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레비]무자각
Respiratory 2016-09-10 2
"나타. 지금부터 함교 갑판에 쌓인 눈을 처리하고 오도록”
“하? 뭐라고?”
기껏 임무를 끝내고 보고하러 왔더니 이 꼰대가 지금 뭐라는 거야?
“어이, 곤때? 지금 이 나타님 보고 차원종도 아니고 눈을 치우라고 했냐?”
“후...어쩔 수 없지 않나? 일손이 부족하니. 특경대 들은 데이비드가 남겼을지도 모르는 단서를 찾아 출동했고 다른 대원들은 아직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다. 지금 일손이 비는 건 나타 너 밖에 없다. 다 치우고 난 뒤엔 휴식을 취해도 좋으니 부탁하지.”
“칫....아, 알았다고. 하면 되잖아 하면....젠1장..”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나는 함교 밖으로 나왔다.
갑판에는 눈이 수북이 쌓여있었는데 한걸은 내 딛을 때 마다 발이 정강이까지 눈에 파묻혔다.
“하아...귀찮게....”
푸념을 늘어놓으며 나는 삽으로 눈을 퍼다 갑판 아래로 버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하지만,
“....이 망1할 놈의 눈은 왜 자꾸 내리는 거야!!!”
계속 내려오는 눈 때문에 아무리 삽으로 퍼다 날라도 작업은 진전이 없었다.
결국 이 끝없는 노동에 열이 뻗힌 나는 허리춤에 장비해둔 쿠그리를 뽑아들었다.
그리곤 두 개의 쿠그리를 이어놓은 줄을 최대한으로 늘여서
“[올가미]!!!!!!”
있는 힘껏 쿠그리를 넓게 휘두른다. 그러자 범위 안의 눈들은 그대로 쓸려 갑판 아래로 떨어져 나갔다.
“으랴! 으랴! 으랴아!!!!”
그 뒤로도 계속 쿠그리를 휘두르며 같은 작업을 한지 1시간 쯤 지났을까?
쉴 새 없이 내리던 눈이 그치고 갑판 위의 누도 드디어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아...하아...겨우 끝났네...그럼 마무리하고 어서 쉬어 보실....”
순간 눈을 치우려던 손을 멈추고 난 잠시 생각에 빠진다.
그래....꼰대 명령을 곧이곧대로 따르는 것도 싫으니....이 정도는 상관없겠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곧바로 행동에 나선다.
우선 남아있는 눈을 한 대 뭉친다.
위상력을 사용해서 지속적으로 압력을 준 덕분에 눈들은 손쉽게 결합했고 곧 사람하나 만한 눈덩이가 완성 되었다.
“좋아...그럼 다음은...”
눈앞의 결과에 만족한 나는 내려놓았던 쿠그리를 다시 장비하고 그 칼끝에 위상력을 집중시키고 그대로 눈덩이를 베어낸다.
서-걱!
위상력을 집중시킨 덕에 눈덩이는 마치 버터를 벤 듯 부드럽게 잘려나갔다
“좋아...나쁘지 않네, 나쁘지 않아...”
흥이 오른 나는 계속해서 눈덩이를 깍아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덩이는 사라지고 내 눈 앞에는 아름다운 여인상이 만들어져 있었다.
“후...다 됐군...평소엔 작은 나무토막을 가지고 했는데 이렇게 커다란 걸로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네..”
쿠그리에 붙은 얼음 조각을 때어내며 난 눈앞의 여인상을 감상한다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조각한 덕분에 조각의 표면은 어디하나 모난 곳 없이 매끄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솜씨에 감탄하며 감상하던 중 난 한가지사실을 깨달았다.
“어라? 이거... 왠지 그 차원종 여자랑 닮았잖아?”
뿔 까지는 조각하지 않았지만 눈앞의 여인상은 자신의 동료인 레비아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사실이었다.
무의식 적으로 그녀석을 모델로 한건가?...뭐 그녀석도 꽤 미인이니...아니 잠깐만..!
