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x클로저스)어떤 위상력의 전쟁병기 1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07-12 0
나는 누구인가? 여기서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왜 나는 저런 무서운 인간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어야했던 걸까? 뒤를 돌아보면 당장이라도 잡아먹힐 거 같은 사나운 늑대들이 보일 거 같아서 뒤를 못 돌아볼 거 같았다.
"불행해!!!"
그렇다. 나 이세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지만 그 중에서 불행이라는 것을 몸에 익히고 사는 사람이다. 내 뒤에는 지금 늑대처럼 무서운 얼굴을 한 깡패들이 내 뒤를 쫓아오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서 **!!!"
"뭐 저리 빨라!?"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내 머릿속에 계속 들어온다. 내가 어쩌다가 깡패들에게 쫓기게 된 계기는 어느 레스토랑에서 한 단발머리 소녀에게 집적거리는 남자 두명의 모습을 보면서 보다못해 나선 것이다. 그 여자를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한 건 아니었다. 깡패들이 뭐라고 집적대도 무표정한 채 앉아서 빨대로 음료수를 마시는 모습을 보았고, 나는 그들을 말리려고 했지만 내 뒤에서 그들의 일행 5명이 나타나는 바람에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었다. 그리고는 넌 뭐냐면서 사납게 노려보는 바람에 나는 그대로 도주를 시작했고, 그 결과 이런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점점 나를 향한 욕설이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어느 다리까지 달려온 나는 무심코 뒤를 돌아보자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오는 그림자 하나가 보인다. 난 그것을 알아보고 고개를 저었다. 역시 내가 한 이 고생은 헛수고였다는 것을 말이다.
"너, 뭐야? 잘난 척 신사처럼 나선다했더니 도망이나 치고, 네가 그러고도 남자야?"
차가운 목소리, 으윽, 나는 눈 앞에 있는 단발머리 여자애를 알고 있었다. 분홍머리와 푸른 눈동자가 트레이드 마크, 그리고 신강고 교복차림을 보면 바보라도 알 수 있었다.
"그 녀석들이 쫓아오지 않는다는 건 설마..."
"응. 귀찮아서 내가 다 처리했어."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 단발머리 여자애의 손에서 푸른 전격이 잠깐 튀어나왔다가 사라진다. 그렇다. 난 사실 여자애를 도우려고 한 게 아니라, 겁없이 덤벼들려는 깡패들을 구해주기 위해서였다. 왜냐하면 이 여자는 나도 잘 아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위상력 등급으로 우리나라에 5명밖에 없다고 알려진 레벨 5의 초능력자들 중 한명이었으니 말이다. 평소에는 조용한 여**만 화가나면 무섭기로 소문난 얼음 여왕이었다. 깡패들같은 레벨 0 무능력자들에게는 찝적대도 무서워하지 않고 여유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평소에 귀여운 이미지 때문에 고백하는 남자애들이 많았다고 알려졌지만 전부 다 차였다고 알고 있다. 관심없다는 것과 외모와 성격에 관련된 펙트폭행까지 가해서 이에 반발하는 여학생들이 그녀에게 따졌지만 그녀가 무섭게 노려보는 탓에 지금은 아무도 건들지 못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내가 어떻게 아냐고? 나도 신강고등학교 학생이니까 알고 있는 것이다. 학교 내에서 소문이 우리반까지 들리는 데 모를 리가 없지 않는가? 나는 어쩌다가 이런 여자와는 전혀 관련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재수없게 무서운 여자를 만나버려서 한숨이 나오고 있었다.
"불행해."
나는 태어날 때부터 불행의 연속이었던 거 같다. 무능력자들을 요리하는 법 정도는 잘 알고 있는 그녀다. 나같은 무능력자는 저런 얼음 여왕 입장에서는 그저 장난감으로 보일 것이다.
"네가 레벨 5의 초능력자라는 건 알았지만 가끔은 좀 살살하지 그래?"
