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C 프롤로그

Meiv 2016-05-07 0

-Opening & Tutorial로부터 21분 전.
(소설에서 등장하는 지명, 인명, 기관명 등은 현실과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알려드립니다. 오후 2시 11분부터 현재 이 지역에는 제 3종 차원재난 경보가 발령 중입니다. 시민들은 즉시 가까운 대피소로 이동해주시길 바랍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오후 2시 11분부터 제 3종 차원재난 경보가 발령 중입니다. 시민들은 즉시 가까운 대피소로 이동해주시길……]


"흐아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해대는 특경대원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본 강유하 경정은 혀를 차면서 주변을 살폈다. 역삼역을 기준으로 주요 대피소와 길목을 차지한 강남서 1대대 2중대는 비교적 한가함을 느꼈다. 강남이 차원재난 안전구역이라는 믿음과 더불어 별 일 아닐 것이라는 안전불감증까지 더해진 탓이었다.

강남서에서 프리(Free)하기로 소문난 송은이 경정과는 다르게 강유하 경정은 교과서나 제품사용설명서처럼 깐깐하다. 그런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성격만큼이나 직속부하인 경감 급 간부의 성격도 정반대다. 채민우 경감이 강유하 경정 같다면, 서지윤 경감은 송은이 경정 같다. 그렇다고 해서 비교된 네 명이 성격 때문에 '위기감' 혹은 '위화감'이라는 걸 덜 느끼고, 더 느끼는 건 아니다.


"역삼동 전체의 대피가 지연되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서지윤 경감의 긴장감 가득한 어조에 강유하 경정은 혀로 마른 입술을 적시고 소형무전기를 꺼냈다.


"파이넨스타워, 강유하 경정이다."

"- 충성, 관측반 주서원 경장입니다. 앞서 보고드린 내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역삼1동과 역삼2동의 6개 경점(경계-점검)반이 해당 지역 체류자들에게 대피를 권고하고 있지만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강유하 경정은 주서원 경장의 보고에 등골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뭔가가 있다, 라고 애매하게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폭력적이고 불쾌한 상상이 그의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그는 역삼역 7시 방향에 우뚝 선 파이넨스타워를 올려다 봤다.


아직 여름이라고 하기에는 이른데…….


강유하 경정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서지윤 경감에게로 시선을 옮겨 명령을 하달했다.


"2소대를 직접 이끌어서 역삼2동으로 이동해 경점반을 도와줘. 데타(DETA ; Disaster Estimated Time of Arrival), 빌어먹을, 타임제로까지 18분 남았다. ……이 경위!"


강유하 경정이 3소대장인 이성은 경위를 부르는 동안 서지윤 경감은 그에게 간단히 경례를 붙이고서 2소대장인 안세영 경위를 불렀다. 마침 역삼2동 방향의 바리케이드를 점검하던 안세영 경위가 서지윤 경감의 부름에 얼른 달려왔다.


"우리 담당구역의 대피가 늦어지고 있다고 해. 2소대는 역삼2동의 거주민 대피를 지원할 거야. 애들 모아. 1분 줄 게."

"2소대 집합! 2소대 집합……!"


소대 구분 없이 이리저리 뒤엉켜 있는 탓에 안세영 경위는 잽싸게 달려나가면서 2소대원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한편, 강유하 경정은 3소대장인 이성은 경위에게 상세한 지시사항을 남기면서 위상관통탄의 사용을 허가했다. 이성은 경위가 그의 말에 굳은 표정을 하고서도 힘차게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하자, 강유하 경정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지휘관용 전술 헬맷을 쓰고 바이저를 내렸다.

바이저를 내리자 특경대 전투복이 취익, 소리를 내면서 차단기밀을 시작했다. 목 부근의 회색 신축성 탄소섬유가 수축하면서 헐렁하던 것이 꽉 조여지자 그는 크게 숨을 뱉고서 전술 헬맷 턱 왼쪽에 있는 무전패널에 검지와 중지를 대고 말했다.


"통신 확인, CIC(Communication In Combat)채널은 6번으로. 통상채널라인도 유지할 것."

"- 2소대 확인했습니다."
"- 3소대, 확인했습니다."

"투입 전 브리핑, 1소대는 역삼1동의 체류자 대피 지원, 2소대는 역삼2동의 체류자 대피 지원, 3소대는 역삼역 통제. 현재 시각 오후 4시 10분, 타임제로까지 약 16분 남았다. 차원종에 대한 화기의 사용을 허가하나, 차원종과의 교전은 피한다. 타임제로가 되면 거주자 대피 지원을 포기하고 베이스로 돌아온다. 관측반은 2소대를 지원한다. 이상."

"- ……2소대, 확인했습니다."
"- 3소대, 확인했습니다."


무전패널에서 손가락을 뗀 강유하 경정은 1분대와 2분대를 논현역 방향으로 보내고 스스로는 3분대를 이끌어 강남역 방향으로의 이동을 시작했다.

역삼동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주택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아닌 골목길이다. 특히 역삼1동의 골목길은 강남의 유일한 통제구역으로서 간간히 차원종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체류자들이 존재한다. 통제구역 체류자는 기본적으로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드물게 경관이 폭행을 당하는 일도 생긴다. '무법, 불법의 할렘구역'이라는 느낌.

그런 곳의 지리를 용케 훤히 꿰고 있는 강유하 경정은 사람이 살 법한 곳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 되었음을 깨달았다.


"컥!"

"매복이다! 건물 안으로 피해!"


특경대 대원 하나가 단마디의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지자 강유하 경정은 큰 목소리로 외치고, 보라색 빛 광선이 날아든 방향으로 방아쇠를 당기면서 박살난 창문 안쪽으로 몸을 던졌다. 후우, 하고 숨을 고른 그는 무전패널에 검지와 엄지를 대면서 말했다.


"여기는 까마귀 둘하나, 까마귀 둘하나. 어미새 응답하라, 이상."

"- 까마귀 둘하나, 어미새다. 이상."

"까마귀 둘하나에서 전사자 발생, 위치는 역삼1동 골목길……이런, X발!"


엄폐물로 삼은 콘크리트 벽이 광선에 의해 뻥 뚫리는 걸 본 그가 욕을 내뱉으면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차원종들을 향해 탄환을 흩뿌렸다. 멋모르고 달려들던 녀석들이 나자빠진 것을 본 그는 다시 무전패널에 손가락을 대고 말을 이었다.


"……그라운드 타워 부근. B급 차원종, 보이드가 출현했다. 반복한다, B급 차원종, 보이드가 출현했다. 이상."

"- 어미새가 까마귀 둘하나의 보고를 확인. 까마귀 둘하나에게 후퇴를……."

"끄아아악!"


바로 옆에서 특경대 대원이 내지른 비명에 무전 내용이 묻혔다. 강유하 경정은 뚫린 배를 부여잡고 발버둥치는 특경대 대원의 어깨를 잡아 뒤로 잡아끌면서 주변에 외쳤다.


"건물 안으로 후퇴해!

"예, 알겠……끄아악! 내, 내, 내 다리……!"


한 번에 한 명. 맞설 수 없는 차원이 다른 폭거에 차례로 쓰러지는 특경대 대원들을 보면서 강유하 경정은 속으로 욕을 몇 번이나 되뇌었다.
2024-10-24 23:01:2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