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슬비] 타임 슬립 (Time slip)
꽃보다소시 2017-10-01 10
"세하야!!!!!"
"안돼... 죽지마.. 세하야... 거짓말... 거짓말이야!!"
"•••"
"포기해. 걘 이미 죽었어."
"애..쉬, 더..스트..?"
"한명 죽였으면 엄청난 이득을 본 것 같은데.. 안그래 누나?"
"그래! 원래 다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말이야!"
"…"
"다음엔 너도 각오 하는게 좋을 거야. 이슬비. 후후훗"
"..."
"흡…흑…흐으윽.. 세하야...!!"
"세하야!!!!"
'뭐야.... 꿈..이었어..?'
...
나는 오늘도 그가 나오는 꿈을 꿨다. 소리를 지르면서 일어나고보니 검은양팀 회의실이었고, 얼굴엔 눈물로 범벅 되어있었다.
"아... 또 왜이래..."
식은땀과 눈물로 범벅된 내 얼굴을 닦으면서 다시 정신을 차린다. 요즘 매번 비슷하거나 똑같은 꿈만 꾼다. 1년 전 내 눈앞에서 동료가 죽어가는 꿈. 1년전부터 거의 매일 이 악몽에 시달리며 살아온 것 같다.
아니, 가끔 환청도 들리고
악몽 때문에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기분과 함께 멍 때리고 있었던 그 순간 동아리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슬비야...?!!"
"유리야..? 갑자기 왜 그래?"
갑자기 들어온 유리의 표정은 깜짝 놀란 듯 약간 심각한 표정이었다.
"너가 갑자기 이 방에서 소리를 지르니까 놀라서 와봤지.."
'내가 그렇게 크게 질렀다고..?'
그래도 내가 뭐라고 소리 질렀는지는 잘못들은 것 같다.
"아무것도..아니야."
"아무것도 아니긴? 뭐 이리 땀도 많이 흘려?"
"..."
"너가 책상에 엎드려서 잠을 다자고.. 너 요새 특수요원 승급심사 때문에 잠도 설쳤구나..?"
"나 잠잔거 어떻게 알았어?"
"너 얼굴에 책자국..."
"아..."
얼굴이 빨갛게 되는 것을 느껴 고개를 푹 숙였다.
리더로써 팀원들한테 힘든 모습 한 번 보이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하가 그렇게 죽고 나선 나도 모르게 가끔 힘든 모습이 팀원들한테 보이고 그걸 유리는 계속 주시한 것 같다.
그리고 나와 유리를 지켜 보고 있었는지 제이씨가 말을 걸어왔다.
"대장, 힘들면 바람이라도 좀 쐬고 오는게 어때?"
--
그렇게 잠시 밖으로 나왔다.
요즘따라 계속 비가 왔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날씨도 맑고 바람도 선선하니 산책하기 좋은 날씨다. 이번 승급심사를 마치고 나서 처음으로 가져보는 혼자만의 시간이다. 요즘 계속 쉴틈도 없이 바빴고 숨 돌릴 시간 조차 없었다. 그런 내가 오늘 특수요원으로 승급을 성공하고 옷도 새롭게 제공받은 특수요원복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이젠 그 안 좋은 기억이 있던 흑백 바탕의 정식요원복도 안녕인거다.
잠시 이런 저런 생각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오랜만에 나 혼자서 여유를 즐겨보기 시작한다.
...
그것도 잠시뿐. 얼마 지나지않아 어디선가 쾅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가 파괴되는 그런 소리였고, 느낌상 차원종의 짓이 분명하다. 그 소리가 난 곳으로 가보았지만 아무런 흔적 없이 깨끗한 건물들만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뭐였지.. 분명 이 근처 였는데.."
그런데 사람들이 방심은 금물이라고 했었지. 아무런 생각 없이 무방비상태였던 순간 뒤에서 하얀색 빛이 맴도는 무언가가 습격했다. 그리고 몇분 동안 정신을 잃었다.
"..."
