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 A

폭발중2sayha 2016-02-27 0

[읽기에 앞서]

중2중2한 생각을 전제로 쓴 소설이므로

중2력에 내성이 약하신 분 혹은 중2필체에 저항력을 갖추지 못하신 분은 중2상력에 의해 차원오염을 당하실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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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류 소설에 내성이 없으신 분도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 주십시오

((왜 전에 썼던 것이 검색되지 않는거지!))

 

 


18년전, 급작스럽게 차원문이 열리고,

다른 세계의 괴물들이 튀어나와 세계각지의 도시를 파괴했다.


그것들은 미국을, 유럽을, 일본을, 이란을, 네팔을, 러시아를, 한국을

지구의 모든 도시를 가리지 않고 습격, 파괴했다.


인류는 그들에게 대항할 무기를 전혀 갖추지 못했고.


인류는 일방적인 학살과 재앙에 절망할 뿐이었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에 한 줄기 희망이 있듯이,


차원문이 열리면서 '위상력' 이라는 것을 얻어 각성한 사람들이 생겨나

인류가 가지고 있던 무기에 전혀 피해를 입지 않던 괴물들을

하나 둘 제거해내는데 성공하고


무능했지만 자신들의 위기만은 빠르게 수복하는 정부가 그런 그들을 모아

어떻게든 차원문을 닫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정부는 그들은 강제적으로 소집, 징용했고

가족과 소중한 것들을 볼모로 잡아

'인류를 위해' 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희생을 강요했다.


위상력에 눈 뜬 이들은, 강력하긴 했으나 그 힘이

통제되지 않고, 힘에 알맞은 체계적인 무기도 완성되지 않아

실제상황에서 실수나 위상 폭주로 대게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 아버지도 사라지신 것 같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아버지는 전쟁영웅의 손자셨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같은, 장군이셨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보좌하던 군인이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이른 나이에 결혼으로 군을 나오셨고,

어머니는 나를 낳으시고 다시 군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내가 2살이 되어 봄을 맞이 했었을 때, 어머니는 둘째를 낳으셨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 동생은 아버지와 함께 낳은 아이가 아니었다.


상관없는 얘기지만 어렸을 적의 나는, 어머니를 자주 볼 수 없어서 그런지 꽤나 울보였다고 한다.

그런 오빠를 뒀는지 내 여동생은 잘 울지 않고 떼 쓰지 않는 아이였다고 한다.


그런 아이 둘을, 아버지는 어머니의 도움 없이 잘 하지도 못하는 집안일을 하시며 키우셨다.

 

 

 

어머니는 어느 날 파병을 나갔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나는 그 당시 5살이었고, 내 동생은 이제 막 돌이 지난 조그만 아기였다.


내가 장례식장에서 울며 엄마를 부르짖자 아버지는 씁쓸한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표정으로


어머니는 아주 멀리 다른 사람들을 지키러 떠났다고, 보고 싶어도 조금만 참으라고 전화를 바꿔주셨다.

거기에선 어머니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그 목소리를 기억하지도 못하고, 어떤 말씀을 해주셨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어렸을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어머니가 조용조용히 속삭인 그 말들이

슬프고 따뜻하기만 했던 그 장례식장에서의 봄 풍경과 맞물려 기억난다.


장례식장에서 한참을 울고나서야 잠든 나와, 조용히 잠든 내 배 다른 여동생을 안고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슬프게도 장례식 후 얼마 안가,


그 사건이 일어났다.

차원문이 열린 것이다.


아버지는 어린 나와 내 여동생을 안고 열심히 도망치셨다.


이 때의 꿈을 꾸게 되면 어린 나는 두 눈을 꼭 감은 채로 사람들의 비명과 이계의 괴물들의 괴성에

지레 겁을 먹고는 아버지의 옷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그리고 숨을 헐떡이며 다 잘 될 거라는 아버지의 주문같은 말과

가끔씩 칭얼대는 내 여동생의 울음

그리고 펑펑우는 나의 울음이 메아리처럼 머리에 울린다.


그렇게 어린 내가 울다 짐든 눈을 뜨면


아버지는 없고, 피난을 온 듯 한 사람들이 가득 찬 어떤 넓은 실내의 건물 안이다.

 


나는 담요를 덮고 잠들었었는지 품에 안긴 핑크색 담요를 꼬옥 잡고 있고

그런 내 옆에 여동생은 잠들어 있다.

