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이의 시간: JUSTICE

바스케즈 2017-05-07 0


내 이름은 송은이.


나는 대한민국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 특수 경찰대대 차원문 철거 1중대장으로서 밑에 있는 6개의 소대를 이끌고 신서울 도심에 출몰하는 차원종들을 섬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고있다.


1소대와 2소대와 3소대에는 폭포수같은 시원시원한 연사력을 자랑하는 자동 소총으로 무장한 병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4소대와 5소대에는 강력한 중화기로 무장한 병사들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6소대에는 일발필중 실력을 자랑하는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 최고의 저격수들로 구성되어있다.  


대한민국의 수도 신서울의 안전을 책임지는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 특수 경찰대대는 '나는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 특수 경찰대대에서 복무했소.'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전부 다 공감할 정도로 다른 군단이나 사단 직할의 특수 경찰대대보다 훨씬 수준도 높고, 힘든 훈련을 많이 한다. 그리고 신서울 도심 한복판에 출몰한 차원종들의 행패로 엉망진창이 된 도로나 시설물들을 복구하는 일에도 참여한다. 그 중에서도 제일 일이 많은 건 내가 맡은 특수 경찰대대 차원문 철거 1중대이다.


다른 곳 보다 힘든 일이 많은 만큼 우리 중대 식구들은 전우애가 깊다. 그게 어느정도냐 하면 우리 중대에 전역하는 병사가 있으면 당일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 특수 경찰대대 차원문 철거 1중대의 전 간부와 병사들이 나와서 같이 마지막으로 사진도 찍고, 위병소까지 가는 길에 예쁜 꽃잎을 깔아주어 그 화려한 꽃길을 따라 위병소 앞에있는 콜택시를 타고 나가는 병사를 향해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해준다. 어떤 병사는 눈물을 흘리며 "가지 말라."며 바지 가랑이를 붙잡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병사는 직접 자기 등에 업어서 위병소 앞의 콜택시까지 데려다준다.(심지어 갈 때 채비하라고 돈도 챙겨준다!)


병사 한명한명을 떠나보내며 나는 생각한다.


사지 멀쩡하게 들어와서 사지 멀쩡하게 돌아간게 천만 다행이라고.


내가 종교를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신이 만약에 존재한다면 나는 이 굳은 살 박힌 두 손이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감사합니다."라고 신께 두손을 싹싹 비비며 기도를 올릴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병사들은 소모품이 아니라, 가족이다.


가족은 죽으나, 사나 같이간다.


만일 내 가족과도 같은 병사를 그저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사람은 설령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내가 기필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라도, 국방부 장관이라도, 육군 참모 총장이라도, 사령관이라도 절대로.


이런 내 마음을 병사들과 간부들이 이해해주는데에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특히.....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 전 간부들 중에서 제일 꼴1통으로 소문난 채민우라는 놈은.


채민우 이 놈은 처음부터 나랑 그렇게 사이가 좋지 못했다.


얼마나 고지식한지..... 시간 약속 늦으면 불같이 화를 내고, 조금 배고프니까 병사들에게 주어진 영내자 증식용 건빵도 몇 개 훔쳐먹을 수도 있는데 이것 마저도 화를 낸다.


정말 우직한 놈......


나보다 더 얍삽한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 간부들은 채민우를 정말 미워한다.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은 전군의 모범이 되어야합니다."라며 부정을 저지른 헌병단 간부는 가차없이 꾸짖고, 얼차려를 부여하며 그게 안된다 싶으면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장님께 직접 보고한다.....


이런 고지식한 채민우 놈 때문에 내가 더 머리가 아프다.


특히 나랑 채민우 놈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간부는 어떻게 해서든 채민우 놈을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있다.


간부들끼리 회식을 할 때, 야유회를 나갈 때 채민우 놈은 항상 그들 명단에 0순위로 빠져있다. 심지어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장님께 올라가는 장계에는 채민우 중위를 타 부대로 전출 시키던가, 불명예 제대 시키라는 내용이 한번도 빠짐없이 올라간다.


처음엔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가서는 정말 안쓰러웠다.