객관적으로 볼 때 자기 주변의 여자들 중에서 몸 전체의 균형이 가장 잘 이루어진 사람은 하피이다. 레비아도 나이에 비하면 발육이 잘 된 편이지만 하피와 비교하면 여기저기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렇다면 왜 자신은 하피가 아니라 레비아를 모델로 했을까?
“...설마...내가 좀도둑 보다 그 차원종 여자가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 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얼굴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으와아아앗! 뭐...뭔 생각을 하는 거야! 제..젠1장!”
욕을 내뱉으며 생각을 떨쳐낸 나는 그대로 함교 안으로 들어온다.
“음? 나타 눈은 정부 치운건가?”
“아... 다 치웠다고..제1길..”
“흠? 그런가? 알겠다. 그리고 휴식을 취하기 전에 한 가지 더 부탁할 일이 있다.”
“하? 또 뭔데?”
“레비아를 좀 불러와 올수 있겠나? 보다시피 지금 손이 모자라서 말이지 직접 부르러 가진 못 하겠군.”
“...하.....알겠다고...”
한숨을 쉬며 대답한 나는 곧장 그 차원종 여자를 찾아 나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양 팀의 모범생 녀석과 이야기하고 있는 녀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야? 둘이서 뭘 그렇게 이야기 하는 거야?”
“아! 나타님...”
말을 거며 다가가자 놀라 녀석이 뒤돌아본다.
“마침 나타가 왔네. 자 레비아. 네 속마음을 나타에게 이야기하는 거야.”
“아, 알겠어요!”
뭔가 결심을 한 건지 녀석이 심호흡을 하며 내 앞에 다가온다.
“저...나타님...저를 차원종 여자라고 부르는 건 그만둬 주셨으면 해요...제겐 레비아란 이름이 있으니까요.”
뭐야? 뭔 소리를 하나 기대 했더니 기껏 한다는 소리가...
“칫, 뭔 소리를 하나 했더니...”
생각나는 대로 말하자 녀석은 겁먹었는지 몸을 떤다.
“이름이라고 해봤자 어차피 꼰대가 마음대로 붙인 인식 명이잖아? 넌 그딴 게 마음에 든다는 거야?‘
”...네. 전 레비아란 이름이 마음에 들어요...“
특이한 녀석이다.
나 또한 나타라는 인식명을 이름대신 쓰고 있자만 이건 결코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다.
’실험체 13번‘이라고 불리는 것 보다야 낳아서 이 이름을 쓰고는 있지만 이전 이름이 생각 나다면 아마 결코 이 인식명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 녀석을 계속 차원종 여자라고 부르는 것도 마음에 걸리는 군.
차원종 여자라고 부른 이유도 도발하려는 목적과 함께 처음 만났을 때 무기력 하던 이 녀석의 모습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일부러 더 안 좋게 불렀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이 녀석은 변했다. 삶의 의지를 가지고 자기 힘으로 살아나가려 하고 있다.
무엇보다 차원종이라고 부르기에는 이 녀석은 지금껏 봐왔던 어떤 사람보다도 인간적이었다.
그런 녀석을 차원종이라고 부르다니...역시 아닌 것 같네.
”나타. 레비아가 이렇게 부탁하는데, 레비아의 부탁을 들어주지 그래? 나도 부탁할게.“
이 모범생 녀석은 또 왜 끼어들고 난리야? 네가 그런만 안 해도...
”쳇, 내가 레비아를 어떻게 부를 지는 내 마음이야. 넌 참견하지 마!“
”레,레비아? 지금 절 그렇게 부르신 건가요? 나타님?“
”몰라! 그런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빨리 따라오기나 해. 레비아! 꼰대가 널 부른다고!“
”아, 네! 알겠어요. 나타님!“
내게 이름으로 불리어진 게 그렇게 기쁜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따라오는 레비아
그저 이름으로 불러준 것뿐인데 그게 그렇게 기쁜 건가?
뭐, 상관없겠지? 이름으로 부르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뭣보다 이 녀석이 웃는 걸 보는 건 왠지 꽤 즐거우니까 앞으로도 이름으로 불러주도록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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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틸이랑 슬비 군수공장 훈프보고 오래간 만에 한번 적어봤습니다.
즈락ㅁ하고 덧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