그 옆엔 아버지가 도망칠 때 매신 눈에 익은 검은 가방이 있다.

그 안엔 내 여동생이 마시는 젖병과, 내 옷 몇가지, 기저기와 수건, 물병이 있을 것이다.


아버지를 찾으며 울던 내게 아주머니들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다가오셨고, 나는 그 사이를 뿌리치듯 도망친다.

아버지를 찾기 위해 달리던 어린 나는 건물을 나오고

그렇게 폐허가 된 도시를 달리다 넘어지고 지쳐 걷다가 넘어지고


군인들이 설치한 바리케이트를 넘어 어린 나는 괴물들이 누비는 도시를 향한다.


어린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 곳을 향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의 내가 커서 알아낸 것은 그 당시 그 곳에 아주 큰 빛이 일었다는 것.

어린 나는 아마 그 빛을 따라 갔을 것이다.


가끔 꿈에서도 그 빛을 따라가는 어린 나를 꿈꾸기에 확신할 수 있다.


그리고 어렸던 나는, 마주친 차원종, 괴물에게서 도망치다가 바리케이트를 넘어간 아이가 있다고

보고 받은 군인들에게 발견됬고

그들에게 달려가던 도중, 나를 뒤쫓던 차원종에게 양팔을 절단 당했다고 한다.


쇼크로 심장이 정지한 나를 한 군인이 재빠르게 달려와 아주 뜨거운 뭔가로 잘린 부위를 지혈을 한 뒤, 심장마사지를 하고,

나머지 군인들은 그 차원종을 사살했겠지.

 

 

그리고 부상당한 나를 군인들은 차원문에 대해 임시적으로 연구하고 있던 샌프란시스코의 한 대학연구단체에

넘긴 듯 하다.


그리고 나는 그 곳에서 여러가지 실험을 당했다.


약물이니 뭐니 그런게 아니라,

차원종에 의해 내 잘린 팔의 절단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관찰당한 정도에 그쳤고


어린 나에게 여동생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대학 연구진들은

나와 여동생을 거두어 그 근처 주에서 이제 막 결혼한 연구진 둘과 함께 살도록 해주었다.

 

 어찌되었건 꿈은 항상 미묘하게 양 팔을 잘릴 때 깨어난다.

잘리기 직전이나 도망치다 넘어졌을 때.

오늘도 마침 그런 꿈을 꾼 참이다.


나는 건장하게 자라났고,

내 여동생도 건강하게 자라났다.


그러던 중 내 여동생이 17살에 위상력을 각성하고, 클로저로써 정부의 어떤 단체에 가입하게 됬다.


그 당시 나는 대학도 못 가 맥스버거 배달을 뛰는 일개 알바생이었다.

물론 양팔에 의수를 끼고 말이다.


나를 키우던 연구진, 양아버지와 양어머니는 내 여동생이 정부 단체에 가기 하루 전,

나와 내 여동생에게 모든 진실을 들려주셨다.


어느정도 알고 있던 나와 내 여동생은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다시 볼 수 없는 진짜 부모님들 때문인지 그 날 밤 울었다.


그리고 새벽, 내 동생이 떠나고, 나와 내 양부모님들은 여동생이 없는 일상을 살아갔다.


그렇게 2년이 지나 내가 24살이 되어, 해외여행을 갔을 때였다.

3년간의 취직실패에 낙담한 나를 위해 양부모님들이 준비한 아시아 투어 중,

중국과 일본, 한국을 거쳐 인도를 향하기 위해 한국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릴 무렵.

 


나에게도 각성이 찾아왔다.

 


그 때 나는 성가신 두통을 느끼며 검사 게이트를 지나쳤다.

50분 전만 해도 일반인이었던 내게 '위상'이 검출됬고,


나는 한국 연구진들에게 불려가 검사를 받게 됬다.


강력한, 꽤 큰 잠재력을 가진 위상력이라고 연구진이 말했다.


그리고 거기서 나는 정도연 이라는 연구진을 만났다.


그녀는 나에게 클로저가 될 의향이 없냐고 물었다.


나는 미국국적에, 의수를 낀 위상에 눈 뜬 일반인이라고 하자 그녀는


그 양 팔을 위상력을 다룰 수 있는, 특수한 팔로 바꿔주겠다고 했다.

