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9화
검은코트의사내 2016-05-13 0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그곳을 나와서 거리를 방황하고 있었다. 휴대폰에 부재중이 수도없이 많았다. 아마 부모님이나 친구들이겠지. 나는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다. 아예 이들에게 나타나지 않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잠든사이에 또 사람을 죽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잠을 안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람이 어떻게 잠을 이루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단 말인가? 나는 그게 너무 원망스러웠다. 왜 잠을 자야될까? 처음으로 그런생각이 들었다. 집에는 돌아갈 수 없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넘겼는지는 몰라도 내가 차원종이 된 이상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최태인 리더님의 말에 나는 흔들렸다. 부모님도 친구들도 자신을 죽이는 게 당연하다고 여길 것이다고, 하지만 난 그렇게 되도 상관없었다. 난 학교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단 한번도 그들을 원망하거나 한 적이 없다. 그저 신세한탄이나 할 뿐이었지만 말이다. 확실히 이런 능력이면 나를 괴롭힌 녀석들을 찢어죽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나타났다. 왜 이러지? 왜 이렇게 기쁜걸까? 사실 날 괴롭히는 준우도 국회의원의 아들이라 선생님들도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나는 한편으로는 생각했다. 정의를 위해 쓴다면 말이다. 일단 무의식적인 모습이 아닌 의식적인 본모습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었다.
리더님이 나한테 주신 수면제 5병을 가방에서 꺼냈다. 마시는 용도로 쓰이는 작은 병, 인간으로서 수면을 취해야 본모습이 드러나는 특이한 방식이다. 나는 일단 아무도 없는 골목에서 시험삼아 마셨다. 어떻게 해서든 내가 통제하도록 해야되니까 말이다. 그 때까지는 절대 세하나 슬비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없다.
"난 할 수 있어."
퀘퀘한 냄새가 났다. 여기는 또 어디지? 눈을 떠보니 나는 쓰레기장에 있었다. 옷에서 냄새가 풀풀나는 군. 혹시 내가 누굴 죽인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결과는 역시나 할퀸상처가 가득한 시신이 있었다. 이번에는 누구일까? 내가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언제봐도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하지만 어떻게든 극복해야된다. 내가 의식적으로 변한모습을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다른사람들도 다 그러는데 나라고 못하라는 법이 있는가? 분명히 감염된지 얼마안되어서 몸이 적응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은 아침과 낮에 활동하고 밤에는 숙면을 취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공부못해도 여러가지 게임을 해봐서 상상력이 풍부하니까 추측정도는 가능하다. 라이칸토스는 밤에 주로 활동한다고 했으니 내 원래 몸이 아직 인간에 적응해있기에 그런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겨내**다. 앞으로 계속,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나는 그렇게 수면제를 전부 다 써버렸지만 아직도 적응되지 않았다. 총 5명의 사람이 죽었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이제 갈수록 적응되어가는 느낌이다. 이제 죽는 사람들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완벽한 살인귀 모습,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무차별 살인마가 되지 않게하기 위해서라도 희생자가 필요하다. 거기다가 사람들은 그들을 혐오하지 않는가? 분명히 내가 밝혔으면 Union클로저에게 신고해서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살기위해서 이들을 먼저 죽인거라면서 정당방위라고 스스로 말했다. 그러자 나는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나올 정도다. 내가 만약 통제만 할 수 있다면 세하나 슬비, 유리를 죽이는 일은 없다. 본모습일 때 그들을 피해다니면 되고 싸우지 않아도 된다. 학교에 돌아가는 건 내가 통제할 때다.
"이봐, 한석봉, 너 왜 학교안갔어?"
나는 그들의 아지트로 찾아가서 수면제 남은 게 없냐면서 물었지만 리더님이 나를 추궁하자 나는 생각한 것을 답했다. 일단 본모습이 될 때의 모습을 통제하기 위해서였다고 말이다. 그래야 라이칸 그룹에 피해가 가지 않을 거라고 나는 말했다. 아무생각없이 움직이면 전부다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이다. 그러자 그들은 내 얘기를 납득해주고 한편으로는 놀란표정을 지었다.
"허, 한석봉이, 훌륭한데? 우리생각을 위해서 그런짓을 하려고 하다니 말이야."
"처음에 봤던 겁쟁이 모습과는 완전 딴판인걸?"