아 머리야.. 뭔가 뒷통수를 세게 맞았는데 누가 때렸는지도 모른다. 나는 뒷목을 부여잡고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아까랑 배경이 약간 달라진 감이 있지만..
기분 탓 이겠지.. 하도 세게 맞아서 정신이 약간 이상해진게 틀림 없어.
...
그런데 왜 폐업했었던 것 같은 가게들이 왜 보이는 걸까. 길거리 광고지에 써져있는 날짜들도 다 1년전, 2020년으로 적혀있다.
"뭐야, 1년이나 지난 광고지를 정리 안했어?"
아니,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오고가는 강남에 1년씩이나 지난 광고지를 그냥 나뒀을리가 없잖아.
그렇게 이슬비는 유니온 타워로 돌아갔다.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치도 못한채.
...
아무리 이 길을 걸어다녀봐도 이상하다. 아까부터 1년전엔 있었지만 최근들어서 폐업했었던 가게들이 영업중이고.. 아무래도 머리 한대 세게 맞아서 헛것들이 보이는걸까.
"요원님!"
처음보는 특경대 대원이 날 불러 세웠다.
"네..?"
"특수요원 분들은 지금 다 뉴욕본부로 가셨는데, 왜 여기 계시는겁니까?!!"
처음듣는 소리.. 애초에 난 그런 정보를 들은적도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저는 그런..보고를 받은 적이.."
"저기요, 특경대님!!"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그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려 그 목소리의 정체를 확인했다.
"아...아니..."
그 목소리의 주인은 이세하였고, 정식요원복을 입고 있는 나와 검은양팀, 그리고 유정이 언니가 그 자리에 서있었다.
"아니??!!!! 요원님이 왜 두 명이나..?!!!"
아무래도 큰일이 난 것 같다. 아니, 난 것 같은게 아니라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내가 한 명 더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지금 여기가 꿈이 아닌 이상 이럴 수 없었다. 이 꿈에서 벗어나기 위해 볼을 꼬집어 봤지만 깨어나지 않는다.
"내가...두명이야...."
정식요원복을 입고 있으니 과거의 나라고 볼 수 있겠다. 또 다른 내가 특수요원복을 입고 있는 나를 보고 소름끼치는 표정을 지었다.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다....당신..., 도대체 누구십니까...?!!"
"아...아니.., 그게 저..."
특경대가 말을 걸어왔고 이 상황을 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내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끝내 그는 총을 들었다.
"이슬비 요원의 형상복제자라면 당장 체포해야겠습니다!"
"네?! 잠시만요?! 아니 그게.."
"여기 형상복제자가 있습니다!!! 빨리 좀 와주세요!!"
이러다간 내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미래에서 왔다고 말했다간 나를 완전 정신 나간 사람으로 볼 것 이다. 그냥 믿지도 않을 것 이다.
나는 아주 잠시 한눈을 파는 특경대의 틈을 타 총을 뺏어 위상력을 담아 저 멀리 던져버리고 있는 힘껏 도주한다.
나를 쫓아오던 검은양팀도 포기한듯 나는 도주에 성공했다.
...
"하... 그냥 죽을 뻔 했네.."
그리고 방금 떠오른 게 있다. 일년 전 A급 차원종과 싸우다가 그 현장에서 사망했던 이세하가 있었다는 것. 그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여기는 정말 내가 있어야하는 세계는 아닌 것 같다.
그럼 여기는 도대체 얼마나 과거라는 것 인가..
아..!
저번에 제이아저씨와 유리가 하는 말이 생각났다.
- "세상엔 과거로 가게하는 그런 차원종도 있다고 해."
"세상에 그런게 어딨어요?! 아저씨!!"
"아저씨가 아니야!! 오빠라고 불러!!" -
...
"내...내가 한 사람 더 있어..."
"왜, 너 보단 머리도 길고 더 낫던데."
"이세하!! 너 방금 뭐라했어?!"
"둘 다 그만 싸워..."
"저러다가 세하형 생일날에 슬비 누나한테 얻어 맞을 것 같아요.."
