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4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14 0

여기 호위인원 중에서 내가 식사담당을 맡게 되었다. 아무래도 기사들의 식사는 별로 맛이 없었던 모양이다. 아니, 맛이 없다기보다는 삼겹살 구이만큼이나 맛있는 음식을 안먹어봐서 그런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 이후로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느 지역을 여행했냐든지, 어떤 몬스터들을 토벌했냐고 물어보면서 나에게 관심을 가진다. 길드에서 주는 의뢰라면 멀리까지 가서 수행하는 일도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여행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리온 블리츠라는 기사단장을 처음 만났을 때도 그냥 여행하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내가 모험가인 줄 알고 이 일을 맡긴 거 같았다. 모험가라면 적어도 호위하는 전투실력정도는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기사들도 경계한 이유가 내가 어느 정도 전투실력을 가진 건지 모른데다가 적일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그런 행동을 취한 거 같았다. 내가 아무 힘도 없다면 경계할 이유가 없겠지.


내가 아는 이세계라면 기사들은 혹독한 군사훈련을 받는다. 민간인하나를 관리 못할 정도로 소홀한 녀석들이 아니다. 하지만 재벌가라고 불리는 귀족들이 기사를 모집하는 자에게 뇌물을 주어서 자식을 기사단에 입단시키는 일도 발생한 데다가 훈련에서 제외하여 훈련을 이수했다고 거짓보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기사들이 혹독한 훈련을 마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가 어느 RPG게임을 하면서 알게 된 세계관 지식이다.


실제로 내가 사는 원래 세계에도 그런 게 존재한다. 병역 면제, 그게 뉴스에 화제가 되니까 나도 그런 건 잘 알고 있다. 군대도 안간 국회의원들이 특히나 국방에 대해서 이리저리 따진다. 복무기간이라던가 미사일 개발 문제라던가 말이다. 그런 걸 보고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떠드는 것을 보기도 했다.


여기 나라에서는 비리감사같은 걸 하고 있을까? 귀족들이 세력이 강한 거라면 안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아직 단정지을 수도 없으니 일단 섣불리 판단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그렇게 요리를 할 수 있는 거야? 나도 가르쳐 줘."

"간단합니다. 처음에 고기 한쪽 면이 구워진 후에 잠시 꺼낸 후에 식칼로 썰어서 그 조각만큼이나 잘라내 다시 후라이팬에 넣어서 구운 거에요. 여러분들은 보통 커다란 고기째로 여러명이 나눠드시는 건가요?"

내가 묻자 그들은 그렇다고 동시에 대답했다. 이거야 원, 그렇게 커다란 고기 덩어리 째로 구우니까 속이 안 익지... 아무래도 이 사람들에게 내가 고기굽는 법을 좀 다시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하필 고기지? 야채도 과일도 있을텐데 말이다. 아무래도 맛 때문인 거 같았다. 사람은 음식들 중에 맛있는 음식을 먼저 고르려는 습관이 있으니까 기사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주로 고기요리였던 모양이다.


"오오... 이렇게 하니까 속까지 익은 거였군. 알려줘서 고맙네."


지금까지 기사들이 얼마나 안 좋게 살아왔는지 알 거 같았다. 매일 훈련하면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삼겹살로 끼니를 때우는 건 아니겠지? 고기를 너무 많이 먹으면 성인병에 걸릴 수 있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신 게 생각났다. 분명히 고기랑 양파를 같이 먹으라고 했었는데... 내 말을 들을 사람들이 아닌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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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째, 왕도까지 가면서 몬스터나 도적들과 충돌은 없었다. 혹시 호위할 때 노리려는 건가? 그들도 지능은 있는 모양이다. 그들의 목적은 길드 총수지 기사단이 아니라는 것, 그들이 호위해도 길드 총수만 집중적으로 노리는 데 주력한다면 지금 전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는 하품을 하면서 이제 야영은 싫증이 나는 느낌이었다. 기사단이 준비한 침낭에 잠들어서 잘 자긴 했지만 노숙하는 기분이라 꼴이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매일같이 사냥조가 나서서 고기를 가져오면 나는 그것을 구울 뿐이었다. 고기만 너무 먹으면 건강에 안 좋을 텐데 괜찮을까? 하지만 행군하면서 소비하는 에너지가 있으니 그들은 괜찮겠지만 나는 괜찮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일반인이 아닌 위상력 능력자니까 말이다. 그들처럼 무거운 갑옷을 입은 것도 아니고 걸어가도 힘들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자네 등 뒤에 있는 검은 대체 뭔가?"

"아, 이거요? 건 블레이드라고 하는데요. 아니 그냥... 말 그대로 검 같은 거에요."