처음에 내가 말했지만 나는 가족같은 병사들을 그저 소모품 취급하는 사람을 절대 용서 못한다고 했다.


언젠가 채민우 이 놈이 맡은 1소대에게 폐급..... 즉, 불량품이 마구 섞여있는 보급품이 보급된 적이 있었다.


뉴스나 신문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군 비리의 희생양으로 내가 맡은 중대가 걸린 것이다.


군대 갔다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총은 군인의 제 2의 생명과도 같다. 


치열한 전투 현장에서 믿고 의지할 건 내 총과 내 동료인데 특수 경찰대대의 탄약을 담당하는 간부가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해서 3군수 지원 사령부에서 준 탄약을 빼돌리고 저품질의 탄약을 우리 중대에 보급한 것이다.


저품질의 탄약은 총의 수명을 더욱 단축시킨다.


그래서 정말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땅에 떨어진 총알을 주워서 쓴다던가, 수명이 다한 총알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교본에도 실려있다.


이 부대 중대장으로 부임오기 전, 집안 생계 유지를 위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아프간의 하얀 악마'라고 불리우며 치열한 전장에서 용병으로 싸워왔던 나로서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나는 이 일에 강력하게 항의하기 위해 특수 경찰대대 탄약반장을 찾아갔다.


그런데 특수 경찰대대 군수과 사무실에 먼저 가서 탄약반장의 멱살을 잡고 듣는 사람 시끄럽게 고함을 지르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채민우였다.


채민우는 불량 탄약을 보급한 탄약반장의 멱살을 쥐고 흔들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었다.


"대체..... 왜! 내 소대에 무슨 짓을 벌인 줄 알아, 탄약반장?! 당장 가서 내 소대 얘들한테 사과하고, 제대로 된 탄약으로 당장 바꿔와! 당장!"


내가 알기론 부사관 직책 중에서도 탄약을 관리하는 직책은 특수 직책으로 분류되어 금색 다이아몬드가 박힌 간부들로 임명한다고 한다.


탄약 하나 잃어버리기만 해도 전 군에 비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탄약 없는 총은 그저 몽둥이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탄약은 정말 소중하다.


특히나 제일 기본적인 무기인 소총의 5.56mm 소구경 고속탄은 더욱 더 중요하다.


소총은 군인의 제일 기본적인 무기이자, 생명과도 같기 때문이다.


지금은 유니온의 클로저들로 인해서 기가 많이 죽기는 했지만 위상 능력자가 없던 시절에는 군대가 국방을 책임졌다. 


군대는 한 나라의 상징이자 자부심.


군대는 4군이 뭉쳐서 결성된다.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에서 널리 사용되는 무기는?


역시 소총이다.


과학이 아무리 많이 발달했어도 기계는 아직 불완전하다.


기계는 꼼꼼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 꼼꼼함은 의지에서 비롯된다.


할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면 어떻게해서든 해내고야 마는게 사람의 의지.


그런데 기계는 의지가 없다.


의지가 없으니 그저 사람이 시키는대로 할 뿐이다.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일꾼하고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일꾼 둘 중에 누가 더 꼼꼼하고, 성실하게 일을 잘 하겠는가?


당연히 후자이다.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일꾼을 기계라고 한다면,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일꾼은 사람이다.


그래서 원래 사람이 이 세상 모든 일을 해야하는게 맞지만.... 사람은 동물보다 힘에서 많이 밀린다. 그리고 사람이 가진 생명은 무척 짧다.


그래서 사람은 기계를 만들었다. 태생적인 힘의 한계를 극복하고, 아까운 목숨을 더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


그래서 하늘에는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지상에는 전차가 달리고, 바다에는 전투함이 떠다닌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전투기가 지상에 폭탄을 쏟아붓고, 전차가 포를 쏘며 땅 위를 달리고, 바다 위의 전투함이 함포와 함대지 미사일을 쏟아부어 아군의 피해는 급격히 줄고, 적의 피해는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가 여전히 기계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않는 데에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지가 없는 강력한 무력으로 전투의 우위를 점한 다음, 의지가 있는 것들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전투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할 소총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이런 모욕을 안겨다 준 탄약반장을 저렇게 혼을 내니 내가 더 속이 시원했다.