아주 섬세한 작업까지 할 수 있고, 의수에서 가끔 느껴지는 신경에 스치는

그 섬뜩한 고통도 없게 해주겠다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일단 거절했다.

 

 

딱히 클로저가 될 필요도 못 느꼈고,

한국에도 뛰어난 클로저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클로저들은 이미 영웅취급을 받는다.

그 영웅들 사이에 내 여동생도 있는게 자랑거리였고.


그리고 그들이 항상 위험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거절했다.


정도연은 한국엔 당신 생각과 달리 인재가 부족하다며

나에게 되도록 협력을 요구했다.


취업에 걱정이었던 나는 부모님과 상담하고 결정하기로 했다.


내 스카이프 친구들중 한 명이, 한국에서 공무원은 굉장한 직업이라고 떠들던게 기억났다.

그는 한국인이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취업난이 심한 미국으로 돌아가봤자

취업이 될 지도 의문이고 이제 양부모님께 손을 빌리는 것도 지긋지긋한 참이었다.


양부모님께 통화가 연결되자 나는 일단 안부부터 전달했다.


양부모님은 언제나처럼 나를 걱정하시며 내 건강을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하고, 침을 한번 삼키고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을 전달했다.


양아버지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절대로 클로저가 되면 안된다는 것과,

즉시 미국으로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옆에서 양어머니가 양아버지의 말을 막으시더니

한국에 간 동료가 인재가 부족하다고 말한게 기억나지 않으시냐며 한마디 하시고는


그 곳에서 '정도연' 이라는 사람을 찾아 그녀에게 클로저가 되겠다고 말하라고 하셨다.


나는 양어머니께 그녀가 나에게 클로저가 되보겠냐고 물었다고 했고

양어머니는 마침 잘됬다며 그녀에게 전화를 바꿔달라 했다.

슬슬 통화료가 부담됬지만, 양부모님은 샌프란시스코에 빌라를 소유하신 분들이니..


정도연이라는 연구진은 양어머니와 통화하고는 나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그리고 나에게 알약을 주며 이것을 먹고 10분후에 찾아오라고 말하고는

나를 정수기 앞에 데려다 주고는 복도 사이로 걸어갔다.


나는 정수기 옆에 달린 종이컵을 꺼내고

거기에 물을 받아 알약을 입에 넣고 물을 마셨다.


그리고 순식간에 기절 한 듯 했다.

 

 

눈을 뜨니 병원같은 시설내부의 침대 위였다.


내 팔은 아주 세련되 보이며, 굉장히 강렬해보이는

푸른 LED가 빛나는 검은 강철의 팔이 되어있었다.


평소처럼 녹이 슬어가는 은빛 철에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흔한 의수가 아니었다.


소리없이 움직이는 양팔에 나는 감동했다.


내 팔처럼 움직이며 무게조차 잘 느껴지지 않는 이 팔.

굉장하다고, 눈을 빛내며 감동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정도연이 병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우선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내 양어머니와 통화하며 내 팔을 갈아끼기 위해 준 알약에는

수면제와, 몸 속에서 날뛰는 위상력을 안정시키는 성분이 같이 있다고 말해주고

이 모든 과정이 나의 양어머니와 이미 얘기했던 것이라고 했다.


양아버지는 양어머니의 말에 대꾸 한마디도 못 하시니 아마 속을 식히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잠깐 웃었다.

 

 

정도연은 내게 클로저가 된 것을 축하한다고 해주었다.


나는 정도연에게, 그럼 나는 한국에서 묵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정도연은 왠만하면 외국으로 나가지 않는게 좋을것이라고 했다.


내 여동생이, 언젠가 내게 전화를 걸었을 때 클로저가 되어 친구들과 놀 수 없다며 불평한 것이 기억났다.

클로저들이 외국으로 나가려면 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하는 것은 나도 안다.


어쨌든 나는 클로저가 되었다.

 

 

거기까진 좋았다.


한국에도 클로저가 있고, 그들의 대부분이 나이가 어린 것을 알게 됬다.


나는 서울이 아니라 인천 구역에 있었고, 그 주변엔 마침 클로저들이 배치가 되어있지 않았다.


나를 중심으로 정도연, 정부의 소식을 들려주는 정부 소속 한국인 2명이 인천 부지에 배치된 듯 하다.


