나왔다. 울었나보다, 나...


 '...울다니.'


 정말 헛웃음이 나온다. 이 광경을 지금 내 휘하에 있는 차원종들이 보았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역시 인간이란 불안정한 존재다, 라는 생각을 했을까? 하지만 그들이 그런 말을 해도 뭐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 말이 맞았다. '감정' 이라는 걸 가졌을 때부터 차원종들의 눈에는 인간은 불안정한 존재라고 생각할게 뻔했다.


 하지만 그 감정이 있기에 인간이 살아갈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기에 명색이 차원종의 군단장이라는 신분으로 있지만 그 감정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마저 잃어버리면 난 정말 세하를 두번 다시 볼 용기조차 없을 것이다.

 

 

 

* * *

 

 

 

 깨어나자마자 세하에게로 향했다. 꿈에서와는 확연히 다른 사이버네틱 시술을 받은 모습이었다.


 왕좌에 조용히 앉아있는 고요한 모습. 세하 주변만 시간이 멈춰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잠시 정신을 잃었던 동안 무슨 일이라도 없었는지 괜시리 뺨을 만져보았다. 차가운 기운이다. 인간이 아닌 느낌...


 왕좌 한구석에 턱을 괴고 가만히 세하를 올려다보았다. 평안하게 잠든 모습이다. 금방이라도 깨어날 듯 한데 세하는 깨어나주지 않았다.


 궁전 안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가지만 바깥의 세상은 달랐다. 시간이 그리 많이 지난 거 같지 않지만 바깥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바깥의 시간이 흘러갈수록 난 더한 고독감을 느낀다. 내가 알던 이들은 변해가는데 나만 변해가지 않는 이것이 너무도 두려워서.


 어쩌면 난 나와 같이 변하지 않는 세하를 보며 안도감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자고 있는 건 미운 포인트였다. 날 혼자 두게 하지 말란 말이야! 초반에는 이런 비명도 곧장 질러댔다. 세하는 그걸 들어주지 않았지만...


 너는 날 평온하게 하면서도 고독하게 만드는구나...


 다시 한번 뺨을 쓸어내렸다. 여전히 차갑다. 그리고 미동조차 없다. 살아있는 거 같지 않다. 하지만 살아있다. 그 연구원들의 말에 의하면 '그저 작동하지 않은 것 뿐' 이라고. 그 물건을 다루는 식의 말투는 싫었지만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지금의 세하는 자고 있는 것 뿐이다, 자고 있는 것 뿐이다...언젠가는 반드시 눈을 떠서,


 "..."
 "..."
 "...!!"


 ...나를 보며 인사해줄...것이다, 라고 주문을 걸어본다.


 오랜만에 보는 금안에 눈물이 솟아올랐다. 아니, 한쪽이 붉은색 눈이긴 했지만 익숙한 금안이다. 그 금안을 보는 순간 이젠 무뎌져간다고 생각한 감정들이 폭발을 하듯 형형색색으로 터트러졌다.


 세하는 어느 날 갑자기, 깨어나주었다.

 

 

 

 

 

03.

 

 -이세하가 깨어난다면 무슨 말을 먼저 할거야?


 예전의 어느 누가 나에게 건넨 질문이었다. 질문을 들었을 때에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수많은 말 속에서 나는 아마 이 말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서 와. 잘 돌아와 줬어.


 이런 몰골의 나지만, 죽도록 깨어나주지 않아서 밉기까지도 했던 너였지만 우선 깨어나주었다는 것, 그리고 돌아와주었다는 것 자체에 큰 기쁨일 거 같기에.

 

 

 

* * *

 

 

 

 그리고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다.


 깜빡깜빡- 세하가 눈을 깜빡였다. 정말, 깨어났다. 진짜로, 깨어나주었다.


 그 긴 시간동안의 원망과 서러움은 눈 녹듯 사라진 상태였다. 설렘과 기쁨. 이 두 감정만이 지금 내 안에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나 분명 또 울고 있나보다. 세하가 뺨을 쓸어내려주는 걸 보니 확실히 그런 듯 했다. 세하는 많이 변해버린 내 모습을 보고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그 잔잔한 미소를 지어줄 뿐. 저 미소,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내가 감정에 북이 차올라 세하를 안아버린 건. 본능이, 감정이 넌 지금 이렇게 해**다! 라고 계속 명령을 하는 거 같았기에 할 수 밖에 없었다. 세하의 품 속은 예전만큼 따뜻하진 않았지만 날 어루만져주는 그 손길은 그대로였다.


 "어서 와."


 떨리는 목소리로 그토록 내뱉고 싶었던 말을...


 "잘 돌아와 줬어."


 이제야 비로소 해줄 수 있었다.

 

 

 

 

 

[작가의 말]

http://cafe.naver.com/closersunion/245775

처음 클로저스 팬픽을 썼을 때 유리를 좀 어둡게 묘사해서 유리의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쓰는데 익숙한 작가입니다.
원래 뒷이야기 없는 열린 결말이었는데 속편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이렇게라도 올려봅니다. 이 뒷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안 나와요!
저랑 암광유리x네틱세하 파실 분?

2024-10-24 23:17:2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