"뭐, 생일빵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풉.."
"진짜 아까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대장이랑 직급이랑 머리길이만 빼고 다 똑같았어."
"야 이슬비 도대체 너 뭔 짓을 하고 다녔길래 형상복제자가 생기냐?"
"뭐? 내가 뭘 했다고 그래?! 내가 원인을 알면 이러고 있겠어?!"
"진정해.."
"뭔가 미래에서 온 것 같은..."
"애들아!!"
"유정언니? 왜그래요..?"
"강남 근처에 정체불명 A급 차원종이 출현했다고해!! 빨리 출동해줘!"
"유정씨, 그런건 특수요원이.."
"지금 특수요원이 한 분도 빠짐없이 다 출장가셨어요..! 늑대개팀도 곧 올꺼에요.."
.
.
.
"아, 그것보다 여긴 도대체 몇월 몇일에 몇년도야.."
핸드폰을 회의실 책상에 나두고 와버려서 달력 같은 것도 확인 할 수 없고, 누군가에게 연락 할 수 있는 수단도 없다.
"여러분! 긴급 대피해주세요!! A급 차원종이 근처에 출현했습니다!!"
"A급...차원종?"
그러고 보니 이 곳에서 별로 흔하지 않던 A급 차원종이 나왔던 그날 세하가 죽었다.
위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할 수 없이 시민 한 명을 붙잡고 이 날의 날짜를 물어봤다.
"저기.. 오늘 몇일이에요?!"
"오늘 6월 2일 이에요."
...
이제 알았다.
이 날은 우리 검은양팀 모두가 고위급 차원종을 토벌하기 위해 출동한 그 날이었고, 세하를 먼 곳으로 보내야만 했던 최악의 날이자 곧 세하의 생일이었다는 것.
"그 날 세하 생일 선물 사러가려다가 임무 나갔었지.."
원래대로 흘러간다면 오늘 세하는 예정대로 오늘 죽게된다.
'내가 가서 구한다면 세하는 다시 살 수 있게 될까?'
자그마한 희망이라도 품고, A급 차원종이 출현 한 장소쪽으로 위상력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날아 갔다.
"저... 저기요!! 그 쪽으로 가면..."
"아니.. 저 사람 유니온 특수요원 아니야...?"
"뉴욕으로 다들 출장 가신 줄 알았는데..."
"가야지 정상아니야..?"
누군가 자꾸 뒤에서 떠들어댄다. 그러든 말든 일단 상관없다. 나한테는 세하를 구해내는게 제일 먼저기 때문에.
...
"유..유..리야..?"
서유리가 쓰러졌다. 그녀가 쓰러지는 걸 이 세계의 이슬비는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유리가 피투성이로 쓰러지게 되는 건 정말 단 한 순간 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건 이세하와 이슬비다. 서유리, 미스틸테인, 제이씨.. 다 쓰러졌다. 늑대개팀은 왜 안오는 걸까. 도와주러 올텐데, 너무 늦는다. 이러다가 전멸 당한다면... 그 전에 늑대개팀이 와주길 기도한다.
"야! 이슬비!!"
이세하가 소리쳤고 깜짝 놀란 이슬비는 바로 뒤를 돌아봤다. 그 정체불명의 차원종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쳐 이슬비를 죽이려고 하고 있었고, 그녀는 이제 끝이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채웠다.
'미안해... 내가 좀만 더 강했더라면..'
맞은 편에서 이세하가 이슬비를 향해 달려온다.
죽음의 문턱 앞에 선 리더를 구하기 위해서.
'난 이제.. 이대로 끝인걸까..'
...
빠르게 날아와서 차원종이 있는 근처 까지 오는데 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곳은 차원종이 막 때려 부숴버리면서 다녔는지 건물들이 황폐해져있었다. 마치, 폐쇄된 마을 처럼.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누군가를 발견했다.