나는 부모님께 먼저 연락했다.


양어머니께서는 기뻐하시며 한국에서 열심히 힘쓸 것을 부탁했다.

양아버지는 '정도연' 이라는 그 젊은 여성 연구자가 예전 양 어머니를 도와준 사람이었다고 하고

조금 뜸을 들이시고 한국에서도 건강하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는

흔한 부모님들의 경고를 하시고는 연락을 끊으셨다.


미국정부가 의외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것을 보아 아마 한국정부에서 알아서 했겠거니 하고

나는 한국 정부 소속인 그 두 한국인들에게서 내려온 임무를 천천히 수행하기로 했다.


새로 달린 기계팔은 굉장했다.


정도연이 배치한 기계병들을 이 기계팔로 제압하는 훈련을 했는데,


정도연의 말 대로, 내가 쏘고 싶다고 생각하면 기계팔에서 위상력의 파동인지


보랏빛 빛의 형태로 빔 같은 것이 나갔고 기계병은 그대로 구멍이 뚫려 행동을 정지했다.


게다가 위상력을 각성하게 되어서 그런지 내 몸은 내 생각보다도 더 빠르고, 정교하고, 힘있게 움직였고

5M가 넘는 벽을 넘거나 500M를 20초 만에 주파하는 등 신체적인 능력도 월등히 강해졌다.


굉장했다. 신세계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임무가 4달 쯤 진행되었을 때 였다.

그 당시 나는 위상력을 사용하는 것에 빠져 적들을 단번에, 빠르게 끝낼 수 있는 무기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안일했다.

 


안전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미국에서, 사건이 터진것이다.

강력한 차원종.

그것도 수습 클로저들이 10 댓명이 달려들었는데도


순식간에 그들을 제압하거나 죽이고는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든 차원종이 나타난 것이다.


내 동생과 그 동료들은 정식요원으로 그 차원종을 제압하는데 투입됬고


그렇게..


 

 

부모님과 통화가 되지 않아 불안에 떨면서 한국정부에서 승인을 받고 미국으로 급히 향했다.

개인 제트기에 타고 5시간 만에 미국에 도착했다.


파일럿이 땅에 착륙하고 입구를 열기 전에 내가 입구를 부수고 나와 급히 달렸다.

차에 탈 시간이 없었다.


위상력을 사용해서 1 km를 30초만에 주파하는 내게도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 까지는 멀었다

그래도 쉬지않았다.


체력이 한계를 맞았는지 고꾸라졌다.


아직 반의 반도 오지 않았는데 벌써 부터 체력의 한계였다.


걷다보니 뒤에서 자동차 크락션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검은 밴이 서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내린것은 내 여동생의 친구..인 클로저 요원이었다.


팔엔 깁스를 하고 한쪽눈은 머리부터 매진 붕대에 감싸져 있었다.


한눈에 많은 부상을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내게 차에 탈 것을 부탁했고

나는 그 차에 탔다.


그녀는 내게 내 여동생에 대해서 알려줬다.


내 여동생과 동료들이 위기에 처하자 그녀가 전 일행과 자기 자신을 멀리 강제이송 시켰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강한 차원종에게서 쫓기다가 도망쳤고 그 와중에 많은 동료를 잃었다고 했다.


내 여동생은 어떻게든 살아남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차원종이 날뛴 곳이 샌프란시스코 라고 그녀가 말한 순간 내 머리는 얼어버렸다.


그리고 시속 200km/h을 넘게 달리던 밴이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밖을 보는 내 눈엔,


하늘을 가릴듯이 서있던 건물들이 모두 땅에 누워있는


말 그대로 폐허가 된 도시만이 보였다.

그 누구도 이 곳이 샌프란시스코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어 있었다.

물론,

내가 살던 집도 마찬가지였다.

 


양부모님은 안방에서 서로 껴안으신채 돌아가셨다.

 


건물 파편에 깔리신 채로 말이다.


건물 잔해에서 비죽, 나와있는 두 부모님의 손 밖에 보이지 않았다.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그 두 분의 손.

 

양어머니의 손엔 편지가 들려있었다.

양아버지의 손에도 편지가 들려있었다.


양아버지는 내게 쓴 편지를 들고 계셨고 양어머니는 여동생에게 쓴 편지를 들고 계셨다.

 


편지를 굳이 열어보진 않았다.