채민우는 탄약반장을 정신없이 혼을 내고 당당하게 군수과 사무실을 나왔다.


나는 하이-파이브를 하려고 했지만 채민우는 여전히 쌀쌀 맞다. 그냥 나를 지나친다.


쳇... 그 때 하이-파이브에 응해주면 어디 덧나나.... 서운하게....


그 일이 있고나서 특수 경찰대대 탄약반장은 채민우에게 악감정을 품고,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장님께 장게를 올렸다.


평소 중립적인 태도로 일관하시던 우리 헌병단장님이시지만 채민우가 저질렀던 인격 모독적인 말과 행동은 헌병단장님을 화를 내게 만들었고, 헌병단장님은 그 일을 직접 자필로 적어서 수도 방위 사령관님께 보고를 올렸다.


간부 폭행, 간부 인격 모독의 죄목이 적힌 서신이 수도 방위 사령관님께 전달되자, 사령관님은 이 일은 절대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된다며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셨다.


간부 폭행, 간부 인격 모독의 죄로 당당히 걸어서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 수사단 앞으로 나간 채민우의 말과 행동은 정말 떳떳했다.


"제가 지은 죄가 처벌을 받아야 마땅한 것이 아닌, 잘못을 저지른 간부를 꾸짖은 것이라면 전 더이상 군복을 입지 않겠습니다."


채민우를 수사하러 온 수사단이 다행히 정신이 있는 사람들이여서 망정이지, 그 탄약반장처럼 비리의 온상이었다면 진짜로 군복을 벗을 뻔했을 것이다. 


정직한 수사단은 정직하게 사령관님께 채민우가 진술한 내용을 그대로 보고했고, 사령관님은 화를 내기는 커녕 오히려....


"이 간부의 이름이 무엇인고? 내가 마땅히 표창을 수여하고, 계급을 일계급 특진 시키고, 지금 있는 곳 보다 훨씬 더 좋은 보직으로 임명시켜야겠구먼. 당장 내 앞으로 데려오게!"


라고 하셨다....


사령관님이 계시는 신서울 남태령의 수도 방위 사령부 본청으로 간 채민우는 사령관님이 청하시는 악수를 거절하지 않고 받아주었다. 그리고 대망의 표창 수여식이 있었는데..... 채민우의 대답은 뜻 밖이었다.


"사령관님, 저는 제가 이끄는 소대의 소대장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을 했던 것 뿐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사령관님의 표창과 더 좋은 보직이 아니라 더 좋은 총과 더 좋은 탄약입니다."


스타가 되는 대신에 그저 모범적인 소대장으로 남고 싶어했던 채민우는 사령관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일이 있고나서 사령관님은 내가 이끄는 중대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셨다.


그는 자기 소대 뿐만이 아니라 우리 중대의 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서 채민우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났다.


그렇다.


바로.... 영등포 쇼핑몰에서 벌어진 차원종 사태였던 것이다.


상급 부대로부터 우리는 인류의 변절자 칼바크 턱스 박사가 영등포 쇼핑몰에 은신해 있다는 첩보를 받고 블랙 호크 헬기를 타고 현장에 도착했다.


최일선으로 나간게 채민우 놈이었는데 쇼핑몰 지하로 들어간다는 무전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다.


정말 불안했다.


밉긴 해도, 싫지는 않았는데...


나는 병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영등포 쇼핑몰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로 내려가보니 채민우 곁에 있던 병사들이 핀-다운 된 상태였고, 채민우는 망연자실한 채 총을 바닥에 내려놓고 고개를 푹 숙인 상태로 서있었다.


전투 의지를 상실한 채민우 앞에 수상한 자들이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것이 내 눈에 포착된 순간, 나는 다목적 방탄복 위주머니에 있는 플래시-그레네이드를 하나 뽑아 안전핀과 안전 클립을 제거하고 던졌다. 


어두컴컴한 지하에 강한 섬광이 내리쬐었다.


수상한 자들은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고, 괴로워했다. 