그 사람들은 이미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었다.그들의 정체는 검은양팀의 제이아저씨, 서유리, 미스틸. 이 곳이 그 거대한 차원종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좀 더 이 골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바로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차원종이 나를 공격하는 모습과 그런 나를 구해주려고 뛰어들고 있는 세하의 모습이 보인다.
...
'맞아. 저 모습이야.'
세하가 죽고 나만 살아났던 그 최악의 날. 지금 이렇게 보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 어떻게든 막아내서 구해내지 못한다면 세하는 죽게되고 나는 몇일동안 중환자실에서 울면서 지내게 될 것이다. 세하를 두 번씩이나 죽게 하고 싶지 않고, 그런 모습을 두번 보긴 싫다.
지금 내가 더 강해졌는지 알아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미래를 바꿀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전속력으로 그 쪽을 향해 날아간다.
"안돼!! 세하야!!"
...
있는 힘 껏 위상력을 발휘하면서 질끈 눈을 감는다.
--"이...이세하 너.."
"야.. 그냥 멍청하게 서있으면 어떡해.. 다칠 뻔 했잖아."
"야 이 바보야.. 너가 다쳤잖아.. 너야말로 갑자기 뛰어 들면 어떡해... 진짜 너란 놈은..."
"그래.. 미안하다, 바보라서. 근데 차원종이 공격하려고 하는데도 가만히 서 있던 너도 바보야 리더."
"...빨리.. 병원 가자.."
"..벼..병원 가기 전에.. 할 얘기 있어."
"...말 아껴, 너 그러다가 진짜로 큰일나."
"싫어.. 지금 말 할꺼야."
"..."
"좋아해, 슬비야."
"뭐..뭐라고..?"
'털썩'
"세..세하야...? 눈 좀 떠봐.. 야 이세하...!!
거짓말... 연기지..? 그런거지..? 제발 일어나.. 눈 좀 떠봐...! 세하야!!
제발 부탁이니까... 일어나줘.......-" --
--콰아아아아앙
'방금 환영이 보였는데..'
질끈 감았던 눈을 떠봤다. 그 덩치만 산만하게 컸던 그 차원종이 내 공격으로 인해 치명상을 입었다. 그렇다고 해서 죽은 건 아니지만... 다시 한번만 공격 하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위상력을 다시 발휘한다. 이 공격이 마지막 공격이 되겠지.
--'결전기 : 지하철 직격'
이 공격으로 인해 저 차원종은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그렇게 내가 이겼다. 그렇게 힘들었는데.. 특수요원으로 승급하면서 더욱 더 많은 위상력을 쓰게되고 많은 스킬들을 배우게 되니 옛날 정식요원 때 보단 훨씬 더 수월하게 쓰러트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기쁨에 취한 채 깜빡 잊고 있었던게 있었으니...
"저...저기...."
누군가의 부름에 뒤를 돌아봤고, 그 곳엔 세하가 살아있다. 피를 좀 흘리고 있었지만, 예전에 내가 봤었던 생기 없이 죽어가던 얼굴은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도대체 나는 뭐라고 이들에게 말을 해야 하는가..
또 저쪽에선 늑대개팀도 늦게나마 합류해있었다.
언제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넌 도대체 누구야?"
아픈 곳을 부여잡으면서 힘겹게 말하는 세하였다. 나도 도대체 여기서 누구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난..."
"미래에서 온건가?"
갑자기 트레이너가 말을 걸어온다. 트레이너는 뭔가에 대해 알고 있는 듯 했다.
"누군가 그러더군. 시공간을 이동하게 하는 그런 차원종이 있을 거라고 말이지."
"그럼 저 모범생이랑 똑같은 녀석이 미래에서 왔단 말이야?!! 꼰대!?"
나타 저 녀석 시끄럽게 떠드는 것은 여전하다.
얼마전, 현실 세계에서 제이아저씨가 서유리랑 얘기하는 것을 들었었고 트레이너 역시 그 차원종을 말하는 것 같다.
"..."
더는 말이 길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일단 이 자리를 빨리 뜨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을 끝내고, 사이킥 무브를 시전하려는 도중 언제 자리에서 일어선 이세하가 내 팔을 잡고 멈춰 세운다.