무엇때문에 편지를 썼는지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


피가 묻은 편지 두개를 입고 있던 요원 외투 안 주머니에 넣고 지퍼를 잠갔다.

 


내 위상력이 주변에 일렁거렸는지

진정하라는 여동생의 친구 클로저요원의 외침이 들렸다.


그러다 문득, 품에서 양아버지가 쓴 편지를 꺼내 폈다.


대략 내용은 사랑했다는 내용이었다.

비록 직접 낳은 아이들은 아니었지만,


위상력, 차원오염에 의해 방사능 보다도 더한 오염으로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게된 우리들에게

행복이었다고. 자랑이었다고

 


그리고 지하실에 나를 위해 만든 '무기' 가 있다고

 


원래 기계팔과 함께 이것도 전해주려 했지만, 정도연이 만든 팔에 익숙해지고 나서

무기에 익숙해지는게 좋다고하여 정도연이 매일 나를 조정해 도출한 나의 데이터와 비교를 거듭해

 

무기의 형태를 다듬고 조정하느라 애 먹었다고.

너에게 이것들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부모님은 담담히 이 편지에 적어주셨다.

 


내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나보다.

편지에 툭툭 물방울이 떨어진다.

 


고개를 하늘로 들어보니 빗방울이 하나 툭 떨어졌다.

 


아아 내가 우는게 아니라 빗방울이 었나보다.

 

편지를 다시 접어 외투 안 주머니에 넣고 지퍼를 다시 단단히 잠갔다.


한 때 비밀기지라고 외치던 지하실에 들어가니 내가 알던 그 지하실이 아니었다.


첨단기계 '였던' 것들이 잔뜩 있는 지하실, 그리고 그 끝에

아름답다고 할 만한 곡선을 가진 외날의 검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엔 새까만 금속에 중간에 힘차게 그어진 푸른 금속선이 인상적인 ..검집 이 있었다.


내가 그것을 향해 다가가자 검집에서 파란 LED가 빛났다.

그리고 검을 보관하고 있던 케이스 앞 유리가 푸쉭 하고 연기를 내뿜고는 산산조각났다.

아마 벽 안으로 들어가는 구조였던 것 같은데, 건물잔해에 기기가 부서져 어쩔 수 없었나보다.


검집의 부분부분에선 파란 LED가 은은히 빛났고 검은 시퍼런 날을 소리없이 빛냈다.

 


검의 손잡이를 잡자마자, 기계팔이 잠깐 진동했다.


검집을 왼손으로 잡자 오른손이 멋대로 움직여 매끄럽게 착검 했다.


아마 아까 그 부자연스러운 진동이 프로그램이 인스톨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똑똑하면 자식이 필요한 것을 이리도 잘 알고 있을까.


지하실에서 올라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추적추적한 비가 아니라 무언가를 씻어내는 듯한, 시원한 비

 


나는 웃는지 우는지도 모르는, 기억속에서 잠깐 비친 내 진짜 아버지의 표정처럼


웃는지 우는지도 모르는 그 표정으로 비 속에서 서있었다.

 

 

 

비가 와서 여동생 친구 클로저는 차에 탄 듯 하다.

내가 편지를 읽고 있을 때 내 뒤에서 조용히 날 지켜보다가 내가 지하실로 달려갈 때 차에 탄 것 같다.

 


내가 차에 다가가자 문을 열고 나를 들여보내줬다.

수건을 건네줘서 젖은 옷과 머리를 대충 닦아냈다.

 

그녀는 말없이 운전 하시던 분께 출발해달라고 부탁했다.

 

차는 미국 클로저요원들의 집합장소로 향했다.

 

그녀 말로는,

아마 내 여동생도 지금쯤 돌아왔을 거라고.

 


4시간 같은 40분이 지나고 차는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한 제트기를 타고 워싱턴D.C로 향했다.


미국 국방부 펜타곤 근처에 소집된 클로저들은 400명 이상.

등급에 상관없이 모인 수가 이 정도 이다.


더 많은 수가 있겠지만 현재 각자 배치된 장소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일하고 있을테니

이렇게라도 모인것이 다행이라고, 여동생 친구 클로저는 말했다.


제트기는 2시간 채 안되서 워싱턴D.C에 도착했다.

그리고 차를 타고 13분 만에 펜타곤에 도착했다.


