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Fear,Pierce
제로타임 2016-02-26 3
하늘이었다.
내가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은 내 속도 모르고 그저 퍼렇게 물들어있었다.
...기분나쁠정도로
얼마전 국제공항에서의 데이비드 국장...님의 배신을 맛본뒤라서 아직 얼얼했다.감정적으로.
다시한번 유니온에 대해 불신감을 느꼈으며 그저 지금 내 옆에 있는 유리,슬비,테인이 아저- 아니 형과 유정누나만이 이 틀에박힌 일상을 유지해줄거라 굳게 믿고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하늘은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유정누나는 임무 브리핑을 하면서 왠일인지 목소리를 떨었다.
"-그래서... 우리는 티어매트 대책실... 이라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평소와 별로 다를 것이 없을터여야할 브리핑이었다. 그러나 유정누나는 떨림을 멈추지않았고 이에 브리핑을 중단하기까지 이르렀다. 나는 당황했다. 정확히는 나만 당황했다. 다른이들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있었다. 전혀 당황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다.
"야... 니들 왜그래."
나는 배터리가 가득 찬 게임기를 주머니에 넣으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왜 나만 모르는건데."
나도 모르는 어조였다.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던가. 그리고 느꼈다. 아아- 이거는 불신감에서 비롯된것이다. 그렇게 가까웠던 사람마저 떠나갔는데 언제라도 이들이 안 떠나갈까 나는 보증할 수 있는가. 지금 이 상황이 나만이 홀로 소외된 기분을 느끼니 나는 본능적으로 반응해버린 것 이다.
"구로에서... 작전활동을 시작할 거야."
슬비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꽤나 길게 이어질거야."
그것만으로는 아닌 거 같았다.
"언제는 금방 끝나던 때가 있었냐?"
나는 농담조로 얘기했다. 반응 좀 해달라고..!
"..."
다시 침묵을 유지하는 브리핑실이었다. 마치 내가 죄인인것처럼 나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야! 네들 왜그래! 형,테인아 왜 그래요!"
"세하... 네가 주력으로 배치될거야."
"그래? 나도 정식요원됐다고 그런거야? 게임으로 치면 주인공급인가?"
나는 우중충한 분위기를 만들기 싫어 일부러 밝은 어조로 이야기했다.
"하.. 유니온한테 인정받은건가. 썩 좋지는 않지만 뭐... 해볼까?"
"야 이 바보야!"
슬비가 화를 버럭낸다. 뭐..뭐야 갑자기 왜 나한테
"이건 너보고 죽으란 소리라고!"
"..."
"구로 밑에 있는 티어매트란 차원종을... 우리가 방패막이 식으로 위상력을 소모시켜야 한단 말이야. 그런데... 그런데"
슬비는 말을 이으려다가 말았고, 결국 제이형이 이야기를 대신 해주었다.
"유니온본부에서는 베테랑클로저요원이 아닌 이제 막 정식요원되서 활동하고있는 어린 너에게 이 일을 맡긴거지"
"아니 그러니까 그게 왜-"
"-너 혼자말이다."
...어? 그게 무슨... 나는...뭐? 나 혼자가라고?
"검은양팀에서 너 단독으로 가게됐어."
모두와 잠시 떨어지는건가. 혼자서 잘할 수 있을까.
나는 잠시 시선을 돌렸다. 이건 회피다. 나 혼자 가야된다는 중압감과 압박감에서 벗어나기위해서라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수 밖에 없다...
"그..그래도 유니온지부에서 요원들을 배치해줄거아니야. 베테랑급은 아니더라도 실력은 있는 사람들이니 나도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겠지. 이 말을 차마 못했다. 모두는 나의 시선을 회피했으며, 심지어 유리는 먼저 브리핑실 밖을 나가버렸다.
티어매트는 차원전쟁 때 이름을 알릴정도로 강력했던 차원종인것같다. 오세린누나의 말로는 정신장악계라고 하고 만만히 보기는 커녕 위험이 다분하다고한다. 이때까지 많은 죽을고비를 넘겨왔지만 이번엔 다르다.
팀으로서 넘겨왔지만 이번엔
이번엔 나 혼자다.
그 사실이 나를 짓누른다. 이런거 별로 달가운 느낌은 아니다. 유니온에서 배치시켜주는 요원들은 얼마나 강할까.
이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내 생명과 연관이 돼있는 문제였다. 그들이 나를 지켜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클로저로서하면 안돼는 생각이다. 클로저는 누군가를 지키는 사람이어야지 보호받는 사람으로는 안됀다.
나를 그렇게 진정시켜보아도 두려움은 어쩔수 없는 모양이다.
"작전실행은 내일부터야. 그러면... 이만 브리핑을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유정누나는 억지로 브리핑을 시작했으며 또 억지로 브리핑을 끝냈다.
사실은 고민이 많을것이다. 유니온상부에 대한 불만은 늘 표출해왔었지만 사람하나, 그것도 자신의 팀에서 떠나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 괴롭게 만들었음이 틀림없다.
유니온상부측에서 나를 배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뭐 별다를 것 있을까. 내가 알파퀸의 아들이니까 그렇지.