"그럼 너도, 이슬비야?"
"뭐..?"
"너 얘랑 완전히 똑같이 생겼어. 특수요원인거랑 머리길이가 좀 더 긴거 빼고.. 똑같이 생겼다고.."
"..."
"대답 좀 해줘.. 제발."
"누가..."
"어..뭐라고..?"
"누가 그런 식으로 위험하게 구해 달랬어?"
"... 뭐가...?"
"너 방금도 그랬잖아!!"
"..."
방금도 이세하는 나 때문에 차원종이 엄청난 공격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 들었다.
'저래서 내가 살아도 편하게 못살았던거야.'
"넌 항상 그런 식이야. 죽으면 어쩌려고."
정말로 나는 다시 이 자리를 뜨려고 했다. 조금만 더 있다가 여기에 사람들이 다 오기라도 하면 끝장날 것 같아서..
"저기.."
"..."
'또 왜그래.. 뭐 때문에?'
"나중에.. 나중에라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이제 살아있으니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아마도..
내가 현실세계로 돌아간다면-
"1년 뒤에..."
"...어..?"
"1년 뒤에 다시 만나자.
세하야."
"저..!! 잠시만..!!"
그 말만 남기고 황급히 그 자리를 떴다.
이제 나중에 세하를 정말 만난다면 세하는 내가 마지막으로 남긴 이 말을 기억하고 있을까?
...
목적지를 선정하지 않고 날아오다 보니 역삼 주택가 까지 와버렸다.
"이 곳에도 그 차원종이 왔었나보네.."
완전 폐허가 되있던 역삼 주택가를 보고 말이 나오질 않았다. 이렇게 폐허가 되버린 주택가를 두리번 거리다가 뭔가 하얀색 물체가 보였다.
"저...건.."
현실세계에서 뒷통수를 쳤던 그 이상한 차원종이다. 드디어 저 차원종을 봤으니 때려 잡아야 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들어있었다. 그런데..
그 차원종과 눈을 마주쳤고, 그 차원종의 눈에선 하얀색 빛이 내 눈을 향해 발사되었다.
"아..! 눈 부셔..!!! 뭐하는 거야?!"
...
그 뒤로 나는 거기서 정신을 잃었다.
".....야...."
"...비....야.."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슬비야..!!!!"
"...여...긴.."
눈을 뜨자 하얀색 바탕의 방이 눈에 띄였고, 내 옆엔 오세린 선배가 간호를 해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긴 유니온 클로저 병원의 병실 같다.
"슬비야! 괜찮아?! 너 피흘리고 쓰러져 있어서 얼마나 놀랐는데...!"
"아...네...아얏.."
"안돼! 조금 더 누워 있어."
몸에 심하진 않지만 상처가 곳곳에 나있고, 머리는 상처가 좀 심해보였다. 일어나려고 하면서 너무 욱신 거렸기에 상처의 정도가 어느정도인지 느낄 수 있었다.
정말 현실로 돌아온걸까.
-띠리리리링
"어, 슬비야 너 전화왔어."
누구지..?
"여보세요?"
-"슬비야!! 너 괜찮아?! 쓰러져 있었다면서??!!"
이렇게 호들갑 떨면서 걱정해주는 목소리, 분명 유리이다.
"유리야.."
-"너 괜찮은거지??!"
"응... 좀 이따가 동아리실로 갈께."
-"무리하진 말고.."
-툭
"동아리실 갈 수 있겠어..?"
"그리 엄청 심한 상처도 아닌데요, 뭘."
"갔다가 다시 병실로 돌아와."
"네, 선배.. 고마워요."
-똑똑
누군가 병실 문을 두드린다. 침대에 누워있는 슬비를 대신해서 오세린이 문으로 향한다.
"네, 누구세....
알파퀸님...?!"
휴대폰을 보면서 멍 때리고 있었던 나는 놀라서 옆으로 떨어질 뻔 했다.
"슬비 있니?"