나는 여동생 친구 클로저와 내 여동생을 찾아다녔지만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지 좀 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그 주변 클로저 요원들과 그 강력한 차원종 배제임무를 받게 되었다.


한국에서 온 연락으로 정도연과 통화했다.

그녀는 나에게 미국정부에게 도움을 주고, 그들에게서 그 차원종의 샘플을, 얻을 수 있다면,

얻어오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살아돌아오라는, 아주 불안한 말과 함께.


나는.. 잠깐 숨을 내쉬었다가

 


위험하면 도망치는데 세계제일 갈 자신 있다고 장난치듯 말하고 통화를 끊었다.

 


지금 내가 슬퍼한다 한들 부모님은 돌아오시지 않으신다.

그리고 그건 부모님이 바라시지 않을 것이다.

진짜 부모님도, 나를 지키기 위해 힘쓰셨던 아버지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좋다 상대해 주겠다.

 


얼마나 강력한 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많은 요원들이 투입되는데, 불가능 할 리가 없다.

모두가 무기를 정비하고 출발하기 전 이었다.

 


건물의 뒤쪽, 포토맥 강에서, 그 녀석이 뛰쳐나온 것이다.

 


그 녀석은 강 깊이에 맞지 않게 거대한 몸집으로 강에서 튀어올랐다.

 


펜타곤 보다도, 더 거대한 그 녀석은 대체 무엇일까.

그 거대한 크기에,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그것의 포효에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낀 우리들, 클로저들은

주춤거리고 말았다.

 


그것이 녀석의 공격을 막을 기회를 놓치는데는 충분했고

 


그렇게 절반이나 되는 클로저들이 무력화됬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다만 그들도, 지금 서있는 나도,

모두 위축되어 공포에 떨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녀석이 넘어온 펜타곤 지붕에서 노란 섬광이 일었다.

 


그리고 분홍, 검정, 남색, 파랑색 섬광이 차례로 일고 녀석이 주춤거렸다.

 


그것이 뒤돌아 본 직후 노란 섬광은 우리들 앞에 섰다.

그리고 차례로 내려온 그 찬란한 섬광들 가운데

 


남색 섬광을 뿜으며 내려와 채찍을 한번 휘두르고는 허리에 손을 얹고는

공포에 떨고 있는 우리를 스윽 돌아보는

 


내 여동생이 보였다.

 


나는 달려가 여동생을 끌어안았다.

 


여동생은 순간 당황했지만 끌어안은채 눈을 크게 뜨고 있는 나를 보고는 작게 웃으며 쓰다듬어줬다.

오빠는 아직도 울보냐고, 그렇게 말했다.

 


내 동생은 나보다 강하다.

울던 나를 달래주던 것이 부모님 아니면 그녀였으니까.

 


그녀에게 품에서 편지를 꺼내줬다.

이럴 때 꺼내주면 안되긴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받고 눈을 한번 감고는 그것을 가슴 사이에 집어넣었다.

 


그녀는 굳이 말하지 않고 내 눈을 바라봤다.

 


'다 슬퍼했어?' 라고 묻듯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한번 웃어주고는 오빠가 슬퍼했다면

나는 굳이 슬퍼하지 않아도 되겠네 하고 씁쓸히 웃었다.

 


기억 속에서, 순간 아버지가 나타났다.

 

나와 여동생을 끌어안고 피난자들과 함께 피난처로 달려가시던 아버지를 옆에서 바라봤다.

아버지는 숨을 헐떡이며 다 잘 될 거라고 하셨다.

얼굴 가득히 슬픔과 고통이 느껴졌다.

가끔씩 칭얼대는 내 여동생의 울음이 들렸다.

 

그리고 펑펑우는 나의 울음이 들렸다.


나와 여동생을 내려주고 담요를 꺼내 여동생과 나를 덮어준 직후

군인들이 소리치며 달려와 아버지를 마구 끌어내려 했다.

 

기억에 없던 '기억' 이다.

아마 이 이후에 더욱 펑펑 울다 잠들어 버려 기억에 남지 않았나 보다.

 

끌려가던 아버지는 주변의 군인들에게 뭐라 소리치시며 밀치시고는

내게 달려와 무언가를 내 목에 매달아 주시고는 나를 꼭 안고 뭐라고 외치셨다.

내 귀가 먹은건지 뭐라하시는지는 듣지 못했다.