"나인줄 알았으면 그 사람들이 나에게 접근하는 걸 내버려뒀어도 되었는데 왜 그런 거지?"
깡패들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녀의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진다. 이거야 원, 나는 그냥 누군가가 다치는 것보단 낫다고 답했다. 아무도 안다치고 끝나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내 경험담이다.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라... 그런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지금은 위상력 시대야. 위상력 시대에서 능력자들끼리 싸움이 일어나곤 하지. 그 과정에서 다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무능력자라서 모르는 모양인데, 이제 알았으면 조용히 내 앞에서 사라지는 게 좋을거야."
싸늘한 말투다. 온몸이 떨릴 정도로 소름끼치는 말투, 과연 얼음여왕이라고 불릴만도 했다. 하지만 나도 한마디는 하고 싶었다.
"남을 까내리는 말투는 그만하지 그래? 그런 건 좋게 말을 할 수 있잖아. 그런식으로 사람을 무섭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
내 말에 그녀는 살짝 놀랐는지 눈을 조금 크게 뜨다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면서 몸에서 전류를 흘러내는 게 보였다. 설마 내 말이 도발같았나? 아니, 나는 그냥 말을 친절하게 해주길 바라면서 그런 건데 오히려 불난데 부채질을 한 거 같았다.
"정말이지 강자가 할 말이네."
"어이, 잠깐, 나도 레벨 0이야."
"하나 물어볼게. 혹시 레일건이라고 들어봤어?"
"레일건?"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탄환처럼 쏘는 무기야. 바로 이런식으로 말이지."
눈 깜짝할 사이에 내 얼굴 옆으로 분홍색 레이저가 지나갔다. 역시나 대단하군. 전장이었다면 순식간에 내 몸에 구멍이 생겼을 것이다. 그녀의 한 손바닥에서 나온 분홍색 전류, 확실히 강한 기운이 느껴진다. 몇명이나 덤벼들어도 아마 저 레일건 한방에 다 구멍이 날 것임에 분명했다.
"저기, 이제 그만 집에 가도 되지?"
"아까까지의 그 기세는 어디로 갔어? 설마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남자였어? 그런 주제에 잘도 신사처럼 나서는 구나. 나는 그런 사람들을 무척 싫어하는 법이거든."
이런, 그녀가 아무래도 나를 오해하고 있는 듯 했다. 남자면 남자답게 겁먹지 말고 나서는 건데 말이다. 그녀가 무섭기는 하지만 절대 무서워서 피하려는 건 아니였다. 나는 단지, 불필요한 싸움을 안하려고 하는 거 뿐이었다. 아, 그런데 오히려 그녀가 더 화나게 만든 거 같다. 역시나 나는 불행하다. 그냥 좋게 끝날 수 있는 일을 크게벌리려는 법이 있으니 말이다.
그녀의 손이 다시 내게 향하는 게 보인다. 또 다시 날아오는 레일건, 나는 한 손을 뻗어서 정면으로 막아낸다. 분홍색 전류가 내 손바닥 안으로 빨아들이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그렇다. 나는 무능력자 레벨0으로 분류되지만 아무 능력이 없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내가 레벨0으로 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그건 내가 능력자이긴 하지만 이 힘은 위상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음? 내 레일건을 막아낼 줄이야. 조금은 놀랐는 걸?"
"하아... 그만하지. 난 딱히 싸울 생각 없다고."
"그럴 순 없어. 오늘은 상당히 불쾌하니 그냥은 못 넘어갈 거 같거든."
그녀의 몸에서 전류가 퍼지고 있었다. 이런, 또 화를 불러왔나? 역시나 나는 불행하다. 이럴때는 그냥... 도주하는 게 답이다.
"그럼 이만!!"
"얼레? 야!! 너 거기 안서!?"
달리기라면 자신있다. 나도 운동을 좀 했으니 말이다. 아까는 깡패들에게 쫓기고 이번에는 레벨5인 초능력자에게 쫓기니 나는 역시 불행한 남자라고 확신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