강진우와 차지철이 한마디했다. 확실히 나는 여기 처음왔을 때보다 기분이 나아져있었다. 그래, 방법이 생각났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내손으로 해치우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말이다. 리더님은 내 입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면제를 다량으로 주었다. 확실히 작전대로 하기 위해서라면 내가 통제할 필요가 있으니까 말이다. 작전실행전에 무의식적으로 그들에게 라이칸 그룹존재를 알리게 할 위험도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은 한석봉 혼자일지는 몰라도 무의식적으로 계속 활동하다가 라이칸 그룹에게도 피해갈 수도 있으니까 최태인은 일단 내가 통제할 때까지 기다려주신다고 했다. 나는 너무나도 고마웠다. 당분간은 그들 걱정은 안해도 될 거 같았다. 리더님은 내 휴대폰을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전원을 끄셨다. 위치추적당하면 안되니까 그런거라고 말이다. 난 다행히 어딘가로 연락한 적이 없어서 그들이 추적하는 건 힘들 것이다. 그분은 나에게 잘했다면서 머리를 쓰담아주셨고, 다른 사람들도 나를 이제 좋게 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이 팀에 조금은 적응이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직 문제는 남아있다. 이들은 이슬비를 죽이려고 한다. 라이칸토스 차원종은 서머너 타입이 A급, 검은양 팀 그 3인방은 충분히 죽이고도 남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될 지 몰랐다. 분명히 방법이 있을 것이다. 추리게임이나 미스터리 군상극의 경험을 떠올려보자. 나도 분명히 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죽이지 않고 해결할 방법이 말이다. 완벽한 해결이 안되지만 적어도 시간벌기는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좋아. 모두들, 여기 신입이 적응할 수 있을때까지 좀 도와주자고."
리더님의 말에 모두가 적극적으로 수면제 하나씩 건네주며 동의의사를 표현했다.
D-100일
수면제를 하루에 10병이상 마시고 계속해서 본모습이 된 결과 이제 나도 의식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사람들은 처음부터 의식한 거라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처음있는 경우라고 했다. 3일이나 지난 후에 나는 이제 본모습인 상태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좋아, 이제 나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 내가 통제했을 당시에 사람한명을 습격했지만 죽이지 않았다. 그 사람이 도망가게 두었고, 내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이제 통제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다만 모습이 인간같지 않아서 끔찍했지만 말이다. 라이칸 그룹 맴버들은 모두 축하한다면서 파티를 열어주었다. 음식은 인간일 때 먹는 음식이나 다름없는 것들이다. 흔한 치맥파티, 돈은 훔쳐서 번거라고 했다. 왠지 맛이 좋았다. 지금 평소의 인간의 모습일 때는 인간처럼 행동하고 겪을 수 있었고, 본모습일 때는 전혀 그러지 않았지만 통제는 가능한 게 어디인가? 그렇다. 통제만 된다면 나는 된 것이다. 리더님은 이제 작전을 해야될 때라고 하자,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 학교에 갔다와서 보고드릴게요."
"그래. 집에서 아마 실종신고하셨을테니까 조심해라."
"네. 제가 잘 해결할게요."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변명거리를 생각해냈으니까 말이다.
나는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에나 되어서야 냄새나는 옷과 바지를 입은 채로 집으로 돌아오자 부모님은 전부 놀란 얼굴로 나를 맞이하셨다. 지금까지 어디서 뭐했냐고 물으시고, 많이 걱정했다면서 눈물을 보이시기도 했다. 나는 곧바로 설명했다. 지금까지 괴한에게 납치당했고, 지금은 탈출한 상태라고 말이다. 괴한이 방심한 틈에 나는 쓰레기장에 가서 파묻히면서 숨어있다가 그들이 포기하고 갈 때쯤에 도망쳐서 여기까지 온거라고 말이다. 그 증거로 쓰레기냄새가 난 것, 이거라면 경찰에서도 납득해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게임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미스터리 군상극을 내가 100종류도 넘게 했으니까 어느정도 잔머리 굴릴줄은 안다.
게임만 하면 머리나빠진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실제상황에도 써먹을 수 있다는 건 처음으로 꺠달았으니까 말이다.
"저, 씻을게요."
이 말 한마디에 부모님께서는 씻고 밥먹으라면서 안으로 들여보내주셨다.
나는 욕실에 들어가서 생각했다. 이제 감염된 것도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으니 수면제는 필수로 가지고 다닌다. 이제 아무도 안죽여도 된다. 죽은사람들에게는 미안하게 생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 이런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나는 살아가기 위해 무고한 사람 30명정도를 죽였다. 하지만 어차피 나같은 자들을 혐오하는 족속이니까 죽여도 좋다는 리더님의 말씀에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어차피 내가 괴물인 거 알았으면 죽여도 마땅하다고 생각한 자들이다. 쓰레기 같은 인간들은 죽어야 마땅하다. 그래, 나는 한가지 떠오른 게 있었다. 쓰레기 같은 자들을 이제 내손으로 직접 심판하겠다고 말이다. 나를 괴롭히는 준우일행도 하나 둘 씩 죽여가면서 공포를 느끼게 해주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았다. 그래... 그들은 죽여야 마땅하다. 그리고 나를 도와주지 않는 학생들도 전부 죽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자 나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크흐흐흐흐... 흐흐흐흐흐..."
"석봉아? 왜그러니?"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마터면 본모습을 들킬뻔했다. 이제 오늘 하루는 이렇게 되었으니 내일 학교에 다시 가야겠지. 나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몸을 씻고 나가서 실내복을 입고 식탁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즐겼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