"아, 네.. 저..기"
알파퀸은 미소를 지으며 슬비를 바라보고 슬비가 누워있는 곳을 향해 다가간다.
"서...선배님이... 여길...어쩐일로..."
"왜 그렇게 딱딱하게 불러.. 그냥 아줌마라고 불러!"
"제가 어떻게 선배님을 아줌마라고.."
"다친 곳은 어때? 괜찮니?"
"어떻게..아시고 찾아오셨어요.."
"그러게, 어떻게 알았을까-"
지금 알파퀸의 표정은 무언가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저.."
"슬비야."
"아..네!"
잠시 나는 시간이 멈춘 줄 알았다. 선배님이 나를 껴안으셨고 표정을 뒤로 감추셨다. 약간 우시는 것 같은..
"우리, 세하 구해줘서.. 고마워."
"네...네?!"
아, 잠시만 나 과거에 갔.. 뭐야, 꿈이 아니었어?
알파퀸은 슬비를 품에서 때어내고 말을 이었다.
"우리 세하 잘 부탁해. 슬비야.
그리고 정말.. 고마워."
그 말을 끝으로 알파퀸은 밖으로 나갔다.
"진짜 세하가 있을까.."
안정을 어느 정도 취한 슬비는 검은양팀 동아리실로 발을 옮겼다. 상처 때문에 머리에 붕대를 감고있어서 팀원들이 놀랄까봐 걱정이 났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털컥털컥
"뭐야, 문이 잠겼어..? 다들 여기 없나.."
유리한테 전화라도 해봐야지..
"어, 뭐야."
'아, 깜짝이야..!'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려 확인 했더니 나타가 제일 먼저 보였고, 그 뒤엔 늑대개팀 전원과 트레이너가 있었다.
"에, 너 꼴이 그게 뭐야."
"..."
아무래도 환자복을 입고 머리에 붕대를 감고 온 내 모습을 보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나타 왜그러지? 어.."
뒤에 있던 트레이너가 앞장 섰다.
그리고 나를 본 트레이너가 나타를 뒤로하고 내 쪽으로 와서 말을 건다.
"이슬비, 여기서 뭐하는 거지?"
"아니요, 그냥.. 뭘 좀 두고 가서.."
"여기 무슨일 있나요 트레이너씨?"
"어..언니?!"
"스...슬비야??!"
유정이언니다. 본 지 얼마 안됐지만 왜이렇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지 모르겠다.
"슬비야!! 너 상처는 괜찮아??!"
"...언니..."
"어??! 우리 슬비슬비!!!!!"
유리는 와서 날 껴안기 까지 한다.
"아.. 유..리야!! 갑자기 왜그래?!"
이제 정말 느껴진다. 내가 현실세계로 돌아왔다는 거.
"흐에에엥!! 우리 슬비 죽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데!!!"
"내... 내가 죽긴 뭘 죽어!!"
역시 날 이렇게 걱정해주는 친구, 유리 밖에 없다. 갑자기 뛰어와서 팍 안아버리는 그런 습관만 어떻게 한다면... 하하하
그렇게 유리는 날 더욱더 꽉 껴안았지.
근데 세하는 안 보인다. 역시 없는 건가..
...
"왜 여기 다 모여있어요? 안들어가고."
잠시만, 방금 저 목소리.
익숙하고 그토록 이 세계에서 듣고 싶었던 그 남자의 목소리이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이세하..?"
"어..뭐야.. 슬비야?"
내가 보고도 믿겨지지 않아서 손으로 눈을 비비는 걸 몇 번 반복했는지.. 그는 진짜 이 곳에 살아있었다. 세하는 나를 보고 엄청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잠시 알파퀸이 한 말을 떠올렸다.
'우리 세하 구해줘서 고마워.'
정말 나는 과거로 돌아가서 그를 구한 것이다.
"슬비야."
유정이 언니가 눈물을 흘릴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불렀고, 잠시 나를 살짝 껴안았다.
"언니..?"
"수고 많았어.. 그리고 고마워.."
