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게이머 3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05-24 0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는 학교를 등교했다. 운동장 쪽을 보니 누가 있었다는 흔적이 없었고, 준우는 정신차린 채 집으로 돌아간 모양이라고 판단했다. 나는 사악한 마음을 깨뜨렸다. 준우의 사악한 마음 말이다. 하지만 인간의 사악한 마음은 또 생겨날 수도 있는 법이었다. 그것도 게임으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인간은 욕심이 많은 동물, 언제든지 악이나 선에 물들 수 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그것을 없앤다해도 다시 생겨날 수 있는 법이었으니 말이다.


지고의 원반을 파괴한 이후로 나는 또 다른 능력이 생겨났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지고의 원반을 파괴했을 때 불가사의한 능력이 자신에게 흘러들어와 생성되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능력을 숨기고 있지만 말이다. 학교에서 가끔 슬비와 유리랑 마주쳤지만 그들은 내가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상황이었다. 각자 평범한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는 편이다. 유리는 다시 검도부로 들어갔고, 슬비는 모범생처럼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다. 다시 만나서 할 이야기도 없었다. 이제 우리는 같은 팀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난 평범한 삶을 원했기에 지고의 원반을 파괴하는 데 망설이지 않았다. 위상력? 클로저? 그런 게 다 뭐냐? 원하지 않는 운명을 멋대로 정해버린 세상, 나는 그것을 바꾸기 위해서 원반을 파괴했다. 세계는 더 이상 차원문이 형성되는 일이 없었고, 우리가 위상력을 가질 일도 없었다.


"석봉아. 너에게 할 말이 있는데 말이야. 어제 일은 정말 미안했다. 여기... 돈 돌려줄게."


준우였다. 반 교실로 들어가니 준우가 석봉이 앞에서 정식으로 사과하고 돈까지 돌려주고 있었다. 석봉이는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반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전부 그쪽에게 시선을 두었다. 준우가 석봉이에게 사과하고 돈까지 돌려준 모습은 단 한번도 ** 못한 일이었기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떤 학생은 지금 자신이 꿈꾸고 있는지 착각할 정도였고 말이다.


확실히... 내 마인드 크러시가 영향을 ** 게 확실한 거 같았다. 사악한 마음을 깨뜨려서 정화시키는 것, 이렇게 되면 해피엔딩이나 다름없다. 만약 준우를 내가 힘으로 제압했다면 아마도 나는 학교를 그만 다녔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석봉이에게도 고통이 따랐을 지도 모르고 말이다. 우리 집안도 한순간에 망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거기다가... 준우가 했던 것처럼 나도 준우와 똑같은 신세가 될 수도 있었다.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나는 준우와는 다르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준우나 다른 불량배처럼 폭력으로 해결하고 싶지도 않았다. 개인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적정한 조건하에서 해결하려고 했다. 게임 조건을 통해 상대방측의 동의를 얻어낸 다음에 실행하면 개인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고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나는 판단했다. 나는 모든 장르의 게임을 수십개정도 플레이해봐서 왠만한 게임은 이길 자신이 있었지만 운 게임은 달랐다. 어제는 정말로 운 좋게 이겼다고 봐야되지만 앞으로는 모색해야될 거 같다고 판단했다.


"주... 준우야. 고마워."
"미안해. 석봉아. 앞으로 안 그럴게."


준우와 석봉이가 화해하는 모습에 박수를 치는 학생들도 있었다. 뭐, 이렇게 문제 하나는 해결되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해결해야될 문제가 있었다. 내 능력에 대해서 아직 전부 모른다는 것이다. 마인드 크러시는 사실 게임같은 거 안해도 가능한 일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능력을 악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전에 클로저로 활동했을 때도 나는 이런 강력한 힘을 원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해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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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석봉이는 기분이 좋았는지 게임하는 게 즐거워보였다. 세하도 그와 같이 붙어서 불이 나도록 석봉이와 게임을 겨루고 있었지만 패배자는 항상 세하였다.


"또 졌네."


게임능력은 석봉이가 한 수 위였기에 그런 것이다. 석봉이는 돈을 돌려받아서인지 컨디션이 최상이었고, 세하는 그런 그를 보며 안도를 했다.


"준우가 무슨 말 하지 않았어?"

"무슨 말?"

"아니... 아니야."


준우는 어제 밤에 자신과 만났다는 사실을 기억하는지 세하는 궁금했다. 혹시 사악한 마음을 깨뜨림과 동시에 그 당시의 기억도 저절로 없어지는 걸까? 준우가 자신에게 시선도 돌리지 않는 거 보니까 이상하다고 느낀 그였다. 세하는 게임을 중단하고 준우에게로 가서 자연스럽게 물었다.


"준우야."
"응? 무슨 일이야? 세하야?"

"어제 일... 기억 안나?"


웃는 얼굴로 세하를 맞이한 준우는 어제일을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 얘기야? 석봉이 일이라면 내가 사과했어."

"아... 그래? 잘 되었다. 수업시간 다 되었네... 그만 가볼게."

세하는 준우가 기억을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했다. 만약 기억하고 있었다면 자신이 능력자라는 사실을 들켰을 게 뻔하니 말이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된 기분이었다. 세하의 능력으로 부서지는 건 사악한 마음 뿐만 아니라 당시에 있었던 기억까지 깨뜨리는 원리라고 그는 생각했고, 곧 들어오는 선생님을 보면서 교과서를 꺼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5:3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