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 2
튜르y 2017-07-30 0
이 이야기는 클로저스 공식 스토리와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차오른다.
적을 하나씩 없앨 때마다 내부의 깊숙한 곳으로부터 무언가가 차오른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차오를때마다 적을 베는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마치 각성제를 먹은 것처럼.
나는 볼 수 없겠지만, 지금 누군가가 내 얼굴을 본다면 아마 웃는 얼굴이라고 할 것이다. 그것도 무언가를 성취하면서 얻어지는 감정이 내 주위를 휘몰아치고 있다.
그렇다. 나는 지금 적을 베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중이다. 피에 굶주린 뱀파이어도, 천살의 성좌를 타고난 살인귀도 아닐 진데 적의 피를 보는 것을 전혀 망설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 행동을 계속한다. 대검으로 베고, 손으로 꺾고 비틀고, 손가락으로 관통하는 행위를 적의 목에 직접 꽂아넣는다.
그렇게 악귀같이 날뛰다 보면 어느새 내 주변은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강을 이루고 있다. 이 짓을 무려 1년동안 해왔다.
게다가 이 짓을 할 때마다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그래고 내가 전보다 얼마나 강해졌는지도.
나는 꽤나 운이 좋은 케이스일 지도 모른다. 힘을 가진 숙명이란 것을 어느정도 깨달았기에. 힘을 가지게 되면 그것을 쓰고 싶은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렇게 설계된 것이 바로 인간이니까.
하지만 나는 여태껏 힘에 잡아먹혀 자신을 잃은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까짓 감정조절을 못해 자신을 잃어버릴 바에야 차라리 죽는게 낫다는게 바로 내 신조니까.
이제 적들을 물리쳤으니, 다시 사라져야 할 때다. 한데 이번만큼은 나를 그냥 두지 않으려는 하늘의 계시인가?
"콰아아아앙!!!"
전방 20m 정도 앞에서 땅이 울릴 정도로 소리가 나더니, 흙먼지가 자욱였다. 사실 이때 그대로 사라졌다면, 어쩌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 직감이 울린다. 도망치려는 순간 거기서 끝이라고.
이윽고, 흙먼지가 가라앉자, 그곳에는 얼굴 한쪽이 심하게 흉터가 나 그것을 앞머리로 가린, 회색 정장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처음 뵙겠소. 그쪽은 날 모르겠지만, 난 그쪽을 알고 있소. 설마하니, 사장님의 따님이 그 소문의 주인공이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군."
아무래도 그는 과거의 내 정체를 알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정체를 가릴만한 그 무엇도 뒤집어쓰질 않았으니 내 얼굴을 아는 자라면 내 정체를 알 수도 있겠지.
"게다가... 이 엄청난 살의와 투기... 아무래도 오늘 멀쩡하게 귀환하지 못할 수도 있겠군."
"...덤벼."
그는 내 단도직입적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주먹을 쥐고 위상력을 담기 시작했다.
"...문답무용이라는 것이오?"
"어차피 그쪽은 날 없애버리기 위해 온 거 아닌가? 그렇다면 피차 쓸데없는 말은 필요없지. 아니면... 입으로 싸움을 하는 타입인가?"
"호오... 아가씨께서 이 정도로 강했다는 소문은 듣지 못했는데... 좋소. 한번 어울려드리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한손으로 대검을 잡고, 초음속으로 그에게 이동하여 그의 목을 치려 했다. 하지만 그의 오른쪽 팔이 어느새 나의 대검을 막아오고 있었다.
"꽈아아아앙!"
"으음...묵직하군. 그 압도적인 대검을 이런 무시무시한 속도로 휘두를 수 있다니... 힘과 스피드로만 따지면 나와 호각이겠군. 그럼 계속 가겠소."
"그쪽은 만약 그게 다라면 오늘 살아서 이곳을 나가지 못할 거야."
나와 그는 계속해서 엄청난 스피드로 격투를 해갔다. 내 검이 막힌다 싶으면 왼쪽 손으로 상대의 목을 노렸고, 그것이 막히면 상대의 주멱이 내 급소를 노린다. 이 모든것이 모두 초음속으로 이루어질 정도이니, 나와 그가 싸우는 곳을 중심으로 일대가 광풍에 휩싸인다. 그것은 그와 내가 내뿜는 위상력의 파동에 공명하여 더더욱 몸집을 부풀려나간다.
서로의 힘을 서로가 받아내며, 그 와중에 작렬하는 카운터는 역카운터로 철저히 막아낸다. 어차피 이 싸움은 먼저 상처입는 쪽이 먼저 지치고, 결국 지게 되어있다. 조급해할것도 없다. 시간은 어차피 내가 죽을때까지 남아있는 것이니까.
한참을 그렇게 근접 박투를 이어나가다가, 서로의 눈빛을 보더니, 뒤로 물러났다. 그에 따라 일대에 불던 광풍도 점점 사그러든다.
"설마 아가씨께서 이정도로 강할 줄은 나도 몰랐소. 도대체 요 2년동안 무슨짓을 해왔던 것이오?"
"내가 그것을 그쪽한테 알려줘야 할 의무라도 있나?"
"...우문에 현답이로군. 좋소. 어차피 끝장을 보러 온것. 최강의 힘으로 그쪽을 상대하겠소."
"최선을 다해야 할것이야. 그 힘 한방울이라도 남겨놨다간, 바로 내 주먹이 목을 궤뚫어버릴 테니."
나는 지금 육체 강화에 쏟고 있는 위상력을 모조리 주먹으로 옮겼다. 극도로 응축되고 정제되고 갈무리된 힘이 주먹에서 휘몰아친다. 만약 이 힘을 받고도 상대가 살아있다면... 오늘 나는 여기서 뼈를 묻어야겠지.
하지만 후회는 없다. 비록 원수에게 복수는 못하겠지만... 아니 지금에와서는 원수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따지고 보면 내가 약해서 벌어진 일이다. 내가 만약 지금처럼 강했다면... 그때와 같은 일이 벌어지진 않았을 테니까.
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악착같이 강해지려 했던 걸지도 모른다. 다시는 다른 사람의 힘에 의해 내 운명이 바뀌지 않도록, 그런 꼴을 보기 싫어서.
"오너라. 나도 최강의 힘으로 네 힘을 받아주지."
"가겠소."
"파아아앙!"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그의 모습이 하늘로 슉 하고 튀어올랐다. 어느새 100m 상공에서 불길하게 휘몰아치는 위상력을 주먹에 심은 채 나를 조준하더니, 그대로 초음속으로 낙하했다. 그가 나를 표적으로 삼고 뛰어내린 순간.
-초광권
문자 그대로 여태까지 주먹에 극한까지 응축한 위상력을 일제히 한 점에, 정확히 그의 주먹 쪽으로 폭주시킨다. 사실 이 정도의 힘을 실어본 적은 나도 처음이라 어떻게 될 지도 모른다. 심하면 주먹을 포함한 팔이 한동안 **가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후회는 없다. 지금은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믿는 수밖에 없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