브리핑이 끝나니 저녁이었다. 내일 나는 죽으러가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하니 온몸의 떨림을 감출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한발 한 발 강제적으로 발을 움직이는데 유리가 보인다.
유리 앞에서 이런 모습 보일 수는 없다. 자신의 친구가 죽으러간다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게되면 분명 유리성격에 자신 또한 슬픔에 잠기며 몇날며칠을 사무치리라.
나는 웃으며 유리를 부르기전에 유리는 나에게로 안겨왔다.
"세하야..."
잠시 이어지는 정적속에 유리는 다시 얘기를 이어갔다.
"세하야... 그냥 너 도망쳐."
유리는 그냥 이야기하는걸로는 무리였는지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했다.
"만약...만약에 죽을거같으면 도망쳐. 도망쳐서 살아남아... 제발 그렇게 해줘."
나는 유리에게 뭐라 대답해야할까. 클로저로서의 사명감 같은건 나보다는 슬비가 몇 배는 더 강할 것 이다. 나는 애초에 클로저를 원치도 않았고,동경시 했던것도 아니다. 어머니가 차원전쟁의 영웅이라 하여도. 오히려 그것 때문에 나는 주변에서 늘 피곤하게했으며 선을 넘게 괴롭게 만들기도했다. 하지만 결국 클로저가 돼었고, 검은양팀을 만났다. 뿐만아니다. 많은 사람을 보았고...또 많은 사람을 지켰을 것이다.
나는 유리에게 대답을 망설이고있는데 저기서는 슬비와 정미가 보인다.
그들 역시 표정이 좋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슬픔에 가까웠다.
슬비와 정미뿐만 아니다. 그들 옆에 있는- 응?
늑대개팀도 있다. 캐롤씨와 정도연씨도 있고 석봉이는 물론 오세린누나도 있다.
아니 그것보다 여기 제 집 앞인데요.
이건 뭐 플래그가 딱봐도 사망플래그...
작전지에서 만나던 그들이었지만 앞으로는 만나기 힘들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클로저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게임기나 잡으면서 석봉이와 대결이나 펼쳤을까. 수업시간에 지루하다며 딴청을 피우곤했을까. 집에들어와 어머니한테 학교다녀왔습니다 라는 소리를 했을까. 이것은 정말 일상. 나와는 거리가 멀어져버린...
하지만 동시에 내가 클로저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을 만났을까.
나는 어이를 상실한 사람처럼 헛웃음을 했다.
정말 죽으러가는거같아. 다시는 못 볼 사람처럼.
"꼭 돌아올게요. 살아서."
나는 그 한마디를 하고 집에 들어왔다. 그들에게 매몰찬것같지만 내 의사를 들었으리라. 그렇게 느끼고 내 방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곳에는 어머니가 계셨다. 벌써 전해들으신걸까.
"미안해...아들"
시작부터 사과를 하셨다. 모든게 자신 탓인양.
"내가... 널 지켜주지못해서 미안해."
어두우셨다. 분위기뿐만아니라 어머니의 마음조차도. 소식을 전해들으신 이후 자신을 몇번이나 책했을까. 내가 오기까지 얼마나 자신을 탓하셨을까.
"-제가 지킬거에요."
멋진말은 아니지만서도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을... 저에게 소중한 것들을 제가 지킬거에요. 제가 지키고 싶어요."
그래도 지금 하지않으면 안될말이겠지.
"제가 클로저라서 내일 나가지만 제가 클로저기 때문에 모두를 만날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 해본적은 없겠지만
"그러니까-"
지금 하자
"고마워요. 어머니"
어머니는 나를 품에 안으셨다. 그리고 나를 떼어내고 얼굴을 마주치며 얘기하셨다.
"네가 누구 아들이라고?"
"알파퀸, 서지수의 아들 이세하."
나는 웃으며 대답했고 어머니는 나를 쓰다듬으셨다.
"꼭 살아와. 그래야 내가 만든 밥, 먹을 수 있잖아?"
에... 그건 좀
거부감이 드는 걸 애써 누르며 나는 조용히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이른 아침부터 작전이 시작된다길래 나는 새벽부터 준비를 하고, 집을 나왔다.
그리고 구로로 이동을하여 작전에 대해 들었다.
브리핑과 별반 다를것이 없었다.
티어매트의 봉인이 깨질 위험이 있으니, 이번 작전을 통해 그 기세를 한풀 꺾어놓겠단 의지다.
너무 간단해보이는 작전. 죽을수도 있다는 느낌은 들지않는다. 몇몇 클로저는 긴장이 되는듯 동료와의 수다로 떨쳐낼려고하는 모습이 보였다. 또다른 클로저는 아무말도 않고 속으로 삼키고만 있었다.
하지만 작전은 시작돼었다.
"작전-개시!"
작전을 시작하라는 말이 들려왔으나, 우리 중 아무도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하..."
나는 한숨과 함께 건블레이드를 집어들며 말했다.
"뭐 시작해볼까?"
"빨리빨리 덤벼. 난 시간 없다구!"
나는 지금 내안에 두려움을 꿰뚫을것이다.