이세계는 건 블레이드 같은 건 없을 것이다. 선발대장이 등 뒤에 꽂혀있는 내 건 블레이드를 보고 신기해하고 있는 걸 보니 건 블레이드에 대한 지식은 여기 세계에 없다는 것으로 추측했다.


"곧 있으면 왕도에 도착한다. 다들 조금만 힘내라!!"

"우오오오오오!!"


왕도라... 왕국의 수도의 줄임말, 여기 벨파스트 왕국의 국왕폐하와 왕비, 그리고 귀족들이 있는 곳이겠지. 그리고 사람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고 말이다. 기사들은 어느때보다 사기가 올랐다. 고기를 먹어선가? 이들은 도대체 평소 어떤 식사를 하냐고 물으면 주로 맛없는 야채나 스프, 숯불에 구운 고기를 주로 먹는다고 했다. 오호, 여기 세계에도 오븐이라는 게 있었구나. 그리고 고기를 익혀서 먹는다? 고기를 아예 싫어하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후라이팬에 굽는 건 한계가 있지만 숯불로 굽는다면 속까지 충분히 익힐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야채 종류나 스프종류도 내가 살던 세계와 똑같은 이름들이 보였다. 여기 이세계 맞아?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지?


우리는 왕도에 도착했다. 선발대장이 경비를 서는 병사에게 무슨 종이를 보여주자 우리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아마 신분을 증명할 만한 거겠지. 나는 왕도 안으로 들어서면서 신기한 듯이 주변을 살펴보았다. 사람들 복장이 중세시대와 거의 똑같았다. 양복을 입은 사람도 보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간판에 써있는 글들은 못읽겠다. 언제 누군가에게 글을 가르쳐달라고 말해야될 거 같았다.

말은 통하는 데 글을 모른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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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길드 총수가 머물고 있는 여관 앞까지 오자 총수가 당당하게 나오니 기사들이 무릎앉아서 인사를 올리자 나도 얼떨결에 그들처럼 따라서 했다. 척봐도 귀족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연두색 상의에 회색 하의, 복장은 단정한 신사처럼 보였다. 그리고 외모도 누구나 좋아할 만한 잘생긴 얼굴이다. 으음, 과연 총수라 이건가?


"그대들이 저를 호위해줄 기사님들이십니까?"

"네. 총수님."


길드 총수도 기사들이 존댓말 쓸 정도로 영향력을 가진 듯 했다. 하긴 뭐, 나라의 치안을 담당하는 데 큰 힘이 되어주고 있는 사람이니 당연했다. 그리고 총수는 한사람 한사람 다 살펴보다가 나에게 시선을 두고 말했다.


"그 소년은?"

"이번에 총수님의 호위의뢰를 맡은 모험가인 이새야라고 합니다."


선발대장이 나에게 소개했다. 그리고 새야가 아니라 세하라니까 몇 번을 말해야되는지 모르겠다. 아우, 이름은 아무래도 되었다. 그냥 자기들이 편하게 부르라지 뭐. 아무튼 총수가 나에게 다가와서 표정이 어두운 채로 말을 걸었다.


"이 의뢰가 얼마나 어려운 건지 알고 온 것인가? 보시다시피 내가 길드의 총수로 있는 한은 지금까지 모험가들에게 당해왔던 도적들이나 몬스터들이 나를 노리러 올 걸세. 전에 왕도에 오는 과정에서도 호위한 병력들이 많이 전사했지. 그리고 수준있는 모험가들은 전부 전멸을 당했어. 그래서 나는 왕도에 온 것을 후회하곤 하네. 자네는 너무 어린 나이야. 이런 의뢰를 맡기에는 수준이 안 될 거 같네.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게 어떤가? 물론 보수는 주겠네."


호위임무가 그만큼 어려운 거였구나. 노리는 적들이 많으니 호위병력이 많은 것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몇 백명정도 투입하지 못한 이유는 마을 치안을 위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는 건 아닌 거 같았다.


"저는 모험가입니다. 어떤 어려운 임무라도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는 건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총수님. 부디 저를 호위임무에 참여시켜주십시요."

"으흠... 하지만 자네를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는 생각이 드는 군. 처음보는 복장에 등 뒤에 차고 있는 처음보는 무기... 그래... 어쩌면 신이 내려주신 전사일지도 모르겠군. 알았네. 그럼 이제 더이상 말 하지 않겠네."


신이 내려주신 전사라... 확실히 그럴 지도 모르겠다. 난 신에 의해서 여기 세계로 온 것이니 말이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한 기사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에 리플렛 마을로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바로 출발한다고 선발대장이 말했다. 그 틈에 나는 왕도 구경을 좀 해야겠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2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