그러나 다시 군인들과 함께 가며 걸어가는 아버지는 가다가 다시 뒤돌아보시고는

 


분명

 


부탁한다.

 


고 말씀하셨다.

 

이건 20년이 지나도 기억이 난다.

잊을 수가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죽 그럴것 같다.

 


 

내 여동생이 말하고 뒤 돌아본 직후였다.

순간 내 앞에선 그 5섬광의 주인들이 나를 뒤돌아봤다.

물론 여동생도 다시 나를 돌아봤다.

 

나는 그들을 볼 수 없었지만,

알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었다.

 

나는 내 가슴 중앙-심장 에서 일렁이는 보랏빛 기운을 보고 있었다.

 


 

보랏빛 원형 파동이 궁- 하는 낮은 소리와 함께 주변에 퍼졌다.

 


파란 LED로 빛나던 검집의 불빛들이 보랏빛으로 점차 변하고

기계팔에 일던 파란 불빛도 보랏빛으로 변했다.

 


날뛰던 괴수도 나를 돌아봤고

애먹던 클로저들도 나를 돌아봤다.

 


괴수는 다른 이들이 반응하기 전에 나를 향해 달려들었고

위기를 알아챈 5섬광의 주인들은 각자의 기술로 괴수와 맞붙었다.

괴수는 주춤하고 물러섰다.

5섬광의 주인들은 쉴 틈없이, 말벌처럼 괴수를 몰아붙혔다.

괴수와 섬광의 주인들의 포효에 다른 클로저 요원들도 소리치며 괴수에게 들이닥쳤다

 


괴수는 그런 그들에게 당황했는지 뒷걸음질 치며 물러났다.

 


그러나 곧 포효와 함께 클로저들을 무력화 시키기 시작했다.

 


5섬광의 주인들도 고전하고 있는듯 했다.

 


 

 


나는 눈을 떴다.

 


어딘지 모를 따뜻한 공간에서 친아버지는 친어머니의 손을 잡고 부탁한다고 미소지으셨다.


양아버지와 양어머니는 내 옆에서 내 허리춤의 검 손잡이에 서로의 손을 겹쳐

내게 조용히 미소지으셨다.

 


내가 앞을 바라보았을 때,

괴수는 달려들고 있었다.


 

내 여동생은 내게로 오려다가 주변의 방해에 나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도망가라고, 피하라고

 


나는 여동생을 바라보다가 나를 향해 달려드는 괴수를 바라봤다.

 


양부모님이 웃으며 검을 쥐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내 손을 검으로 향해주셨다.

 


내가 검을 쥐자 그 분들은 웃으며 빛에 감쌓이셨다.

나는 강력한 무언가가 내 등을 밀고 있음을 느끼며 바람처럼 검을 뽑고 달려나갔다.

 


거대한 보랏빛이 펜타곤 앞에 일었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무릎 언저리가 매우 뜨거웠다.

 

달궈진 프라이팬을 물에 넣었을 때 들리던 소리가 귀에 들렸다.


 

기계팔은 검으면서도 어두운 보랏빛을 내었었는데

지금은 살짝 붉은 빛이 감돌며 연기를 쉴 새없이 내뿜고 있었고

시퍼런 날을 반짝이던 검 역시 날 부분에 연한 붉은 빛을 내뿜으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내 뒤엔 내가 달려왔는지 발자국 마다 금이 가 있었다.

 

내가 검을 뽑은 자리에는 반듯하게 베인 땅이 보였다.

그리고 그 모든 곳에서 연기와 함께 아지랑이가 일렁였다.


사실 나는 엄청나구나 라고 새삼 깨닫고는

 


기계팔이 푸슉 소리를 내며 무거워졌다.

 

 

괴수가 어떻게 되었는지 고개를 빠르게 돌려 확인했다.

녀석은 반으로 쪼개져 점점 증발되고 있었다.

 


작은 파편들을 남긴채 녀석은 사라졌다.

천천히 검을 되돌리고는 나는 온 몸에 힘을 죽 뺐다.

 


그런 내게 여동생이 달려와 나를 말없이 힘껏 안아주었다.

내게 푹 안긴 여동생에게 웃어주고는

 


정말 의식을 잃었다.

 

 

 

 


아마 깨어나면, 또 병원이겠지.

2024-10-24 22:59:2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