나는 내가 든 소총을 조정간 연발로 맞춰놓고 제압 사격을 펼쳤다.


그리고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던 채민우에게 큰 소리로 바닥에 쓰러진 자기 병사들을 심장 제세동기로 의식을 회복시킬 것을 명령했다.    


내 말을 듣고 정신차린 채민우는 비상용으로 갖고 있던 심장 제세동기로 바닥에 쓰러진 병사들을 깨웠다. 그 사이 나는 구호팀을 불러 지하로 오게했고, 나의 긴급한 무전을 받은 구호팀은 즉시 현장으로 달려나와 들것으로 채민우의 병사들을 눕히놓고 재빨리 이탈했다.


채민우도 자기 병사들과 내가 부른 구호팀을 따라 먼저 이탈했다.


이제 나만 나오면 되는데 갑자기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차원종들이 나타났다. 조금 전에 내가 발을 묶어 놓았던 수상한 자들도 어디론가 사라진 상태였다.


나는 전속력으로 이탈하는 채민우의 팀과 구호팀을 보호하기 위해 쇼핑몰 천장에서 떨어지는 잔해를 40mm 유탄으로 공중에서 분해시켜버리고, 이곳저곳에서 나타나는 차원종들의 머리에 5.56mm 소구경 고속탄을 박아넣었다.


영등포 쇼핑몰 입구로 채민우의 팀과 구호팀이 나간 것을 확인하고, 나는 제일 마지막으로 나왔다.


내가 마지막으로 영등포 쇼핑몰을 빠져나왔을 때, 영등포 쇼핑몰 천장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 충격으로 차원종 다수가 압사했겠지.....


곧, 유니온 신서울 지부에서 온 클로저들이 사건 정리를 위해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유니온 신서울 클로저들은 살아남은 차원종들을 위상력이 담긴 스킬로 전부 제거했다.


사태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지만..... 


차원종 사태로 가족을 잃어버리고 길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우는 꼬마 아이들과, 유니온 신서울 의료팀의 의료 지원으로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목숨을 겨우 움켜잡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울화가 치밀었다.


채민우 놈은..... 말 없이 그저 하늘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그 사건 이후로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 내에서 우리 중대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안 좋아졌다.


호시탐탐 나와 채민우를 노리던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 간부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 일에 책임을 물어 나와 채민우를 끌어내려고 하고 있다.


만일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장님과 수도 방위 사령부 사령관님마저 우리를 배신하고 완전히 저 쪽 편을 들었다면 우리는 끝났다.


수도 방위 사령부 헌병단장님과 수도 방위 사령부 사령관님의 도움으로 나와 채민우는 가까스로 보직 해임이라는 강력한 처분으로부터 무사할 수 있었다.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는 태연한 척을 하고 내 집무실 컴퓨터 책상 의자에 앉아서 그냥 이 파일, 저 파일을 열어보고, 닫기를 반복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였다.


나는 중대 간부 인사 파일을 건드리다가 뜻하지 않게 채민우의 행적이 적힌 파일을 보게 되었다.


천천히 스크롤을 내려가며 읽는데.... 


정말 충격적이었다.


강원도 철원의 한 산골 마을에서 어렵게 공부해서 신서울 명문 대학교까지 입학한 인재가 고향 인근의 이차원 분진 정제 공장 폭발 사고로 유출된 이차원 분진으로 인해서 중독된 하나 뿐인 여동생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대학교도 때려치우고, 군에 입대해서 독하게 병사 생활 보내다가 전역일이 다가오자 동생 수술비를 못 벌 것 같은 두려움에 특수 경찰대대 간부 시험에 응시해서 최우수로 합격하다니..... 쥐꼬리만한 병사 월급보다 더 높은 액수의 월급을 받고, 휴가도 많이 받게되었지만 자기가 번 월급은 자기가 입에 풀칠할 정도만 남겨놓고 전부 다 동생 수술비에 대고, 휴가도 동생 병문안 가는데 전부 다 쓰고 있었다.....


이 멋진 자식.....


동생 이름이....


채민서라고 했나?