그 말 한마디에 눈물이 흘러 나올것 같았지만 애써 눈물을 삼킨다.
그리고 저기 복도 끝에서 하얀색 빛이 비추면서 어떤 생물체가 보였다. 그 생물체의 정체는 내 뒷통수를 때려 과거로 보냈던 그 차원종..? 이었고, 그 차원종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나를 보며 웃고 있던 저 차원종 하얀색 빛을 뿜으면서 사라졌다. 다들 저 멀리에 있던 차원종을 ** 못한 것 같다.
'뭐, 아무렴 어때..'
과거로 가기 전 1년에 얻지 못했던 행복, 지금 몰아서 얻는 것 같다.
"몸 상태는 괜찮으신지요?"
"네. 많이 괜찮아졌어요."
"이제 내일이면 퇴원도 가능해질 것 같아요."
...
담당의사는 내일이면 퇴원 가능 하다고 말하고 병실을 떠났다. 뭐 그리 심하지 않은 상처였고, 3일이면 완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부터 밀린 보고서를 쓰려면.. 고생길 좀 걸어야 할 것 같았다.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네.
-똑똑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군가 밖에서 문을 두드린다.
"들어오세요-."
간호사 언니가 들어 오겠지라는 생각에 노트북 자판만 두드리며 들어오는 사람을 신경 쓰지 않았다.
"몸은 괜찮아?"
어..?
고개를 들어 누군지 확인했고, 문 앞엔 이세하가 서있었다.
"뭐야, 환자가 또 보고서라도 작성 중인거야?"
"세하야..? 여긴 어쩐 일 이야..?"
"너 병문안. 너 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면서."
"별로 크게 안 다쳤어. 차원종이랑 싸우다가 잠시 쓰러졌었나봐."
"차원종이랑 싸우긴.."
"어.. 뭐라고..?"
"아, 아니야.. 사람 걱정 끼치는데 뭐 있어 진짜.."
"사돈 남말 하고 있네. 너는.."
"미안.."
아, 잠시만. 얘 나랑 과거에서 만난 걸 모를리가 없는데 지금 거짓말로 넘기려고 한거야? 지금 생각 해 보니 나도 어이가 없네.
"슬비야."
"어..응?"
"고마워."
"어.. 아.. 내가 뭘.."
세하는 그 때 혼자서 피식 웃었다.
'아니.. 얘 알고 있는 거 맞지..?'
"나 이제 가볼께. 몸조리 잘해. 필요한 거 있으면 부르고."
"어..응.."
'지금이라도 얘기해볼까..'
"저.."
"슬비야."
세하의 부름에 난 말을 멈췄다. 그런데..
세하가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흐에....??!!!"
내 얼굴 지금 엄청 상기됐을거다. 얘 갑자기.. 왜이래??!
"좋아해."
"..."
"몸조리 잘해."
세하는 이제 문을 열고 병실을 떠나려 했지만 그런 세하를 난 멈춰 세웠다.
"저...저기...세하야!!"
"응?"
"...나도.. 좋아해.."
내 입에서 세하한테 좋아한다는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그 때 세하도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말 한마디만 하고 병실을 나갔다.
"이따 올께. 그리고.."
"응..?"
"이젠 내가 널 지켜줄게. 고마워."
...
세하가 나갔다.
절대 다시는 얘기 할 수 없었던 그가 내 앞에서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고 나갔다. 난 이불을 확 뒤집어 쓰고 혼자서 웃고 난리를 쳤다. 이제 많이 웃고 다닐 것 같다. 그가 이 세계에 살아있어서.
아니 이제 내 하나 뿐인 남자친구여서
' 아, 참 내일 세하 생일인데. 뭐 사주지..? '
원래라면 세하의 산소에 가는게 맞을테지만 이젠 무슨 선물을 사다줘야 기쁠지 그런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
"이제 당분간.. 아니 죄책감 같은거 없이 계속 웃고 지낼 거 같아."
'다시 돌아와 줘서 너무 기쁘고 고마워, 세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