좋은 오빠를 뒀네.....


부럽다....


나도 이런 남자 친구를 사귀고 싶은데.....


잠깐,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저런 왕재수가 어디가 좋다고?!


으아아아.....


그 때였다.


채민우가 무슨 용무가 있는지 내 집무실 문을 두들겼다.


나는 채민우의 인사 파일 폴더를 닫고 컴퓨터를 껐다.


채민우는 내 허락을 맡고 내 앞으로 왔다.


무슨 용무인지 몰라도 얼굴이 꽤나 심각해보인다.


채민우를 응접 테이블 의자에 앉게 해놓고, 나는 의자를 돌려서 채민우와 일대일로 마주보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우연히 읽게된 채민우의 인사 파일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채민우..... 아니, 채 경감. 너, 왜 나한테 말을 안했니?"


"무엇을 말씀하시는겁니까?"


"너 힘들어 하는 거 왜 나한테 왜 말 안했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너의 인사 파일을 봤는데 너 나한테 숨기는게 있더라고. 너한테 소중한 여동생이 한명있는데 재수없게 집 근처에 있는 이차원 분진 정제 공장이 폭발하는 바람에 공기중으로 날아간 이차원 분진이 너의 여동생의 몸 속으로 침투했고, 그 때문에 너의 여동생이 이차원 분진을 끄집어내는 참기 고통스러운 수술을 받고있다고 말이야."


예상하고 있었지만, 채민우의 얼굴이 빨개졌다.


들키고 싶지 않은 사실인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듣기 싫어하는 표정이지만 나는 계속 이야기를 진행해나갔다.


나는 그 동안 여동생의 수술비를 대기 위하여 독하게 달려왔던 채민우를 칭찬하는 말을 많이 해주었다. 그리고 그가 살면서 무심코 넘어갔던 점을 짚어주었다.


"넌 그동안 하는 행동만 봐도 너무 네모나고, 각이 져있어. 넌 그 좁은 테두리 안에 너 스스로를 가두고 9년을 살아왔어. 넌 그 속에서 살면서도 어떻게 한번도 답답해 하질 않니?! 왜 너는 그 날카로운 모서리에 찔려 고통받는게 타인뿐만이 아니라 너 자신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왜 모르니?!"


"송....은.."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를 가진 너는 너가 마음에 들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너의 그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로 찔러 쫒아내면서 너만의 영역을 지키면서 살아왔어. 그런데 넌 모르고 있어. 그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가 너 자신도 찌르고 있다는 사실을 넌 눈치채지 못하고 있단 말이야! 좀 둥글어질 수는 없는거니? 좀 유연해지면 안되겠니? 좀 부드러워지면 안되는거니? 내가 있는데 넌 왜 이렇게 혼자만 힘들어해?!"


그 때였다.


채민우의 두 눈가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 때 본 채민우의 우는 얼굴은 채민우가 그토록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맨얼굴이었던 것이다.


나는 손을 잡아주며 그를 달랬다.


"울지마, 울면 난 어떻겠니? 민우야, 제발 울지 말아줘.... 제발이야....."


"송은이 경정님... 크흑흑흑.... 송은이 경정님!"


"그래... 많이 힘들었지? 혼자 그 힘든 시련을 이겨내느라 많이 지치기도 하고, 주저 앉고 싶어질 때가 많았지? 그래.... 난 너 맘 다 이해해.... 다 이해한단다...."


그 일이 있고나서 채민우와 나 사이의 벽은 완전히 허물어졌다.


평소 나를 냉담하게 대했던 민우의 태도가 이제는 180도 완전히 달라져 무슨 고민이 생기면 혼자서 끙끙 앓지 않고 나에게 다가와 고민을 다 털어놓는다. 


단순한 명령 상하 관계가 아닌, 진정한 사람과 사람 관계로서 말이다.


나는 앞으로도 민우같은 사람들이 있으면 기꺼이 도와줄 것이다.


내가 단순히 중대장이라서?


아니, 사람으로서.


그것이 나의 정의이다.


나의 정의는 같이가는 것이다.


Go Together!

2024-10-24 23:15:1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